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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미래를 향한 작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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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의 김정동 교수가 쓴 근대건축에 관한 또 하나의 저작물을 보면서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반가움이다. 부제를 '김정동 교수의 근대건축 견물록'이라고 붙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 나라 근대건축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모은 것이다. 일관된 계획 아래 쓰여진 글들이 아니라 분량이나 서술방식에서의 통일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김정동 특유의 발로 쓰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
"건축의 미래를 향한 작은 발걸음" 내용보기
목원대의 김정동 교수가 쓴 근대건축에 관한 또 하나의 저작물을 보면서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반가움이다. 부제를 '김정동 교수의 근대건축 견물록'이라고 붙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 나라 근대건축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모은 것이다. 일관된 계획 아래 쓰여진 글들이 아니라 분량이나 서술방식에서의 통일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김정동 특유의 발로 쓰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논자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근대건축의 시기 구분 문제에 대해서 김정동은 대체로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1876년에서 1965년까지로 보고 있다(본책 251페이지 참조). 이 책에 있는 10여 편의 글들은 동일한 서술체계에 입각해 한번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된 것이지만, 밑바탕에 깔려 있는 주제와 문제의식은 나름대로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밑바탕을 이루는 저자의 문제의식 중 첫째는 '사회 속의 건축'이고 둘째는 '건축 속의 근대사'이다. 누구나 아는 평범한 주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것을 건축 속에서 융해시켜 서술해 나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들을 목차에서 몇 가지 짚어보도록 보자. 20세기 우리 건축의 시대사, 여러 민족의 해후지 심양, 가톨릭 박해의 묏자리 해미읍성, 영국인 건축가 마샬이 서울 한복판에 세운 영국공사관, 우리 나라 최초의 신식무기 제조공장 번사창, 식민지시대의 산물 조선총독부 그 마지막 기록, 2대 포구 3대 시장의 신화를 간직한 강경포구…. 여러 가지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근대사가 제기하는 과제가 엄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며 또한 우리 사회가 부딪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복잡하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문제는―분량으로만 따지면 거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구조선총독부 철거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논쟁이다. 그러나 치열했던 논쟁에도 불구하고 건축적, 기술적 문제는 도외시된 채 철거는 진행됐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을 역사적으로 반추하면서 저자는 '정치사만 사(史)이고 건축사는 사(史)가 아니'라고 통한에 찬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우리가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모든 관점에 흔쾌히 동의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건축의 가치중립성을 이야기하면서 건축물이란 단지 모든 활동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주장하는 대목 같은 데서는 무비판적 테크노크라트의 서글픈 혐의를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건축의 역사에 대한 다양하고 활발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요즘, 김정동의 글과 다양한 자료 사진들을 보면서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우리 건축의 미래를 향한 작은 발걸음일 수는 있으리라.

[인상깊은구절]
철거론과 보존론의 출발은 다 같았으나, 흑백논리로 넘어가는 우를 우리는 범하게 되었다. 박물관 철거의 논쟁도 사실은 여기서 출발된 것이다. 철거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논조도 일제잔재 또는 민족정기,과거청산이란 말뿐이었고 건축물을 보존하려는 측도 말만 바꾼 정도의 수준이었다. 흘러간 우리 근대사의 궤적을 담고 있는 국립 중앙박물관이 총독부 건물이므로 철거되어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근대사를 지켜온 역사의 현장으로서 보존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k****9 2000.12.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