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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때면 여행을 계획한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부터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다녀왔기에 잠시동안의 여행은 일상이 되었다. 전에는 아이들과 많이 다녔다면, 최근엔 바쁜 아이들을 빼고 부부끼리만 다녀오는 여행이 잦아졌다.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심심하기에 여동생네 부부와 혹은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다니는 여행이 훨씬 즐겁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여행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산책을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시간이 좋다.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된다. 닫았던 마음을 활짝 열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기대에 차있다. 나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고, 상대방은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있다.
여행은 귀한 시간이다. 여행을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이 맞지 않으면 여행기간내내 불편함을 느낀다. 어딘가를 갈때도 마음이 맞지 않고, 하물며 여행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음악을 계속 틀어놓는다거나 하면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때도 있다. 그러면 다음 여행을 약속하기에 발걸음을 한 발짝 뒤로 뺄지도 모른다. 가족이 함께 여행해도 불편함을 있을수도 있는데, 가족이 아닌 사람과 여행한다는 건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일이다. 해야 할 말도 한 번 더 생각해야 하고, 예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등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타인과의 여행에서 챙겨야 할 점이다.
마크 해던의 『빨간 집』은 어떻게 보면 동화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인터넷 서점에 '빨간 집'이라고 검색해보면 '빨간'을 치면서 부터, 빨간 머리 앤부터 뜨는 것이 이 책은 동화책처럼 읽히겠다 생각했다. 동화같은 빨간 집에서 일어나는 추리소설이려나,,, 나름대로 상상력을 펼쳤다. 막상 읽어보니 두 가족의 8일간의 여행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았다.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안젤라와 리처드 남매는 자주 왕래하지 않아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리처드는 재혼한 루이자와 루이자의 딸 멜리사와도 친해질 겸 누나인 안젤라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88마일의 기차여행후 도착한 빨간집에서 8일간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남동생과 누나의 가족이 모였지만, 모두들 어색하다.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를 보살폈던 안젤라는 병원비만 주고 어머니를 간호하지 않았던 리처드에 대해 못내 서운했다. 안젤라의 남편 도미니크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이 지겨워 아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열여덟 살 큰아들 알렉스는 사촌간이 되는 멜리사를 훔쳐보고, 데이지는 종교에 빠져 종교 외의 것들은 인정하려들지 않고, 막내 벤지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과연 이들 여덟 명의 가족들이 빨간집에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아이들이 떠나간 뒤 훗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때 자신의 모습이 늘 혼자라면 이것은 다른 가족, 이를테면 남편과는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일까. 함께 살고 있지만,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사이, 미래의 삶에서 배우자는 없는 삶을 상상한다는 것. 나이 들수록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데, 이런 부부들을 보면 조금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불협화음을 이루는 여덟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쉽지 않다. 남매는 지나간 기억들, 아픈 기억들을 꺼냈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품고 있었던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다. 때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특별한 공간에서는 이해할 일도 생긴다. 대화를 나무며 그동안 마음을 왜 꼭 닫고 있었는지,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질문을 삼켰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출발할때는 어색한 사이였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조금씩 꺼낸뒤에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나.
한 사람의 시점으로만 되어 있는 글은 상대방의 마음이 몹시 궁금한 법인데, 마크 해던은 이 책에서 모두 각자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썼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달까. 위기속에 있는 가족들, 그럼에도 여행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을 거라 생각되며, 이들 두 가족의 모습이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동생네와 겨울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조금씩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 적응하는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저 좋은 여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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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 종잡을 수 없는 말, 모든 떠도는 배의 길잡이 별. 그러나 모두가 다른 하늘 아래를 항해하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일주일 뒤의 어느 날. 식구들이랑 다 같이 여행을 가자며 동생인 리처드에게 연락이 온다. 안젤라가 "리처드랑 내가 피붙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아."라고 할 정도로 그들은 소원한 남매 지간이다. 피차 남매 지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살아왔던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누나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려는 리처드가 계획한 가족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명목상' 가족 여행을 떠난다. 웨일스 국경 쪽의 헤이온와이 마을 옆에 있는 아름다운 영국식 별장, 빨간 집에서 생판 남과도 같은 가족들과 일주일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미니크는 옆 좌석의 안젤라를 곁눈질했다. 그 옛날, 대학 술집에 앉아 있던, 어깨가 드러난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뚱뚱해지고 살갖도 처지고 장딴지에 정맥이 불거져 나와서 할머니가 다 된 모습에 그는 넌더리가 났다.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확 죽어버렸으면 싶었다. 그러면 20년 전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을 텐데.
초반부터 인물들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학 시절과는 딴판으로 달라진, 억척스러운 아내가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남편이라니.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거의 '막장드라마'스러운 이들의 비밀, 폭로, 속마음들은 너무도 리얼해서 가끔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럽게 만든다. 남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마치 일일연속극과도 같은 이들의 스토리는 가족여행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난리브루스 속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달까. 감추고, 재고, 속이는 것보다야 이렇게 다 까발리는 게 '가족'이 아닌가 싶어지는 지점이 온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나의 맨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감정을 꾸미거나 속일 필요가 전혀 없는 그런 관계.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관계'라는 걸 맺게 되는 곳이 바로 집이란 걸 떠올려보자면,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서툰 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가족 관계를 통해서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맺게 될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가족 관계에 따라 앞으로 수많은 인간관계가 그와 유사하게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릴 때 사랑을 받지 못했다거나, 가족에게서 거부당한 적이 있다거나 할 경우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비슷한 상처를 주거나 받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아끼고 보듬고 사랑을 키워야 할 가정이 잘못하면 불행을 키우는 씨앗을 만들어내는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리처드는 원래 이 얘기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남매의 과거는 오염된 땅과도 같아서, 파헤치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터였다. 구태여 보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모든 걸 고이 접어두고 잠재우고 싶을 따름이었다.
안젤라는 어머니가 요양원에 있을 때 몇 번 찾아오지도 않았던 동생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5년 동안 어머니를 매주 찾아 뵀지만, 동생은 요양비만 대고 거의 얼굴은 비추지 않았던 것이다. 리처드는 자신이 열세 살때 어머니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누나는 친구 집에 가서 살며 자신을 홀로 내버려 두었다고 서운해한다. 당시 2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 집에서만 보냈다며, 알코올중독 어머니와 자신만 남겨두었다고 말이다. 리처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지금은, 누나에게 좋은 동생이 되어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래된 남매 사이의 골은 쉽게 좁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도미니크는 외도의 증거인 문자를 아들에게 들켜버리고, 데이지는 루이자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는 혼란스러워한다. 리처드는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분쟁으로 골치가 아프고, 루이자는 결혼하기 전에 꽤 문란한 생활을 했던 것을 그에게 고백한다. 멜리사는 학교에서 자신이 괴롭혔던 아이가 자살시도를 하는 바람에 일이 커져 골치가 아프다. 아까 알렉스에게 멱살을 잡혔을 때 무언가가 변했을 줄 알았다.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으리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건 원래 없다. 각자의 고민과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이들은, 이제 앞으로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료한 시간을 즐겨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들은 서먹한 관계를 끌어안고, 다시 가족이 되어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 지긋지긋하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여덟 명의 인물들이 각자 화자가 되어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솔직한 상처를 보여준다. 페이지 곳곳에 우리네 가족과 비슷한 그들의 고민이 묻어 나온다. 이들의 가족 여행이 갑자기 관계를 개선시키고,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식의 해피 엔딩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가끔은 고통스럽고, 어쩔땐 짜증나고, 꼴도 보기 싫고, 미울지라도 말이다. 나는 이들이 가족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언젠가는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고 위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믿는다. 그것이 바로 가족이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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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장 확실한 내 편을 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족을 말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있어서도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허나 가족이란 울타리가 짊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위로 받고 보호받아야 할 상대로부터 오히려 더 많은 상처와 고통 등의 감정을 받아야 하는 가족... 분명 도망치고 싶어질 것이다. 서로 엇갈린 기억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남매와 그들의 가족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가족여행을 떠나는 마크 해던의 '빨간집'... 왜 빨간집일까? 곧 폭발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호기심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서로의 존재를 될 수 있으면 외면하고 싶었던 남매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통해서 너무나 오랜만에 재회를 한다. 서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금전적, 육체적으로 나누어서 돌보았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 허나 서로의 속내는 다르다. 이 불안정한 남매는 불현듯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길에 그의 가족이 함께한다.
여행이란 게 무엇이든 잘 통하는 베프 친구와 함께 떠나도 꼭 한 번은 말다툼을 할 정도로 결코 쉬지 않다. 남보다 못한 가족인 누나 안젤라와 남동생 리처드... 두 사람은 물론이고 배우자들과 여행 자체를 내켜하지 않는 아이들까지 함께 한 가족여행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리며 위험천만하다. 안젤라와 리처드... 두 사람의 어두운 기억속 존재로 남아있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 자체가 너무나 어긋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있다. 가족의 곁을 떠나 당당히 의사로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남동생 리처드를 바라보는 안젤라의 마음은 복잡하다.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남이나 다름없는 부부생활을 이끌고 있는 안젤라와 그녀의 남편 도미니크... 도미니크는 사실 이번 여행이 내키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가게에서 만난 범법자? 와의 일이 얽히면서 수시로 그를 돌아보게 한다. 그들의 자식 알렉스, 데이지, 벤지... 첫째아들 알렉스는 리처드의 딸(아내의 딸) 멜리사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게 되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서슴지 않고 들어낸다. 데이지는 열심히 종교에 매달린 소녀다. 오빠가 보이는 반응으로 인해 멜리사와 친해지며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의 시험대에 처하는 상황에 놓인다. 막내 벤지는 나이차가 나는 형과 누나, 여기에 부모님까지 각자가 가진 문제, 생각들이 가득하기에 제대로 된 보살핌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리처드의 가족 역시 만만치 않다.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리처드를 괴롭히는 것은 법정까지 갈지 모를 의료사고다. 그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분명 리처드와 연관이 있다. 리처드는 수시로 환자를 떠올리며 찾아가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리처드는 아내 루이자를 통해 안정을 얻고 있다. 두사람의 사이는 무척이나 좋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에 안젤라가 질투를 느낄 정도로 좋지만 여행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리처드와 루이자 앞에...
루이자의 딸 멜리사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지닌 소녀지만 다른 사람의 약점, 아픈 곳을 본능적으로 잘 캐치해 낸다. 교묘하게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려는 멜리사... 솔직히 멜리사가 내 딸이라면 무서울 거 같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죄책감 없이 행하는 멜레사의 모습 선뜻 예뻐하기 어렵다. 멜리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두려운 문제를 데이지에게 털어놓지만 데이지의 반응에 마음이 상한다. 데이지 역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면서 양쪽 부모님 모두를 긴장시킨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어도 힘든데 전혀 상대에 대한 호감은 저 멀리 있는 가족끼리의 여행이 순탄할리 없다. 수시로 삐거덕거리는 일이 그들 앞에 놓이고 그들 나름은 각자의 해결 방식을 찾아 서로에게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부딪히고 맘이 상하며 더 깊은 골을 만나기도 하고 정답은 아니지만 위로를 경험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픈 부분으로 다가온 이야기는 기형아를 사산한 안젤라가 수시로 아기를 떠올리며 힘든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사산아로 인해 그녀 스스로 더 고립되고 가족들과 멀어진 것은 아닌지... 안젤라는 자신의 아픔을 껄끄러운 올캐 루이자에게 털어놓으며 루이자는 안젤라의 아픔, 고통, 상실감 등의 복잡한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깔끔하게 정리되는 해결책을 안고서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들은 각자의 생각과 고통 속에 놓여 있다. 허나 처음에 만날 때와는 확실히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변화가 생긴다. 현실속 우리 가족의 모습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역시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족과 소소하게 갈등을 겪을 수 있기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여덟 명의 가족이 팔 일간의 여행을 통해 만들어가는 이야기지만 어느 한 사람의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각자의 눈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 더 냉철하고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다음에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지금과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작품 처음인데 가족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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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멍투성이, 기억은 상처투성이 빨간 집에 놀러 오세요!" 폭풍전야 월요일, 외도직전 화요일, 소통불가 수요일, 대폭발 목요일, 탈출시도 금요일, 앓느니 죽은 토요일. 그리고 눈물바다 일요일... 일일연속극보다 시끌법적하고 막장 드라마보다 꼬인 우리의 88마일이 펼쳐진다!
내가 살던 집, 도시를 떠나 잠시 다른 곳으로 향하는 여행은 기대가 되고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하다. 여행을 가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하는 것은 물론 일정도 미리 짜야한다는 점에서는 귀찮고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서 나중에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구애받지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혼자 가는 여행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가는 여행도 나름대로 좋다. 여행을 마지막으로 갔다온지도 어느덧 오래이기에 지금도 간혹 가족들과 혹은 혼자만의 여행을 종종 꿈꾸곤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칠뿐 귀차니즘이나 이런 저런 핑계로 실천으로까지 옮기지는 않았다. 물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즐겁겠지만 평소에도 반가워하지않던 사람들과 동행하는 여행이라면 그 여행은 아마도 최악이 아닐까.
오랫동안 가까이지내지않았던 친척들과 함께 동행, 여행을 함께 떠나는 사람과 의견이 맞지않으면 서로 불편하는 것은 물론 여행을 떠난 것에 대한 후의도 따라온다. 그런 여행이 즐거울 일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법, 오랫동안 보지도 않았던 친적과 함께 간 여행은 당사자들에게도 정말인지 최악의 여행으로 다가왔다. 15년이 넘도록 오후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을 정도로 평소 왕래도 전혀 하지 않았던 두 남매 누나 안젤라와 동생 리처드, 어머니의 장례 이후에도 만나지 않았던 두 남매였지만 동생 리처드의 제안을 따라 웨일스 국경 쪽의 헤리퍼드셔 지역 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리처드는 하나밖에 없는 누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에 여행을 계획했고 재혼한 여자 루이자와 새 딸 멜리사에게도 가장다운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주된 이유이다. 게다가 최근에 병원에 일까지 생겨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또한 그 이유 중 하나다.
안젤라는 동생 리처드의 계획을 전화를 통해 전해듣고 동생을 두번 다시 보고 싶지않다는 생각과 더불어 못갈게 뭐 있느냐는 오기까지 더해져 여행을 수락했고 그렇게 여행이 결정된 것이다. 그렇게 떠나게 된 여행은 88마일의 기차여행을 마치고 영국식 전원의 고풍스러운 별장 즉 빨간집에서 도착해 8일간 머무르기로 계획이 잡혀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모두에게 어색하기만 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폈던 자신에게 병원비만 주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던 동생 리처드을 원망하는 안젤라, 사촌인 멜리스을 이성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안젤라의 큰 아들인 알렉스, 자신만에 세계에 빠져있는 막내 벤지 등 이들 가족은 이미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이들 가족은 과연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번 여행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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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족이란 단어를 지우면 뭐가 남을까요. 가족은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가족의 구성원이 자꾸 줄어들고 이런저런 매체의 발달로 인해 가족간 유대감도 많이 줄어든건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오늘 읽은 <빨간집>이란 책은 그런 가족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랑스런 가족드라마?라고 해도 될것 같아요. 가끔은 문명과 떨어진 그런곳에서 조용하게 몇일만 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그 누구의 간섭도, 어떤 전자매체의 구속도 받기 싫은 그런 때. 여기 빨간집에 모여든 두 가족이 바로 그런곳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안젤라와 리처드남매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15년만에 만나 여행을 가기로합니다. 그동안 두사람 사이에 쌓였던 오해를 풀고자 제안한 여행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꾹꾹 눌러둔 오해라 그런지 둘사이의 관계는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잘나가는 의사에다 재혼으로 얻은 예쁜 부인까지. 겉으론 아무 문제없어보이는 리처드는 의료분쟁에 휘말려있고, 재혼한 아내의 느닷없는 과거고백에 황당해하고 아내와 함께 가족이 된 딸은 자신에게 쌀쌀맞기만 합니다. 그런 속내를 모르는 안젤라는 잘난 동생이 부럽기도 하고 엄마가 살아계실때 자주 찾아주지 않은것이 괘씸하기도 합니다. 자신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보살펴야 했고 남편인 도미니크는 무능력하고 딸아이는 종교에 빠져 엄마인 자신과 대립중인 현실이 리처드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을 테니까요. 낯선곳에서 낯선(?) 가족들과 일주일동안의 여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처음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들을 보며 아무리 겹겹이 쌓인 오해덩어리 속에서도 역시 가족은 가족이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어느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름 각자 안고 있는 문제나 걱정거리들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 문제나 걱정거리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면 쉽게 풀어갈 수 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손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부모자식간이라면 없을지 몰라도 형제자매간이라면 분명히 존재하긴 하니까요. 리처드와 안젤라 역시 조금이라도 소통하며 서로의 속내를 풀어놓고 지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틈이 생기진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역시 문제는 소통의 부재라고나 할까요.
루이자에게 털어놓고 나니, 억지로 끌려온 이 휴가 아닌 휴가에서 걷잡을 수 없이 미끄러지기만 하던 안젤라는 드디어 무언가 붙잡을 것을 찾은 기분이었다. 루이자가 몸을 일으켜 안젤라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얹고는 3,4초 정도 가만히 있었다. 어설픈 손길이었다. (238쪽) 처음에 이 집에서 느꼈던 오싹한 한기는 우리 자신의 유령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래서 오래된 집이 싫었나 보다. 모두가 묻어둔 과거가 되살아나는 곳이라서. 천장의 스포트라이트 조명등이나 장식용 쿠션들 같은 안락한 최신식 소품들로 지난 역사를 없애버릴수 있을 리가 없는데. (297쪽) 이 작가의 책은 처음으로 접합니다만, 이 책을 읽고서 작가를 검색해보니 이미 출간된 책이 있었네요. [한 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란 책인데 이 책도 무척이나 흥미로워 보입니다. 꼭 읽어보기로...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 그리고 그 속에 사랑과 우정까지 두루 느낄 수 있는 <빨간집>은 비단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나 자신, 그리고 우리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족끼리는 자주 여행을 떠나는 편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이모, 고모들과는 여행할 기회가 자주 없는게 사실이죠. 1년에 한번이라도 그런 자리를 마련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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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이나 아이라 레빈스럽게― 기괴한 모양으로 뒤틀린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가족이란 무지막지한 명제를 끌어다 쓴 수작 중의 하나라 할만하다. 특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내 가족과 겹쳐 보였던 까닭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동시에 함께 밥을 먹으며 지낸다는 사전적 측면에서 보건대, 사실 혈연이든 아니든 간에 얼마든지 가족이 형성될 수 있는 현실세계는 정말이지 그럴싸해 보인다. 오죽하면 식구라는 말의 의미가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으로 풀이되고 있을까― 따라서 한자도 ‘食口’라 쓴다. 누군가는 홀로 요양원 수발을 하고, 누군가는 돈을 내며, 누군가는 종교문제로 다투는가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소소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딱히 손에 잡히는 유형의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가족 내부 공동체에서는 언제든지 무형의 분란과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존재할 수 있다. 도저히 화해의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에서 미약하나마 웃음거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해 볼 수도 있겠으나, 어딘지 모르게 나는 이 소설에서 당최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외양만 보자면 일견 가벼운 느낌의 티격태격함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가족이란 언제나 외부의 것들과는 단절되어 있는 공동체인 까닭이다. 마치 섬에 갇혀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때문에 다툼거리가 생기면 언제든 그 갈등은 공동체 내부에서 삭여야만 하건만, 대부분 하나의 갈등은 그대로 없어지지 않고 얼마든지 새로운 갈등으로 대체되곤 한다. 이 갈등은 저 갈등을 가져와 없앨 수 있지만 새로 발생한 문젯거리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해야만 소멸될 수 있는 거다. 그러므로 꾸준히 그리고 단속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은 외부와 차단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소화해내야만 할 텐데 그것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더군다나 그 좁디좁은 공간 안에서는 마치 정치꾼들처럼 편을 가르는 등의 계파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이처럼 이 영원한 평행선을 구부릴 수 있는 실마리는 좀처럼 찾아내기가 힘들지만, 희한하게도 때때로 외부의 공격에 맞서는 순간이 오면 그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언제 그랬냐는 듯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하고…….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이해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그건 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것일 게다. 그게 뭘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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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란 이상한 제목으로 먼저 나에게 다가왔던 작가의 최근 소설이다. 열다섯 자폐증 소년을 주인공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심리 묘사로 나를 사로잡은 적이 있는 작가다. 그런데 이번 소설 제목이 <빨간 집>이다. 제목만 보면 뭔가 섬뜩한 느낌도, 야한 느낌도 든다. 표지를 보면 다르지만. 마크 해던이란 작가 이름을 보면 전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감정이 충돌하면서 소개글을 읽으니 가족이란 단어가 불쑥 떠오른다. 많은 소설에서 중요 소재로 등장하여 다양한 갈래로 갈라졌던 그 가족 말이다. 그리고 수많은 호평들이 이 가족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왔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두 가족이 함께 집을 빌려 일주일 동안 함께 산다. 누나인 안젤라 가족과 동생 리처드 가족, 이렇게 8명이 웨일스 국경 근처 헤이온와이 마을 옆 별장으로 떠난다. 안젤라 가족은 남편 도미니크와 큰 아들 알렉스, 딸 데이지, 막내아들 벤지 이렇게 5명. 리처드 가족은 아내 루이자와 의붓딸 멜리사 3명이다. 같은 동네에 살지 않는 이 두 가족은 각각 다른 교통수단으로 별장으로 향한다. 리처드 가족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몰고 가고, 안젤라 가족은 기차를 타고 움직인다. 이 별장을 빌린 것은 동생 리처드다. 서로 왕래도 많지 않고 가족 내부의 문제도 있는 이들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행에서 자신들 속에 잠재되어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밖으로 쏟아낸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족이란 화목해야하고 서로 감싸주고 도와주는 것이란 이미지에 중독되어 있다. 서로 갈등하고 싸우다가도 끝은 훈훈하게 가족애로 마무리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가족의 이미지다. 이 이미지는 우리를 알게 모르게 세뇌시켜왔다. 그래서 이런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을 비난하기 바쁘다. 그들이 가진 문제나 어려움은 제대로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이때 가족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그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굳건하게 믿고 있던 가족 이데올로기가 산산조각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의 가족 이야기에서 벗어나 있다.
결혼한 지 20년이 다 된 안젤라 부부나 재혼한 리처드 부부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각각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 자란 두 사람이 사는데 갈등이 없다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안젤라는 사산된 아기에 대한 환영에 사로잡혀 있고,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남편 도미니크는 불륜을 저지른다. 반면에 부유한 리처드와 재혼한 루이자의 재혼 전 삶은 굉장히 자기파괴적이었다. 리처드는 의료 사고 문제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안젤라와 리처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병수발 등으로 오해와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어른들의 문제들이 하나의 축으로 흘러간다면 네 명의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문제를 안고 있다. 알렉스는 운동 중독 증상이 있으면서 섹시한 멜리사에게 끌리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변한 데이지는 종교로 가족들과 갈등을 빚고 친구 문제도 가지고 있다. 벤지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서 홀로 재밌게 놀 뿐인 아이다. 멜리사는 제멋대로 살아가면서 다른 아이들을 상처 입히는 것을 즐긴다. 이렇게 적고 보면 그냥 평범하거나 조금 나쁜 학생들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불안하고 불안정하고 걱정 많은 청소년들이다. 이 여행은 바로 이것을 밖으로 표출하여 드러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바로 화려한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과 전개다.
집을 떠났다고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지 않는다. 이 여행은 그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여행은 서로 잘 몰랐던 가족 사이의 유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안젤라 남매 사이에 오해는 이해로 가는 과정 속에 놓여 있고, 딸 데이지와 엄마 사이는 소통 부재가 여전히 존재한다. 아내와 남편 사이에 애정이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서로를 탓할 뿐이다. 이것이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낯설다. 10대들의 노골적인 성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조금 다른 문화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영국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SNS의 문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가족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열린 결말은 현실의 충실한 반영이다. 작가의 의지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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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가족을 위한 아주 특별한 여행담’, ‘일일연속극보다 시끌벅적하고 막장드라마보다 꼬인 가족 8인의 88마일이 펼쳐진다!’ 등 이 작품의 소개글을 보면 언뜻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유쾌한 가족 블랙코미디가 연상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이 작품을 적확하게 묘사한 건 ‘막장드라마보다 꼬인’이라는 표현뿐입니다. 무능한데다 불륜에 빠져있으면서도 아내가 죽기를 바라는 남편, 열등감과 콤플렉스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걸린 아내,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난 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인 소년, 술과 대마초를 즐기는 도발적인 소녀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가족, 8명의 구성원은 죄다 비밀과 상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로 인해 인생 자체가 꼬일대로 꼬인 인물들입니다. 이런 시한폭탄 같은 남녀노소가 웨일스 국경지대에 홀로 뚝 떨어져있는 별장 ‘빨간 집’에서 무려 일주일동안 위험천만한 동거에 들어갑니다. 안젤라와 리처드는 친남매지만 20년 가까이 연락조차 끊은 채 지내왔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동생 리처드는 누나 안젤라에게 가족여행을 제안했고,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던 안젤라는 남편 도미니크와 세 아이들과 함께 빨간 집으로 향합니다. 리처드와 재혼한 루이자와 의붓딸 멜리사는 불편한 심정으로 여행에 동참합니다. 거의 남이나 다름없는 두 가족의 동거는 예상대로 지뢰밭 그 자체입니다. 안젤라와 리처드의 충돌은 물론, 이미 위험수위에 있던 각 집안 내부의 갈등까지 폭발하여 빨간 집은 24시간 초긴장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더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비밀과 상처, 욕망과 고백의 퍼레이드가 이어지는가 하면, 기다렸다는 듯 카운터펀치가 오고가며 8명 사이의 갈등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습니다. 하지만 끝장을 볼 것 같던 갈등들은 뜻밖에도 여기저기서 화해의 전조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밀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무능했던 사람은 각오를 새롭게 하고, 거만했던 사람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다짐합니다. 그렇지만 이 화해는 또 다른 대폭발의 전조일 뿐입니다. ![]() 인물 소개만 봐도 알겠지만 바람직하고 도덕적이며 모두를 아우르는 주인공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빨간 집’은 8명 모두가 주인공이며 골고루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안젤라의 막내인 8살 벤지조차 분량은 좀 적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크게 보면 안젤라-리처드 남매의 갈등을 메인으로 두 가족 간의 미묘한 대립을 그리고 있고, 격랑의 복판에 놓인 3명의 10대와 좌절과 분노에 휩싸인 4명의 40대가 때론 세대 간의 갈등을, 때론 같은 또래 간의 충돌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구성돼있습니다. 그야말로 가족 내부의 갈등과 가족 간의 충돌을 그리기 위한 모든 진용이 갖춰진 셈입니다. 하나같이 유별나고 독특한 인물들이지만 작가는 이들 모두에게 ‘잊고 싶은 과거, 혼란스러운 현재, 갖고 싶은 미래’라는 특징을 꼼꼼하게 부여합니다. 당연히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유무형의 폭력과 간섭은 물론 몰이해, 무관심, 이기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무척 많습니다. 17살 알렉스는 무능한 아버지의 멱살을 잡기에 이르고, 16살 데이지는 자신의 고민을 전혀 이해 못하는 엄마에게 등을 돌립니다. 극강의 문제아 16살 멜리사는 알고 보면 소박한 희망사항을 갖고 있는데 누구라도 좋으니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7살의 안젤라는 그저 오롯이 모든 걸 혼자 즐길 수 있는 자유를 꿈꾸고, 그녀의 남편 도미니크는 타고난 게으름과 소통 부족으로 여기저기서 맹공을 당하고 있으며, 안젤라의 남동생 리처드는 재혼 가족인 루이자와 멜리사를 끌어안으려 애쓰고 있고, 루이자는 부모와 오빠와 전 남편에게 받은 학대를 잊고 리처드에게서 안식을 찾으려 합니다. 과연 스치기만 해도 폭발을 일으킬 것만 같은 8명에게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너무 어두침침하고 암울한 이야기인 것처럼 서평을 적었는데, 실은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불쾌하거나 찜찜함이 남는 작품은 결코 아닙니다. 중년의 부모들도, 10대 아이들도 ‘빨간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조금씩은 변화와 성장을 겪습니다. 누군가는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전통적인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삶의 태도나 발상의 전환을 이루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오히려 일주일전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화해를 나눈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조만간 더 큰 전쟁을 예고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탓에 제각각의 엔딩을 품은 채 빨간 집을 떠나는 8명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와 씁쓸함이라는 묘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 대한민국 막장드라마가 남의 불행을 지켜보며 고소해하는 시청자의 심리를 자극한다면 웨일스 국경의 빨간 집에서 벌어지는 두 가족의 막장드라마는 훨씬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 변화와 성장을 겪은 8명의 삶이 앞으로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이어지길 바라게 만들고, 또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담담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긍정적인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또는 이미 보냈거나 아직은 행복하다고 자평하는 모든 가족들에게 ‘빨간 집’은 위안과 격려, 그리고 충고와 경고를 동시에 전하는 작품이 돼줄 거란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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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가장 큰 화두는 힐링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가족간의 이야기나 화해를 다루는 가슴 따뜻하지만 현실적으론 현실성도 떨어지고 그저 읽는 사람의 마음만 들쑤시는듯한 글은 그다지 선호하지않기에 대놓고 나 힐링소설이네 하는 책은 거리를 두게 된다. 어쩌면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의 여파로 인해 이런 소설이 각광받는지도 모르겠지만....대안도 아니고 잠시 잠깐의 위안만 되는 이런 소설은 솔직히 이제 그만! 하는 심정이다. 그래서 이 책 마크 해던의 `빨간집`에 대해선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고 읽었고 막연히 가족간의 화해나 이해를 담는 그렇고 그런 유행을 따른 소설일거라는 나의 가정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할수 있다. 그의 작품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라는 책만 읽어봤을뿐...그다지 많이 알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는데 다양한 나라에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것 같다
오랫동안 누워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연락은 커녕 서로 대화조차 않는...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지낸지 오래인 남매 리처드와 안젤라는 리처드의 제안으로 웨일스 국경에 있는 외딴집에서의 휴가를 결정한다. 여행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양쪽 집안의 사람들은 첫날부터 삐걱거리기 일쑤고 아무런 문명의 혜택도 받을수 없는 외딴 집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기 그지없을뿐 아니라 주변이웃조차 없는 지경이기에 모든 불만은 오롯이 서로의 가족에게로 향하게 된다. 무능한 가장이면서 아내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는 도미니크,겉으론 잘나가는 방사선과의사지만 환자와의 의료분쟁으로 모든걸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리처드,하나뿐인 딸아이와 종교문제로 인해 갈등중인 안젤라...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역시 사소하거나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어느집이든 들여다보면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건 알고는 있지만 외관상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어 늘 자신이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고 대부분 그 불만의 대상은 가족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존재이자 마치 나에게 지어진 짐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책속에 나오는 두 커플인 남매는 외관상으로 보이는 모습은 서로 상반되기에 서로를 원망하거나 혹은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많고 그 결과가 단절로 이어져 왔다. 동생인 리처드는 잘나가는 의사에다 부유하고 재혼한 아내는 미인이기까지해서 마치 모든걸 다 가진듯 자신만만하게 보이기에 엄마에게 시간을 내주지않고 돈만 보낸 그의 쌀쌀함이 누이에겐 몰인정스럽게만 보이고 그의 누이인 안젤라 자신은 몇년째 제대로 된 직장이 없던 남편의 무능력에다 갑작스런 종교에의 헌신으로 모든 가족과 담을 쌓은듯 보이는 딸아이의 문제로 고민중이기에 그녀 안젤라가 리처드에게 가지는 질시와 질투의 감정은 엄마의 간병 문제로 인해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오랫세월 서로에게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않았던 그들은 더이상은 물러설 곳없는 외딴집에서 마침내 서로에게 서로의 문제를 얘기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대화를 하게 되는 물꼬를 트게 되면서 화해를 할 첫단추를 끼우게 된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성 적 정체성에 직면하면서 마침내 스스로를 인정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돌연한 화해무드를 조성하거나 억지스럽게 과거와의 조우를 곁들이는 억지스러움이 없는 결말은 힐링소설이나 가족소설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있다. 며칠간의 휴가로 오랜세월 등한시햇던 가족간의 문제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불연듯 해빙무드를 발동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않은 자연스러움이 이 책의 장기가 아닐지.. 결국 이 일주일간의 휴가에서 조성된 화해무드는 오래가지않고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둔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 사는 부분이 아닐지...현실은 녹록치않기에 오히려 이런 결말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왠지 진짜 가족간의 이야기인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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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7개의 문학상을 휩쓴 작가 마크 해던이 근 6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자 장편소설인 <빨간 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원래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만나고 어울리며 평생을 함께 이루어 나가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구성원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이죠. 그 모두가 비난하고 비록 내가 잘못을 했어도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지만 가족이 등을 돌리고 적이되어 대치상황에 놓이면 그 어떤 적보다도 더 어렵고 힘들고 괴롭다고 하죠. 그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어찌해도 승자는 없고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만 남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기에 오늘날과 같은 이런 날 추운 연말에 가족애에 대한 가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고 가족을 찾도록 이러한 류의 책이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안젤라와 리처드 남매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마주 앉는 어려운 결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악몽 같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두 사람은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죠. "15년이 넘도록 오후 반나절 이상 같이 보낸 적이 없을 만큼 서로 소원했던" 두 남매에게 여정이 쉬울 리는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어렵게 용기를 내었음에도 안젤라와 리처드 사이의 균열은 좀처럼 좁혀지기는커녕 더 균열이 넓어지며 지속적으로 평행선을 달리고만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에 안젤라와 리처드의 문제뿐 아니라 안젤라 가족과 리처드 가족의 문제들도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는데 틈만 나면 의붓사촌 멜리사를 덮치려는 알렉스, 레즈비언인지를 고민하는 데이지, 탈선을 일삼는 멜리사 등 안젤라와 리처드 가족들의 문제와 얽힌 갈등의 골은 차라리 이 자리를 갖기보단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는게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악의 관계에 놓인 캐릭터들로 머리가 지끈할 정도이며 이들의 여행은 자칫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은 관계로 아슬아슬할 정도 이죠. 이 작품에선 이들의 관계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완전히 회복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끝이 납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여행은 아주 무의미한 시간낭비라고 할 수 없는 나름 의미있는 여행이었다는 것을 돌려서 말해 주고 있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을 여행을 통해서 말하고 듣고 하면서 그간의 오해와 잘못알고 있었던 점들 그리고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여행이란 풍경을 보고 좋은 곳에서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러면서 서로에 대한 것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통해서 회복해 나가는 것에 더 의미가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읽는 동안에 느끼는 것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좋은 느낌과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작품 "빨간 집"은 작가인 해던 자신의 캐릭터의 내면의 생각과 대화와 비유적인 언어와 상징을 엮어놓고 있는 가족 기능 장애에 대한 우울한 탐사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통의 불능, 그리고 소통의 희망, 가족 안에서 더 고립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두려움과 고독을 담았다. 가족과 같이 있지만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불편하고 가족이기에 더 아프고 상처를 받고 가족과 같이 있기보단 남들과 일과 홀로 있는 것이 더 편안함을 느끼는 요즘같은 시대와 분위기에 마크 해던의 ‘빨간 집’은 가족이어서 더 서럽고 가족이어서 더 크게 상처받은 우리에게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한번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관계회복과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거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일종의 ‘크리스마스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