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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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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나, 느림보, 2005.)은 어느 남정네의 일생이다. 삼거리 슈퍼나 삼거리 상점이 아닌 ‘삼거리 점방’에는, ‘남자의 일생’보다 ‘남정네의 일생’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은 무릎 아래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아서 두 손과 두 무릎으로 기어 다니는 ‘김붙들’이 입학하던 날부터, 미루나무처럼 훤칠한 아들과 박처럼 둥글둥글한 며느리와 토끼처럼 깡충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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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점방>(선안나, 느림보, 2005.)은 어느 남정네의 일생이다. 삼거리 슈퍼나 삼거리 상점이 아닌 ‘삼거리 점방’에는, ‘남자의 일생’보다 ‘남정네의 일생’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삼거리 점방>은 무릎 아래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아서 두 손과 두 무릎으로 기어 다니는 ‘김붙들’이 입학하던 날부터, 미루나무처럼 훤칠한 아들과 박처럼 둥글둥글한 며느리와 토끼처럼 깡충대기 좋아하는 손자 손녀를 둔 붙들 할아버지가 되어, 잔주름이 늘어도 고운 티를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아내와 삼거리 점방에서 살아가는 때까지 연대기 형식 이야기다. 붙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딨노? 큰 사람이 있으머 작은 사람도 있고, 기운 센 사람이 있으머 약한 사람도 있제. 그거맨치로, 걸어 댕기는 사람이 있으머 몬 걷는 사람도 있는 기라. 그래도 니는 걷지는 몬 해도, 마음대로 돌아댕길 수 안 있나.” (9쪽) 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위로 갓난쟁이 다섯을 잃고 겨우 하나 붙든 아들 ‘붙들’ 씨에게 그대로 물려져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외딴집에서 혼자 살게 된 붙들 씨가, 이제는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된 코찔찔이 동무 종태를 만나서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있으머 노래 몬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그거맨치로, 걸어 댕기는 사람이 있으머 기어 댕기는 사람도 있는 기라. 세상에는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불리 살아가는 기라.” (55-56쪽) 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삼거리 점방>에는 아기 때부터 장애를 가진 붙들 씨가 나오지만, <삼거리 점방>은 장애인 이야기가 아니다. <삼거리 점방>은 외롭고 고단한 삶을 어질고 질기게 살아낸 ‘한 남자’ 이야기다. 그리고 <삼거리 점방>에는 삼거리 주인 아지매, 외팔이 을수 아재, 만물 수리점 오복이 아저씨, 혜오 스님, 하잠리 이웃들 삶이 있다. ‘오래된 미래’(헬레자 노르베리-호지, 녹색평론사, 1996.)는 라다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미래는 <삼거리 점방>이 있는 ‘하잠리’에도 있다. 하잠리가 있는 이 땅, ‘대한민국’에도 있다.

[인상깊은구절]
인생에 기적은 드물고, 생활은 족쇄처럼 사람을 옭아맨다는 것을 붙들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 102쪽
d*****7 2005.08.1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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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인공인 줄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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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에는 왜 그리 몸도 마음도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러나 그이들은 몸이 불편하다고 하여 마음을 앓고 있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지 않았다. 외려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되어 그이들을 돌보았다. 그이들 또한 스스로를 함부로 낮추거나 어깃장을 놓아 드높이지 않았다. 깜냥껏 제 할 바를 다했고 마을 사람들은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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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에는 왜 그리 몸도 마음도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러나 그이들은 몸이 불편하다고 하여 마음을 앓고 있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지 않았다. 외려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되어 그이들을 돌보았다. 그이들 또한 스스로를 함부로 낮추거나 어깃장을 놓아 드높이지 않았다. 깜냥껏 제 할 바를 다했고 마을 사람들은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은 평화로웠고, 지금 생각하면 평화로운 작은 우주가 아니었나 싶다.   


선안나의 『삼거리 점방』은 작가가 고향 ‘땅에 바치는 작은 사랑의 노래’이다. ‘보물은 옛집 뒤뜰에 묻혀 있다는 것을’ 작가는 처음부터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툰 곡괭이질로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적지 않은 세월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묻어 두었다.’ 작가는 그 동안 ‘시간 여행도 웬만큼 하였고, 불과 얼음의 길도 웬만큼 지나왔다.’ 그러다가 ‘충분히 때가 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늦어 버려서도 안 되겠기에’(「작가의 말」) 비로소 캐낸 이야기이다. 그런 만큼 오랜 세월 곰삭은 따뜻함과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신산한 삶이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보통 걸어 다니지만 붙들이는 기어 다닌다. 무릎 아래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늘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별로 불편한 줄 모른다. 같이 사는 엄마도 마을 사람들도 크게 붙들이의 장애를 개의치 않는다. 읍내 중학교까지 졸업한 붙들이는 도장 기술, 재봉 기술, 목공 기술을 배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전자제품 수리 기술까지 배운다.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점점 쇠약해지는 어머니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 붙들이가 집안 살림을 맡아 돌본 지 삼 년쯤 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붙들이는 외로움을 잊으려 쉼 없이 일을 한다. 재 너머 암자에 사는 혜오 스님이 가끔 들르는 것을 빼면 붙들이는 늘 혼자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혜오 스님이 웬 여자를 힘겹게 들쳐 업고 붙들이를 찾아온 것이다. 골짜기에 혼자 쓰러져 있었다는 여자는 아기를 가져 배가 불러 있고, 온몸이 동태처럼 꽁꽁 얼어 있다. 한밤중에는 산모가 진통을 시작한다. 삼거리 할매 도움을 받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아기 엄마와 아기랑 셋이서 사는 세상은 무릉도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가슴이 자꾸 아려 숨을 쉴 수가 없다. 날이 풀리고 사방에 봄기운이 가득하면 아기와 엄마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이라머 안 되제. 올 때나 갈 때나 같은 마음이어야제. 내 생각을 알면 애기 엄마가 뭐라 카겠노. 처음부터 딴 맘이 있어서 그래 정성을 들있다꼬 생각 안 하겠나.’

붙들이는 개울가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그라머 안 되제. 내가 억지를 쓴다고 붙들 수 있는 사람들이가. 억지로 붙든다고 언제까지 머물겠나. 아무 소리도 말재이. 올 때같이, 갈 때도 그래 편하게 가게 하재이. 앞날이 저래 창창하고, 인물이 저래 고운데, 가고 싶은 대로 어데든 훨훨 날아가야제…….’(77쪽)


아기와 엄마가 떠나지만 붙들이는 기다린다. 삼거리 점방 할매가 하던 점방 으로 옮기게 되자 이전에 살던 집에 안내판을 붙인 뒤에 이사를 한다. 아기 요람도 흔들어 보고, 아기 엄마가 들여다보던 거울과 빗도 만져 보며, 함께 지내던 날들을 추억하며 지낸다. 기다림은 마침내 만남으로 이어져 셋은 한 가족이 된다. 아기를 살려 줄 사람이 붙들이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삼거리 점방에는 붙들 씨가 아내와 함께 산다. 휴일이면 미루나무처럼 훤칠한 아들이, 박처럼 둥글둥글한 아내와 토끼처럼 깡충대기 좋아하는 오누이를 데리고 찾아오기도 한다. 자신이 주인공인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0.10.1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