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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에서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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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거쳐 다시 [글쓰기의 최전선] --나는 왜 쓰고 있는가 1  위로라...  어떤 책이든 의미가 없는 책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어떤 책을 집는다는 것은 내 몸의 어떤 영양소가 부족해서 어떤 음식이 당기는 것과 같이, 나의 마음과 정신에 필요한 행위인 것이다.  올해 유난히 마음을 달래주는 책들은 헤르만 헤세의 책이었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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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거쳐

다시 [글쓰기의 최전선]

--나는 왜 쓰고 있는가

1

 위로라...

 어떤 책이든 의미가 없는 책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어떤 책을 집는다는 것은 내 몸의 어떤 영양소가 부족해서 어떤 음식이 당기는 것과 같이, 나의 마음과 정신에 필요한 행위인 것이다.

 올해 유난히 마음을 달래주는 책들은 헤르만 헤세의 책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타이틀만큼 받아들이기 쉽고, 영혼의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뭐랄까. 진통제와 같다고 해야 하나. 어쩌다 받아든 꽃 한 다발의 기쁨과 같다 해야 하나.

 싯다르타를 만날 때도, 골드문트를 만날 때도 크눌프를 만날 때도 난 재미나고 위안받았다. 약간은 초월한 듯 현실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인간유형도 있는 것이지 하면서,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삶의 찌꺼기를 내다버리고 내 안에 여백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책장을 덮고 얼마간 지나가면 현실은 그대로였다.

 아직 복잡한 내면은 뭔가 가닥이 잡힐 것 같은 희망과 그냥 실제의 시간들 사이의 연결지점에서 헤매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책모임에서 한 선생님이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셨다.

 새빨간 표지의 [글쓰기 최전선].

 뭐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펼쳐들었다.

“가사노동의 최종 책임자는 자연스레 내가 되었다.....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행복했으나 뭔가 좌우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것 같았다.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은 시시때때 충돌했다... 아이를 집에 두고 내가 강의를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게 못할 짓 같았으니 ‘나답게 살기 위한 선택에는 묘한 죄의식이 따랐다...글을 쓰면서 여자, 엄마, 노동자라는 집합명사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김지영이라는 고유명사로서의 삶을 지켜내고자 버둥거렸다...나에게 글쓰기는 곧 안간힘 쓰기였다”

“늘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해 삶의 에너지를 분배해야 했다”

“매번 값진 글을 쓰거나 알찬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그 시간만큼은 전세자금 걱정, 아이들 성적 걱정, 부모님 건강 걱정 등 정체 모를 불안감이 사라진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런 기회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집안에 경제적 위기가 와 있었다.... 중산층의 어정쩡한 몰락에 가깝다. 그래도 흔들리고 부서진 일상의 복구가 쉽지는 않았다...우선 나의 구직이 다급했다. 증권회사 경력 달랑 두 줄에 스펙이랄 것도 없는 초라한 이력서를 쓰면서 나는 나의 사회적 무능 상태를 처음으로 자각했다......종일 묶여 있는 직장 생활, 적성과 다른 재미없는 일,..아이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워킹맘의 삶은 불 보듯 훤했다. 먹고사는 생활비는 안정적으로 나오겠지만 글 쓰고 책 읽는 삶에서는 저만치 멀어질 게 뻔했다. ‘돈도 없는데 삶까지 빼앗기긴 싫다’. 의외로 결정이 쉬웠다. 딱히 잃을 것도 없었고 지키고 싶은 건 하나였다. 열다섯 살부터 막연히 붙들고 있던 그것. 글 쓰면서 일하는 삶에 대한 ‘끈’이 구체적인 ‘꿈’으로 다가왔다”

“등단한 ‘여류 작가’도 아니면서 감히 읽고 쓰는 나는, 아이들 사교육비보다 내 책값과 내 공부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나는, 그냥 한마디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느끼고 꿈꾸고 회의하는 감수성 주체로 살아가는 여자 인간은, 있어도 없는 존재이자 이 시대에 사라지는 종족이었다. 여기 사람 있다,는 내게도 유효한 외침이었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정말 나는 나쁜 엄마인가.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책 앞부분에 있는 ‘나는 왜 쓰는가’의 몇 장을 딱 읽고 플랫폼에 내리는데 가만히 눌러놓았던 가슴의 뚜껑이 또 열렸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맞다. 다만 성공이나 경쟁에서 유리한 글쓰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작 내가 위로가 되는 것은 글쓰기의 팁이 아니라, 저자에게 있어 글쓰기의 의미이며, 그가 적어놓은 책의 부분 부분들이었다.

 

 ‘저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구체적으로 분명히 있고, 그리고 벌써 이렇게 책이라는 결과물도 냈잖아’ 하며 당장 거리감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같지만은 않은데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옆에서 토닥이듯, 알아주는 듯 마음이 녹아내렸다. 내 마음을 복사라도 해서 붙여놓은 듯, 어쩜 그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기라도 할까봐 입술을 살짝 깨물어 감정을 조절해야만 했다.

2

 그러나 모든 책이 전적인 위로가 되지 않듯, 책의 내용은 글쓰기에 관한 것일 뿐이었다. 역시 저자가 말하듯 ‘나만의 언어’가 필요했다. 나만의 일이 필요하다.

 나는 저자처럼 사춘기부터 글쓰기를 꿈꾼 것도 아니고, 맞벌이를 한 것도 아니고, 당장 생계를 위해 뛰쳐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글쓰기라는 자신만의 것을 찾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두고 보며 사랑주고 키울 수도 있는 화분과 같은 위로를 주는 이 책도 잠시 덮어둔다.

 

 나는 무늬로(이른 결혼과 사고가 전업주부같지 않다는 몇몇 지인의 발언에 힘입어) 15년 지난 전업주부이다.

 가사에 재주도 없고 관심도 없어 맞벌이를 원하지 않는 남편 덕택에 가사와 육아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었다.

 대부분의 주부처럼 나도 결혼하고부터 가계를 위해 재테크 서적을 공부하며 열심히 가계부를 쓰고 저축하는데 신경을 썼다. 건강한 아이를 위해 각종 육아서를 찾아 읽고 건강한 음식을 해먹이고, 많은 시간 나를 잊지 않고서 가정과 아이에게 신경을 썼다.

 나름 공부도 좀하고 배우는 것도 좋아하여 수유하면서도 책을 보고, 포대기에 아이를 들쳐업고 취미생활도 하러 다녔다. 육아의 현실에서 접긴 했으나 대학원 입학도 했다. 취미도 아니고 학교를 간다니 무슨 커다란 사건이라도 맞이한 듯 당황하시는 어른들과 당장의 육아와 가사 문제 앞에서 나오는 남편의 미지근한 반응, 간절하지도 확실하지도 않았던 듯 접어두려는 나의 모습 등 모두가 상처가 되는 경험을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뭔가 나를 위해 해보겠다고, 자아실현을 위해 한 발짝 나가보겠다고 하는 작은 행동들과 가정과의 균형점에서 항상 양보라는 선택을 했다.

 자아실현보다도 금전적인 문제, 투자 대비 효과, 실제적인 일자리, 아이들의 양육문제 등 전업주부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후로 한동안은 남편의 위로를 갈구하였으나 답이 되지는 않았다. 출구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다시 나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위해 사들이던 책이 이제는 나를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 책들이 쌓일수록 내 정신적 문제가 큰 것은 아닐까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고, 박사학위 따거나 취업하고 승진할 것도 아닌데 책을 사 모으는 것으로 만만치 않은 눈치도 봐야했다. 게다가 아이들의 학원이나 돈벌이, 시댁 이야기가 대부분인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책을 사고 본다는 것은,꽤 복잡하고 머리 아프고 배부른 짓거리 밖에 되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취업을 생각해 보았다.

돈벌이라는 그간의 강력한 세뇌와 실제적인 힘 때문에, 아주 소중하고 훌륭한 주부의 일이 항상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다.

 청소는 무질서와 혼란이 기본 질서인 우주의 거대구조와 매일 싸우는 일이라고, 내가 하는 가사노동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이며, 그것을 단순히 돈으로만 환산할 수가 있는 것이냐며 어디서 주워듣고 외치기도 했다. 스스로 위안해도 정작 속이 허했다. 경제적 자립을 빼고서는 완전한 자립이 되지 않는다. 내 스스로 내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이다.

 정작 쓸 수 있는 이력서에는 취업에 불필요한 것만 있었다. 나이 마흔 된, 전문인으로서의 사회경력이 없는 경력단절 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시 이력서를 채우는 길 밖에 없었다.

 

 전업주부라는 것이 일자리를 찾으러 가면 경력단절 여성으로 바뀌어져 불리고, 제 아무리 이전에 좋은 대학에 전문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저 ‘경단여성‘에 지나지 않는다. 중간에 오래 쉰다는 것, 무슨 일이든 죽 이어 해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뭐라도 시작해서 계속 잡고 있을 걸 하는 때 아닌 비통함도 느꼈다. 결국 내 길이 아니면 가지 않았을 거면서도.

 더 나은 경제적 상황과 직위와 위치가 내 자신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위안하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행위와 생계를 위한 돈벌이 사이를 줄타기 하는 것부터가 어렵고, 남들의 시선을 느끼는 스스로에게서 자유롭기 어렵다.

 

 도대체 일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복잡한가. 다만 벌어다주는 사람이 있으니 배부른 소리말고 가진 것이나 지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서 한나 아렌트가 인용된다.

인간의 활동을 생물학적 욕구, 창조 욕구, 인정 욕구에 따라 노동, 작업, 행위로 나눈다고 한다.

 이 한 문장에서 나의 고민의 큰 틀은 정리가 되었다. 부모된 입장에서 불시에 생계를 책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돈벌이가 되는 노동을 꾸준히 모색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었다. 상황에 닥쳐 급히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나 계속 자기 일을 해온 사람과는 또 다른, 닥쳐오지 않은 불안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을 내 안에서 확인한다.

 그래서 내가 만나온 서예나 악기 배우기 같은 창조 욕구의 작업이나, 협동조합에서의 작은 활동들, 스포츠 활동, 어학 공부, 가정대소사, 독서모임 등 인정욕구에서 오는 행위 등은 상대적으로 하위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곤 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균형점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시기에 따라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열정을 가진 활동이 그저 돈벌이의 일이 되지 않으려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사이에서 여전히 좋아하는 활동이 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 것이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언제나 조건과 상태를 전제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상태와 조건을 포함하여 하나의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현실적인 ‘애호’를 갖게 된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미 생계유지의 공포와 일의 사회적 가치로 시시포스의 돌을 이미 굴리고 있고, 일 자체가 주는 기쁨과 언젠가는 그것이 끝날 거라는 기대에 돌 굴리기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위에는 그 일의 전문성과 경제적 성과가 애호를 결정하는 일이 많다. 돈 안 되고, 전문능력도 안 되는 일은 그저 돈벌이 노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으며, 경력단절 여성이 구하는 직장의 대부분이 그런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전업주부로 있다가 그냥 무작정 일자리를 구하다 보면, 기본적인 업무수행능력을 기를 수 있고, 시간과 거리에 맞는 한에서 급여가 높은 곳을 선호하게 된다.

 전업주부의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알바라도 해볼까 하고 나가고, 새로이 직업훈련이라는 것을 받고 사회에 발 들이려 한다. 그 일이라는 것이 경리일이나 급식,학습지 교사, 공장 등 고졸이나 전문대 갓 졸업한 사람이 할 수 있거나 약간의 실습으로 금세 적응할 수 있는 전문성이 많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나이제한이 있고, 급여는 적을 수 밖에 없다. 노니 염불한다고 적은 돈이나마 학원비나 생활비에 보태는 것이다. 본래 직장이 있던 주부 외에는 그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별다른 생각 없이 일하러 갔는데, 판매일이 적성에 맞는다던지, 공부만 할 때는 모르다가 돈 버는 자체로 본인의 화가 사그라드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또 요즘의 협동조합 붐 속에서 나름의 동아리와 같은 창조적 욕구와 사회적 인정욕구가 적절히 결합되어 작업과 활동 그 어디 메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도 있다.

 근데 정작 문제는 당장의 생계가 급박하지 않고, 나름 고학력에 아직 아이가 완전히 크지 않은 주부는, 아직은 뭐라도 다 잘할 것 같은 의욕과 그런 단순노동이면 좀 더 뒤에 생각해도 된다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또 경제적 이득 없이 어떤 사회적 가치의 일만으로 시간을 쓰는 게 아깝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정작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가 되묻는 것이다. 비슷한 돈을 벌 것 같으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희석된 상태인 것이다. 나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아 오랫동안 헤매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말하는 경력단절이 오래된 여성에게 창조의 욕구나 사회적 인정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인의 경제적 상황에 상관없이 그렇게 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여기서 눈에 들어온 것은 일을 포트폴리오처럼 꾸미는 것이었다.(66쪽) 각각이 완벽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총합이 내 삶을 최적화해주는 조합이라는 말이 번뜩인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자마니와 루이지노 브루니에 의하면, 우리가 탈일자리, 즉 고정된 일터의 종말, 즉 전환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사회의 변화로 앞으로는 개인이 갖는 직업의 개수가 평생 10개 이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과 다른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것이 쓸모없는 과잉이고 잉여란다. 오늘날의 실업은 정상 사회가 언제나 포함하고 있는 일상적 현상이며, 청년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잉여들에게도 일상이 있는 한, 그들 역시 무언가에 에너지를 들여 일을 한다. 앞으로는 잉여가 된다는 것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닐 것이다. (103쪽)  나 또한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잉여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언제 잉여인간으로 취급받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나는 정신이 좀 든다.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고 있는 일의 목표와 가치를 스스로 얼마나 믿고 있느냐로 진정성이 판단되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대본은 써내려갈 수 있을 때만 자기 소외나 자기연민의 덫에 빠지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자기가 가진 욕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돈의 구속력에서 한 뼘 놓여나가며,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쓰는 삶보다 어떤 식으로든 돈 들이지 않고 놀며 사는 능력을 조금씩 기르는 것, 더 나아가 돈 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관계망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98쪽)싶다. 우리는 그저 하나의 욕구를 다른 욕구를 대체할 수 있을 뿐이며, 욕구를 대체하려면 삶의 다른 배치로, 다른 장소와 다른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돈과 시장을 경유하지 않는 욕망을 발견해내는 것, 세상 속의 좌표를 찍어주는 장소를 발견하는 것, 자신의 잉여력에서 쓸모를 찾아내는 것, 명함과 상관없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그러나 ‘이해득실을 초월한 헌신’이지 않으면서, 일에 배신당하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과실을 나누는 것을 생각해 봐야겠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함께 우리의 의미 있는 틈새를 만드는 것,

-노력과 기회의 홍합인 스펙이 아니라 잠재력을 믿는 것,

-삶 자체를 관리하는 테크닉,

-내가 믿는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

-존재의 의미를 발견해주는 일터에서 일하는 것,

-없다면 우리 스스로 ‘무리’를 만드는 것,

-일하는 나와 살아가는 나, 돈 버는 나와 돈 쓰는 나가 하나인 것,

-남들만큼이 아니라 ‘나름대로’ 먹고 살며, 시장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일해야 한다는 것,

-제각각의 이유로 유능한 ‘나’들과 ‘당신’들이 느슨하고도 힘센 무리를 이루는 공상,

책의 곳곳에서 이런 말들을 새겨넣었다.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는 흔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선택하지 못하고, 용기 없어 머뭇거리는 오늘의 나에게 빗질하여 정리해주는 생필품같은 선물이다.

 

3

 뭔가 할 거리가 필요했다.

 생각하나 정리되는 것 없고, 무엇 하나 맘대로 되는 것 없고, 무언가 선택하지 못함으로 무기력했다.

천천히 책을 읽고 가끔 제목이나 올리러 블로그에 들른다. 그러다 블로그 축제를 만났다.

 언제나처럼 그저 읽었으나, 읽은 것을 쓰려고 쓰다 보니 그간의 책들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덕분에 확인한다.

 모임의 선정 책이어서 읽어야 했던 책에서도, 누군가가 선물한 책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읽어놓으려 했던 책에서도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알바를 막 뿌리친 시점이라 시상이 목적의식을 불러 일으킨지도 모르겠다. 나의 마음을 세상에 내놓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그리고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거기다 잘하면 용돈 정도 받고 주위에 밥이라도 한 끼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흔들어진 마음을 글쓰기로 되짚어보면서, 나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다시 무언가 시도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다 얻었다. 마음이 가볍다.

 

감응感應.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임. 감동에 응함이다. 감동은 가슴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것과 만나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 ‘변신’의 과정까지 아우른다. 감동보다 역동적인 개념이다...감응은 능력이다. 감응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관계가 바뀐다. [글쓰기의 최전선]

 이미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은 감응의 결과일 것이다. 내가 차린 글을 맛있게 읽어주는 친구가 있으면 글쓰기가 향상된다고 한다. 차린 것은 많이 없지만 그대들이 읽어주니 나라는 인간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책으로 돌고 돌아 책의 위로를 발판으로 다시 여기 서있는다.

2****n 2015.09.20. 신고 공감 8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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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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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한 기사를 보면서였다. 2015년 7월, 출판 업계로서는 성수기인 휴가철을 앞두고 출판 업계 전문가 30인이 선정한 "숨어 있는 최고의 책"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트위터를 통해 접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니 좋은 책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실 그 전에도 책 제목을 (어디서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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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한 기사를 보면서였다. 2015년 7월, 출판 업계로서는 성수기인 휴가철을 앞두고 출판 업계 전문가 30인이 선정한 "숨어 있는 최고의 책"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트위터를 통해 접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니 좋은 책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실 그 전에도 책 제목을 (어디서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접했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꼭 읽고 싶어졌다. 기사 나기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희망 도서를 받으실 때 이 책도 신청했더니 이미 구입해주신 상황이었다. 작년엔 바빠서 못 빌리고 있다가 이제야 빌려서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좋았다. 이제 4월이면 중3들과 도덕 시간에 일(노동)과 공부, 진로와 진학 등에 대해 이야기할 텐데 (다소 어려워 하더라도)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 일 관련 세 요소 균형 맞추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생계를 유지하면 좋겠다."

청년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본 구절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일을 통해 바라는 바가 가장 잘 표현된 구절이 아닐까. 일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공헌하며,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을 누리고픈 마음이 드러난다." 249쪽.

 

중학생들에게 특히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우리 모두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위와 같은 고민에 대해 '세 가지 중 우선 순위 하나'가 아니라 '세 요소 다 중요하므로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항상 세 요소 다 갖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상적으로 그 모두를 추구하다보면 지금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도 그러한 요소들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좋아하는 일인데다가 가치도 있고 경제적 생활도 가능하게 하는 그런 일을 죽기 전까지 내내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 요소 전부를 항상 가질 수는 없지만 각 생애 주기 속에서 언젠가는 한 요소를 더 크게 얻고, 또 다른 때는 다른 요소를 크게 얻더라도 세 가지 다를 조금은 놓치지 않고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자세를 취하면 어떨까. 저자는 그러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만큼 피터 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발적 의지'다. 스스로 맥락을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자발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자발성 없이 하는 일이 재미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재미가 지속 가능하려면 자발성이 깔려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놀이가 사실 그러하다. 자발적이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놀이가 될 수 없다. 처음 경험하는 활동이라면 한두 번은 아무 전제 없이 그 자체만으로 재미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원하는 마음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일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시간을 들이는 일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139쪽.

 

지난 겨울 나에게 온 책들 중 유독 일과 진로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 자립도 어느 정도 이루어낸 청년들 혹은 유명인들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삶이 불가능하지 만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욕심 내지는 말되 생존 가능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일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발굴?해서 나름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일이 고통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열심을 낼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사회적 관계 형성하는 스킬이나 따뜻함이 부족한 내 성향 때문에 발령 초기에 교사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고민했다. 그런데 대학원 파견 다녀온 후로는 교사 생태계 다양성을 위해 활발하거나 사회성이 뛰어난 전형적인 교사는 아니어도 공부를 좋아하는 세심하고 조용한 교사도 어떤 학생에겐가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교사로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또 교육정책에 대해 학교 현장에 관해 생생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찾아 의미 있는 연구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 최근 알파고 사태 덕분에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늘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일하며 살아야 하는 학생들은 생존을 걸고 고민해야할 문제다. 현존하는 일이 아닌 일을 발굴해야 한다면 위와 같은 가치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

 

* 경험자로서 조언: 롤링다이스

특별히 저자는 전자책 출판 공동체 롤링다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례들을 인용하며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실제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롤링다이즈에 프로젝트처럼 모이는 이들은 생존을 위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 만드는 일이 좋아서 여기에 참여한다고 한다. 저자가 모인 이들에게 적당히 일을 배분해준다는 점에서 일에 헌신적으로 매몰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결과물이 경제적 이득을 내면 이익을 나눈다. 각자가 의미 없이 돌 굴려 올리는 악순환에서 해방되기 위해, 산 위에 돌 고정시키는 구조물을 만드는 동안 누군가는 돌이 굴러 떨어지지 않게 받치고 있는 식으로 손을 빌려주자던 비유가 와닿았다. 지금과 같이 회사가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지 않으려면 회사를 지탱하는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대표적으로 주식회사) 생각해보아야 한다. 대주주가 이윤만을 원한다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나 모든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구조를 가진 회사처럼 같은 가치와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이 모인 회사가 경제적 이득까지 내고 있다는 이 책에 실린 여러 사례들이 아름다워보였다. 모든 회사가 단기간에 경제적 이익만을 내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회사들이 더 많이 살아 남았으면 좋겠다.  

 

 

"다만 그 이해득실의 셈법이 세상의 방식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다. 돈벌이의 셈법과 놀이의 셈법, 공동체의 셈법 사이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셈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자기만의 셈법 위에서 이뤄지는 헌신만이 새로운 방식의 장인 정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 지점에서만이 비로소 씁쓸함 없이 기꺼이 달인이 되고 기꺼이 베짱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여전히 일에서 좇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식상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행복할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사회가 규정하는 행복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행복은 요원하다. '나'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건을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 194-195쪽.

 

* 피로사회= 자기계발 시대

지난 겨울에 우리 사회나 일을 다룬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일이 너무 많아 피로한데 한편에서는 실업률이 높고 일하고 싶은 청년이 많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학교만 보아도 교사 한 사람이 책임지거나 수업하는 학급당 학생수나 행정 업무량은 많은데,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장수 임고생 또한 많다. 출산률 저하,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그러나 그 이유 만으로 납득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연구해볼 만한 주제다. 위험한 발언일 수 있지만 모두가 기득권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생존 걱정은 없는 편안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보고 있다.

 

"소비와 생산의 이분법에서 벗어난 살림살이 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탈산업사회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3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은 현저히 높아졌고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엄청난 시간이 생산 공정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나 산업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도 환경은 그 시간을 '자유'가 아니라 '실업'으로 바꿔놓았다. 산업사회가 정의하는 '생산 활동'만을 일로 규정하고 그 나머지를 모두 '소비 활동'에 쓸어 넣어버린다면 수많은 사람이 불가피하게 실업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진다. 일자리를 차지한 이는 지키기 위해 고달프고 차지하지 못한 이는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사회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우리에겐 새로운 일의 정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일의 정의는 새로운 '소비'의 정의를 가져오고, 결국 새로운 방식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98쪽.

 

 

아무튼 모두가 자기계발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피로사회를 살고 있다. 저자는 필요한 자기계발(혹은 성장,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는 일)은 괜찮지 않느냐는 입장이어보인다. 자기계발에도 장단점이 있는지라 나도 대학원에 다니고 주말에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건강하기 위해 수영을 하고 감정 관리를 위해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고, 다 열거할 수 없는 이런 저런 관리를 하고 있을 테다. 푸코가 말한 '자기배려의 기술'이 생각난다. 자기계발에 매몰되지는 말아야할 텐데 과연 우리 사회 자기계발 문화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자기계발하고 있다면 욕구 충족에 끝이 없을 터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한병철, "피로사회"처럼 내면의 자율적인 감시 체제 또한 피로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배워서 기쁜 정도가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o****2 2016.03.22. 신고 공감 4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Book Review]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제현주 저)
"[Book Review]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제현주 저)" 내용보기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잡 노마드(job nomad)의 시대다. 이 책의 제목 속에 등장하는 노마드는 우리 말로 ‘유목민’을 뜻한다. 전통적인 가치와 방식에서 자유로운, 그래서 소위 ‘창조적’이며 ‘자주적’인 성향으로 ‘일’을 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창조적이며 자주적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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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잡 노마드(job nomad)의 시대다. 이 책의 제목 속에 등장하는 노마드는 우리 말로 ‘유목민’을 뜻한다. 전통적인 가치와 방식에서 자유로운, 그래서 소위 ‘창조적’이며 ‘자주적’인 성향으로 ‘일’을 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창조적이며 자주적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자신의 의지와 뜻대로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의미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생계라는 철옹성 같은 제약요인이 그러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정체를 모르고 정처 없이 떠도는 우리네 직장인의 모습을 노마드라고 표현했구나.” 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인 노마드는 앞서 언급한 개념과 조금 다르다. 머무를 곳이 없어 유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나를 대입한 것이다. 물론 나는 물리적인 공간(직장)에 머무르고 있지만 충분히 노마드로 분류할 만하다. 일과 관련해 나라는 존재의 정체와 머물러야 할 정처가 확고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방랑자다. 어쩌면 책 제목에 등장하는 노마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적하고 있을 것이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노마드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노마드로 변해가기를 바라면서.

 

    소제목에 주목해 보자. 누구와(with whom), 어떻게(how), 무엇을 위해(for what) 일할 것인가? 솔직이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실제로 구체적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글을 쓸 때는 육하원칙에 따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하원칙에 따른 동기도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육하원칙을 따지듯 일했지만 육하원칙에 따른 일의 의미와 목적은 정의해 보지 않았다. 비전을 잃고 목표만 좇는 짓을 지양했지만 나는 결국 일과의 관계에서 목표에 치중했던 것이다.

 

    나는 직장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기획, 전략, 혁신, IR, 회계, 재무, 법무, 세무, 감사, 영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했다. 나는 직장 밖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활동을 기반으로 함께성장연구소와 직장생활연구소에서 공부한다. 그런 나에게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은 당혹스럽다. 나는 숱한 ‘일-들’과 또 다른 ‘일-들’로 설명된다. 그리고 일-들을 위한 관계도 다양하다. 나는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없다.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단편적인 ‘무엇’ 보다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야기의 총체가 나의 정체이며, 그 이야기의 무대가 나의 정처가 될 거다.

 

    ‘내리막 세상’, 나는 이 표현에는 반대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 같아서 싫다. 나는 세상을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동시다발적이고 상호의존적이나 개별적인 시공간의 총체라 본다. 내려가는 것이 내려감이 아닐 수도 있고 올라가는 것이 올라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리막이란 말에는 적당한 곳에서 물러남을 지적하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올라선 적 있었던가? 혹은 내려와 있었던가? 그 판단의 기준은 독자들에게 맡겨볼 만하다.

 

    직장인은 유랑민이자 유랑민이 아니다. 직장을 떠나도 마찬가지다. 의미와 가치를 잃었을 때 우리는 유랑하게 된다. 또한 반대로 의미와 가치를 찾기 위해서도 유랑해야 할 것이다. 노마드이자 노마드인 이 삶,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인가?

 


내 꺼 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나’

 

 


 

 


1. 저자 소개

 

제현주

 

우리 시대 일의 의미를 화두로 새로운 일하기의 모델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세상이 '잉여짓'이라 부르는 일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임금노동의 영역 밖으로 일의 모델을 확장하려 모색 중이다.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구성원 모두가 주인인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를 꾸려 일과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KAIST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경영 컨설팅 업체 맥킨지,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에서 기업 경영 및 M&A, 투자 분야 전문가로 10년간 일했다. 직장을 떠난 뒤에는 롤링다이스 대표이자 사회적 경제 분야의 경영 컨설턴트, 번역가로 살고 있다. 글 쓰고 공부하는 것 역시 그의 중요한 '일'이다.

저서로 《3분 OK 자본주의의 역사, 순한 맛》(전자책)이 있고, 역서로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경제학의 배신》 등이 있다.


2. 내용

 

프롤로그: 아버지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 일에 관한 이야기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 | 일은 노동이기만 해야 할까?


1부. 표류하는 우리: 일의 배신

01. 일일 뿐인데
길을 잃었다는 느낌 | 한곳에 머무를 수 없다 | 일과 나, 그 사이의 거리

02. 우리가 일에 투사하는 욕망들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 욕망들 사이의 우선순위 | 내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03. 일은 언제나 기대를 배반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주문│일은 직업보다 크다 | ‘좋아하는 일’이 성립할 조건

04. 가면이 필요한 순간들
위선 혹은 위악│연기해야 한다면, 대본은 내가 쓴다


2부. 지도를 다시 읽다: 일에서 원하는 것

05. 당신의 욕망은 얼마인가
당신 숫자는 무엇인가│필요와 욕구에는 가격표가 있다 | 돈의 구속력에서 한 뼘 놓여나기

06. 돈 되는 일만 일일까
‘잉여짓’은 왜 일이 아니란 말인가 | 시장의 가격표를 넘어서는 일하기

07. 놀듯이 일하거나 일하듯이 놀거나
일과 놀이가 분리된 세상│놀이 같은 일의 함정

08. 자발성 없이는 재미도 없다
일의 네 가지 재미│치열할 자유가 곧 느슨할 자유


3부. 시대의 사막을 건너는 법: 내리막 세상의 일하기

09. 하나의 직업이 나를 설명할 수 없다면
이력서가 내 삶의 역사 | 직업이 정체성이 되어줄 수 있을까

10. 몇 시에 퇴근할지도 모르는 세상인데
예측성과 통제력의 상실 | 시시포스는 어떻게 돌 굴리기를 견딜까

11. 개미도 베짱이도 될 수 없다
버림받는 개미 │즐거움이 강박이 된 베짱이 | 나를 위한 일의 윤리

12. 연습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잠재력이라는 잣대│관객 없이 일하기

 
4부. 함께 가닿을 정착지: 행복한 일을 위한 플랫폼

13.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등가교환의 관계│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회사 | 차이를 받아들이는 공동체

14. 행복한 일터의 가능성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돈’이 어디에서 왔는가 | 주인 되는 일

15. 내리막 세상에서 ‘함께’ 일하기
중간만 가서는 ‘남들만큼’ 살 수 없다 | 새로운 일, 새로운 공동체


3. 공명구절

 

P.13 프롤로그
많은 사람에게 현상 유지만도 허덕허덕한 세상이다. 그러니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개인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이 뻔하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향해 행동에 나서는 것 역시 개인이 내려야 할 선택이요, 일상의 한 부분이다.

P.26
일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며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나를 책임져주지 않을 상대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자신의 행복을 직장에 또는 고용시장에 온전히 맡겨버리는 일이다.

P.29
원칙은 놓이는 맥락과 해석하는 시선에 따라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P.30
일이 곧 직장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이기 때문에 우리는 일에 배신당한다.

P.3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하면서도 거리두기’다.

P.41~42
세상이 좋다고 하는 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할 때 이른바 ‘눈높이’가 높아지다. (중략) 자신의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상상해볼 기회를 가진 사람만이 그런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P.46 27세에 귀촌한 산골 처녀 유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부족한 현실 때문에 어떤 꿈이 시작되기도 전에 좌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P.49
많은 사람이 입버릇처럼 ‘일하기 싫다’고 말하지만 싫은 것은 대게 일 자체라기보다 일이 놓인 조건이다.

P.57
직업이 타이틀(부표)이라면 일(부표 아래)은 일상을 채우는 활동이다.

P.66 일의 포트폴리오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들을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과 균형을 이뤄줄 일거리의 조합을 만들려고 애쓴다.

P.75
역할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얼굴을 꺼내 보이는 것이 어른스러운 일이다.

P.104 <월간 잉여> 인집장 최서윤
이제 ‘가지가지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업이 아닐까요. 한 가지의 직업을 갖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되 가지가지 하고 사는 거죠.

P.107~108 멀티커리어이즘
직장보다는 직업이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 (중략) 자신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느냐가 자신을 설명한다. 한 사람이 작가이며 프로그래머이며 동시에 목수인 것은 이 세대에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P.116
우리에겐 더 많은 ‘쓸데없는 일’, 잉여짓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돈과 시장을 경유하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쓸데없는 일이 늘 재미있기만 하라는 법은 없다 그 쓸데없는 일도 역시 우리에게 좌절을 안기기도 하고 피로함을 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규정한 일에서만 우리는 그러한 좌절과 피로를 즐거움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P.124
내 일의 기쁨을 시장의, 사장님의 혹은 다른 제3자의 손에 맡길 필요가 없다. 비로소 결과에도 어느 정도 초연해질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은 보너스다.

P.142
좋은 성과를 내서 인정받는 것이 싫을 리야 없다. 그렇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모두 인정과 보상을 바라서라고 간단히 환원되는 상황은 서글프다. (중략) 내가 종지부를 찍었던 것은 ‘직장’이었지 ‘일’이 아니었음을 지금은 안다.

P.146
느슨할 자유가 결국 치열할 자유와 만난다.

P.154
좋든 싫든, 명함은 당신의 현재를 말하고 이력서는 당신 삶의 역사를 말한다 당신 삶의 스토리는 이렇게 늘 일과 함께 전개된다. 필연적으로.

P.162
분열에 고통받는 대신 분열을 껴안는 것, 그리하여 나는 누구인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나는 이 모든 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발견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지도.

P.178 ‘동료’의 존재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스토리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나’가 아니라 ‘우리’가 이 모든 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발견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P.195
나의 일에서만큼은 일하는 자와 책임지는 자, 대가를 가져가는 자가 최대한 같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꺼이 ‘열정’을 다해 일에 ‘헌신’할 수 있길 바란다. (중략) 이 윤리를 구현할 수 있는 틈새를 만들 것, 조금씩 천천히 함께,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P.221
대체 가능하면서 동시에 대체 불가능하길 바라는 아이러니다.

P.230
대체 불가능성은 능력의 양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질적 차이에서 나온다. 그런 대체 불가능성이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그 차이를 발견해주는 조직이, 즉 사람’들’이 필요하다.

P.253
이 모든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 우리의 지친 일상을 끌고 나갈 수 있게 해준다는 믿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밥벌이에서 돌봄받지 못한 꿈이나 열정을 그냥 쓰레기통에 처넣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스스로 마련하려 애쓰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믿는다. 그렇게 비축한 힘이 다른 어떤 가능성을 불러올지 상상하면 가슴이 뛰기도 한다.

P.255
행복하게 일하려면 ‘행복한 일’의 정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P.257
유능해야 할 이유가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 한다. ‘남들만큼’이 아니라 ‘나름대로’ 먹고살며, 시장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일해야 한다.

 

 

 

y***9 2018.01.23.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제현주" 내용보기
일이란 무엇인가?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행위를 ‘노동과 작업과 활동’(이 책에서 저자는 행위라고 씀)으로 구분했는데,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적용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노동은 생존을 위해서 하는 행위로 생물학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말 그대로 먹고 살려고 하는 행위가 노동이다. 작업은 이 책에서는 유용한 것을 창조하고픈 욕구에서 나온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제현주" 내용보기

일이란 무엇인가?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행위를 ‘노동과 작업과 활동’(이 책에서 저자는 행위라고 씀)으로 구분했는데,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적용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노동은 생존을 위해서 하는 행위로 생물학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말 그대로 먹고 살려고 하는 행위가 노동이다. 작업은 이 책에서는 유용한 것을 창조하고픈 욕구에서 나온다는데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거나 무언가 좋은 것을 남기는 행위, 창조적인 것을 만드는 행위로 볼 수 있겠다. 활동은 이 책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그 자체로 목적인 행위를 활동으로 보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놀이나 사교 등 즐거움을 좇는 행위가 그런 범주 안에 든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이렇게 노동과 작업과 활동이라는 행위를 한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노동은 노예가 하고, 작업은 장인이 담당했으며 활동은 귀족의 몫이었다. 귀족만이 이 세가지 욕구를 모두 해소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계급의 구분이 거의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 대부분은 일주일에 5일, 깨어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일을 하며 보낸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우리는 일에서 좀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노동이면서 작업이면서 활동을 일에서 기대한다면 그건 너무 과한 걸까? 과연 그런 일은 가능할까? 그런 직업은? 그런 직장은 있을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연 저 세가지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을까? 쉽게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받고 있는 금전적인 혜택과 동일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그 일을 계속할 이유는 뭔가? 계속 하겠는가? 연금 복권에 당첨되어 매월 5백만 원씩 평생 주어진다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인가?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 비슷한 설문의 글을 읽었는데 80%이상이 하던 일을 당장 때려 치우고 다른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하겠단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생존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만을 하고 있던 셈이다. 한편으로는 일에서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고 의미부여를 하지만 실상은 그냥 자기를 합리화하고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나와 일을 동일시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경제적 이득 이상의 무엇을 일에서 얻기란 불가능한가? 피터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회사의 목표와 나의 목표를 끊임 없이 일치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열정적으로 일하며, 회사의 성공과 일의 성취를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일이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원래부터 내가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냥 피할 수 없으니 즐기자라는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열심히 열정을 쏟아 일하면 작업과 활동에서 얻어지는 유의미한 것을 창조하는 욕구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 되는가라고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며 얻게 되는 인정, 그리고 치열한 삶의 태도, 경험 이런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개인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행복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지금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안정되고 보장된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흔히 멘토들이 자주 쓰는 말처럼 ‘가슴이 뛰는’ 일, ‘정말 좋아하는’일을 하는 것이 정답인가? 그러면 행위 자체가 목적인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 그런 일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과연 그런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정말 어떤 상황과 디테일에서도 좋아하는 것이 맞을까? 그게 일이 되고 직업이 되면 마주쳐야 할 많은 어려움과 세부적인 귀찮은 상황들, 그리고 무엇보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존욕구가 보장되는가? 흔히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공은 뒤따라 온다고 얘기하는데, 주위에는 실패사례만 넘쳐난다. 그리고 사람은 변한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현실을 합리화하고 그것에 적응한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자신이 좋아했던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수 도 있다. 자신의 가슴 뛰는 일을 제대로 알아서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행운아고 재능과 환경, 기회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이 백년 전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힘센 노예 일꾼에 불과할 거다. 만약에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교육,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깊게 탐구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선택이 좀더 가능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방법보다는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것을 나열해보고 가장 싫어하는 것부터 피하다 보면 최선은 아니라도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겠다는 저자의 의견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환경에서는 저자가 말한 대로 결국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회사를 동일시해서 자발적 야근에 열정을 불태우느라 가족과 친구를 소홀히 하고, 나의 여유를 희생하는 것은 회사가 너무도 원하는 뛰어난 일꾼의 모습이지만, 나 개인이나 동료를 위해서는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나와 일과의 거리를 두고,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집중해서 회사가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해주면 된다. 어차피 일에서 작업과 활동에서의 욕구처럼 그 자체로 목적인 행위를 얻지 못할 거라면,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관계, 인정 욕구 등을 일정 수준에서 채우고, 나머지는 일 외의 시간에서 해결하면 된다.

 

저자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협동조합이나 종업원 지주회사를 예로 든다.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택해서 해결할 수 있고,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 결정하고 일한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 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노예나 노동자가 아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서 오는 자발성은 그 자체로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처음에 언급했던 여러 다양한 욕구 즉 작업과 활동에서 욕망하는 것들을 해결할 수도 있다. 조금 더 나아 간다면, 김상봉 교수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얘기했듯이 종업원들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상법을 개정하면 더 간단히 해결 할 수도 있다. 법을 바꾸는 건 많은 사람이 동의 하면 되고, 대부분의 유권자는 일꾼이며 종업원이다. 그들이 선택하고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보내서 법을 바꾸면 더 간단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빠진 부분이 있다. 괜찮은 일자리는 계속해서 없어지고 생산성은 높아져서 예전에 열명, 백 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한두 명이 하는 시대다. 20년 내에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48%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면 다 자영업이라도 해야 하는가? 자영업은 자신이 주인이고, 자기 결정권이 높으니 행복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가장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수십 년 전의 책인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느꼈던 부분을 대안으로 생각해 본다. 어려운 일들은 이제 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에게 넘어간다. 제조업은 이미 거의 다 자동화 되었고 앞으로 수십 년 내에 변호사, 의사 등의 서비스 직종도 그 알고리즘을 더 정확히 간파하고 해결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서 대체된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순작업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면, 자, 이제는 일 자체로 목적이며, 무언가 유용한 것을 남기는 일이란 점점 어려워지고 그런 일자리는 아예 없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럼 당장의 해법은 아니지만 뭔가 논리적으로라도 해결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무엇이 있을까?

생산성이 높아지는 만큼 상품과 효용은 늘어난다. 모든 사람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재화는 점점 더 늘어나고 일거리는 줄어든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 근사치의 모범답안은 나와있다. 과거 버트런드 러셀의 시대에도 모든 사람이 하루 네 시간만 일하면 그 생산물로 전세계 사람을 먹여 살리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졌다. 예전에 백시간이 필요하던 일이 열 시간으로 해결 된다면, 사람을 십 분의 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그러면, 적게 일하고 충분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노동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그 욕구는 이제 우리가 갖게 되는 더 많은 여유로운 시간에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해결하면 된다. 인간이 힘들고, 짜증나고, 관대하지 못하고 배려가 부족하고 싸우고 다투는 것은 결국 여유롭게 생각하고 즐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여유가 넘치는 사람은 관대하고 온화하다. 전쟁은 그곳을 비켜가고 평화는 그럴 때 찾아온다.

 

 

 

[책에서]

일을 좋아하지만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돈을 잘 벌고 싶었지만 돈이 아니라면 의미 없을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배울 것이 있는 일에 구미가 당겼지만 너무 어려워 실패가 뻔한 일은 싫었다. 모두에게 열심을 다그치는 세상에 화가 나지만 더 잘하고 싶어 자신을 다그치기도 한다. 모순투성이 마음인 걸 안다. 그 속에서 균형의 지점을 찾아내려고 여전히 씨름 중이다. 이 씨름은 일하면서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c****s 2015.02.28.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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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내용보기
나는 일이 없는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일과 내 삶을 동일시하고 싶진 않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진 않다. 나는 놀듯이 일하고 싶지만 놀이 대신 일을 하고 싶진 않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제현주 작가의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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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이 없는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일과 내 삶을 동일시하고 싶진 않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진 않다. 

나는 놀듯이 일하고 싶지만 놀이 대신 일을 하고 싶진 않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제현주 작가의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는

'일'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만드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chanchance31/221220797957




1. 일일뿐인데



"난 왜 일에 의미부여를 했을까, 일일 뿐인데."


웹툰 ≪미생≫에서 오차장이 내뱉은 대사다. 사실 일이라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한 돈벌이의 수단이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의 의미를 그렇게만 규정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렇기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일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속해있는 교사라는 집단안에서도 다양한 관점으로 '교직'이라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을 마주해야한다는 성직관, 마르크스주의적(Marxism) 계급관에서 출발한 교육 노동을 하는 노동직으로 바라보는 노동직관, 의사와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간주하는 전문직관까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일을 마주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다. 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소명의식을 가진 좋은 스승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매일 학생들을 만나고, 매일 인내하고 기다려줘야하는 것은 나에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인 것 같은데 거기에 따른 사회적인 대우(사회적 지위, 보수)가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이라는 것에서 한발짝 물러나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에서 쿨해지고 싶었다. "선생님도 공무원이잖아, 그저 돈벌이일뿐이야." 라고 나 스스로와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했다.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운 좋은 몇을 빼고는 모두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답하겠지만 그럼에도 일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일 앞에서 쿨하고 싶어 하고 "그저 돈벌이일뿐"이라고 자조한다 해도 진짜 마음은 상처받기 싫어 사랑을 숨기는 연애 초보의 마음의 크게 다르지 않다. (p.22)



2.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까?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1995년 발간한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무려 23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2050년쯤이면 전통적인 산업부문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전체 성인 인구의 5퍼센트 정도밖에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과 로봇이 단순한 육체 노동을 넘어 지적 노동까지 해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매스컴을 통해 이 이야기를 너무 자주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 다만, "그렇다면 나는 뭘해야하는거야?"라는 불안감만 마음 한 구석에서 점점 부피를 키워가고 있다.



일의 개념을 일자리와 고용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생각해야만 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브루노와 자마니의 생각과 만나는 지점이다.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노동 정책과 복지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전통적인 고용과 복지를 연계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국가도 닥쳐올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고용 여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정의하고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p.254)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인 리처드 세넷은 『신자유주의와 인간성 파괴』라는 자신의 책에서 자본주의 시대의 성공적인 인간상으로 빌게이츠를 꼽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빌게이츠는 특정한 하나의 직업 안에서 스스로 마비되기보다는 
어떤 가능성의 네트워크에 자신을 위치시켰다.

나도 빌게이츠처럼 행동하고 싶다. 가능성의 네트워크에 나를 던져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가 어떤 것일지, 그리고 나에게 맞는 것일지,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여러가지 생각과 두려움의 장벽 앞에서 서있다. 안락한 평생 직장이라고 불리는 일에서 변화무쌍한 가능성의 세계로 투신할 수 있을까?

일에 대한 책은 수없이 많다. 교세라의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것인가』,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작년에 출간된 조정민 목사의 『왜 일하는가?』까지. 평생 직장이 사라져버린 오늘날, 일에 대한 관심은 평생 함께 가져가야할 우리 시대의 고민이 아닐까. '일이 곧 나'라는 동일시에 빠져있거나 '일은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있거나, 일과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렵거나, 행복한 일을 위한 플랫폼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c****j 2018.03.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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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일로만 여겨서는 안되는 시대가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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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하게 살려고 구석기 신석기 산업혁명을 거친게 아닐 텐데. 일을 일로만 여겨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시대가 와버렸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이건 이해가 됐었죠. 가족들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고 노동했으니까요. 하지만 일을 일로, 노동으로 여긴 우리 아버지들은 은퇴하시고 집안에만 계십니다. 친구많은 어머님은 취미생활로 여행으로 집에 안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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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하게 살려고 구석기 신석기 산업혁명을 거친게 아닐 텐데. 일을 일로만 여겨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시대가 와버렸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이건 이해가 됐었죠. 가족들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고 노동했으니까요. 하지만 일을 일로, 노동으로 여긴 우리 아버지들은 은퇴하시고 집안에만 계십니다. 친구많은 어머님은 취미생활로 여행으로 집에 안 계시고, 내 24시간을 오롯이 갖게 된 아버님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르신 채 tv와 벗하고 계시죠. 저는 뭐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각설하고, 이런 모습이 좋지 않다면 나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 걸까요?

 

이젠 말을 바꿔야 할 거 같아요. 어떻게 '일'해야 할까 라는 질문이 아니라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야 된다는 거죠. 20대 신입사원도 정리해도 대상이 되는 시대, 우리 윗세대들이 걸었던 공채로 대기업입사->다같이 승진->다같이 은퇴 공식은 오래 전에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공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은 귀중하고 소중한 거지만, 내 의식주만을 위해 부여잡는 동아줄이 되어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 동아줄을 무쇠동아줄로 만들던지 아니면 동아줄을 여기저기 많이 묶어놔야 되는 겁니다. 동아줄이 끊어지더라도 떨어지지 않고 다시 부여잡고 올라갈 수 있는 튼튼한 팔을 만들던가 말이죠. 세상은 복잡하고, 무엇보다 인정사정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세상의 노마드가 돼버린 거예요.  

YES마니아 : 로얄 d*****6 2018.07.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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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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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당신은 누구세요?’라는 의미다. 당신의 일은 당신을 설명한다.”(113쪽) 이 책은 KAIST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저자가 경영 컨설팅업체 멕킨지와 투자은행, 사모펀드 운영사에서 근무하면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이다. 저자 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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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당신은 누구세요?’라는 의미다. 당신의 일은 당신을 설명한다.”(113쪽)

 

이 책은 KAIST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저자가 경영 컨설팅업체 멕킨지와 투자은행, 사모펀드 운영사에서 근무하면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이다.

 

저자 제현주는 자신의 직장 경험과 다양한 사례, 인터뷰, 전문가 의견을 인용하면서 아버지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시대 '일'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저자는 현재 협동조합형태인 '롤링다이스' 의 대표이자 경영컨설턴트, 번역가로서 살고 있다. 글 쓰고 공부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두 가지 관점에 집중하였다. 하나는 '저성장시대에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이고, 두 번째는 ‘나는 퇴직 후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

 

먼저 책에서 찾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노동의 종말>의 저자인 리프킨은 앞으로의 일자리는 고용시장 밖, 즉 사회적 서비스와 돌봄 활동, 문화예술 활동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 없는 저성장시대에 고정된 일자리는 사라지고 단순한 일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하는 지금, 고용과 복지정책은 예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두 번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그 좋아함이 어떤 조건위에서 작동할 수 있는 지 미리 고민해 두는 것'(68쪽)이다. 그 다음은 적당히 도전적이거나, 경제적 안정을 주거나, 공동체적 결속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앞의 단계가 끝나면 내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일터를 찾든가 아니면 협동조합형태의 ‘무리’를 이루어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마저도 할 수 없다면 1인 기업을 창업해도 좋을 것이다.

 

책을 덮을 즈음,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일자리보다 일거리’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직업(Job)보다는 일(Work)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실업자와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 보다는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학생은 공부가, 취업준비생은 수험준비와 구직활동이, 주부는 가사활동이 일이다. 클럽에서 춤추고 노는 것,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 피켓 들고 시위하는 것, 잉여 짓도 하나의 일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돈벌이 노동의 수요는 줄어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지만 일 자체 수요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다. 개인의 모든 활동에는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그의 ‘일’이라고 불러주고 존중하자. 그런 일들 중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타인에게 선한 행동을 촉진시키는 ‘일’에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면 지금과는 다른 부산스러운 도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각설하고,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p*****5 2016.09.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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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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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야말로 "변화된 요즘 세상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그런데 사실은, 책의 저자는 거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스펙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유명 대학의 MBA 학위 소유자인 커리어우먼인 저자는,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이라는 자본주의의 꽃과 같은 회사들에서 워커홀릭으로서 10년간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내용보기

이 책은 그야말로 "변화된 요즘 세상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그런데 사실은, 책의 저자는 거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스펙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유명 대학의 MBA 학위 소유자인 커리어우먼인 저자는,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이라는 자본주의의 꽃과 같은 회사들에서 워커홀릭으로서 10년간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글을 쓰고 컨설팅도 하고 협동조합도 운영하는' 그 전까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고민한 것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결론으로는 이전 산업세대처럼 한 개인이 한 가지 기술을 갖고 특정 직장에서 평생 일하는 시대는 끝난 만큼, 회사라는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것, 혹은 그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끝없는 성장이 보장될 것만 같았던 기존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제는 성장은 커녕 유지조차 힘든 '내리막 세상'에서는 큰 회사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내던지기에는 우리의 환경이 너무나 바뀌고 말았다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침 회사에서 삶이 나의 직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크게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한 사람이 평생 한 가지 직업을 가지는 데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컸던 시기에 접한 책이라 문장 하나하나가 와닿는 의미는 컸다. 

현재의 나는 모 회사에서 어떠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같은 회사 내에서도 경영 환경의 변화 혹은 나의 의지 변화에 의해 전혀 다른 일로 바뀌기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서는 몇 년 후에는 회사라는 조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 가지 직업이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하며 멀티 커리어를 갖는 일의 형태를 갖게 될 가능성도 높다. 희망사항이기도 하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이미 세계 각지에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을 직접 느끼면서, 내가 보수적인 산업부터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다만 글쓴이가 처음에는 열심히 그동안 느끼고 고민한 바를 쓰다가 뒤로 갈 수록 자신들이 일으킨 협동조합 (롤링다이스) 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에 비해 무엇이 좋은지 구구절절 얘기하는 걸 보니 협동조합 예찬을 위해 이 책을 쓴건가... 싶은 의구심이 살짝 남기도 했다. (앞부분의 완성도에 비해 뒷부분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그리고 일에 대한 의미를 고찰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좋은 학력과 나름의 기술이 있어서 화이트 칼라 정규직에 종사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일부 사람들을 위한 (특히 IT쪽 종사자...)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이거나 혹은 본인의 기술을 찾지 못한 채 피고용 관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이 없다. 어떻게 보면 "그들만의 리그"일 수도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 좀 불편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충분히 '일'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참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뿍 담긴 좋은 책. 글쓴이의 정보력과 통찰력에 대해서도 감탄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n 2016.03.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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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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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씨 팟캐를 듣다가 금정연씨를 알게 되었어요. 일상기술연구소 책을 사본 후 팟캐를 또 알게 되었고 제현주씨를 알게되어서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약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네요. 팟캐를 듣다가 금정연씨를 알게 되었어요. 일상기술연구소 책을 사본 후 팟캐를 또 알게 되었고 제현주씨를 알게되어서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약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네요 팟캐를 듣다가 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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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q******j 2017.07.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