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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는 분명히 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데 왜 내 시간만 자꾸 늦는 것 같을까. 남들은 벌써 어디쯤 도착한 것 같은데, 나만 아직도 한참 가는 중인 느낌. 윤용진의 모든 존재는 연착한다는 바로 그 마음에 오래 머무는 책이었어요. 이 책은 “늦음”을 실패나 뒤처짐으로 보지 않아요. 오히려 존재가 시간을 통과하는 본래의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즉각적인 성취와 빠른 결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연착은 결핍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일 수 있다고 말하죠. 책은 연착을 단순한 인내의 언어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냅니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건 제 일상이었어요. 결과가 늦게 나오면 괜히 불안해지고,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 그럴 때 우리는 너무 쉽게 스스로를 실패 쪽으로 몰아붙이잖아요. 그런데 모든 존재는 연착한다는 그 조급한 마음에 다른 해석을 건넵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요.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막연한 위로로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괜찮아, 기다리면 돼”라고 쉽게 달래기보다, 왜 우리는 지연을 견디지 못하는지, 왜 늦는 시간을 곧바로 실패로 오해하는지를 차분히 보여줍니다. 과학, 자연, 사회, 철학을 넘나들며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도 인상적이었고요. 책 소개에서도 이 책은 과학·자연·사회·철학 속 다양한 현상에서 ‘연착’이라는 시간의 언어를 읽어내게 하려는 기록이라고 설명합니다. 표지와 제목도 참 강렬해요. 모래시계 안에 갇힌 듯한 이미지, 그리고 “도착하지 않은 시간 속에 머무는 법”이라는 부제는 이 책이 단지 빨리 회복하는 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오히려 머무는 시간, 보이지 않는 시간, 아직 설명되지 않은 시간을 견디는 마음에 더 가까워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위로보다 허락을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조금 늦어도 된다는 허락.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직 없어도 삶은 진행 중이라는 허락. 그리고 지금의 내가 뒤처진 게 아니라, 그저 내 시간으로 가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평가되는 시대에 모든 존재는 연착한다 같은 책은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졌어요. 조급함이 커질수록 더 필요한 문장, “늦었다”는 불안 앞에서 한 번쯤 꺼내 보고 싶은 문장. 한동안 제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모든존재는연착한다 #윤용진 #솔과학 #책추천 #북스타그램 #인문서추천 #철학에세이 #도서리뷰 #서평 #신간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