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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만약에’ 위에 서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만약에’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내용보기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만약에’ 위에 서 있는 것일까        김인숙의 소설 『모든 빛깔들의 밤』은 읽기 힘든 소설이다. 기차 사고를 통해 아이를 잃은 엄마 조안과 아빠 희중의 이야기, 그 사고를 목격하고 도망친 채 세월 속에, 시간 속에 괴롭힘을 당하는 백주의 이야기, 그리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자신의 부족함만을 탓하는 상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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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만약에위에 서 있는 것일까 

 

    김인숙의 소설 모든 빛깔들의 밤은 읽기 힘든 소설이다. 기차 사고를 통해 아이를 잃은 엄마 조안과 아빠 희중의 이야기, 그 사고를 목격하고 도망친 채 세월 속에, 시간 속에 괴롭힘을 당하는 백주의 이야기, 그리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자신의 부족함만을 탓하는 상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퍼즐처럼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있다가도 소용돌이가 치듯 금세 하나로 합쳐져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아이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조안과 희중의 이야기는 그 강렬함과 처참함,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독자에게 전이시키며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것을 고통스럽게 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만약위에 서있는 것일까 

    어느 날, 내가 자주 지나다니던 길, 출근시간에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고 가정하자.

 

    만약 내가 그날따라 늦잠을 자서 늦게 출근을 했다면 

    만약 내가 그날따라 다른 길로 가고 싶어 출근 루트를 달리 했다면 

    만약 지난 밤에 내린 눈이 너무 미끄러워 조심하여 걷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나는 그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도, 혹은 목격자가 될 수도, 혹은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만약에라는 단어의 위에서 살아간다.

 

    조안과 희중은 그 만약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통 속에 갇혀 살아간다. ‘만약 그 아버지의 생일이 아니었다면.’, ‘만약 시어머님이 내려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희중이 그 시간대에 기차를 끊어주지 않았더라면’, ‘만약 조안이 아이를 창밖으로 던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들의 아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고. 희중과 조안의 서사가 이처럼 처참하고 참담하게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앞에서 만약에라는 단어는 힘을 잃고 유리처럼 부서진다.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그들을 위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만큼 처참한 것이 있을까? 그렇기에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삶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조안의 모습은 읽는 사람의 심정조차 참담하게 만들 정도로 가슴을 뚫고 들어온다. 하지만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런 조안을 묵묵히 바라봐야 하는 희중이다. 희중 역시 조안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그 기차표를 끊어줬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던져버린 조안에 대한 인정할 수 없는 원망까지 가슴 속에 품고 있다. 하지만 드러낼 수 없다. 가장 힘든 건 조안이니까. 자신은 조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내 상처보다 중요한 건 조안의 아픔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폭발되지 못하는 상처, 안으로 곪아 들어가는 상처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터져버릴지 알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희중에게 제발 말 할 기회를 달라고, 책장을 넘기는 계속, 작가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도 부모라고, 이 사람도 아이를 잃은 아버지라고, 제발, 희중에게도 슬픔을 드러낼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아픔을 토로하기 위해 찾아간 정신과에서도 희중은 조안의 이야기만 들을 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공간은 없다. 그렇게 희중은 안으로 썩어 들어간다. 토해내지 못한 슬픔이 안으로 고이고 고여 끝내 썩어 문드러지게 된 것이다. 이는 조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끝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는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루어져왔었고, 그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아픔을 짐작해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4, 무수히 꽃 같은 아이들이 쓸쓸히 떠나버린 참담한 일이 있어서 그랬을까, 소설이 소설처럼 읽히지 않는다. 그 아이 하나하나가, 마치 그 아이들의 꽃 같은 젊음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찢어지는 심정이 저러할진대, 내가 과연 이것을 글로써 감히 그들의 감정을 이해해도 되는 것일까.

 

    이 소설의 서사는 사실 하나이다. ‘희중과 조안의 아이가 기차 사고로 죽었다는 것’. 그리고 이 하나의 서사를 놓고 다양한 인물들이 맞물리며 무려 35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가 이끌어져 간다. 이는 사실 장단점이 있다. 좋은 점은 바로 하나의 사건에 초점화가 되면서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인숙의 이 소설을 한 번 잡는다면, 그 누구도 쉽게 중간에 책을 멈출 수 없다. 더군다나 퍼즐처럼 산산조각 나 흩어져 있는 이야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씩 끼워 맞춰지고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가 됨으로써 오는 전율은 독서의 쾌감이라고도 느껴진다. 그리고, 서사가 서사인 만큼 인물들의 감정선이 깊게 그려지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아이를 잃은 심정을 무기력한 조안과, 광적으로 변해가는 희중, 그리고 혼란에 빠진 백주를 통해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독자 역시 시시각각 단 한 순간도 그들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대개 장점이자 곧 단점이 된다. 350페이지나 되는 긴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감정 속에 몰입하다 보면 독자 역시 지쳐버린다는 점이다. 내 아이를 잃은 것도 아닌데, 내 이야기도 아닌데, 깊게 그려진 그들의 슬픔과 절망, 감정 앞에서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내 모든 것을 쏟아내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마치 마라톤을 달린 듯, 그리고 당장 내 눈 앞에서 참혹한 사고를 목격이나 한 듯, 온 몸에 힘이 빠진 채 탈진에 가깝게 돼버린다는 점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장점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김인숙의 글은 다소 다르다. 그는 아마도 상윤의 존재 때문이리라. 조안의 상처, 희중의 아픔, 백주의 환영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상윤은 중간 중간 분노를 터뜨려준다. 그 상처와 아픔을 토해내 준다. 상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상윤이 분노를 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소설을 숨을 쉬어가며 읽을 수 있다. 그렇기에 김인숙의 작법은 현명하고 노련하며 적절한 호흡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이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그는 조안과 희중의 감정선이 후반부 급작스럽게 뒤바뀌는 점이다. 그동안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누구와의 소통도 끊어낸 채, 무기력한 모습으로, 투신까지 시도했던 조안은 어느 한 시점을 계기로 돌연 자신의 행동을 자각한다. 그리고 마냥 조안의 아픔을 감싸 안으려던 희중의 감정선은 역시 어느 한 시점을 계기로 돌연 광적이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람의 감정이란 언제나 개연성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변화가 아쉽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급작스럽게 와닿는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녹여냈다면 읽어내는 호흡도 보다 완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군다나 백주의 존재감 역시 다소 아쉽다. 백주는 희중과 조안의 아이가 죽던 날, 그 사고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이자 도망자이고, 그 부채감이 죄책감으로 변질돼 악몽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와 희중 부부가 엮이는 것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엮임이 진전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들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읽는 독자만 알게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백주는, 그들의 인연이자 악연을 알고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랬다면, 보다 조안에게 느끼는 백주의 감정을 공감가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역시 이러한 아쉬움은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의 흡인력이 높았음을 시사하며, 단편적인 사건 하나를 이용하여 인물들의 깊은 감정선을 살리며 독자들을 단숨에 몰입시키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가할 뿐이다. 작품을 읽으며 깨닫는 바, 그리고 던지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문단 사이, 행간 사이, 단어 사이로 파고 들어와 깊숙이 자리한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그리고 무수한 만약에위에서 살고 있느냐고.

    그리고 그렇게 지켜낸 당신의 오늘, 그 밤은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느냐고.

YES마니아 : 로얄 x*****7 2014.12.31.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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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모든 빛깔들의 밤, 역대급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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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얼핏 선물받은 책은 최대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김인숙 작가님이 쓴 『모든 빛깔들의 밤』도 선물받은 책이다. 선물받은 시기는 작품이 발표되지마자인, 그러니까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정도로 기억한다. 읽은 때는 2016년 3월. 그리고 리뷰를 쓰는 지금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읽은 기억이 아련해지려고 한다. 그래서 리뷰 쓰는 중간 중간에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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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얼핏 선물받은 책은 최대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김인숙 작가님이 쓴 『모든 빛깔들의 밤』도 선물받은 책이다. 선물받은 시기는 작품이 발표되지마자인, 그러니까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정도로 기억한다. 읽은 때는 2016년 3월. 그리고 리뷰를 쓰는 지금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읽은 기억이 아련해지려고 한다. 그래서 리뷰 쓰는 중간 중간에 책 소개 및 다른 리뷰를 참고해야 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 작품은 역대급 명작이라는 점.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선물받을 때만 해도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다. 김인숙 작가님의 작품이라고는 예스24에서 연재한 바 있는 『미칠 수 있겠니』가 전부였는데, 그 작품은 작가가 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불확실한, 어중간한 이야기였다. 등장 인물이 꽤 여럿이었는데, 이야기가 파편적인 데다 작가가 사용하는 단어가 섬세 - 단어가 섬세하다는 의미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 한지라 이야기 자체에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모든 빛깔들의 밤』은 책 첫장을 펼치자마자 확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불의의 기차 사고. 아이를 잃은 엄마 조안. 죽은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들리고, 그 울음 소리를 들었다는 웹툰 작가 백주가 등장한다. 아이의 아빠인 희중은 이사를 결심하지만, 아내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 집으로 돌아가길 고집하는 바람에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돌아간다. 다행히도 바로 한 층 아래인 집이 비어 있어서 그곳으로 간다. 하필 울음 소리를 듣는다는 웹툰 작가가 바로 위층에 이사와 있었다. 과연 아파트에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희중은 제정신이 아닌 조안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조안과 백주가 만나는 장면을 보며 미쳐간다. 그 과정에서 희중과 조안 그리고 백주의 비극적인 과거 이야기도 하나씩 밝혀지는데...


어떻게 읽으면 독자의 공포를 자극하는 스릴러로도 읽히는 작품인지라,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더불어서 훌륭한 문학 작품이 지녀야 할 주제 의식 또한 깊다. 이 작품을 읽어나가며 나는 '어라, 세월호 사건에 관한 유비인 걸' 하는 생각을 품었는데, 확인해 보니 4.16 훨씬 이전에 연재한 작품으로 세월호 사건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인재, 가해자를 찾아낼 수 없는 복잡한 이해 관계, 설사 찾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암담함,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파탄나는 가정 등은 세월호 사건과 굉장히 유사하다 할 만하다. 이런 이야기를 씀으로써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왜 공동체 차원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참사에 공동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설득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를 믿지 못해 스토킹하는 희중, 죽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조안,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백주... 이 모두 결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가족이 파괴될 때, 소중한 누군가를 잃을 때, 누구라도 인격이 무너질 수 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6.04.06.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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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빛깔이 하나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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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은 우연 같은 필연에 의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어떤 순간은 오지 않은 채로 영원히 멀어져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다가온 순간들은 꼭 조여진 나사처럼 맞춤하게 우리에게 와야 하기 때문에 온 것이다. 시작은 이십사 년 전의 여름방학이었다. 여덟 살 된 여자아이가 근처 학교 창고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그 학교 선생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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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순간은 우연 같은 필연에 의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어떤 순간은 오지 않은 채로 영원히 멀어져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다가온 순간들은 꼭 조여진 나사처럼 맞춤하게 우리에게 와야 하기 때문에 온 것이다. 시작은 이십사 년 전의 여름방학이었다. 여덟 살 된 여자아이가 근처 학교 창고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그 학교 선생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든해 보였던 한 가정이 모래성처럼 주저앉아 버릴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순간이 정면으로 충돌해오면서부터였다.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집안을 날아다니던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자 그 아버지는 허방을 디딘 것처럼 허우적거리다가 딸을 좇아 사라졌다.

 

나 보이던 순간은 하나의 사건을 만나면서 순식간에 어둠 속에 묻힌다. 제각각의 빛깔로 아름다움을 내보이던 많은 것들이 어둠 속으로 침몰한다. 희중과 조안이 그랬다. 기차전복사고로 팔 개월 된 아이를 잃어버리자 그들의 삶도 아이를 따라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깔한 느낌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물렀다. 처음에는 조안의 슬픔이 애처로웠지만 나중에는 희중의 생이 안쓰럽고, 그런 인연 속에 갇힌 우리 모두의 순간이 아찔해서 한숨이 나왔다. 희중과 조안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안다고 믿고 있는 사실이 얼마나 얄팍한 거짓의 다른 모습이며, 우리의 성실한 많은 시간들이 우리 내면의 깊은 슬픔을 지키기 위한 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내용이었다.

 

끓었던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뒤 주변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채 평소처럼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사건의 주인공들은 그 시간과 공간을 떠나더라도 그 사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자에 앉은 조안이 백주를 기다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의 횡사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자책감 속에서 잦은 착란을 견디지 못해 아내와 이혼을 한 희중의 삶이 안쓰러웠기에 희중에게도 조안이 앉았던 것과 같은 의자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랐다.

 

은 낮의 수만 가지 색들을 하나로 모아준다. 겪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두려움이 수많은 사건 이후에 같은 방식으로 존재했다. 천재지변처럼 찾아온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망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니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위로가 아닌지. 이것이 밤이 단 하나의 색깔로 우리 곁에 남은 이유라고 말하고 있었다.

 

 

 

 

 

t******e 2015.01.11. 신고 공감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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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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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내 아이가 나를 떠나게 되는 것. 올해는 가슴 아픈 일이 참 많았다. 왜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았는지 밤새 안녕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 한 해였기에 지금 내 곁에서 웃는 내 아이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난 김인숙 소설은 그래서 미치도록 마음이 아프다. 실제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할 마음속의 울분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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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내 아이가 나를 떠나게 되는 것. 올해는 가슴 아픈 일이 참 많았다. 왜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았는지 밤새 안녕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 한 해였기에 지금 내 곁에서 웃는 내 아이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난 김인숙 소설은 그래서 미치도록 마음이 아프다. 실제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할 마음속의 울분과 분노.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이 시간도 생각의 심연 아래서 떠오르지 못할 것 같다.

 

그날. 아내와 8개월 된 아이는 기차를 탔다. 희중도 일이 끝나면 기차를 타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려고 했었다. 하지만 희중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날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니까. 기차 안에서 아내 조안은 아이를 살리고자 밖으로 던졌다. 하지만 조안은 살고 아이는 죽었다. 조안은 사고의 충격으로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빠지고 자신이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는다. 희중은 그런 모습을 보며 극심한 비통함에 사로잡히지만 내색할 수 없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있다. 기차 사고가 났을 때 그 앞을 지나던 사람. 건달들과 시비가 붙어 도망치던 중 폭발음이 들리고 집으로 돌아온 백주에게 죽은 귀신들이 달라붙는다. 이후 시간이 흘러 한 아파트 417호와 517호 위 아래로 살게 된 희중 가족과 백주. 백주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너무 크다며 417호에 항의를 하고 희중은 자신 집에는 아이가 없다며 화를 낸다. 백주가 듣는 울음소리는 무엇이고, 희중은 어떤 비밀을 가졌기에 삶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일까 

 

나는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겪고 싶지도 않고, 체험 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나와 얼마 살다가지 못한 아이를 바라본다는 것.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그 고통으로 인해 감내해야 할 고독이 얼마나 짙은지 그 어떤 것도 알고 싶지 않다. 그 우울과 슬픔의 늪에 빠지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온 몸이 아픈 듯 쑤시고 절여 왔다. 책을 읽을 때 대부분 주인공이 되어 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 책에선 그게 쉽지 않았다.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순간. 나에게 혹 그런 아픔이 올까봐.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 주인공의 아픔이 무겁고 애달팠다.

 

가능하면 불행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이란 녀석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로또 복권 마냥 누구를 겨냥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로또 복권에 내가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 수밖에. 아이를 잃은 불행은 처음엔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했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럽다. 왜 그 고통이 나에게 왔어야만 했는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미워질 것 같다. , , 왜 라는 의문.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에게 왔을까 하는 억울함과 분노. 그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기에 사람은 정신을 놓는 건지도... 바른 정신으로 살 수 없기에 정신을 놓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는 건지도...

 

때론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한 잘못들. 혹은 내 조상이 한 잘못들. 결국 다음 대에라도 그 잘못의 대가가 오는 것이라고.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모르겠다. 조상들이나 다른 어른들의 잘못으로 내 아이가 혹은 내 대에서 불행이 찾아온다면... 그것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이들에게 찾아온 불행 때문에 어쩜 이들은 행복자체를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하루 하루 행복하고 싶다. 아니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미래를 위해 오늘 참아야만 했던 행복. 어쩜 참아야만 했던 행복이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불행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오지만 행복 또한 그런 것 같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를 기다리며 행복을 미루는 일. 이건 어리석은 일이다. 누릴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 때 많이 행복하면 좋겠다. 작은 행복으로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불행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아픈 소설이라 리뷰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아이에게 만큼은 불행이 아픔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니까.

YES마니아 : 로얄 k*****3 2014.12.27. 신고 공감 5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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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우연이라면 희망도 우연처럼 찾아오겠지...『모든 빛깔들의 밤』
"불행이 우연이라면 희망도 우연처럼 찾아오겠지...『모든 빛깔들의 밤』" 내용보기
‘잊을 수 없으면 지워야 하고, 지울 수 없으면 죽여야 한다(229페이지)’는 말이 가슴에 박혀버리는 순간,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이 말이 그 어떤 다짐보다 더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들렸다. 잊으려 애쓰는 모습이 간절하고, 지우려고 발버둥 치는데도 지워지지 않아 가슴을 쥐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 상황이 끝나는 점을 만나지 못한다. 끝이 없는
"불행이 우연이라면 희망도 우연처럼 찾아오겠지...『모든 빛깔들의 밤』" 내용보기

 

‘잊을 수 없으면 지워야 하고, 지울 수 없으면 죽여야 한다(229페이지)’는 말이 가슴에 박혀버리는 순간,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이 말이 그 어떤 다짐보다 더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들렸다. 잊으려 애쓰는 모습이 간절하고, 지우려고 발버둥 치는데도 지워지지 않아 가슴을 쥐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 상황이 끝나는 점을 만나지 못한다. 끝이 없는 고통을 품는 것만이 남았다면, 어쩔 텐가. 고통의 원인을 죽이는 수밖에.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사고였더라도, 내가 이렇게 나아지고 보듬으려 악쓰는 데도 안 된다면, 별수 없다. 가능한 다른 방법을 찾아 그 원인을 소멸시켜야 한다. 어려운 건 그 소멸의 방법, 소멸의 점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길어지고 끝이 없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알 수 있다면, 가능하다면,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차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 조안은 아이와 함께 열차에 타고 있었다. 기관사는 자살하려고 선로 위에 누워버린 한 남자를 발견했다. 열차는 멈추려고 급정거했지만 탈선하고,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차량 안은 불과 연기로 가득 찼고, 조안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창문 밖으로 아이를 던졌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아이가 죽었고 조안은 살았다. 사고 후 조안은 정신적 충격으로 밖에 나가지 못한다. 조안은 계속 정신과 치료를 받고 남편 희중은 그런 조안에게 모든 것을 집중한다. 조안의 양아치 동생 상윤은 열차 사고의 원인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주먹을 휘두른다. 뭐든, 그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모든 것을 부수고 미친 듯이 퍼부어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울분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조안은 정신을 내려놓았고, 그 사고와 연관된 사람들의 일상은 파탄 났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고통이 사라질 방법은, 없었다.

 

사고는 우연이었을까. 우연이겠지. 우연이어야만 해. 우연이 아니라면 이들의 상처를 멀쩡하게 두 눈으로 보는 게 불가능하다. 일한 돈을 받지 못해 죽어버리겠다고 만취한 채 선로 위에 누워버렸던 트럭 기사, 환경단체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되어 트럭 기사에게 급여를 주지 못했던 회사, 인근의 철새도래지를 지키려고 공사에 반대했던 환경단체. 설상가상 선로지반까지 약해져 열차는 탈선했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처음으로 죽은 남편의 생일을 챙기고자 했던 희중의 어머니, 아이와 함께 그 기념일을 챙기려 열차에 올랐던 조안, 뉴스로 사고 소식을 듣고 미친놈처럼 달려가던 희중을 태워준 약국 손님, 식당에서 양아치들과 싸우게 되어 도망가던 백곰이 본 사고 현장, 백곰을 죽일 듯 따라가던 양아치가 구원의 손길이 된 것, 조안과 희중의 집 517호로 이사 온 백곰, 417호로 이사해도 변한 게 없었던 조안. 위층 아래층에서 동시에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 귀신도 사람도 울어버리는 시간, 공간.

 

기억을 죽이기까지 해서 잊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는 건, 아픈 일이다. 그 아픔의 크기를 알 수도 없다. 그런 다짐이 필요할 정도의 고통이라니,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나? 미리 말하지만, 같은 경험을 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다. 오롯이 당사자의 몫으로 남아 아파하고 견디고 버텨야만 한다.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리본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자, 누구인가. 그 상실을 끌어안고 버티듯 살아가야만 하는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오지랖은 부리지 말자. 아무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같은 경험을 하기 전에는... 아이를 잃고 살아남아 매일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조안, 그런 조안을 감시하듯 지켜봐야만 하는 희중. 자신의 작은 마음으로 죽음을 보게 했던 삼촌과 대화하는 백곰(백주), 신들린 듯 기도문을 외우는 희중의 어머니. 미친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였다면 나도 미친 건가. 미치지 않고서는 그 불행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니 그 미친 사람들이 정상일 수밖에.

 

없었던 일, 일어나지 않은 사고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런 경험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갈 수도 없다. 모든 것이 끝난 후에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올 수는 없고, 리셋 버튼 하나 누른다고 해서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자꾸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그 열차에 타지 않았다면, 거짓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다면, 첫사랑 정희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절로 긴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열차 사고가 아닌, 훨씬 이전의 불행을 차곡차곡 끌어와 지금 시간에 밀어 넣는다. 불행의 이유는 더 짙어지고, 상처와 죄책감도 깊어간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물을 수 없고 그때 그 시간 때문에 지금 불행하게 살아갈 이유도 없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되어 모든 것이 하나인 것처럼 여기게 한다. 지금 이런 시간과 고통의 이유가 그때부터 시작된 걸 거야, 라는 덩어리로 채우게 하는 마음의 흐름. 그 마음속이 온통 캄캄해져 빛이라곤 떠올릴 수 없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뭔가 싶을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였던 양아치 상윤의 한마디가 뒤통수를 친다.

 

“다시 한 번 말해봐.”

“누나, 괜찮아.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잖아.”

상윤의 가슴에 예리한 통증이 지나갔다. 조안은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말을 들어도 결국 괜찮을 수는 없겠으나, 어쩌면 그래서라도 더 그런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293~294페이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캄캄한 밤을 밝은 빛으로 채울 수 있게, 그 온전한 삶으로의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건 '괜찮다'는 단 한마디였는지 모른다. 약의 복용량을 늘이고 무슨 일을 저지를까 싶어 감시하듯 지키는 게 아닌, 위로의 말이 필요했던 거였다. 조안이 백곰 앞에서 울어버렸던 건 아마도 그런 마음의 폭발이었지 않을까. 아무 관계도 아닌 사람이 건넨 '괜찮습니까?'라는 물음 앞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던 건 아마도 그래서였으리라. 가끔은 그냥 모르는 대로 묻어버리고, 묻지 않고 건너가기도 하고,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불안과 고통을 버려두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행동이나 다짐이, 어둠을 통과해서 빛을 만나려는 희망을 희미하게 피우는 시작일지도 모르잖아. 죄책감, 상실감, 고통을 동반한 불행을 건너 만날 수 있는 건 희망이고, 그 희망을 가능하게 하는 건 갖은 모양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그 시간이니까. 그래서 기다릴 수도 있다. 지금 잠깐 내려놓았어도 그 빛이 찾아와 나를 밝혀줄 순간을. 산다는 건 이런 어둠이 지나가기도 하는 일이라고, 밝게 비춘 곳을 디딜 날도 곧 만날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처를 치유하고 건너가야만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모든 밤, 사랑이었던 것도 잠깐 내려놓고, 지독히 두렵겠지만, 주춤주춤 현관문도 열어보면서, 어둠이 지나면 찾아올 어떤 것을 기다린다.

 

우연처럼 찾아온 불행이 우연처럼 물러갈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소설이다.

 

 

n******i 2015.01.28.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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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은 선생이다
"[모든 빛깔들의 밤]은 선생이다" 내용보기
김.인.숙.참 좋아했던(?) 작가다. 그녀에겐 마치 오정희 선생의 작품을 대하듯, 말갛게 떠오는 이미지가 있다. 햇수를 따져보니 등단한 지 30년이 지났다(왜 난 여전히 그녀가 젊은 작가처럼 느껴질까?). 내겐 그녀의 장편보다는 ‘먼 길’, ‘개교기념일’ 등 일련의 단편들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1995년에 그녀를 처음 알았으니, 근 20년을 독자로서 지켜본 셈이다. 게으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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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참 좋아했던(?) 작가다. 그녀에겐 마치 오정희 선생의 작품을 대하듯, 말갛게 떠오는 이미지가 있다. 햇수를 따져보니 등단한 지 30년이 지났다(왜 난 여전히 그녀가 젊은 작가처럼 느껴질까?). 내겐 그녀의 장편보다는 ‘먼 길’, ‘개교기념일’ 등 일련의 단편들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1995년에 그녀를 처음 알았으니, 근 20년을 독자로서 지켜본 셈이다. 게으르긴 했지만.

 

편집자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작가만의 고유한 세상, 그 지평을 넓힌 문제작’ 정도라 평하기엔 이번 <모든 빛깔들의 밤>은 넓힌 정도가 상당하다. 복잡다단하다. 서스펜스, 스릴러물이기도 하고, 인물의 면면이 새로운 유형이기도 하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의 모티프(자신이 본, 혹은 이야기한 것이 진실이라 믿는 한 조숙한 소녀의 판단이 주인공 세 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가 가미되고, 김영하 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제재(폭주족이 등장하는 고아소설?)가 등장하는 등 읽을거리가 다채롭다.

 

등단 후 초기에는 담백한 후일담 소설, 이후 소소하지만 농밀한 가족소설, 여성소설, <소현>과 같은 역사소설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모든 빛깔들의 밤>은 그녀의 작품세계가 종합적으로 응축된 형태다.

 

기차 전복으로 인한 대참사. 수많은 이들이 희생된 이 사고로, 한 가족과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의 평온했던(불안을 잉태했지만) 일상이 절망으로 스러진다. 사고로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잃은 희중과 조안. 사고 당시 조안은 열차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아기를 살리고자 밖으로 던졌다. 결국 그녀는 살아남고, 아기는 갈갈이 찢겨 죽었다. 이후 그들은 상실과 절망의 긴 터널을 지나간다. 그 터널은 현재의 망각이자 저마다 안고 있던 유년시절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통로이기도 했다.

 

누구나 묻게 된다. ‘왜 내게,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냐고?’ 운명을 탓하며 체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내 그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우연한 사고, 그로 인한 상처는 어떻게 끝이 맺어져야 할까? 매순간 우리는 우연을 경험한다.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무수한 순간 속에서, 우리는 주위를 살피기보다 자신을 더욱 내밀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때론 그게 지나쳐 스스로 유폐시키거나 하릴없는 폭력으로 생을 망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저마다 유년시절 상처를 안고 자란 이들이 ‘기차 사고’를 기점으로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의 죽음과 조우하게 된다. 전반적인 기조는 음울하고, 음흉하고, 음산하다. 기차 사고, 폭주족의 죽음, 살해된 여중생, 아버지의 자살, 불쑥 불쑥 등장하는 귀신,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희중의 어머니) 등의 소재 자체가 환기하는 이미지 탓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여러 차례 반전을 거듭하는데, 결국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란 최고의 스포일러를 남긴 영화 <식스센스>처럼, 실제 귀신이 그랬어,로 마무리된다. 이 또한 엄한 스포일러일까?

 

1983년 꽤 어린 나이, 그러니까 만 20세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인숙 작가. 어느덧 30년의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의 글쓰기는 경쾌하고, 담백하고, 실험적이기까지 하다.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란 책 제목처럼, <모든 빛깔의 밤>은 희중, 조안, 상윤, 백주, 이 네 사람의 상처(밤)가 제각각 다른 형태의 밤을 은유하며, 인생의 미로를 우리에게 선보인다. 그래서 모든 빛깔의 밤은 선생인 셈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t******2 2014.12.23. 신고 공감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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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은 밤이 오는 것처럼 매일 찾아온다
"그들의 슬픔은 밤이 오는 것처럼 매일 찾아온다" 내용보기
<소현>이후로 김인숙 작가의 작품은 두번째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작가의 가치관이 투영되기 쉽지 않아 이번 소설이 처음처럼 다가왔다. 그런데 공교로운 건 이 책이 세월호를 향한 목소리인 <눈 먼자들의 국가>를 덮은 후 바로 다음 책으로 선택되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내용도 모르고 스포도 안봐서 제목만 읽고는 그저 아름다운 소설이겠거니 생각하고 마음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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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이후로 김인숙 작가의 작품은 두번째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작가의 가치관이 투영되기 쉽지 않아 이번 소설이 처음처럼 다가왔다. 그런데 공교로운 건 이 책이 세월호를 향한 목소리인 <눈 먼자들의 국가>를 덮은 후 바로 다음 책으로 선택되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내용도 모르고 스포도 안봐서 제목만 읽고는 그저 아름다운 소설이겠거니 생각하고 마음의 정화라도 하려 했건만, 이 무슨 우연의 조화란 말인가.


기차사고. 이젠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집단사고의 한 형태가 되버린 것. 그 날 사고현장에는 웹툰작가 백주와 희중 부부,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안된 그들의 아이가 있었다. 기차에 불이 피어올랐고 조안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창밖으로 내던졌지만 결국 자신은 살아남았고 아이는 목숨을 잃게 돼 떨칠 수 없는 평생의 죄책감이 시작된다. 사고의 책임과 원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관사부터, 자살을 시도한 트럭운전사, 그에게 급여를 미룬 사장, 환경단체, 하물며 철새들까지. 따지고 들어가자면 하필 그날이 생신인 고인이 된 희중의 부친과 대전집으로 초대한 어머니까지 끝도 없었다. 재난을 당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원망을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는 현 시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생환자인 조안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셀 수 없는 많은 약에 의존하는 의미없는 생활로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지옥처럼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윗층으로 이사 온 백주가 기차 사고 현장에 있었던 또다른 목격자였던 건 그저 우연일까.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 소통하길 거부하는 조안은 백주에게만은 왠지 마음을 열고 아픔을 나누고 싶다. 백주의 기억 속 죽은 정희와 똑 닮은 그녀가 마치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백주는 죽은 정희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사고로 삼촌과 그녀까지 모두 잃게 될 줄 몰랐던 그의 행동이 오랜 후회를 낳게 했고 그것은 아래층 조안에게 옮겨가 위로로 바꾸어 전해진다.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매일을 술에 절어 지내고 약사인 자신조차도 발작과 두통에 시달리지 않는 날이 없는 희중. 그의 어린 과거 속 아버지는 또 다른 진실과 거짓으로 봉인된, 알 수 없는 연막 속에 가려져 가슴 속 깊이 비밀로 간직되어 있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소년기. 12살 희중의 여름방학을 악몽으로 얼룩지게 만든,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 사건은 '노란 머리핀'이라는 작고 예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와 어머니와의 비밀로 함구된 그 무시무시한 사건파일은 또래들로부터 주목받고 싶었던 치기어린 감정의 비극적 결과였다. 이야기는 희중과 조안, 백주, 상윤 각각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매 순간을 기록한다. 잘 읽히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너무도 리얼하게 반영한 소설이라 아이러니하게도 책장을 쉽사리 넘기지 못했던 책이다. 모든 사고는 수많은 우연과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된다. 그런 이유로 어느 누구에도 책임을 묻지 못하는 우리는 자책감과 절망에 빠진다. 아픈 가정사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죽고 517호로 이사 오는 백주의 사연이 밝혀짐은 기실 우리 모두 각각의 사연이 없지 않음을, 실로 알 수 없는 수많은 고리로 얽혀 있을 가능성을 말하는 듯 하다.


사고로 식구와 지인을 잃은 사람에게 10년, 20년이면 다 잊어지지 않느냐는 타인의 질문은 이 소설을 읽고나면 무심하고 소용없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주 어릴때 죽은 자식이 있는 부모는 세월이 흐르면서도 잊지 않고 그 아이의 생일을 챙기고 나이를 더해나간다 한다. 살아있으면 몇살일텐데.. 부질없는 마음이지만 그게 부모의 마음이고 결코 없어지지 않는 슬픔인 것이다. 미치지 않고선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살아남은 자들의 애환을 사무치도록 잘 그려낸 소설이 너무 아프고 애절하다.



"내가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서웠어.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아직도 행복해지길 바라는 게 말이야" - p.320


"혼자가 되는 게 무서웠다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다시 여름방학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그런 개같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고. 나한텐 당신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우린 그렇게 완전해질 수 있는데... 다시는 혼자가 될 수 없었어 조안."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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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사라진, 『모든 빛깔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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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도록 빠르게 읽어나갔다. 한 번을 읽고 한 번 더 읽었다. 다시 읽으면서 계속 한숨이 나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 불행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뭐가 있는 걸까.‘불행’은 ‘우연’과 더 밀접하다고 생각했다. 운명이나 필연, 인과관계에서 태어나는 것은 내게 복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모든 빛깔들의 밤』을 읽고 나니 그 모든 것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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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도록 빠르게 읽어나갔다. 한 번을 읽고 한 번 더 읽었다. 다시 읽으면서 계속 한숨이 나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 불행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뭐가 있는 걸까.


불행우연과 더 밀접하다고 생각했다. 운명이나 필연, 인과관계에서 태어나는 것은 내게 복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모든 빛깔들의 밤을 읽고 나니 그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 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얽혀 있는 악연 속에서 불행이 태어나고 그 불행이 뿌리를 내려 비극을 낳는다. 죄책감을 양분 삼아 무럭무럭 몸을 키운 불행은 사람들의 목구멍에 비극이라는 열매를 처넣는 것이다.


읽는 내내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는 시점과 시간은 오히려 모든 빛깔들의 밤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생생히 눈앞에 묘사되는 사건들과 인물의 감정은 드라마에서 익히 보는 배우들의 눈물과 닮아 있다. 분명 희중이, 조안이, 백주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게 된다. 그들은 여전히 아파하고 괴로워할 것이고 그럼에도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떠나간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힘든 것은, 그 사건을 평생토록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건, 시간에 갇혀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 고통이 그들의 삶을 괴롭게 한다. 희중과 조안도 괴로워했다. 어린 자식을 앞세워 보냈다는 슬픔 속에는 각자의 죄책감과 운명적인 비극이 숨겨져 있다.


모든 빛깔들의 밤의 밤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들의 슬픔이 결코 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죄책감은 이유가 분명했고, 그런 만큼 이해하기도 쉬웠다. 누군가를 탓하며 욕을 하는 것에 지치면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간다. 나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의 잘못으로, 나 때문에. 화살들은 분명해진 과녁을 꿰뚫는다. 하지만 그 과녁이 바른 자리에 달린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하게 얽힌 불행들이 거대한 비극으로 덩어리진 것이다. 거대한 비극 앞에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을, 작가는 모든 빛깔들의 밤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평화롭고 불안했다. 기어코 내동댕이쳐질 그 순간을 초조히 기다렸다. 희중의 인내심이 극에 달해, 그의 상처가 곪아 터져 결국 끝으로 내몰렸을 때 조안은 눈을 떴다. 불행에게 먹힌 사람은 불행의 씨앗이 될 뿐이다. 백주를 끌어안으며 조안이 괜찮냐고 물은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불행을 거듭하고 불행을 불리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는 일. 조안은 그것을 알아챈 것이다.


서평에 한 줄쯤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쓸 텐데, 무엇 하나를 뽑아내기에는 완성된 뜨개질의 코를 빼는 것만 같아 가만히 완성품만 보려 한다. 사람의 마음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고 이런 저런 상황에 넣었다, 뺐다 한 것 마냥 그들의 감정이 생생히 다가왔다. 인물들의 마음만 뒤적거린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내 마음도 함께 휘저어 놓은 것 같다. 모든 빛깔들의 밤, 눈가가 시큰한 밤이다.

 



j*****5 2015.01.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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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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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재밌을거란 촉으로 아무 정보도 없이 주문해 읽기 시작했는데 오싹오싹한 스릴러같은 소설이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밌겠는.     흥미진진해 낮이고 밤이고 틈틈히 읽다가 어느 새벽에 마지막 장을 덮는데 무서워 혼났다. 새벽에 일어나 분유먹이는 나한테 아주 부적합한 책^^     간단히 줄거리 소개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테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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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재밌을거란 촉으로 아무 정보도 없이 주문해 읽기 시작했는데

오싹오싹한 스릴러같은 소설이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밌겠는.

 

 

흥미진진해 낮이고 밤이고 틈틈히 읽다가 어느 새벽에 마지막 장을 덮는데 무서워 혼났다.

새벽에 일어나 분유먹이는 나한테 아주 부적합한 책^^

 

 

간단히 줄거리 소개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테니 생략-

사실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역시 김인숙 작가다.

 

 

 

 

b******2 2015.03.23.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