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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신 독락당님이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도서관에 비치희망도서로 신청을 했다. 신간도서는 사지 않고 빌려보는 원칙도 있지만 그간 블로그 애독자로서 이미 읽은 내용이기도 하다. 책을 찾아와 보니 십진분류표로는 220 종교, 불교 범주에 들어있다. 책으로 읽으니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읽던 것과 묘하게 달랐다. 사진이 없어서 그런지 단어 하나하나 천천히 집중하며 읽어졌고 이전에 스쳐 지나간 어떤 문장들이 가슴에 꽂히듯 들어앉는 경험을 했다. "인생을 찰싹 때리는 듯한 감촉"이란 표현 그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정신이 번쩍 드는 문장들을 곳곳에서 만났다. 또 읽어보지 못하고 놓친 새로운 글도 보인다. 책에 인용한 시와 말씀들은 심원 방대할지라도 그것을 쉬운 말로 옆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하다. 삶의 본질을 말하면서도 평이한 언어를 사용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인 것 같다. 그래서 나처럼 무딘 사람도 빙긋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책 전체를 다 읽은 후에는 보라색으로 인쇄된 인용문들만 다시 읽었다. 상당한 분량이고 그것만으로도 고금은 물론 동서양을 아우르는 정신의 보물창고를 열어본 것 같다. 괴테의 '나그네의 밤 노래 2'를 인용하고 나서 "괴테는 키켈한산 정상에서 자신의 조그맣고 사적인 자아를 쉬게 해주는 더 큰 자아가 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시는 평범한 말속에 무한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자연의 정신 혹은 우주의 정신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나는 이런 방식에 믿음이 간다. 나같은 사람에게도 안심하고 책을 펼치고 함께 읽자고 권하는 것 같다. 뜻이 짐작되지 않는 어려운 단어나 멋지기만 하고 이해 안되는 표현 없이, 일상 언어로 평범하게 전달되는 청정한 뜻이 오히려 귀한 세상이다.
부제가 '참나를 만나는 걷기 명상'인데 책 안에서 내가 갔던 곳, 걸었던 길도 많이 있다. 나는 무심히 걸었을 뿐인 그 길에서 이렇게 많은 문장들을 연결시키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파문을 글로 엮어내는 능력은 두터운 사유와 독서와 궁리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이 크다. 평소에도 나보다 앞서 노년의 길에 들어선 선배 선생님으로,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나이 들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분이시다. 그런 분의 책을 읽고 이런 후기를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참나를 만나본 적도 없고, 시인도 작가도 불교신자도 아니고, 그저 독서를 즐기는 초보 노인의 감상이 귀한 책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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