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연체 아니면 감성 과잉으로 나락 간 한국 소설들에 질렸는데 예전에 읽은 기억에 다시 집어든 이 책은 차라리 경외감 마저 든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온갖 미사여구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결국은 독자가 문장 끝에 가면 처음에 뭘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이상한 한국 소설들이 베스트를 떡 차지하고 온갖 수상 이력을 뽐내는 이 기괴한 현실이 웃겨서 아마 이전에는 '암흑의 핵심' 혹은 '어둠의 심연'으로 제목을 달고 나왔던 이 책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마케팅의 힘이 만들어낸 비대한 자아와 저렴한 수식어 의 늪에 빠져 못 헤어나는 베스트 목록에는 없지만 이 책은 흐린 눈으로라도 한번은 읽어야할 책이다. 우리에게는 프랜시스 코폴라가 번역 제목도 고색 창연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전으로 삼았다고 익히 알려진 이 소설은 문명이라는 가면을 쓴 제국주의를 강을 거슬러 가는 여정을 통해 고발하면서 생존과 도덕적 타락의 이중적 변주를 함께 보여준다.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아주 쓰고 거칠지만 콘래드의 소설은 끝내 이 쓴 맛을 통해 영혼을 깨우고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지금의 전체주의를 태동하도록 만든 인종주의와 제국주의 의 민낯들 그리고 원주민들을 자연의 일부 혹은 짐승으로 무시하며 학살하거나 격리했던 무법지대의 실험들은 이후 우리가 2차대전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유대인이 라는 인종을 분리시켜 살인 기계 속으로 몰아넣은 나치의 원형을 그대로 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