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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기 무너져가는 농민들의 삶- '분노의 포도'
"대공황기 무너져가는 농민들의 삶- '분노의 포도'" 내용보기
'분노의 포도'를 읽은 지 하도 오래돼서 내용은 가물거렸지만, 이 작품을 덮을 때 비장했고, 인간의 굳건한 의지가 와닿았던  결말의 느낌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 '분노의 포도' DVD를 사놓고 몇년이나 지나도록 보지 않았던 것은 아마 그 묵직한 느낌이 부담스러워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첫장면부터 헨리 폰다가 등장하는데, 주름 한 줄 없는 청춘시절의 헨리 폰다를 보는 것
"대공황기 무너져가는 농민들의 삶- '분노의 포도'" 내용보기

'분노의 포도'를 읽은 지 하도 오래돼서 내용은 가물거렸지만, 이 작품을 덮을 때 비장했고, 인간의 굳건한 의지가 와닿았던  결말의 느낌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 '분노의 포도' DVD를 사놓고 몇년이나 지나도록 보지 않았던 것은 아마 그 묵직한 느낌이 부담스러워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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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면부터 헨리 폰다가 등장하는데, 주름 한 줄 없는 청춘시절의 헨리 폰다를 보는 것이 어찌나 낯설던지. 그의 젊은 시절 얼굴을 보니 제인 폰다가 아빠를 쏙 닮은 거였구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이 작품을 감독한 '존 포드' 역시 좀 의외였다. 정통 서부극의 명장으로 알려진 그가 리얼한 문학작품을 썩 잘 연출한 걸 보니, 역시 솜씨있는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고 잘 다루나 보다.

 

탐 조드( 헨리폰다)는  살인죄로 4년을 복역하고 보석으로 출감한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그를 반겨줄 식구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집안은 가구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다. 그의 집 뿐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거의 비다시피했다.

50년이상 이 마을에서 소작하며 살아왔던 조드가였지만 땅을 소유하게된 은행과 회사에서는 트랙터를 동원해서 소작인들의 집을 강제로 철거했고,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서 서부 캘리포니아를 향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준다는 전단지를 보고 조드가 역시 캘리포니아를 향해 떠난다. 할아버지, 할버니, 삼촌, 여동생 부부 등  4대 열두 식구, 거기에 케이시라는 전직 목사까지 합류해 낡은 트럭을 타서 떠나는데 이들의 여정이 순탄할 리가 없다.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할아버지를 겨우 태워 떠나지만 할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이어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백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대공황시기 땅을 잃게 된 중부의 농민들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보니 죤 스타인백 원작으로 영화화 된 작품으로 유명한 작품이 더 있었다. 제임스 딘이 나왔던 '에덴의 동쪽', 그 작품에서도 농장이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걸 보면, 존 스타인백이 농민의 후손인가? 하는 짐작이 들기도 했다.

 

조드 가가 강행군 끝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했을 때에는 식구가  여덟 명으로 줄어 들었다. 임신한 탐 여동생을 남겨두고 매제도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곳은 전단지에서 광고한 일자리가 넘치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도 예감했지만, 일자리보다 구직자가 더 많았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농민들로 만원이었고, 이주자들과 아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들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며 농장주들이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농민들을 고혈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주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농장주들의 횡포와 착취를 참지 않고 케이시 목사를 비롯한 몇몇 농부들은 파업을 주동했고, 그 덕에 임금을 5센트로 유지하게 된다. 이들은 복숭아가 익었으니 파업을 며칠 더 하게되면 농장주들이 임금을 7센트까지 줄 것이라고 하지만, 농장주들이 파업 주동자들을 그냥 둘리가 없었다. 

케이시는 농장주들의 고용한 사설 경비원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그 현장을 목격한 톰도 그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다시 살인자가 된 탐은 도주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탐은 비교적 농민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캠프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게 되지만, 추적하는 경찰이 따라 붙자 결국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떠나게 된 탐은 처음 고향을 떠날 때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케이시의 행동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당면한 현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결코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노의 포도' 속 대공황기 농장주들의 탐욕을 지금 자본가들의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캠프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폭동을 일으키게 사주하고 빨갱이라고 몰아가는 장면도 그렇고, 파업을 봉쇄하기 위해서 주모자를 색출해 폭행을 가하고 끝내 죽음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데자뷰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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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대사도 대공황시절의 처참함을 잘 전해주고 있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매장할 때, 케이시가 '죽어서 안식을 찾게 된 사람에게는 기도하지 않고 대신 살아있지만 갈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말은 날카롭게 현실을 찔렀다.

거기에 대가족을 이끌면서도 지친 기색없이 묵묵이 가족을 챙기던 어머니 마저도 "가족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하는 대사는 경제 공황 앞에 마지막까지 서로를 지켜줘야 하는 가족마저도 그렇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가감없이 일러주고 있었다.

 

'분노의 포도'는 출옥한 탐 조드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에서 영화가 시작했다면 그가 쫓기는 입장이 돼 떠나는 장면을 멀리서 잡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 된다. 농민들을 비참하게 만든 현실을 깨닫게 됐지만, 살인자가 된 탐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이 작품은 1940년도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공황의 그늘이 채 가시기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대공황으로 인해 붕괴된 도시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상당히 많았지만 이렇게 피폐한 농민들을 정면으로 담은 작품은

처음 보니, 대공황의 거센 폭풍에 삶이 뿌리채 흔들린 건 농민들 또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분노의 포도'를 보면서 영화의 역할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됐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현실을 다루기 보다는 현실을 잊고 대리만족 시켜주는 당의정같은 영화가 주로 제작되는 가운데, 그래도 요즘 아픈 우리의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영화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우리가 IMF 시절을 담은 영화를 만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IMF를 고발하고 그 현실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포착할 수 있을까? '분노의 포도'를 보면서, 그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덧글: 번역이 안된 부분도 많았지만, 싱크로라고 하나, 자막하고 대사하고 맞지 않아서 보는데 많이

불편했다. DVD에서 부실한 번역이나 자막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인건지.. 

e****0 2013.04.14. 신고 공감 9 댓글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