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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금시조>, <필론의 돼지>와 함께 이문열 월드의 가장 빛나는 단편이다. 한 집성촌을 배경으로 깨칠이라는 인물을 통해 익명이 가지고 있는 은밀함과 모럴해저드에 대해 문학적 알레고리로 풀어낸 수작이다. 메인 테마는 성(性). 제목인 <익명의 섬>보다는 '성'이 더 어울린다. 여주인공의 회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썸뜩한 암시와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 죽은 자가 서서히 눈을 뜨며 속편을 암시하듯이.
1983년 <안개마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상영되었다. 감독은 놀랍게도 임권택. 주연배우는 정윤희와 안성기. 당대 최고의 배우다. 국민들을 상대로 캐스팅 설문조사를 해서 주연배우를 선정했다는 보도가 남아 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다. 무엇보다 동네 아이들과 노는 깨칠이의 모습이 낮설지가 않다.
2011년 가을 <뉴요커>에 전편이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소설가로는 처음이다. 지금 읽어봐도 여전히 재미있다. 성 행위 묘사가 자세하게 서술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 때문인지 에로티시즘이 진하게 배어있다. 특히 일 대 다수의 묘한 관계라든지, 여교사가 점점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과정은 긴장감이 넘친다. 단편인데도 장편 같은 서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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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앞에 앉아 대화명으로 채팅을 하다가 내 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익명의 소용돌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소용돌이.. 정보 사회로 나아갈수록 익명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은 더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 익명은 점점 사회 윤리와 도덕의 반대방향으로 진행해 갈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병패와 이면의 모습을 어쩜 그리도 잘 녹여 냈는지 정말 이문열은 위대한 이름...작가다.. 시골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나는 기차역에 깨철이라는 떠돌이 남자의 알 수 없는 시선을 느끼게 되고, 이상하게도 그는 아무집에나 들어가 밥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하던지 마을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덮어두려 묵인한다. 현재의 남편과의 사랑의 열병으로 깨철이에 대한 관찰을 잊어갈 즈음.. 남편이 오기로한 기차역에서 남편이 아파 오질 못한다는 것도 모른채 부푼기대와 성적 욕망의 흥분으로 기다리지만 결국 오지않은 남편으로 인해 절망한다.. 더욱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피하려 들어간 창고에서 여자들이 자신은 언재 원하는지 안다면서 너도 지금 나를 원하고 있다는 깨철이에게 설상가상으로 겁탈을 당한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왜그리 여자들이 깨철이를 두둔했었는지 알게 된다. . 동족 부락의 폐쇄성이 가져다 주는 여자들의 억압된 성적 불만은 익명의 사내 깨철이를 통해 해소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서 깨철이를 묵인하는 마을 남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도.. 이 곳을 떠나던날 자신의 후임으로 온 여선생을 바라보고 있는 깨철이를 발견하고 그 여선생에게 주의를 줄까 하다가 그냥 돌아선다. 언젠가 그녀도 깨철이라는 익명의 섬이 필요할 지도 모른기 때문이다.. 내용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일고 난 후 내가 내게 묻는 질문은 계속된다. 나도 해소되지 않는 욕망의 비방구를 찾기 위해 익명의 섬을 찾아 분출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나 스스로도 익명의 섬이 되어버린 것일까? 익명의 섬 단편외에도 여러 주옥 같은 단편이 실려 있다.. 꼭 읽어 보시길... |
| 이문열의 작품은 재미있다. 이야기가 있다. 플롯이 잘 짜여져 있다. 이 작품은 이문열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문열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설명문 혹은 훈계조 기술, 그리고 심리묘사의 부재,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익명의 섬'도 그 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깨철로부터 능욕당한 여주인공의 심리가 이해되기 힘들 정도로 허술하게 묘사되어 있다. 깨철이란 인물도 너무 인위적이다. 참으로 flat한 인물이다. 이문열의 소설은 20세기 후반의 소설이라기엔 너무 심리적인 면에 치중하지 않는다. 자기 연민과 자기 변명에 빠져 있는 것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런 점이 그를 통속작가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