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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가장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피쳐링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가수의 노래에 서로 참여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친분이 있는 가수
의 음반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부분이 상업적으로도
마케팅의 포인트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여러가수가 서로의 음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은 단순히 상업적인 부분을 떠나
서 그들의 노래를 듣는 팬들에게도 한 명의 가수가 펼쳐내는 다양한 음악
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재 가수이며 작곡, 작사가인 두 명이 모인
특별한 그룹이있었다. 바로 '이적'과 '김동률'이 만든 '카니발'이다. 단순한
피쳐링과는 달리 이렇게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는 가수 두 명이 만나서 함
께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은 서로의 장점과
장점을 합치는 일이기도 하고, 자신의 단점을 서로의 장점으로 메우는 일이
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자신의 영역에서 일정한 수준을 이룬 이들
에게는 자신의 자존심을 일정부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두
명의 천재가 모인 이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음악은 이 음반이 처음 세상
에 나왔던 때로부터 강산이 한 번 바뀔 정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너무나 흥
미로운 노래들이 가득 가득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게된다. 그것은 바로 그들
이 서로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서로의 단점은 상대방의 장점으로 잘 채우
는 과정을 훌륭히 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노래를 지금 들으면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세월
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그 노래가 만들어지던 시간이 주는 아쉬움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카니발'의 노래들은 그러한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카니발'의 노래에는 시간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멜로디와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두 명의
개성 강하고, 또한 철저한 천재 작곡가들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분명 사람들
에게 결코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 노래를 작곡할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 말이
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낡은 느낌을 받게 되는 부분은 보통 가사의 경우인
데, '카니발'에 담긴 노래의 가사들은 지금 들어도 결코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 그것은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해진 우리의 젊은이들
에게도 위로가 되는 노래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땐 그랬지'에서 '그녀를 잡아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첫 인트로를 장식
하는 연주곡인 'Carnival'에서 '그녀를 잡아요'까지 '카니발'의 노래들은 이
음반이 처음 나온 그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는 그 시절을 기억하면서 친구와
술 한잔 나누면서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노래들은
단순히 추억나누기를 하는 노래로 남겨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지금의 일명 힘
든 '88만원 세대'가 들어도 위로가 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보편적인
이 살기 힘든 나라의 젊은이들 모두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거나 이야기하는 노
래들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신세한탄만을 하거나,
또는 추억만을 이 음반은 노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카니발'은 마지막 곡을
바로 '거위의 꿈'으로 마무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순이가 다시 부른 '거위의 꿈'과 이 음반에 담긴 '거위의 꿈'은 완전히 똑
같은 노래다. 편곡을 다시 한 부분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노래다. '이
적'은 방송에서 자신들이 부른 것보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 더 사람들의 마
음을 울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카니발'의 전 앨범을 주의 깊게 들은 마
지막에 만나는 '거위의 꿈'은 분명 같은 노래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 험한 세상을 살고 난 다음, 이제 어느 정도 그 시간을
잘 지나온 원숙한 사람이 과거를 생각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면, 카니발이 부른
'거위의 꿈'은 지난 시절을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거나 추억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여전히 험난한 내일을 펼쳐주는 이 시대를 현재진행형으로 살아가고 있
는 젊은이가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인순이
의 '거위의 꿈'과 다르게 카니발의 '거위의 꿈'은 힘들었던 어제, 그리고 여전히
힘들 내일임에도 남들이 모두 비웃는 그 '꿈'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더
욱 힘있게 전해준다. 그리고 그 메세지는 분명 카니발의 전곡을 다 들었을 때 더
욱 분명하게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과거 세기말의 힘든 시간을 살았던 우리의 젊은이들을 위로했던 '카니발'의 노
래들은 지금도 여전히 힘든, 아니 더욱 더 힘들어져만 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
리 모두에게 담담히 추억과 위로를 함께 건넨다. 그래도 답은 '꿈을 꾸는 것'이라
는 노랫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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