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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더드맨』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블랙 미러』가 떠올랐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으로 뒤틀린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황당한 미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지금의 현실과 너무 가까워서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한다는 기사와 기록적인 폭염이나 홍수 소식을 매일같이 접하는 시대라 그런지, 소설 속 풍경이 먼 미래의 예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기술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인간이 효율과 기준에 따라 분류되고, 자기 삶의 방향마저 스스로 정하기 어려워진 세계에서도 인물들은 좀처럼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거창한 영웅이라서가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를 걱정하고 작은 선택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의 디스토피아는 차갑기만 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 밑에 인간은 그렇게 간단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소설 속 미래보다 우리가 이미 그 입구에 서 있는 건 아닌지가 더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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