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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저자인 비어트리스 호이저는 책의 서문에서부터 모든 행위자가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한다는 ‘합리적 행위자’로 전제하고, 국제관계라는 복잡계를 한 두가지 요소로 단순화시켜 설명하고자 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국제정치, 전쟁과 전략은 단일한 원인, 독립적인 하나의 변수를 통해 연구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향과 휴리스틱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특히 국제관계에서 여러 오판을 내렸던 역사적 지도자들(표지의 네빌 체임벌린이나 히틀러 등)을 통해서 이러한 편향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전략’은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인 ‘생각에 관한 생각’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비합리적 편향(bias), 휴리스틱 전반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책 말미에 있는 주석에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소개한 많은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다. 잘못된 전략을 읽고자 하는 이라면 함께 읽으면 틀림없이 좋을 책일 것이다. 또한 저자는 미국 해병대전쟁대학에서 발행한 ‘전략지침서(Strategy Primer)’에서 큰 도움을 얻었다고 명시하였는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번역이 되지 않았다. 미 해병대 공식 웹사이트에서 PDF를 공짜(!)로 배포하고 있으니 이것도 함께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진 않았지만, 전략 수립의 인지적 방법론을 소개하고, 전략 수립 시에 빠지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es)를 식별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세우는 책이니 만큼, 잘못된 전략 또한 결을 함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클라우제비츠의 정의처럼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 시키기 위한 상호 행위, 즉 ‘전쟁’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짤 때 상대방의 관점과 생각을 엿보기 위한 방법을 심각한 오판을 내렸던 역사적인 지도자들의 사례 및 사건의 패턴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와 동시에 경험적 사고 판단, 즉 가용성 휴리스틱을 오판을 일으키는 핵심 편향으로 소개한다. 합리적/비합리적 행위자 오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행위자 이론(모든 개인은 주어진 정보와 제약 안에서 자기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성적으로 선택한다) 은 많은 연구에 폭넓은 기반을 가져와주었지만,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모든 행위자가 ‘자기이익’을 우선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가정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자기이익의 정의 자체도 사람마다 분분할 것이라 비판한다. 사람의 합리성이란 본디 논리적으로 일관적인 행동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심지어는 골수 시카고 학파일지라도 편향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비용편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결과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불완전한 인지적 편향과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합리적 행위자 이론을 통해 복잡다단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합리적인 행위를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유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신념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따지지 말고, 그들이 그 신념(또는 가치관)에 따라 논리적으로(인과에 맞게끔) 행동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합리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기인하므로, 상대방에서의 합리를 ‘신념’으로 표현한 것이 재밌는 부분이다(스스로의 행위를 합리라 믿는 것도 사람의 편향이리라). 전반적으로 종합하자면 국제관계와 전쟁은 ‘합리’와 ‘합리’가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쪽에서의 신념(가치관)과 상대쪽에서의 신념(가치관)이 부딪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합리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상대의 결정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게 되므로 상대의 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행동예측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더불어 사후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 점도 강조되었다. 저자는 트루먼의 재군비 프로젝트를 조망하면서, 사후 관점에서 볼 때 명백하게 치명적인 오류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근거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알 수 있다.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편향 사람은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것은 위대한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따르는 고도로 훈련된 학자들일지라도 그렇다. 수십, 수백 만년에 걸친 진화의 소산이니만큼 한 개인이 이를 극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편향에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상대방의 전략을 예측하고 그들이 오판을 왜 했는지, 또 나의 오판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알 수 있다. 저자가 서술한 몇 가지 편향 가운데를 소개하자면, 저자가 가장 첫 번째로 소개하는 편향은 ‘거울 이미지’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것을 똑같이 따를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다. 전쟁사를 공부하다보면 무수히 나오는 대표적인 오판인데. 흔히 “내 수준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라는 격언으로 나타나는 행위이다. 바르바로사 작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스탈린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내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저자는 국제정치와 외교, 국방을 막론하고 일상에서도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편향인 확증편향과 기준점 효과를 소개하면서 이 두 가지의 편향에서 나타나는 여러 하위 카테고리들을 예시와 묶어 설명해준다. 저자는 오판에 이를 수 있는 편향들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패턴 분석법을 제안한다. 이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경험적 분석법, 잘못 적용되면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는 통계적 분석법보다 당면한 문제 해결에 더욱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를 분석에 적용한다는 것인데, 필자는 저자의 주장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일지는 모를 특정한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장기지속하여 반복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패턴 분석법의 약점을 지적하며, ‘가용성 휴리스틱’ 즉,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다른 사건과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일러두었다. 발생한 사건의 본질만을 좇으라는 경고였다. 그러면서 특정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이것이 또 똑같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이것 또한 편향으로 ‘뜨거운 손 효과’에 빠져버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고체계 안에 겹치고 겹쳐있는 많은 편향들 덕분에 얼마나 오판을 피하기 힘든지 이 챕터에서 가감없이 알 수 있었다. 감상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는 계속 임용한 박사님의 방송이나 책에서 하셨던 격언들이 떠오른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전쟁사 및 국제관계를 다루는 학자라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다) ‘내 수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사람은 삼킬 수 있는 것만 삼킨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반드시 패한다’ 등은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의 편향’ 챕터에서 모두 소주제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다소 결과론적인 해석이 다분하며, 왜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언급이 안 되었던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좀 더 심리적인 요소에 매몰되어 있지 않았는가 싶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중한 교훈을 준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34676)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이미 투키디데스는 인간이 전쟁을 일으키는 세 가지 주요 원인으로 ‘두려움, 명예, 이익’을 꼽았다. 따라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합리적인 비용편익 계산으로 보일 수 있는 결정은 맹목적인 분노, 두려움, 사적이익에서 나온 것이고, 어떻게 봐도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은 아니다. pp.14-15 믿고 읽는 국내 출판사 중 하나인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신간이라고 하여 일단 관심이 생겼던 책이다. ‘서가명강’이라는 교양 시리즈에서 나오는 책을 특히 재밌게 봐 왔는데, 이번 책 역시 시리즈물이었다. ‘그레이트 하모니’라는 이름의 정치 및 사상 교양서 시리즈라고 한다. 리더를 꿈꾸는 독자를 타깃으로 한단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중 하나인 ‘행위 주체의 비합리성’을 무엇보다도 크게 공감하며 읽어 나갔다. 국가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행위자로 명명 가능한 사람들의 결정에는 편향과 불합리함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 국내외 정치, 사회 동향을 잠시 지켜본다면 공감할 여지가 충분한 와중에, 책 본문에는 이익 추구와 극대화라는 합리성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각종 역사적 사례가 논거로 제시되어 그럴듯함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더불어 경우에 따라 ‘정보실패’라는 용어로도 설명 가능할 역사적 사례의 개요와 저자가 분석한 원인이 다수 서술되어 있어 재밌게 읽었다. 특정 위기에서 외부 의제가 증거의 합리적 평가를 어렵게 한 더 심각한 사례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끝장내기로 마음먹은 2003년 사태에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주 제기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아들 조지 부시가 아버지 부시가 ‘완수하지 못한 일’을 완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p.59 미래 예측과 관련해 분석가들에게 제기되는 문제는 적어도 한 번 이상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 이런 예측을 단언한 출처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가장 유명한 최근 사례는 이전의 경고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서 이스라엘이 허를 찔린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의 사례다. p.105 1941년은 파국을 초래한 오판들이 단연 많았던 해였다. 스탈린의 오판으로부터 겨우 여섯 달 후, 미국 지도부가 일본이 하와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군사시설을 기습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 할 때 또 다른 오판이 뒤따랐다. 편향이 크게 영향을 미쳤고, 일련의 잘못된 판단들로 진주만에 정박한 미국 함대에 대한 일본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기관의 중요한 경고가 뒤늦게 전달되었다. 미국은 나중에 일본과 전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판을 내렸다. p.113 세계 각국 그리고 폭넓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제시되는 역사적 사례뿐 아니라 기존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가 적극적으로 논의에 활용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정치학자 로버트 저비스의 연구가 몇 차례 인용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책 “Why Intelligence Fails”를 기반으로 한 서술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인 비어트리스 호이저의 주된 논거가 실패 사례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이 남은 듯하다. 로버트 저비스는 왜 미국 정보 요원들이 1979년 혁명 직후 이슬람 세력의 정권 장악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는지에 대한 연구에서, 그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당시 (미국의) 모든 사람처럼 분석가들도, 많은 사회에서 종교가 가지는 잠재력과 그런 종교적 역할의 존재 자체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종교, 특히 근본주의적 종교처럼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p.76 로버트 저비스는 2002~2003년 시기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보는 연구를 통해, 그들이 1991년 걸프전쟁의 교훈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라는 것을 발견했다. 1990~1991년 그들은 이라크가 비밀리에 진행한 대량살상무기 연구 계획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2003년에는 숨겨진 활동이 더 있을 거라고 가정했다. pp.103-104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책이라고 느꼈다. 국제 관계나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국제 관계에서의 행위자 차원의 의사 결정 과정이나 이를 보조하기 위한 국가 정보 생산과 분석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경우라면 더 재미난 독서가 될 것이다. 오늘날 마주하는 인간의 비합리성의 이면에 어떤 심리학적 배경이 놓여 있는지 옛 사례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도 재밌는 독서 포인트가 되겠다. 이번에 읽은 “잘못된 전략” 외에도 동일한 시리즈인 ‘그레이트 하모니’에서 나온 신간 “백악관 상황실” 역시 재미있어 보인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펼쳐지는 역대 미 대통령과 조력자들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읽어볼 생각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34676)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