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때로 스스로가 얼마나 나약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 깨닫곤 한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병석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삶의 무게와 나약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중년의 직장인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하직원을 배신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치열하고 씁쓸한 현실 이야기. 하지만 술에 취한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불쌍한 시츄 강아지를 통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강아지를 통해 나약하고 이기적인 주인공이 조금은 따뜻하게 변하지 않을까를 기대했지만, 끝내 보여준 건 관계와 책임 앞에서의 자기 합리화와 야비한 선택뿐이다. 날아가버린 골프공, 해저드에 빠져버린 골프공에 비유된 단절된 관계와 무수히 많은 책임 속에 갇혀사는 현대인의 삶에 공감하면서도 읽는 내내 주인공의 행동에 불편함과 씁쓸함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압박 앞에서 나는 얼마나 다를 것인가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마지막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을 바라보며 느낀 공허함과 수치심은 어쩌면 그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긍정의 신호이길 바라는 기대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