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서점에서 뒤적거리다 그냥 사버린 책이다. 정확히 제목대로, 베르사유와 거기에 관련되었던 인물들과 사건들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고 도판을 곁들인 책인데... 창해 ABC의 경우 도판을 곁들인단 말이 어색하기는 하다. 사진크기가 크고 해상도도 높고, 분량도 많으니까. 난 이런 류의 책들을 좋아해서 꽤 많이 가진 편인데, 이번 베르사유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냥 뒤적거려보고 전면을 채운 베르사유내부의 사진들때문에 산것이었는데, 책을 펼쳐보니 앙트와넷이나 뒤바리같은 인물들 이야기가 지루했고(이들에게 별 관심도 없는데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 정작 읽고 싶었던 베르사유궁 내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단 느낌이다. 잘 살피지 않고 산 내가 잘못이지만. 저자들이 인문학자들이라 궁궐자체에 대한 설명은 묘사와 기술이 대부분이다. 나는 베르사유궁의 건축물로서의 위상이나 건축학적인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정말 사진들은 볼만하다. 궁전 구석구석 주요 내실들을 깨끗한 화질로 큼직하게 담았고 그 화려함이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란! 현대에 와서야 예술이 자기나름의 권력을 갖고 으시댈 상황이지만, 몇백년전 유럽만해도 예술이란 권력의 비호없인 자랄 수도 없었다는 게 씁쓸하기도 하다. 이집트 피라미드나 이런 절대왕정 시절의 궁전이나... 현대적 가치론 악일 수 밖에 없는 권력집중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낸 거니까. 생각의 나래를 더 펼치면, 그 때문에 조선의 궁궐은 유럽의 그것에 비해 소규모인지도 모른다. 아시아 건축물의 차이를 생각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성과 비교해도 작으니까. 조선의 궁궐이 목조건물이기에 작았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만약 조선왕조가 절대권력을 가졌다면 중국의 석조건축양식을 금새 받아들여 뚝딱뚝딱 거대한 궁궐을 지었을 것이다. 조선왕조는 시작부터 왕권신권의 대립하에 생겼고, 세조같은 인물의 피비린내나는 찬탈과 신하들의 반정 등의 왕권의 흔들림은 왜란까지 지속되었으니까. 관계없는 것 같은 것들이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는 건 재미있다. 뭐 그렇다고 지금와서 조선왕조가 실제역사보다 더 백성위에 군림했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단지 당대에는 백성의 피눈물을 짜내 지어졌던 건축물이, 피눈물을 덜짜낸 건축물보다 아름답고 큰 건 사실이니까. 현재 베르사유궁을 보기위해 프랑스로 몰리는 관광객덕에 두둑하게 수입을 올리고 있을 프랑스인들을 떠올려보면, 참, 유적이란 선조들을 착취한 걸로 후손들이 배불리는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쓰다보니 삼천포로 빠졌는데, 별점은 셋 주겠다. 유럽인들의 왕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아시아인인 내게 너무 지루했다. 단 사진들은 최고다. 아직까지 베르사유궁궐 자체의 사진으로 이렇게 많고 자세하게 다룬 건 처음이다. |
| 내가 그 많은 문고판 중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베르사유에 대한 추억이 있어서 였다. 대학 2학년 때 인도를 여행하려던 친구와 나는 걸프전으로 인해 무산되고 그 해 여름 모아두었던 경비로 유럽을 향했다. 배낭여행이 막 붐을 타기 시작했던 그 때, 우리도 그 붐에 낀 것이였다. 여행이라고는 엠티와 수학여행 이외에 다녀본 적이 없는 한국의 두 서울 촌뜨기들이 여기저기를 방황하며 한달내내 고생만 하다가 파리에서 수학하던 친구를 만나 호화스럽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던 찰나에 우리는 베르사유를 방문했었다. 한달 내내 유럽의 각 고성들을 지겹게 봐온 우리들로선 베르사유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놀랍지도 않았다. (머 안목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내부를 구성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단지 오호~ 여기가 루이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가 살던 곳이군 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킬 뿐이였다. 우리는 슬금슬금 궁전 안으로 들어가 건물 뒷편에 있는 정원과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울의 방 맞은 편에 섰을 때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독일에서도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궁전, 이태리에서도 그런 궁전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다른 정원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 계단 앞에 서 있던 내 친구가 말했다. “얘들아 드레스 펼쳐라~!” 음하하하 정말 걸작인 말한마디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입지도 않은 드레스 자락을 잡은 것처럼 흉내내를 내며 호수가 보이는 정원쪽으로 계단을 내려가던 생각, 1시간 용 자전거를 빌려 숲의 오솔길를 다니며 왕족의 호화스러운 별장들을 보던 때가 생각이 난다. 결국 1시간을 오버하여 마지막에는 죽을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었다. 지금은 사진으로 남았던 젊은 시절의 한 때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보지 못했던 베르사유의 사연과 내부를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관련된 인물과 관련된 역사와 관련된 가구나 유물들을 정교하게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그 내부를 내가 배낭여행을 갔던 그 때 봤더라면 이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나는 그 때 외관만으로 봤던 베르사유를 기억해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그러나 항상 드는 생각은 이렇게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민중의 땀과 피가 희생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이 속에 정말 구토할 것만 같은 더러움이 묻어 있다고 생각이 든다. 화려한 무도회장인 거울의 방이나, 3년이상을 공을 들여 지은 부속 예배당. 이렇게 왕의 권위를 내세워 그들이 이룩한 것은 국가의 파산과 민중혁명이였다. 하지만, 역시 역사의 뒤안길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계층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 없을 수 없다. 마담 뒤바리(사생아에서 루이 15세 정부까지-거의 우리나라 정난정 수준이죠) 후작부인은 솔직히 <베르사유 장미="">라는 만화책에서 초반부에 나왔던 못된 아줌마였는데, 실제 인물이고, 실제로 루이 15세의 정부였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그 만화책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는 실제로도 참 아름다운 왕비였다. 그녀의 초상화는 지금도 절대 빠지지 않을 인물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너무나 활기찬 성격 때문에 결국 시대에 뜻을 굽히지 않고 민중을 꺽으려다가 단두대에 선 비운의 왕족이였다.. 한 때 권력의 상징이며, 권력의 중심점이였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와 박물관이 되어버린 베르사유. 프랑스로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 흘깃 쳐다봐 줄 곳.베르사유> |
| 창해 ABC북 시리즈를 여러 권 구매했다. 이제까지는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를 주로 봐왔기 때문에 창해 ABC북을 사는 것은 처음이었다. 확실히 창해 쪽 판형이 길쭉하고 커서 그림, 사진이 시원시원하고 글 읽기도 수월하다. 내용에 따라 서술한 것이 아니라 개연성과 관계없이 주요단어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해놓은 것이 익숙지 않아 처음엔 다소 당황스러웠다. 느긋하게 일독하기엔 시공 쪽이 낫고, 편집에 익숙해지면 그때 그때 궁금한 분야을 찾아보기에 창해 쪽이 더 편리하다. 어쨌든 베르사유에 대한 항목은 시공 쪽에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프랑스에 관련된 책은 프랑스 책을 번역한 창해 ABC북 쪽이 훨씬 나으리란 생각에 이 책을 골랐다. 이 정도로 베르사유의 가구나 그림, 방에 대한 사진자료가 풍부한 책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베르사유 궁과 이 곳과 관계된 인물에 대한 설명,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비현실적이리만치 화려한 베르사유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베르사유로 여행가기 전 사전정보 획득 차원에서 구매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책 양쪽 날개를 펴면 베르사유의 평면도가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
| 베르사이유는 시대를 거슬러 가장 강력한 왕권이 존재했던 왕조의 궁전이다. 지금이야 프랑스, 시민들의 친근한 데이트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는 궁전이지만. 눈에 보이는 조형물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민중의 피땀으로 지어진 궁전이기도하다.한편으로 그런 16,7세기프랑스의 정신 문화를 주도한 궁전인것이다. 저자는 궁전의 건축물을 서술하면서 궁전건물마다 각 방에 새겨진 수많은 문양, 분수에 새겨진 글귀에 이르기까지 절대주의적인 왕권의 뜻과 상징이 깃들이지 않은 곳이 없음을 지적한다. 궁전이란 그만큼 이념과 상징투성이 공간인 동시에 왕을 비롯한 왕과 귀족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 이 책은 베르사이유의 정문부터 왕의 침전을 거쳐 훑어 보며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짚는다. 멋있기야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도 화장실하나 없는 궁이 우습지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