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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왔을 때 무슨 책인가 확인은 하지 않았다. 예전에 동화 《비밀의 화원》(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을 보았는데, 그것처럼 동화인가 보다 생각했다. 이게 색칠하는 책이라는 걸 안 건 얼마 안 되었다. 어떤 분이 《나의 소녀》라는 책을 칠한 사진을 올려둔 것을 보고, 다른 책도 알게 되었다. 또한 요새 이런 색칠하는 책이 많이 나온다는 것도 알았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의 하나인가 싶다. 엽서를 사려고 해도 괜찮은 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엽서로 나와서 좋다. 아주 잘 칠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나하나 칠해서 언젠가 써야겠다. 이것은 엽서지만 책으로도 나왔다. 책은 더 크고 그림이 복잡할 것 같다. 그렇다고 엽서가 쉬운 건 아니다. 몇 장 칠해봤는데, 가장 처음 칠한 게 바로 위에 있는 거다. 처음에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르게 칠했다. 꽃 줄기를 처음에는 풀색으로 칠해야지 했는데, 실제 칠한 건 밤색이다. 칠할 때 줄기가 아닌 나뭇가지로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대로 칠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대로 칠하면 된다. 그게 더 마음 편하고 즐거울 테니까.
색칠하는 책을 보니 어렸을 때 이런 것을 하고 싶어했다는 게 생각났다. 그때 색칠하는 그림은 좀더 단순했다. 만화 같은 그림으로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색칠 많이 해보지 못했다. 그때 나한테는 색연필이 없었다. 크레파스는 누구나 사지만, 색연필은 누구나 사지 않는 것이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것보다 어쩌면 크레파스가 있어서 색연필을 사달라고 말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칠하면 겉이 끈적끈적하고 종이를 겹치면 종이에 색이 묻어나기도 한다. 색연필로 칠하면 겉이 매끈매끈하다. 몇해 전에 문구점에서 색연필을 보니 어렸을 때 갖고 싶어한 게 생각나서 샀다. 어렸을 때 본 건 돌리면 심이 나오는 거였는데 내가 산 건 연필처럼 깎는 거다. 하지만 그때 색연필로 할 게 없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려야 그림 그리고 색칠을 하지. 오랫동안 쓰지 않던 색연필을 이제야 쓰게 되었다. 쓰지 않던 걸 쓰게 됐으니 좋은 거구나. 색이 열두가지밖에 없는 건 아쉽지만, 열두가지에서 하나는 흰색이어서 이걸 빼면 열한가지다. 본래 잘 못하는 사람이 연장을 탓하는 거다. 잘하는 사람은 열한가지 색으로도 멋지게 색칠할지 모르겠다. 멋지지 않더라도 나 나름대로 색칠할까 한다.
이 ‘비밀의 정원’은 책과 엽서 두 가지가 나왔지만, 다른 것은 책만 나왔다. 엽서로 많이 나오면 좋을 텐데. 이걸 한다고 마음이 좋아질까. 하나 좋은 건 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거다. 머리가 복잡할 때 색칠하기에 집중하면 나아질 것 같다. 한번에 많이 하면 어깨가 아프니 하루에 조금만 하는 게 좋다. 첫날 여러 장 칠했더니 어깨가 좀 아팠다. 하다보면 끝까지 칠하고 싶다. 다 칠하면 아주 잘하지 못했다 해도 기분 좋다. 제목이 ‘비밀의 정원’이어서 그런지 꽃, 나비(곤충), 풀, 나무, 새와 같은 자연이 담겨있다. 그림으로라도 자연을 만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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