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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는 14권의 책이 소개되는데 그 중에 <사기>도 있다. <사기>는 고대 중국 3천년 역사를 정리한 최초의 기전체 역사서로 130권, 52만 6,500자 짜리 책이다. 원전을 읽기는 어렵기 때문에 때문에 유시민은 돌베게의 <사기 교양강의>를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그 책도 버겁게 느껴져서, 더 쉬운 사기 입문서를 택했다. 유유의 <사기를 읽다>는 한국 대표 사기 전문가 김영수가 '아들 녀석이 읽을만한 <사기> 입문서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쓴 책이다. <사기> 탄생의 상세한 뒷 이야기, 어떤 점이 훌륭하며 왜 읽어야 하는지, <사기>의 매력 포인트와 사마천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30년간 <사기>와 사마천을 연구해온 학자의 '사기 예찬'으로, 그동안의 강연 내용을 엮은 것이라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기>는 3천 년의 시간과 300만 제곱킬로미터의 땅, 중국사 인물 중 60퍼센트를 다룬다. 서양을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듯,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중국어에 등장하는 표현을 이해하려면 사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사기>의 고사를 인용하고 고사의 등장인물처럼 생각한다.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고 나쁜일은 철저히 복수하는 중국인의 성향뿐만 아니라 '관포지교', '구우일모', '지음'. '염치', '완벽', '요령' 등 수많은 단어와 고사성어를 <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기>는 진취적인 지식인 사마천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쓴 흥미진진한 역사책이다. 사마천은 무제에게 바른 소리를 하다 억울하게 궁형을 당했고 그 이후 사기 집필에 착수했으니 이 책은 당연히 무제와 권력층에 비판적일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던 시대는 그래도 비교적 언론의 자유가 있는 편이었으며, 한 무제는 비록 사마천에게 궁형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를 아꼈다고 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권력자를 비판하고, 부유했던 인물들과 악독한 관리들 등 갖가지 인물들을 소개하는 등 진보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사기>의 형식인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은 사마천이 만든 것이다. 틀 자체도 새로울 뿐더러 내용과 등장 인물도 파격적이다. <세가>는 주로 귀족이나 제후의 기록이지만 당시 평민이나 마찬가지였던 공자, 더 아래 계급인 진섭도 등장한다. 130권 중 70권을 차지하는 <열전>에는 자객, 점쟁이, 동성애자, 코메디언 등 보통 사람들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사마천이 소망한 '겸양과 양보'가 미덕이 되는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었다. 이후 역사서는 보수화되고 <사기>는 금서 취급을 당했는데, 오늘날에 와서야 중국은 중화사상을 소개하는 소프트파워로서 <사기>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사마천이 현장감 생생하고 내용이 풍부한 역사서를 쓸 수 있었던 이유로 교육열이 높고 엄한 아버지의 영향, 그리고 일생동안 많은 곳을 여행한 경험을 꼽는다. 그는 마치 역사의 현장을 다니는 종군기자와 같았다 한다. '체제와 뛰어난 문장력'에 투철한 시대정신까지 갖춘 <사기>, 왜 고전인지 알 수 있었다. 다음은 돌베게의 <사기 교양강의>를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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