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33%
  • 리뷰 총점8 67%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9.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의 교환 편지 [아주 사적인, 긴만남]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의 교환 편지 [아주 사적인, 긴만남]" 내용보기
대학 때 인터넷 동호인으로부터 밴드 '미선이'에 대해 들었다. 당시 그 동호인의 추천이 나의 뇌리에 박혔고 나는 바로 '미선이' 음반을 구입했다. 한낮의 눈부신 햇살에 실눈을 뜨며 손을 이마에 대고 차양을 만드는 그런 류의 음악이었다. 한동안 이 음반만 들었다. 기숙사에서 강의동으로 이동하던 걸음마다, 도서관에서 휴식을 취할 때마다. 대학 3, 4학년 때쯤이었다. 조금씩 진로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의 교환 편지 [아주 사적인, 긴만남]" 내용보기

 

대학 때 인터넷 동호인으로부터 밴드 '미선이'에 대해 들었다. 당시 그 동호인의 추천이 나의 뇌리에 박혔고 나는 바로 '미선이' 음반을 구입했다. 한낮의 눈부신 햇살에 실눈을 뜨며 손을 이마에 대고 차양을 만드는 그런 류의 음악이었다. 한동안 이 음반만 들었다. 기숙사에서 강의동으로 이동하던 걸음마다, 도서관에서 휴식을 취할 때마다. 대학 3, 4학년 때쯤이었다. 조금씩 진로와 취업에 대해 부담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런 상태의 내게 '미선이' 음반은 지친 몸의 곳곳에 뚫린 구멍 사이로 선율이 샥샥 들어 앉았다. 뭉근하게 여운이 퍼지는 음악이었다. 어느 날 미선이 밴드는 해체 되고 멤버 중 조윤석만이 남아 루시드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루시드폴은 미선이의 색채와 비슷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조윤석의 음악을 계속 좋아했다. 루시드폴의 음악은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를 달리는 차 안에서 듣기 딱이었다.

 

루시드폴의 이름이 새겨진 책 광고를 보았다. 공중파에서 활동을 별로 하지 않는 루시드폴이라 내겐 아직도 그는 그의 음악만큼 안갯속 같은 인물이었다. 그를 알 수 있겠다는 기대로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의 시를 좋아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내가 루시드폴의 조윤석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루시드폴이 만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라는 것이, 여기서 드러났다.

 

판형의 비율이나 하드커버인 점, 속지에 박힌 글자 크기가 너무 작다는 점 등, 물리적인 면에서 책을 쥐고 읽기 불편했다. 남편도 지나가며 하는 말이 "이 책 글자가 너무 작아." 다행인 것은 내가 구입한 책이 2013년 15쇄판이었는데 새로운 디자인으로 2014년 재출간된 것을 이 리뷰를 쓰며 알게 됐다. 내가 이 책을 산지 최소 4년 전이라는 얘기다.

 

의사이자 시인, 마종기. 고국을 떠난지 40년이 지난 70대 문인이자 은퇴한 의사이다. 공학박사이자 가수인 루시드폴. 스웨덴을 거쳐 스위스에서 6년 동안 학위 공부를 했다. 한 사람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 사람은 스위스 로잔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질문에 답하며 또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둘은 메일을 통해 나이와 전공을 초월한 옛날식으로 표현하자면 펜팔 친구로 2년 넘게 소통한다. 그 편지들은 인간 마종기와 조윤석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예술에 대한 애정, 고국에 대한 사랑, 친구와 사람에 대한 우정까지 듣게 됐다. 둘 사이의 이야기를 독자가 몰래 엿듣는 것 같은데 죄책감이 일거나 찝찝하지 않다.

 

아무래도 책을 고른 이유가 루시드폴이라서 루시드폴의 이야기에 집중할 줄 알았다. 마종기 선생님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역사를 보게 되니 흥미를 느끼는 것이 왠지 죄송하긴 하지만 이 60년대 이후의 대한민국 처지를 조금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었다. 옳지 못한 권위주의에 항거하다 중앙정보부에 잡힌 이후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으면 징역살이 할 것이라는 말에 그는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는다. 그에겐 고국의 민주화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어 보였다. 고국을 향한 그리움과 부채의식을 달래는 방법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 고국에서 그는 문학적으로 잊히지 않고 인정을 받는다. 마종기 시인의 이름은 낯익은데 그의 시를 접해보질 못하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 

 

둘의 편지 속에선 그들 서로를 걱정하고 칭찬하며 격려한다. 아무래도 연장자인 마종기 시인이 루시드폴을 격려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충고들이 꼰대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들이었기 때문일것이다. 루시드폴이 계속 외국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귀국을 미룰 것인가를 고민할 때 마종기 시인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말투로 알아서 결정을 잘 할 것이라 말하였는데 막상 루시드폴이 연구소에 남지 않고 귀국을 하겠단 의사를 밝히자 자기일처럼 기뻐한다. 고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익숙한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 '내 고국에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말한다. 루시드폴은 솔직하게 공부보다 음악이 더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음악을 할 때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음악을 하기 위해서 귀국을 택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음악으로만 만난 루시드폴의 분위기를 구체화시켜나갔다. 그가 만든 가사와 선율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아직 구매하지 않은 음반이나 책을 검색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기분이 들어  충만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만났을까? 물리적으로 먼 거리와 서로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들이니 장소와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이 생기기 힘들다. 하지만 루시드폴이 귀국을 선택하자,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얼굴 맞대고 나누는 대화는 마치 편지글을 나레이션하는 느낌이다. 이들의 우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 않을까. 이 책 이후 또 한 권의 편지 묶음이 나온 걸 보면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7.08.27. 신고 공감 4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편지 쓰고 싶게 하는
"편지 쓰고 싶게 하는" 내용보기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편지를 쓴다‘보내기’만 누르면 되는데,내게 다시 돌아올까봐임시보관함으로보내지 못한 편지가 쌓여간다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조윤석)이 나눈 전자편지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두번째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때
"편지 쓰고 싶게 하는" 내용보기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편지를 쓴다
‘보내기’만 누르면 되는데,
내게 다시 돌아올까봐
임시보관함으로
보내지 못한 편지가 쌓여간다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조윤석)이 나눈 전자편지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두번째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때 루시드폴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그냥 갑자기 한 거죠. 그런 일 가끔 일어나잖아요. 우연히 생각한 것을 만나는 일. 마종기 시인 이름은 알지만 시는 많이 못 보았습니다. 루시드폴은 2집이 나왔을 때 알았습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 이야기를 해서 시인한테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 한권 샀는데 제대로 못보았네요. 루시드폴 알고 나서 ‘미선이’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음반은 못 샀군요. CD 플레이어가 고장나서 CD 듣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루시드폴이 스위스에서 하던 공부를 끝내고 우리나라에 와서 한 라디오 방송은 들었습니다. 그때 ebs에서 <세계음악기행>이라는 방송을 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책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바꾼 걸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음악방송이 하나도 없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ebs인데 음악방송 하기를 바라는 건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ebs를 들은 건 음악방송이 있어서였어요. 교육방송인데 음악방송이 다 있구나 했습니다. 그것은 밤 방송이었습니다. 루시드폴 라디오 방송은 안 해도 음악은 여전히 하고 있엇꾼요. 제가 관심을 덜 가져서 그것을 빨리 몰랐던 거네요. 생명공학 쪽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어쩌면 두번째 책에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전자편지(앞으로는 그냥 편지라고 할게요)라고 해도 오랫동안 주고받기 어렵습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한테 편지를 썼다 해도 마종기 시인이 답장을 쓰지 않았다면 주고받는 대화가 되지 않았겠지요. 마종기 시인을 시를 쓰고 루시드폴은 음악을 해서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두 사람한테는 공통분모인 과학이 있었습니다. 과학이라 해도 분야는 다르지만(마종기 시인은 의사고, 루시드폴은 공학박사). 시와 음악은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니죠. 시는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니까요. 예전에 친구와 루시드폴이 쓴 노랫말은 시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루시드폴은 시를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벌써 쓰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어쩌면 시인이 인정해주는 시를 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두 사람이 나누는 편지를 보니 저도 편지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건 전자편지가 아니고 그냥 편지예요.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보니, 내 생활은 정말 단순하구나 했습니다. 무엇인가 다른 일이 있어야 그런 일을 말할 텐데, 날마다 거의 비슷한 날이어서 비슷한 말을 합니다. 한사람(마종기 시인)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사람(루시드폴)은 스위스 로잔에서 할 일을 하면서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더군요. 갔다 와서는 그곳 이야기를 하고, 책과 CD 를 서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그냥 친구처럼 보였습니다. 나이 차이를 아버지와 아들에 가깝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종기 시인 아들과 루시드폴 아버지는 두 사람 사이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종기시인 아들은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군요. 한글이어서 읽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부러움을 느끼지 않게 마종기 시인은 아들과 루시드폴은 아버지와 잘 지냈을 것 같네요.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서 사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조금 다른 형편이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게 서로 마음을 열게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 사람은 편지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에 한번 들었을 텐데 잊어버린 것이 생각났습니다. 마종기 시인 아버지가 동화작가 마해송이라는 거예요. 마종기 시인과 마찬가지로 이름은 알지만 만나 본 동화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 신기해서. 동화가 시와 닿아있다는 거 아세요. 시·소설 이런 갈래가 있지만 모두 글이라는 것은 같군요.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시를 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시를 많이 보고 잘 아는 게 아니어서, 여러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말하기 어렵네요. 루시드폴은 마종기 시인 시를 여러번 보았다고 하더군요. 좋아하는 시, 시인이 있는 것도 좋은 거예요. 저요, 저는 아주 많이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쉬워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우연히 괜찮은 시를 보면 그 시인은 어떤 시를 쓸까 조금 알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 한편은 좋아도 시집 안에 있는 시가 다 좋지는 않더군요. 음악은 CD 한장에 들어있는 게 다 좋기도 합니다. 제가 시집 한권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거겠지요. 편지보다 시 이야기를 했군요.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저도 아직 시를 좋아합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앞으로는 시를 봐야겠습니다. 예전에 사둔 마종기 시인 시집을 먼저 만날까봐요.

마종기 시인은 과학을 하는 사람도 문학을 알면 좋다고 했습니다. 꼭 문학만 말한 건 아닙니다. 철학, 음악, 미술…….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문학과 의학’ 강의를 했습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 과학에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겠지요. 마종기 시인처럼 의사면서 시를 쓰는 사람도 있고, 소설을 쓰는 의사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하는 사람 부럽군요. 저는 하나도 못하는데……. 책을 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저를 생각했습니다. 루시드폴은 공학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말도 하더군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니 그쪽 말을 알아야 했겠지만. 루시드폴 소설도 쓰고 다른 나라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두권 다 아직 못 봤지만.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여러가지를 다 잘하기도 하더군요. 이런 것도 그런가 보다 해야죠.

나이 차이가 나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 좋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나온 의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대 사이에 소통이 없는 게 문제다고(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서로 상대 말을 귀 기울여 듣기보다 자기 말을 더 하려고 하니까요. 어른은 아이 말을 아이는 어른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어떨까 싶네요. 말로 하기 어려우면 이렇게 편지로 하는 것도 좋겠지요.



임시보관함에 쌓인 편지를 하나씩 지운다
끝내 너에게 건네지 못한 마음



*더하는 말

조금 쓸데없는 말인데 짧은 글은 제 이야기 아닙니다. 글은 자신이 아닌 남이 되어보는 것이기도 하죠. 이 말을 듣고 저도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 글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말 나중에 들었습니다. 제가 말을 조금 바꾸었네요. 글을 쓸 때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이 되어서 생각해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저는 편지 쓰면 쌓아두지 않고 다 보냅니다. 저하고는 다르게 쓰고 차마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얼마전에 본 책에도 그런 사람이 나왔습니다. 제가 본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고 예전에 나온 겁니다. ebs 라디오 음악방송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얼마전에 개편을 했습니다. (음악과 책을 함께 들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조금 들어봤는데 다른 라디오 방송과 비슷해졌습니다. 몇번 듣지도 않고 이런 생각을 했네요). 전에 하던 방송이 거의 없어지고 아주 달라졌습니다. ebs는 많은 게 한번에 바뀌더군요. 날마다 들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없어지니 아쉬웠습니다. 좋아하는 걸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어쩌면 이런 생각은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헤어질 텐데 사람(친구)을 왜 사귀나 할 수 있으니까요(친구와 사이가 나빠지거나 어쩌다 연락이 끊기기도 하잖아요). 그런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하고 라디오 방송은 좀 다르기도 하죠.



희선




☆―

서둘러 윤석 군의 《국경의 밤》 앨범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첫 결과는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내가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아니면 이게 세대 차이라는 것일까.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아주 좋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던 생각이 나서 다시 듣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아, 이 노래들은 혹 대화를 나누려는 외로운 영혼의 숨소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흐처럼 나를 맑게 정돈시키는 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베토벤처럼 나를 압도하고 소름 끼치게 진리를 설파하는 것도 아니고, 모차르트처럼 천상의 황홀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바로 이 음악이 외롭고 고달픈 또래 영혼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같은 세대가 느끼는 동류의 슬픔을 같이 흐느끼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서로가 동료 의식으로 힘이 되는 그런 부드러움. 부드러움이 결국 힘이 되고 열기가 되어 불꽃으로 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노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84쪽)

-개정판은 84쪽이 아니겠군요





청솔 그늘에 앉아

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이달의 사락 n***8 2014.09.04.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서로의 삶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소통’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삶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소통’에 이르기까지" 내용보기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은 2007년 처음 편지로 만났다. 평생을 타국에서 살아야 했던 고독과 그리움을, 시로 녹여냈던 의사 시인 마종기와 수년째 스위스 로잔 연구실에서 머물며 틈이 날 때마다 '외로움'의 선율을 기타줄에 옮겼던 화학자 뮤지션 루시드폴. 두 사람은 2009년 봄 서울에서 처음 대면하기까지 2007년부터 2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갔다. 긴 유학생활 동안 루시
"서로의 삶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소통’에 이르기까지" 내용보기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은 2007년 처음 편지로 만났다. 평생을 타국에서 살아야 했던 고독과 그리움을, 시로 녹여냈던 의사 시인 마종기와 수년째 스위스 로잔 연구실에서 머물며 틈이 날 때마다 '외로움'의 선율을 기타줄에 옮겼던 화학자 뮤지션 루시드폴. 두 사람은 2009년 봄 서울에서 처음 대면하기까지 2007년부터 2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갔다.

긴 유학생활 동안 루시드폴은 마종기의 시집을 닳도록 읽고 또 읽었으며, 그의 시집을 붙들고 이국에서의 묘한 고립감을 이겨냈다. 마종기 시인은 전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던 이 낯선 젊은 뮤지션과 서신 교환을 해보지 않겠냐는 기획자의 제안에,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차이도 많고… 하지만 정작 편지가 오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신이 더욱 신이 나서 편지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이들이 2년간 주고받은 54통의 편지는 책으로도 묶여 처음 2009년 봄『아주 사적인, 긴 만남』으로 출간되었고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그간 세대를 초월한 ‘진정한 소통’의 본보기로 회자되며,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다시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흐른 2014년 6월, 두번째 서간집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 개정판으로 동시 출간되어 책의 생명력을 이어가게 되었다. 개정판에는 마종기, 루시드폴이 각각 쓴 개정판 서문이 추가되어 이 서간집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회를 선사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8 2014.07.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