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드거 앨런 포는 탐정소설의 창시자로 통한다. 평소에도 두뇌게임, 퍼즐, 암호문 해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작품속에서도 이를 활용해 인간 심리의 깊은 통찰을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돕는다. 사람의 심리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있기에 추리, 탐정 소설의 완벽함을 전해준다. 을유세계문학전집의 143번째 도서는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다. 책에는 총 1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내가 읽은 작품은 4편 정도라 이번 기회에 새로운 단편들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에드거 앨런 포의 어린시절은 불우했고 양부모의 영향으로 그나마 사랑을 받고 자랐으나 성인이 된 이후 도박, 음주 등 방탕한 생활로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 마흔이라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있지만 『고자질하는 심장』이라는 단편은 지나치게 예민한 주인공이 그저 노인의 눈빛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살해한다. 한 마디로 어쩔수가 없었다!는 자기합리화로 노인을 죽인 동기를 찾고 노인의 눈빛에 혐오와 사랑을 동시에 보고있는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다. 7일간 살인을 계획하며 극도의 조심성과 치밀함을 보이고 8일째 실천에 옮긴다.
완전 범죄인줄 알았겠지만 경찰이 온 후 죽은 노인의 심장소리가 서서히 그를 압박해온다. 포는 인간이 통제할수 없고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불안을 글로 나타낸다. 총 13편의 단편 속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분석을 통한 그의 소설은 인간심리의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을 탐구하며 철학적 깊이 또한 담고 있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은 경찰과 뒤팽의 숨막히는 추리대결을 읽을 수 있다. 살인사건에서 관습적인 경찰의 수사방식은 난제를 불러오고 뒤팽은 사건현장에서 경찰이 놓쳐버린 사건의 세부사항을 포착한다. 뒤팽의 창의력은 항상 경찰을 앞서고 이러한 작품의 구상은 훗날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표본이 될 정도로 문제해결방식에서 놀라운 창의력을 보여준다. 인간내면의 어둡고 복잡한 심리적 상황과 무의식, 억압된 매커니즘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포의 소설은 인간이 가지는 복잡성과 모순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독창성을 드러낸다. 총 13편의 소설을 읽는 동안 에드거 앨런 포가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이성과 공상 속에서 고군분투했을지 놀랍기만했다. 포의 소설은 질질 끌며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나가기보다 의미있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소재들로 다루어져 더 친근감이 있다. 더위는 가버렸지만 포의 소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서 스릴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을 읽으면서 추리소설과 심리학이 관련이 깊다는 점이 와닿았다. 범인은 왜 그랬을까, 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생각하려면 결국 그 사람의 심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옮긴이 조애리의 해설을 보면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은 자크 라캉의 상상계∙상징계∙실재계를 연관지어 설명한다. "라캉은 아동의 심리적 발달 과정을 상상계에서 상징계로의 이동으로 본다. 상상계에서 아동은 어머니와의 합일에서 오는 주이상스를 누린다. 이 원초적 주이상스는 절대적 충만감을 준다. 반면 상징계는 대타자(the Other)의 영역으로, 주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던 법과 언어와 사회적 질서를 의미한다. 아이가 상징계에 진입한다는 것은 무의식 속에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한다는 뜻이다. 특히 아버지의 이름(Name of Father)인 아버지의 법을 따른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주체에게 상징계 안에서의 위치를 정해 준다. 프랑스어로 이름(nom)은 아니요(non)와 발음이 같고, 이때 아버지의 '아니요'는 주이상스의 금지를 뜻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보이듯이 거세의 위협을 받은 아동은 주이상스를 포기함으로써 상징계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상징적 거세'를 당한 주체는 주이상스를 금지당하고 상징계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서 받아들인다. 라캉식 표현으로, 주체의 욕망은 곧 대타자(=상징계)의 욕망이다. 즉 주체 $는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대타자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게 된다. 그러나 상징계는 완벽하지 않다. 여기에 또 하나의 심리적 영역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실재다. 실재는 상징적 질서에 포착될 수 없는 영역으로 상징화에 저항하는 불가능한 핵심이고 후기 라캉의 심리 분석에서는 실재가 점점 더 핵심적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상징계가 완전히 포괄할 수 없는 잔여, 틈, 구멍인 실재는 주체에게 트라우마로 경험된다. 라캉에게 현실은 상상계를 떠나 상징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단선적인 것이 아니고 상상계, 상징계, 실재라는 세 영역이 얽혀 있는 보로메오 매듭이다." 포의 짧고 강렬한 단편선들을 읽고 나서 책에 함께 수록된 라캉의 상상계∙상징계∙실재계로 해석한 해설을 보며 작품을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추리소설과 심리학에 관심있고 밀도있는 단편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집 그리고 ‘고자질하는 심장’에서 스스로 만든 공포가 끝내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읽으며 숨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성, 심연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는지.. 단편 소설 하나하나 오싹하고 기괴했다. 불안과 광기, 집착 등 인간의 내면을 끝없이 파고드는 이야기들.. 현실과 환상, 이성과 광기 사이의 경계가 흔들리는 장면들...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장르의 소설들이 모인 단편집. 잘 읽었습니다. @eulyoo 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압도적일 만큼 크고 음영이 짙은 회화를 본 느낌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왜 미국 문학의 기반을 다진 작가로 회자되는지 단편선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러 단편 들 중 어느 한 작품도 존재감이 기우는 작품이 없었고, 독특하고 음울한 서사는 책에서 한시도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환상을 보듯 깊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생매장, 암호, 분노, 격렬하게 솟아나는 폭력적인 욕망. 단편들을 읽다 보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대부분 일반 사람이 느끼기 어려운 핏빛으로 점철되는 어긋나고도 충격적인 감정들이다. 이런 생소하고도 낯선 인물들의 감정선에 매료되는 동시에 혐오감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능력에 그저 연신 감탄만 하게 되었다. 여러 단편 중 강한 여운을 주는 작품은 ‘어셔가의 몰락’과 ‘검은 고양이’이다. 아직도 나는 그 고요한 호수의 무겁고 소름 돋는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 실제로 이 인근에만 있는 독특한 공기가 그 집 건물과 대지 주위를 감싸고 있음을 믿게 되었다. 천상의 공기가 아니라 죽은 나무와 회색 벽과 고요한 호수에서 솟아나는 증기, 전염병을 일으킬 것 같고, 거의 보이지 않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납빛을 띤 알 수 없는 무거운 증기였다. | p56 🏷️ 어떻게 아름다움으로부터 불쾌한 것이 나오는 걸까? 어떻게 평화의 언약으로부터 슬픔의 비유를 이끌어 낼까? 그러나 윤리학에서 악이 선의 결과듯이, 사실 슬픔은 기쁨에서 태어난다. 과거의 행복에 대한 기억이 오늘의 고뇌가 되기도 하고 현재의 고뇌과 과거에 누릴 수 있었떤 황홀경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 p137 ☺︎ 을유문화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_서평단 |
|
│ 본 서평은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도둑맞은 편지 】 │ 지나친 예리함만큼 지혜에 해로운 것은 없다. ─ 세네카 18XX년 가을 돌풍이 불던 어느 날. 탐정 오귀스트 뒤팽에게 어려운 문제, 하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일이자 너무 특이한 일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파리 경찰청장 G가 찾아온다. 궁전에서 아주 중요한 특정 문서를 도둑맞았다는 것. 그 문서를 훔친 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는 것.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어떤 영역에서 아주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는 그 문서로 도둑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편지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 G가 가진 문제였다. 뒤팽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했을까? 【 검은 고양이 】 │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믿어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고 믿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겠다. 내일이면 나는 죽을 것이고, 오늘 내 영혼의 짐을 덜고자 한다. 내 당면한 목적은 집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을 평이하고 간결하게, 어떤 평도 덧붙이지 않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순하고 인정 많기로 유명했던 한 남자. 그는 지나치게 다정해서 친구들이 놀릴 정도였고, 동물을 특히나 좋아해서 부모님이 그가 원하는 다양한 동물을 모두 구해줄 정도였다. 성인이 되어 일찍 결혼한 그는 아내 역시 그에게 애완동물들을 구해다 주었는데, 여러 애완동물 들 중에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도 있었다. 하지만 술이라는 악마 때문에, 내 기질과 성격이 변해 나는 전반적으로 아주 난폭해졌고, 그 폭력은 아내에 이어 애완동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 모르그가 살인 사건 】 │ 세이렌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아킬레우스가 여자들 사이에 숨어 있을 때 어떤 이름을 사용했는지 수수께끼다. 하지만 전혀 추측 불가능한 질문도 아니다. ─ 토머스 브라운 경 ─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마침내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 143번의 숫자를 달고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환상 문학과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런 포. 그의 단편이 실린 이번 책에는 소설에 최초로 등장한 탐정 캐릭터이자 추리소설의 시초 격인 오귀스트 뒤팽의 단편 두 작품과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격인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두 작품을 포함해 총 13편이 실려있다. 핼러윈이 곧 다가오는 가을, 더위는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지금이라는 적당한 시기에 맞춰 을유문화사에서 내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걸맞은 책이었다. 포의 단편 작품들에는 음울함과 광기, 집착과 폭력, 비이성적 판단들이 내내 감돌고, 이 소름 끼치고 간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오래됐지만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최근 무서운 소설을 읽고 싶어서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늘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의 작품을 읽으며 이토록 무서운 이야기가 이미 고전에 있었는데 난 왜 그렇게 헤맸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광기에 휩싸인 <검은 고양이>와 <고자질하는 심장>의 화자, <길쭉한 상자>에 나오는 호기심 많고 집착하는 사람, 편집증으로 친구 포르투나토를 지하 묘지에 묻어버리는 <아몬티야도 술통> 등의 작품은 환상·미스터리 고전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 이 흥미로운 여러 작품들을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데,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역자 조애리 선생님의 해설이 독자를 더욱 깊이 있는 이해로 안내한다.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읽고 연구한다고. 해설 「상징계와 주이상스」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도둑맞은 편지>라는 작품을 예로 들며 인간 심리 발달의 한 단계인 상징계를 설명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리게이아>와 <어셔가의 몰락>에서 후기 라캉 이론을 들며 두 작품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추리나 미스터리 분야가 오락 분야로 자주 분류되는 듯하지만, 포의 단편들은 심리학적 분석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러한 해설이 다른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돼주지 않을까? 흥미와 유익함 둘 다 잡는 독서 경험을 안겨준 책이었다. |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인간 심연의 밑바닥을 훑은 문학,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을 출간했다. 포는 탐정 문학의 기초를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여러 겹의 인간 심리를 벗겨 가장 안쪽의 추악함을 드러내지만 결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추악함을 토대로 가장 인간적인 이해를 끌어내며 읽는 이에게 소름 끼치는 공포와 함께 묘한 따스함을 남긴다. 덕분에 그의 단편들은 공포와 연민, 냉철한 추리와 시적 광휘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고전으로 자리한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총 열세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이성의 미스터리, 곧 추리의 묘미가 살아 있는 『도둑맞은 편지』, 『모르그가 살인 사건』, 『네가 바로 범인이다』, 『황금충』이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의 심연을 파고든 심리·광기·공포의 작품들이다. 후자에 속한 이야기들은 괴이한 존재가 튀어나와 놀라게 하기보다, 인간 심연의 밑바닥을 훑은 문학이 주는 섬뜩한 공포를 전한다. 이를 두고 샤를 보들레르는 자신이 쓰고 싶었던 모든 것이 이미 포의 작품 속에 있다고 고백했다.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그동안 포의 작품을 대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각종 은유이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이슬람·유대교의 신, 문화적 양식, 다른 문학에서의 인용 등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보통 작품 전체의 해설은 있으나 이런 세세한 주석이 빠진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뒷면에 꼼꼼하게 첨부되어 있어 방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초심자도 포의 세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지난번에 읽은 책에서 소름 끼치는 복수극을 그린 『아몬티야도 술통』을 후기로 다뤘기에 이번에는 『리게이아』의 초현실적 열병과 『모르그가 살인 사건』의 이성적 해부를 다루면서, 포가 어떻게 인간의 양 극단을 끌어올렸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극점을 비춘다. 하나는 죽음과 집착이 빚는 몽환적 열기를, 다른 하나는 차갑게 사건을 해부하는 이성의 칼날을 보여준다. 포는 이처럼 꿈과 논리, 광기와 추리를 넘나들며 인간이라는 미로를 끝없이 탐색한다. 먼저 『리게이아』부터 살펴보자. 이 작품은 광기와 집착, 부활과 영혼을 둘러싼 초월적 이미지가 핵심이며 문체가 유려해 꿈결 같은 환각을 느끼게 한다. 리게이아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 세 자매 중 한 명의 이름으로, 세이렌은 바다에서 뱃사람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노래를 부르는 존재다. 이름의 어원은 맑고 울림 좋은을 뜻하는 ligys와 여성을 뜻하는 aia가 합쳐진 것으로, 죽음을 부르는 매혹적 노래와 영혼을 사로잡는 음성이 이미 제목 〈 Ligeia 〉에 겹쳐 있다. 리게이아의 줄거리는 주인공인 나의 아내인 리게이아의 죽음을 겪은 후 그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로위나와 재혼을 한다. 본처의 눈동자는 검은색이며 재혼한 로위나의 눈동자는 파란색으로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인지 나는 로위나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그에게 벌을 주려는 듯, 로위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앓아누워 숨이 붙었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이렇게 아픈 아내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죽어서 세상에 없어진 전처만을 떠올리고 있는데 로위나가 눈을 뜬다. 검은색 눈동자로. 사실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까지 주인공의 끝없는 애착과 리게이아의 삶을 향한 집요한 집착이 끔찍하게 묘사된다. 한 생명체가 삶과 죽음을 오가는 경계와 그때의 주인공 상태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게 만들어, 환상 문학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의 의미를 독자로 하여금 실감하게 한다. 초현실적 열병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흔들며 드러나는 죽음과 부활의 집착은 겉으로는 병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 마음 밑바닥에 오래 잠든 본능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모르그가 살인 사건의 줄거리는 밀실에서 끔찍한 이중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이 출동한다. 여러 목격자들의 말을 들으니 한 명의 프랑스인과 국적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 사람들과 경찰이 출입구를 막고 있었던 상황이기에 범인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이때 뒤팽이 경찰서장의 허락을 얻어 사건 현장을 살펴본 후 가볍게 범인을 찾아낸다. 마치 셜록 홈스처럼. 이 작품은 뒤팽의 냉철한 추리가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며 포의 첫 탐정소설이다. 흔히 『모르그가 살인 사건』을 현대 추리 소설의 출발점으로 부르는데 사건의 정교한 범행 동기와 치밀한 단서 배치, 그리고 이를 해부하는 뒤팽의 논리 전개까지 후대 탐정물이 따르는 거의 모든 기본 요소가 이미 이 한 편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찰과 이성적 추론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라는 핵심 구조는 셜록 홈스에서 아가사 크리스티까지 이어지는 모든 고전 추리의 뼈대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에는 경찰과 뒤팽, 범인을 잡는 핵심 인물 사이에 숨 막히는 추리 대결이 펼쳐진다. 뒤팽은 경찰이 미처 보지 못한 현장의 세세한 단서와 상식을 벗어난 가능성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단순한 관찰을 치밀한 논리로 엮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 특히 범인의 정체가 인간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순간, 추리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서스펜스로 작동하며 독자를 끝까지 긴장시킨다. 포는 이 작품에서 범죄의 공포보다 이성이 어떻게 진실에 다다르는가라는 지적 쾌감을 중심에 두어 독자들에게도 동일한 전율을 선사한다.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인간 심연의 밑바닥을 훑은 문학의 정수다. 앞서 살펴본 『리게이아』의 몽환과 『모르그가 살인 사건』의 냉철한 추리뿐 아니라 『아몬티야도 술통』의 소름 끼치는 복수, 『검은 고양이』와 『고자질하는 심장』의 광기와 죄의식, 저자 자신이 최고의 탐정 소설로 꼽는 『도둑맞은 편지』까지, 포는 이성의 빛과 광기의 어둠을 동시에 끌어올려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 섬뜩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여름의 끝자락에서 꼭 느껴보시길 권한다. #에드거앨런포단편선 #에드거앨런포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공포문학 #단편집 #고전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