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사람에겐 언제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있는 법이다. 그건 어쩌면 우리네 삶엔 때때마다 늘 어느 만큼의 희망이 품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륵은 그런 희망이 염원이 되어 새겨진 우리들의 부처다. 미륵, 돌에 새긴 희망! ’돌에 새긴 희망‘이라는 문구를 몇 번이나 곱씹다가 이 책을 사들었다. 되뇌일수록 가슴에 무늬를 남기는 문구다. 한 장 두 장 넘기기 시작한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표지를 쓸어본다. 잔잔하고 단아한 기운이 그대로 전이되는 듯해서이다. 고창 선운사의 사찰미륵에서 시작해 마을미륵과 절터미륵을 지나 궁예미륵을 비롯한 민중미륵에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여정은 서로의 결을 쓰다듬으며 어우러진 글과 사진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전문사진가의 사진인 듯 글과 어우러진 사진 한 장 한 장의 맛은 깊고, 과장되거나 왜곡됨 없는 글은 편안한 동행자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겉만 훑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쓰고, 담아온 것들의 기록은 고단한 마음 한구석에 등불을 켜준다. 작지만 단단하고 사라지지 않을 ‘희망’이라는 이름의 심지를 가진 등불 말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단아한 동무를 만났다. 수천년간 지친 민초들에게 희망가를 들려주던 미륵은 여전히 지금 여기 우리들의 ‘아직 오지 않은 부처’다. 바위를 쪼아 미륵을 새기던 사람들, 몇 천년 세월의 길이를 접고 그를 찾아나서는 사람들, 그들은 이미 미륵의 세계에서 조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