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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라는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게 된건, 창비라디오책다방에서다. 그녀가 여기에 출연하여 자신이 독일로 간 이유에 대해 말했다. 별거 없는 이유지만 대단한 행동력이다. 베를린에 머물고 싶었고 머물다보니 독일어로 된 책을 읽고 싶어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다가 이제는 독일문학을 번역하여 우리 나라에 소개하고 있다. 작가 배수아에서 번역가 배수아로, 변신~완료.
예술가에 대한 편견으로 보일라나, 암튼 확실히 평균치와는 다른 사람들이 예술가쪽에 많다. 예술가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가 자유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자유에 대한 온도는 일반 사람들의 평균치보다 높다. 자유 위에 창작이 움튼다. 그것이 예술로 승화된다. 이 책과 상관없는 서설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려다보니 거창한 '자유'씩이나 들먹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라.누구나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 보냈다는 말로 이해할 것 같은데. 해석의 결론은 살짝 다를 수 있다. 남자와 일주일을 보냈다는 것은 공통의 해석일테고 '잠자는' 남자에 대한 해석이 여러 갈래일 것 같다. 잠만 자는 남자란 말인지, 자기가 아는 남자들 중 함께 밤을 보내는 남자란 얘긴지. 제목에 대해 그나마 선명해지게 해줄 부분을 여기에 옮겨보겠다. 발췌한 부분을 읽고 '잠자는 남자'에 대한 배수아의 정의를 정리하시라.
발췌한 부분을 읽다보면 이 책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감지될 것이다. 딴 세상을 사는 사람들 같은 의식과 행동을 보인다. 연인도 아닌데 같이 여행을 다니다니. 한 방을 쓰고 한 사람은 유럽에서, 한 사람은 한국에서 날아가 세계의 어느 도시에서 만나 몇날 며칠을 함께 여행하는 관계. 우리에겐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잣대로 재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엄격함에 길들여져있는 것인지, 본래 성향이 그러한 것인지. 나는 저들의 여행방식에 흥미를 느낄 뿐,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하며 책을 덮진 않는다. 나에게 내재된 이해력이 상당히 폭이 넓다는 것을 가끔 확인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나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란다. 나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선 안되지'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단순히 개방적 사고를 가졌다고 해석할 게 아닌 것 같았다. 본래의 성향이 그랬던 것인데 그 성향이 후천적 환경, 즉 양육과 교육에 의해 억압된 것 같다. 나는 배수아와 잠자는 남자의 관계가 아무렇지 않다. 그렇게 책을 읽어갔다. 이 책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예술성 짙은, 심연을 더듬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한 책이다.
잠자는 남자가 자신이 자는 모습을 무성영화로 찍고 싶어해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흑백의 무성영화 같은 무채색 에세이다. 여행서 같기도 하고 예술서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하고, 넋두리 같기도 한. 하지만 문장들에 박힌 이면의 심오함 그리고 깊이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있는 척 하는 책이라며 이런 책을 미워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어둡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문체가 매력적이다. 밤의 글이다. 회색빛이 감도는 여행 에세이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사적인 일기 같은 글이다. 배수아를 아주 조금, 알게 된다. 이 책에 가득 들어있는 흑백 사진들은 저기가 현실 세계인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그녀의 글까지 뒤섞이며 독자인 나도 이 책 속에 빨려들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한 선명성이 무너진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작년에 읽은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읽은 뒤 정말 좋아서 가쎄 출판사의 [일주일을] 시리즈를 다 사버렸는데 그 중 하나다. 이제 [파리에서 일주일을]만 읽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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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필름에 담고자 애쓰는 독일 영화감독과 엘에이에서 함께 보낸 일주일간의 여행기록-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순수한 잠'을 촬영한다는 것이 특별한 발상이다 싶었다.
이 책의 목차들을 보면 자유로우면서도 다정다감하고, 경쾌하면서도 즐거운, 그리고 젊고 일상적인 여행을 상상할 수 있었다. --LA 공항에서...선셋 대로...지진...여행지의 아침식사...모하비 사막에서....나무딸기 잼...황금색 드레스...--등등의 제목들이 나도 함께 가고싶다는 설레임을 준다. 그러나 이 여행은 특별한 여행이다.
-자는 남자와 나는 최근 5,6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촬영여행을 떠나곤 한다. - 이렇게 잠자는 남자와 저자는 한국과 베를린에서 출발하여 LA에서 만나고 함께 글을 쓰고, 촬영을 하는 등 함께 또는 각자 작업을 한다. 여행을 몹시 좋아하거나,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한다거나, 우리가 일상적인 여행에서 그려보게 되는 그런 장면들은 없다.
이 특별한 여행에 독자로서 동행하는 내내 어떤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철저한 자유로움에 부럽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들, 불안과 재미의 공존, 생각하고 느끼고 기록하는 솔직함과 재능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이 여행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읽어나가는 도중에는 '이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인거같아..잠자는 남자는 가공의 인물이고....'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돈이 되기도 했었다. 이 사진들이 컬러의 사랑스러움이 함께 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이 최상이라고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나는 편리하고 쾌적한 호텔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편리하고 쾌적해서가 아니라, 고급 호텔이란 장소는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게 규격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장소에서 이야기는 스스로 성장할 힘을 잃는지도 모른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다.
한번 읽기 시작한 후 끝까지 놓지 못할 만큼 흡인력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렸을때 동경했던 실존주의의 작가들, 특히 시몬느 드 보봐르나 사르트르가 내내 떠오르기도 했다. 언젠가 LA를 가게 된다면 이 여행기가 선명하게 떠오를것 같다.
가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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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는 잠자는 남자로부터 다가올 봄에 LA에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는다. 잠자는 남자는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 영화를 찍는 독일 영화감독(베르너 프리치)이고, 극중 화자인 나(배수아)는 그의 촬영을 돕는다. 그들은 6년 전부터 그렇게 종종 촬영여행을 떠나곤 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들은 지난밤 꿈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비밀과 기억에 대해 말하곤 한다. 이 작품은 배수아 작가가 '잠'을 필름에 담고자 하는 그와 LA에서 함께 보낸 일주일간의 매혹적인 여행 에세이이다. 화자인 '나'가 여행길에서 읽고 있는 조르주 페렉의 소설 <잠자는 남자>의 페이지가 종종 펼쳐지는 이 여행기는 뭐랄까,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고혹적이다. 여행에 관한 숱한 글을 읽었었지만, 이토록 황홀한 여행기는 난생 처음이다. 페이지 곳곳에 '잠자는 남자'와 '나'가 실제로 촬영한 이미지 컷들이 실려 있어 글로 묘사된 것들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건 잠자는 남자의 여행법과 배수아 작가의 여행에 대한 의미였다. 잠자는 남자의 여행법은 이렇다.
드림 호텔에 도착한 첫날, 늘 그렇듯이 잠자는 남자는 제일 먼저 여행 가방에서 책들을 꺼낸다. 그리고 집에서의 습관 그대로 책들을 각각의 장소에 배치한다.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는 잠들기 전에 읽을 책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직 후 아침 햇살 속에서 가장 먼저 펼쳐 들 하루의 첫 책들을 골라 놓는다. 욕조 곁에도 한 두 권의 책이 있다. 목욕하면서 읽을 책들이다
그렇게 소파 테이블에도, 거실과 주방을 연결하는 카운터에도, 호텔 객실의 모든 공간에 책들이 놓여진다. 그는 심지어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이불 속으로 데리고 오듯이 책들을 이불 속으로 데리고 들어온다고. 그렇게 잠자는 남자는 그 모든 책들을 여행길에 늘 들고 다니는데, 정.말. 부러웠다. 사실 나도 배수아 작가처럼 여행 가방을 쌀 때는 최소한의 것들만 가져가려고 한다. 뭔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법으로, 갈 때는 가볍게 올 때는 무겁게. 가 컨셉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여행 전날 밤늦게까지 고민하는 것은 바로 무슨 책을 가져갈까 하는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새 책을 가져가자니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비행시간이 지루해진다는 단점이 있고, 이미 읽었던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가자니 두께가 만만치가 않아 무거울 것 같고 말이다. 그러다 결국 종이 책을 포기하고 이북을 가득 다운로드 받아서 아이패드를 가져갔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책을 가져가는 것은 친구, 가족 이상의 위안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잠자는 남자가 책을 잔뜩 가져가서 객실 이곳 저곳에 책을 놓아두는 것이 백 퍼센트 공감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무게 때문에 현실에서 따라 해보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배수아 작가에게 여행이란 이런 의미이다. 여행자가 길 위에 있듯이, 내 삶은 내가 쓰는 글 위에 있어요. 종종 여행지에서 나는 내 글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미래를 예감하곤 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하나의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한두 개의, 특정 장소와 관련된 어휘를 떠올리기 위해서 장소를 옮겨 다닐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나라에서 어떤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단어는 다른 곳에 있었다면 아마도 떠올리지 않았을 단어이니까.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무심하게 관찰한 것들, 샀던 물건들, 들었던 소리들, 냄새들이 자신의 무의식 저 깊은 곳에서 그 장소와 관련하여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어쩌면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각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아지고, 사고가 예민해지고, 또렷해져서 가능한 많은 것들을 눈 속에 담고,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가슴으로 느끼려고 하는 그 순간들 말이다. 그곳이 아니면 절대 느끼지 못할 감각 혹시 밤중에 우연히 잠에서 깨어난다면, 그때 카메라로 내 잠을 찍어 줄 수 있겠어? 나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완전한 잠이어야 해. 잠든 척하고 있거나, 잠에서 깨어나 버리는 순간이 없는 순수한 잠을 촬영하고 싶어. 잠자는 남자는 자기 자신의 잠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그녀에게 촬영여행을 떠나 이렇게 말한다. 우연히 잠에서 깨면 카메라로 자신의 잠을 찍어 달라고. 그러나 그녀는 아직 한 번도 잠자는 남자의 잠을 촬영하지 못했다. 그녀가 잠에서 깨었는데, 그가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탓이다. 그의 잠은 매우 희박하고 불완전해서, 그녀가 몸을 일으킬 때 침대의 미세한 흔들림이나, 화장실로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쉽게 깨어나 버리곤 했다. 언젠가 그가 순수한 잠을 촬영할 수 있을지 아직 그려지지 않은 그들의 앞으로의 여행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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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와 작가이자 사진가이며 영화연출가이기도 한 잠자는 남자와 함께 LA촬영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목은 그와 함께 한 일주일이지만 책의 내용은 그 이상의 많은 이야기들, 그를 만나기전 그리고 그를 만나는 동안에 세계 곳곳에 머물렀던 이야기들까지 담겨져 있다. 글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나릇나릇 해 마치 늦은 오후 고양이의 낮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라는 책을 가지고 떠난 저자는 종종 그의 책의 부분을 언급하며 함께 여행중인 잠자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LA여행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저자를 중국인으로 착각한 혹은 누구라도 상관없었을 친절을 베풀어 무려 20달러를 아무런 이유없이 받게 된다.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를 하기전 작가와 잠자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그녀가 그와 함께 떠났던 여행지만 헤아려도 꽤 여러곳인데 정작 그녀는 여행을 좋아한다거나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한다. 심지어 그녀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느낀다기 보다 글을 쓰다보면 그 이야기의 일부가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 존재에 그것을 그곳에서 찾아낼 뿐이라고 말한다. 잠자는 남자는 그야말로 잠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매번 저자에게 자신이 진짜 잠에 빠져있을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저자는 매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두사람의 관계를 방해하지는 못한다. 두사람은 매번 새로운 여행지에서 계획없이 만나고 잠자는 남자의 주도아래 사진을 찍을 뿐이다. 이런 그를 저자는 9년동안 사귄 애인보다 오히려 더 자신의 글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독자의 입장은 그녀의 애인을 잘 모르기에 어떻게 느껴진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서로의 작업을 존중하고 장소의 불편함보다 서로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게으른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실제인지 혹은 그녀가 쓰는 또 하나의 픽션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잠자는 남자는 분명 존재하고 그와 그녀가 담긴 사진도 존재하는데 책에 깊이 빠져들어갈수록 그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내가 경험했거나 혹은 경험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책에 담긴 사진들은 모두 흑백으로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다양한 일들과 말들이 쏟아지는데 사진들은 한결같이 침묵과 어두움 뿐이다. 그곳에 함께 존재하는 듯도 싶은 착각속에 이야기는 어느새 끝나버린다. 잠자는 남자와 동행했던 이가 저자가 아닌 나인듯도 싶다. 그런 몽롱한 기운과 초반에 느꼈던 나른함이 끝까지 함께 하는 진정한 휴식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여러번 읽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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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음에도 주변을 둘러 볼때가 있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이 몇시지?'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혹은 큰 미동도 없이 찰나의 순간이 있다.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 그것은 소설을 쓰기 위한 시간이 아닌 오로지 여행길에 오른 그녀만의 시간이였다. 그 시간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 다는것에 놀랐다. 긴박하다거나 무슨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잠자는 남자와 그녀의 이야기는 별 다를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쓰면 달라진다. 두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약간의 호기심도 생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잠자는 남자'와 그리고 '그녀' 였다.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면 피로가 몰려온다. 두사람도 숙소를 미리 예약했지만 무슨 착오가 생겼는지 이리갔다 저리갔다 발품만 팔게 된다. 그런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지만 숙소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게 되면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게 된다. 다행히 숙소에서 짐을 풀고 겉모습은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예약한 방이 무지막지하게 컸다. 다만 예전에는 멋지기까지 했을 숙소였겠지만 지금은 간신히 현행유지에 힘쓰고 있어 보였다. 아침으로 나오는 빵은 자리가 잘 바뀌지 않는 다는 이야기에 살짝 놀랐다. 먹는게 아니고 장식품이였단 말인가. 사람은 위대한게 먹고 바로는 어떻게 되지 않는다. 실은 사람들이 위생검사를 할때면 대장균 수의 수치보다도 그것을 먹고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고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놀랄따름이였다. 사람이 제일 독하다.
읽으면서 별 이야기는 없었던 것도 같고 잠자는 남자의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바라본 풍경은 그곳에서 내가 바라본 풍경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았다. 나란 사람은 여행이란 것은 막연하게 불편하다. 숙소도, 알지도 못하는 거리를 걸으면서 '저 건축물 멋지지 않아?"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다만 언어와 생김새가 좀 다를뿐이라는 그런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별로 없어서인지 재미가 없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별것도 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였다. 여행가서 오락할꺼면 왜 가냐 하면서 진짜 할것이 없어서 오락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흠칫 놀랐다.
어느 곳으로 떠나든지 두사람이라면 뭔가 다른 세상이 나올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밋밋하고 재미없고 심심한 세상이 아닌, 회색벽도 뭔가 조금은 달라 보일꺼라는 기분이다.
<책은 가쎄출판사에 의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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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은]은 가쎄 출판사에서 기획한 일주일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배수아 작가분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작가분들의 다른 제목의 일주일 시리즈도 만나 볼 수 있다. 배수아님의 '바람인형'은 나에게 큰 영향력을 준 책으로 첫사랑의 기억처럼 아리면서 설레는 작품이다. 그런 분의 책이 나왔다니 당연 읽어보고 싶었다.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은 여행 에세이다 작가의 일기장 같은 책이다. 조르주 페렉은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잠자는 남자의 모티브를 빌려와서 (이 책은 아직 못 읽어봤지만) 작가 고유의 독특한 여행 체험기를 들려준다. 조르주 페렉은 실험적인 작가 라로 알고 있다.
한 편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고, 작가가 소설을 읽어주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자극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작가가 좀 잘난 척 하는 듯도 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 같아서 모호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그 모호함과 사색의 향기가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렇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책도 참 드물다. 다소 실험적이고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듯해서 괜히 뜨끔한 기분도 들었다. 배수아 작가는 철저하게 독자를 따라오게끔 만든다. 진짜 하고싶은 말이 무엇일까... 궁금증도 유발하고 실제인지 작가의 상상인지의 경계도 애매하다. 은유적이 표현이 매력적이고 묘한 느낌으로 책을 덮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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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 배수아, Werner Fritsch 사진 /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 / gasse 가쎄 / 249쪽 / 2014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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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해준 사람은 문장을 읽어나가면 마치 환각제처럼 이미지들이 다가와 뽕맞은 기분이 된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뽕을 맞아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는 짐작이 간다. 실제로 뽕을 해볼 방법도 생각도 없기 때문에 결코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배수아라는 작가를 정확하게 알려면 역시 그간의 행적이나 써온 작품들을 읽어야 하리라. 그러면 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쉬워지겠지. 아쉽게도 선호할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이 책을 이해하는 방법도 역시 그러하다. 잠자는 남자라고 이름 붙여진 여행의 동반자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면 베르너 프리치라는 이 사람을 잠자는 남자로 명명하게 된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라는 소설도 읽어야 하리라. (물론 베르너 프리치의 책이나 영화도 보면 더 좋겠고..) 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대로 딱딱하고 문장이 분절되고 읽고나서도 한참 생각을 해야 하는 잠자는 남자를 기꺼이 읽어낼 마음은 들지 않는다. 먹다가 체할만큼 멋을 잔뜩 부린 만한전석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지.. 딱딱하게 굳어 썰어도 잘 썰리지 않는 독일식 흑빵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일주일을.. 시리즈의 한 꼭지로 출간된 이 책은 배수아라는 이름값에 기대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행 에세이이면서 사소설 같기도 하고 끄적거린 일기장 같기도 하면서 추상미술을 다룬 개념서나 사진집 같기도 하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모호하거나 의도적으로 생략되어 있는 느낌이고 여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듯 아무것도 보지않고 듣지않고 욕망하지 않는 공간에서 오로지 자신의 감각과 생각과 관념으로 파고든다. 신선하기도 하지만 읽어내는 입장에서는 피곤하기도 하다. 기껏해야 찾아가는 여행지가 데쓰밸리인데 거기 가서도 주변을 쳐다보지는 않고 자신의 내면을 읽어내려간다. 무슨 약을 했길래 이런 글이 나오냐??고 물어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호불호를 놓고 투표를 했을때 정확하게 호불호 동수가 나왔더랬다. 어쩌면 불호가 과반수일거라고 생각한것은 역시 나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배수아라는 예술가의 작품이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일까? 수수께끼다. 등장하는 도판은 저화질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 모호함과 이미지의 다의성때문에 좋아하는 사람 역시 있었다. 나도 그중 하나. 글은 몰라도 사진은 정말 좋았다. 그건 역시 배수아라는 작가보다 베르너 프리치라는 예술가가 내 취향이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구나. 이미지를 보는내내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