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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세상을 떠난 각 지역의 아이들이 마음편히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며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태초3)와 함께 ‘기적의 도서관’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공공건축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한 시대를 걱정했던 정기용 건축가의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가 타계 1주기를 기념해 2012년 개봉했다. 감독이 정기용 건축가의 사무실에 주 1회 방문하여 그의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기록하며 완성했다. 건축가 이전 사람 정기용의 모습과 육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었을테고, 건축으로 널리 이롭게하겠다는 건축학도들에겐 큰 가르침을 얻는 특강이었을 것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와 <말하는 건축가> 너무나 다른 작품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한 명의 영화감독이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같이그리는초상화처럼 (#플레인아카이브 출판)을 쓴 #정재은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상업영화를 제작하던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다니. 얼핏 생각하기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말하는 건축가>의 회고록인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을 읽다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둘 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의 스토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삶을 밀착취재해서 심지어 관객들에게 상영한다면 쉽게 동의 할 수 있는가? 정기용 건축가는 너무나 흔쾌히 동의했다. 그것을 보며 정재은 감독은 자기의 인생을 주인공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주인공의 삶을 살기를 바라고 그로인해 먼저 생각하고 앞서서 행동하는, 그리고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소명이 있는 사람은 망설이지 않는다.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세상앞에 서서 평소의 자신을 드러낸다. 평소에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소명으로 가기위해 맞춰놓았기에 달리질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카메라를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이 카메라에 서면서 주인공인 그는 물론 그의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조력자들도 수면위로 오르고, 영화감독이라면 응당 그러하듯 그들 사이에서 집중이 될만한 어떤 사건이 생기기를 바라게 된다. 상업영화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정재은 감독도 그런 부분에서 염증을 느껴 다큐멘터리 영화로 넘어왔지만(그의 첫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건축가>이다)쉽게 고쳐지지 않기도하고, 감독인 이상 고민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런 고뇌를 품으며 달려온 그의 다큐멘터리 감독 인생을 돌아보는 ‘인생 회고록’이 ‘말하는 건축가 회고록’이 되어버린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게다가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듯 언젠가는 자신의 처음을 떠올리게 마땅한 법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도, 작품도, 정기용 건축가를 돌아보며 그 시절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이 충돌한다. 별다른 깔롱(!)없이 덤덤하게 글만 적혀 있는 책이다. 건축과 영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는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내가 살아왔던 과거의 순간들이 이 책에 오버랩되어 눈앞에서 상영되는 기분이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 우리도 인생이라는 초상화를 완성해 나가려 애쓰고 있지만 그 그림은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다. 유명화가들이 혼자 그리는 자화상도 존재하지만 그 화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더라. 자화상에서 실험해본 것들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떠오른 것들이 담겨 그 화가의 대표작이 된다. 영화감독이 자신의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혼자 해답을 찾는 것 처럼 보이지만, 건축가의 말과 행동이 담긴 영화에서 그 둘이 함께 답을 찾았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에도 주위에는 누군가가 있는 법이다. 암흑 속에서 보지 못할뿐. 주위에 항상 조력자가 있음을, 단독 주연이 부담스러우면 공동 주연도 괜찮음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나도 나의 초상화를 잘 완성하고 싶다. 자기 삶에서 주인공이지만 기꺼이 내 삶에서 조력자가 되어주어주는 사람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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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여섯 개의 시선>, <태풍태양>의 극영화로 새로운 한국영화의 어떤 발견이었더, 정재은 감독이 돌연(?)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저의 일감은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불꺼진 극장에 앉아 물끄러미 스크린을 기다리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 아쉬움에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양, 조금은 상기된 마음으로 말이죠. 영화는 담담하지만 옹골찼고, 또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지만 그만큼 절제된 태도가 느껴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쉬움은 기대로 바뀌었고. “그동안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작품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p.8, 서문 中 그렇게 <말하는 건축가>에 담아내지 못하고 노트와 외장하드에 잊혀질 운명의 말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려고 나온 책이 바로 이 책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입니다. 아쉬움이 기대로 바뀐 그 극장의 어둠 속에서, 제가 느꼈던 태도의 이유가 어쩌면 이 책으로 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사유의 전개와 말하기와 글쓰기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과정은 마치 뇌라는 기계에서 실처럼 문장을 뽑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이 바로 원고지의 힘인가 싶었다. 그는 평생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써왔다고 했다.” -p.159 정재은 감독이 정기용 건축가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하는 것으로 말문이 트인 이 책은, 어떻게 그 거대한 성 같고 울창한 숲 같은 인간의 시간과 공간을, 생각과 말과 글을, 정기용이라는 주인공에 의미를 두고 이야기로 담아내는 2시간 여의 영화로 지어내는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 또박 기록해냅니다. 기록이 영화가 되고, 그 편집되고 절제된 태도들이 책이 되었구나 생각하노라니, 정말 힘이 쎈 것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힘이 쎈 그것들 말입니다. “건물은 사라져도 길은 남는다. 그래서 길은 역사다. 길이 건물만큼, 아니 건물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길은 풍경의 저장 창고다. 할아버지가 봤던 풍경을 아버지가 바라보고 나도 같이 동일한 풍경을 본다는 것은, 나 또한 길의 역사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길은 역사이며 그림일기다.” -p.205 건축가 정기용을 찍다가 영화감독 이재은에게 건축가가 거울이 되는 순간을 마주하고, 또 그렇게 말하는 ‘영화감독’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관계와 반응, 모방과 공감 그리고 연대에 이르는 어떤 흐름이 읽혔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인식도 포함해서. “나는 평소 영화감독이란 영화로 말을 해야지 결코 말이 많아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객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는 위로 받았다… 영화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 어쩌면 영화의 본질 역시 ‘말’인지도 모르겠다.” -p.217 책의 여기저기 흩어진 정기용 건축가의 말과 정재은 감독의 글을 이어서 읽어도, 따로 떼어 읽어도 그 담백하지만 깊은 생각의 힘을 느낄 만한 이 책은, 그래서 건축이나 영화와 전혀 무관하게 사람과 관계, 풍경과 지도, 순간과 인생을 만나고 싶은 이라면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무엇 하나 건져낼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기용 건축가를 읽어낸 관찰일지이자, 정재은 감독 스스로를 들여다본 내면일기이기도 한 이 책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의 초상화의 피사체는 그래서 정기용 일 수도, 정재은 일 수도 그걸 읽고 있는 독자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같이그리는초상화처럼 #정재은 #정기용 #플레인아카이브 #PlainAchive #말하는건축가 #다큐멘터리 #예술에세이 #고양이를부탁해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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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을 앓고 있는 정기용 건축가의 마지막 삶을 함께하면서 그가 건축한 무주 등나무 운동장, 추모의 집 등을 마치 눈 앞에서 보고 있는 듯 서술해 간다. 끊임없이 예술 창작에 대한 고통을 토로하며 예술가로서의 윤리의식 사이에서 고뇌한다. 예술을 사랑한다면, 특히 건축과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고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