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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몇 사람이 상제上帝에게 하소연하여 편안히 살기를 꾀하려고 하였다. 그중 한 사람이 "저는 벼슬을 호사스럽게 하여 정승 판서의 귀한 자리를 얻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상제가 "좋다. 그렇게 해주마"라고 허락하였다. 두번째 사람이 "부자가 되어 수만 금金의 재산을 소유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상제가 "좋다. 네게도 그렇게 해주마"라고 대답하였다. 세번째 사람은 "문장과 아름다운 시로 한 세상을 빛내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상제는 한참 있다가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주마"라고 답을 하였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나와 이렇게 말했다. "글은 이름 석 자 쓸 줄 알고, 재산은 의식衣食을 갖추고 살 만합니다. 다른 소원은 없고 오로지 임원林園에서 교양을 갖추며 달리 세상에 구하는 것 없이 한 평생을 마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자 상제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 혼탁한 세상에서 청복淸福을 누리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너는 함부로 그런 것을 달라고 하지 말라. 그 다음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14p.)
가당치 않은 소원 하나 가슴에 품고 산다. 청복淸福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소원.. 그것이 왜 가당치않은 소원일까. 「글은 이름 석 자 쓸 줄 알고, 재산은 의식衣食을 갖추고 살 만」하니 다른 소원은 됐고 그저 「임원林園에서 교양을 갖추며 달리 세상에 구하는 것 없이 한평생을 마치고 싶을 뿐」이라는데. 그게 그렇게 함부로 입에 담지도 못할 소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제 소원으로 빌지 않겠다.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겠다. 먼저 말하지 않을뿐 아니라 누군가 굳이 소원을 말해보라고 해도 대답하지 않겠다. 그냥 내 가슴에 품고 살겠다. 소원으로 빌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겠다. 집 짓고 사는 일이 복 짓고 사는 일이 되도록, 농사 짓고 사는 일이 복 짓고 사는 일이 되도록, 글 짓고 사는 일이 복 짓고 사는 일이 되도록, 밥 짓고 사는 일이 복 짓고 사는 일이 되도록, 웃음 짓고 사는 일이 복 짓고 사는 일이 되도록!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뭐.
서유구는 누구인가 1764~1845. 조선 정조ㆍ순조 연간의 학자이자 문인, 관료이다. 정약용과 더불어 19세기를 대표하는 대학자이다. .... 20년 가까이 정계로부터 축출되어 지내는 장년기에 『임원경제지』의 편찬을 시작하여 30여 년에 걸쳐 114권으로 완성하였다. 조선 사람의 실생활을 개선하고, 윤택하고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 저술의 목적을 두어 , 『금화경독기』를 비롯한 많은 실학 저술을 남겼다. (앞표지 책날개 저자소개 글에서)
3개월도 아니고 3년도 아니고 무려 30여 년에 걸쳐 쓴 책 『임원경제지』. 114권의 방대한 서책 가운데 집을 다룬 내용 일부를 엮어 옮긴 『산수간에 집을 짓고』. 도서관에서 『산수간에 집을 짓고』를 만났다. 뜻밖에 횡재한 기분이 이럴까. 아.. 어찌나 반갑던지! 아니 이토록 훌륭한 책이 왜 이제서야 나왔을꼬! 아아니! 전통건축, 한국건축 운운하는 선배님들께서 어째서 이런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지도 않는 것입니까요. 네? 뭐.. 이제라도 알게되었으니 감사하며 읽는다. 뭐 꼭 여기 나온대로 뭘 적용해서 써먹겠다는게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라고 하면 생뚱맞을라나? 어쨌든 그것이 내가 『산수간에 집을 짓고』를 읽는 솔직한 기분이다. 정작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아버지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화를 해 본 기억도 별로 없다. 늘 바쁘셨던 아버지. 얼굴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알게 된 건 내가 아버지를 너무 모른다는 사실 뿐이었다. 알고 싶어도, 이해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엄마나 친척분들이 아버지를 추억하며 하시는 몇 마디 말씀 만이 나에게 주어진 단서였다. 그런 몇 가지 단서로 나는 아버지의 삶을 추측하고 상상할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어느날 장농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던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된다면 어떨까. 더는 추측과 상상에 기댈 필요가 없어지겠지. 말 그대로 그 일기장은 아버지의 삶을 쓴 한 권의 역사책일테니까 말이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는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선시대의 학자가 쓴 집에 대한 글을 읽는 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는 아버지의 일기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상상일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느낀다. 결국 같은 의미일 것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뿌리를 느끼는 마음. 근본을 생각하는 마음. 방향을 잡고 뜻을 다지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 이 책을 읽으니 『임원경제지』 전편을 읽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해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임원경제지』가 있다. 이 책은 '<임원경제지> 113권을 전질 55권으로 출판하기에 앞서, 오래 기다려 온 학계와 전통문화 종사자들을 위해 <임원경제지>의 전체적인 모습을 해설하는 개관서'라고 한다. 2014년 완간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얼마 남지 않았다. 기꺼이 기다려서 읽어보리라! |
| 신선도 부러워할 집을 마련하여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바람은 현대인들에게만 국한된 꿈이 아니다. 훌륭한 터를 찾아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여유롭고 운치 있게 살고 싶었던 1, 2백 년 전 조선시대 사람들의 꿈과 구상을 엮어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 담았다. 우리가 보유한 옛 문헌 가운데 건축과 조경에 관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풍부하며,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설명해놓은 유일한 저술, <임원경제지>. 유일할 뿐 아니라 독보적이다. 책은 그 가운데 '집'에 관한 기록만을 모아 엮었다. 우리 땅의 산수와 환경에 따라 어떤 곳에 터전을 마련하고, 어떻게 집을 짓고 꾸미며, 어떤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선인들의 친절한 대답을 담았다. 현대에도 여전히 생생한 의미를 지닌 옛사람의 집짓기에 관한 지혜와 미학을 통해, 건축과 조경에 관심을 가진 많은 교양인이나 전문가들에게 흥미로운 상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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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 저, 안대희 엮음. 돌베개)
이 글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내용 중 주택, 가계, 건설, 가재도구 등에 관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나 역시 임원에 뜻을 둔 자로서 살 때에는 가뿐하게 샀는데, 읽기가 상당히 부담되었다.
집을 이렇게 이렇게 짓는다고 나오는데, 용어도 생소하기도 하지만 생소한 용어가 너무 많아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엮은이 나름대로 신경을 쓴 삽화나 사진이었으나 충분하지 않았고, (책이 안 이뻐질까봐 그러나?) 각주 대신 미주를 택한 것도 이해를 떨어뜨리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함부로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그림책 읽는 셈 치고 읽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혹시 나처럼 (꿈에라도) 나중에 한옥 짓고 살고픈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권해줄 만하다.
그리고 꼭 뒷부분을 먼저 읽어본 다음 처음부터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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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해설된 역사가 아니라 당시의 기록이라는 점도 좋은 점인 것 같다. 당시에 공업을 천하게 여긴 탓에 뭘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고 온통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여 썼다는 점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싶은 대로 조선이 당시에 그다지 훌륭한 나라가 못 되고 여러가지로 이웃나라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