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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헬무트 틸리케를 알게 된 것은 전작 『신과 악마 사이』를 소개받았을 때였다. 추천한 분 또한 저명한 목회자이자 작가였는데, 그조차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할 정도로 극찬했다. 그만큼 틸리케의 시선, 곧 성경을 기반으로 세상을 꿰뚫어보는 그의 눈매는 무서울 만큼 날카롭다. 그렇기에 『복음, 인생의 의미를 묻다』는 주제보다도, 저자 이름 하나만으로 읽을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은 소요리문답을 질문의 형식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저자는 본격적인 질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추리소설을 예로 든다.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면 아주 곤욕스러울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책은 옆으로 치워 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이어서 말한다. “성경과 교리문답서는 추리소설과 달리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을 되새기게 한다.” 새로운 것이 아닌 옛것을 가르치지만, 하나님의 사랑이 존재하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날마다 그 사랑의 새로운 깊이를 맛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새로운 것은 강렬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반면, 옛것은 밋밋하지만 담백하고 단아하며 단단하다.
틸리케는 교리문답서를 통해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길로 안내한다. 우리의 사랑이 겨울·봄·여름·가을을 거치며 더욱 깊어지듯, 복음 또한 휘발성 있는 한순간의 짜릿함이 아니라 인생의 긴 생노병사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사랑과 인내, 그리고 긍휼을 체험하게 한다.
전작 『신과 악마 사이』가 짜릿한 긴장감을 주었다면, 『복음, 인생의 의미를 묻다』는 집밥처럼 담백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먹을수록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듯, 읽을수록 따뜻한 그리움이 배어 나온다. 논쟁적이고 자극적인 책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복음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좋은 선장 틸리케의 배에 한 번 올라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