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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38년 생으로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1950)을 비롯해, 다단한 현대사의 흐름과 함께 국문학자로 활동하며 살아온 저자의 회고록이다. 평생 국문학 그 중에서도 고전시가 연구에 매진했으니, 같은 분야의 전공자인 나로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직접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저자를 선배 학자이자 스승으로 여기고 있음도 밝혀두고자 한다. 심사위원으로서 나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또한 저서를 보내드리면 반드시 친필로 고마움을 전하는 답서를 보내기도 하셨다. 그렇게 받은 저자를 비롯한 선배 학자들이 보내주신 편지는 소중한 자료로 여겨 지금껏 보관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졍년을 한 이후에도 꾸준히 연구를 하시며, 출간한 전공 관련 저서만도 4권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출간한 회고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삶을 최소한의 자료를 참고한 채, 순전한 저자의 ‘기억’에만 의지해 저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정 일화의 연도를 기록한 후에 숫자와 나란히 물음표(?)를 덧붙인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꼼꼼한 성격을 반영하고 있듯이, 이 책은 20여 년 전에 초고를 완성한 후 여러 차례에 걸친 교정 작업을 거쳐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신중하게 수정하여 출간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왔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 비록 ‘평범한 소시민의 범상한 자서전’의 성격을 지니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사료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자부한다. 더욱이 국문학자로서 겪고 기록한 다양한 내용은 같은 전공의 후학의 관점으로도 연구사적으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는 자료라고 여겨진다. 실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으며 또한 저자와도 학문적 관련이 있는 다양한 선배 학자들을 떠올려보기도 했었다. 거론된 선배 학자들 가운데 저자와 동년배였던 이들 중 상당수는 나와도 학문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었지만, 오늘 현재 이미 세상을 떠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고 하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이미 고인이 되신 그분들의 명목을 빌어본다.
저자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록하고 있기에, 가족들이나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저자의 ‘기억’에 의존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오랜 시절의 일들을 이처럼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독자에게 놀라움을 자아낸다고 하겠다. 다만 현대사의 다단한 ‘사건’들을 직접 겪으셨기에, 저자의 생각과 의식이 지나치게 강하게 표출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시대적 상황이나 이념적인 문제에 있어서 저자의 관점이 강조되어 있으며, 자신과 다른 이들의 관점이나 후대의 사회적 문제에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 학자로 여기고 있지만, 그처럼 저자 개인의 평가를 앞세우면서 비판하는 내용들 대부분에 공감할 수 없었음을 굳이 밝혀두고자 한다. 이 또한 시대를 인식하는 관점이 저자와 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변명해 본다.
오랜 기간 직접 만나 뵙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를 옆에서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평소 후학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저자의 품성이 나에게 전달되는 듯했으며, 오래전에 함께 했던 저자와의 술자리 추억도 문득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리하여 마침 주말을 앞두고 배달된 책을 받고서 곧바로 읽기 시작하여. 오래지 않아 완독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서울을 벗어나 생활한 지 오래되었기에,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저자를 직접 만나 뵙고 인사를 드라면서 약 한 잔 기울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