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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꽃다지는 웬만한 사람이라면(꽃다지의 경우 80년대 후반 이후 대학을 다닌 사람들로 한정되겠지만)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가수들로 각각 90년대 중반 한국의 대중가요와 민중가요를 대표할만한 이들이다.
하지만 도대체 대중가요와 민중가요는 무엇이며 이러한 대중가요의 가수와 민중가요의 가수들 사이에는 어떠한 함의가 놓여 있을까? '대중문화시대 예술의 길찾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대중문화의 시대'에 각종 예술들이 어떻게 존재해 있고 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글들의 모음이다.
지은이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잇는 노래와 연극에 대한 평론들이 주를 이루는데, 특히 90년대 중반이후로 본격화된 민중예술(진보적 민족예술)의 대중문화계로의 진출이라는 경향에 대한 견해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대중문화가 부각되는 현상의 필연성과 지배문화이자 평민문화로서의 대중문화가 가지는 복잡한 성격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만 진보적 민족예술의 전망이 밝혀질 수 있다라는 저자의 생각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즉 대중문화와 민중문화의 관계를 무조건적인 이분법이 아닌 변증법적 관계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0년대 이 대중문화의 시대에 어떻게 이전의 민중문화론의 성과들을 계승, 발전시켜낼 것인가하는 문제에 접하면서 경박한 청산주의도, 고집스런 수구성도 아닌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진보적이라는 말에 동일시하면서 70년대와 80년대를 살아오다가, 힘들고 복잡한 90년대를 맞아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TM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수입된 이론과 이상적인 원칙이 빛을 발하던 80년대 후반에도 나는 내내 이런 기성품들을 신뢰할 수 없어서, 우리 현실과 역사를 바탕으로 자생적으로 정리해 낸, 빛나는 기성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게 초라한 나의 생각들을 붙잡고 끙끙거렸다. 그러한 나의 태도는 이 시대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고,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낸 생각이라 그런지 90년대의 변화된 상황에도 크게 그르지 않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지난 시기의 나의 그러한 태도가 경박한 청산주의나 자포자기, 고집스런 수구성을 그럭저럭 피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