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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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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럴 오츠의 『제로섬』은 제목 그대로 인간관계를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는’ 게임처럼 바라본다. 그런데 열두 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게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승패가 아니라,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는다고 믿게 된다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 교수에게 집착하는 학생, 성적 포식자들에게 복수하는 소녀들, 모성이라는 낯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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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럴 오츠의 『제로섬』은 제목 그대로 인간관계를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는’ 게임처럼 바라본다. 그런데 열두 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게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승패가 아니라,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는다고 믿게 된다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 교수에게 집착하는 학생, 성적 포식자들에게 복수하는 소녀들, 모성이라는 낯선 역할 앞에서 흔들리는 여성, 자신의 죽음을 끊임없이 설계하는 작가까지 인물들은 제각각이지만, 이상할 만큼 서로 닮아 있다.


특히 「Mr. Stickum」에서 소녀들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남자들에게 직접 복수를 감행하는 장면은 통쾌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남았다. ‘이 정도는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 역시 어느새 누군가의 고통을 게임의 점수처럼 계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가장 오래 남은 건 역시 「The Suicide」였다. 한 작가가 자신의 죽음을 여러 개의 ‘초안’처럼 집요하게 써 내려가는 모습은 기괴하다 못해 숨이 막혔다.


오츠의 이야기는 친절하지 않다. 인물에게 쉽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지도 않고, 독자가 마음 놓고 선악을 나눌 틈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찜찜한데, 책을 덮고 나면 오히려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다. 사랑, 욕망, 모성, 복수, 경쟁처럼 익숙한 감정들 안에 얼마나 많은 계산과 지배욕이 숨어 있는지를 들춰내기 때문이다. 서로의 삶을 빼앗지 않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제로섬』은 그 단순한 질문을 꽤 섬뜩한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단편집이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5 2026.09.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