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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뽀송 잘 마른 솜을 넣어드릴게요...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뽀송뽀송 잘 마른 솜을 넣어드릴게요...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내용보기
몇 페이지 안 되는 이 그림책을 읽는 내내 ‘물먹은 솜’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늘어진 몸을 질질 끌고 올라야만 보이는 언덕 위의 어떤 집도 머릿속에 그려봤다. 가파른 골목 끝에서야 나타나는 집 한 채.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오늘따라 왜 이 길이 이렇게 멀고 가파른지, 무릎을 짚어가며 오르는데도 가는 걸음이 더디다. 상당한 무게감으로 피로함이 먼저 밀려온다. 그늘지고 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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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페이지 안 되는 이 그림책을 읽는 내내 ‘물먹은 솜’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늘어진 몸을 질질 끌고 올라야만 보이는 언덕 위의 어떤 집도 머릿속에 그려봤다. 가파른 골목 끝에서야 나타나는 집 한 채.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오늘따라 왜 이 길이 이렇게 멀고 가파른지, 무릎을 짚어가며 오르는데도 가는 걸음이 더디다. 상당한 무게감으로 피로함이 먼저 밀려온다. 그늘지고 지친 얼굴에 생긴 주름도 세어본다. ‘물먹은 솜’ 같은 몸을 말려주어야 할 것도 같다. 세탁기에 집어넣고 탈수 한번 돌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운 일회성 문제가 아니기에, 그냥 물먹은 솜으로 계속 존재한다. 마음이, 무겁다...

 

동트기 전 어스름한 새벽길을 걸어 시장으로 가는 솜바지 아저씨. 아직은 사람들 대부분이 잠들어 있을 시간이지만 이른 장사 시작으로 새벽시장은 시끌벅적하다. 전국에서 모여든 과일과 채소를 다시 여러 곳으로 보내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해지는 곳. 솜바지 아저씨는 그곳에서 짐을 옮기는 일을 한다. 여기저기에서 아저씨를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경매가 끝난 후 차량으로 옮기고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서두르는 발걸음이 급하다. 무거운 상자를 어깨에 이고 수레에 쌓아서 옮기는 아저씨는, 손이 미끄러워 물건을 놓칠까 장갑도 끼지 않는다. 녹슬 일이 생기지 않을 만큼 너무 바쁘게, 쉬지도 않고 굴러가는 아저씨의 수레는 아저씨의 하루와 바쁘게 보내는 그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시장 곳곳을 누비며 성실히 일하고, 새벽시장의 추위에 이른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항상 솜바지를 입고 다녀서 불리는 그 이름 '솜바지 아저씨'.

 

 

새벽시장의 하루를 그린 이 이야기는 저자가 새벽일을 나가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글이라고 했다. 어린아이가 보는 아버지는 아주 크고, 힘세고, 세상에서 우뚝 선 모습이 아닐까.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땀을 흘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일하러 나가고, 아플 겨를도 없이 힘든 일을 계속 하는 사람. 돌봐야 할 가족을 생각하고, 재롱부리는 모습이 예뻐 안아주고 싶은 아이를 떠올리고, 일하는 즐거움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내일을 기대하며 쉬지도 않고 열심히 뛰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그게 보편적인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다. 일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온기도 분명히 존재했다. 새벽의 추위를 데울 수 있는 건 사람들의 마음과 서로를 염려하며 같이 '으쌰으쌰' 하는 위로와 파이팅의 다짐일 것이다. '같이 열심히 일하고 너도나도 잘 살아보세~' 하는 뜨듯한 기운이 새벽 찬바람마저 녹여줄 것을 알기에...

 

저자의 눈에도, 마냥 어릴 때는 그 자리에서 당연하게 보였던 장면들이 많은 시간이 흐르고 떠올리는 기억에서는 그 형체가 바뀌고 있는 걸까.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인데, 어른의 시간을 살아가며 아버지의 나이가 되니 많은 것이 달라 보인다. 직접 부딪히는 그 시간들일 것이기에. 솜바지가 낡아가는 줄도 모르고 일해 온 시간,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새벽시장의 분주한 달리기는 피니시 라인이 없는 마라톤 같다. 솜바지 아저씨가 솜바지를 벗을 일이 없을 정도로(물론 더운 날에는 안 입겠지만) 계속하는 일은 행복해 보였다. 일의 소중함과 땀 흘리는 기쁨을 누리는 즐거움이 없던 힘도 생기게 한다. 일터에서 매일 마주하는 사람과 나누는 정겨운 인사, 성실히 일한 후의 뿌듯함, 시끌벅적한 시장 안 사람들의 목소리가 활기를 만든다. 집으로 돌아가면 반겨줄 가족들을 떠올리는 것 또한 하루의 고단함 뒤에 찾아오는 행복일 텐데, 어찌 즐겁지 아니할 텐가.

 

 

그런데 아저씨에게 솜바지 벗을 때가 찾아온다. 더 이상 일터에 나갈 수 없어 집에 머물고 솜바지 아저씨를 새벽시장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 아저씨의 수레는 멈췄고, 녹이 슬었다. 굴리지 않는 시간동안 녹이 슨 수레는 아저씨의 마음 같다. 열정도, 웃음도, 행복도 멈춘 것 같은 시간. 바라던 건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 세상일이라는 게 아저씨에게도 적용된다. 매일 원처럼 둥글게 돌듯 같은 자리에서도 열심히 뛰고 달렸건만, 그 결과 찾아온 게 멈춤이라니 슬프고 답답하다. 원하지 않아도 닥쳐오는 일.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칩거하며 술타령을 하려나, 동네 마실 다니며 무료한 일상을 지내려나, 마음의 불편함을 화로 풀어내려나... 암울한 표정으로 어둑한 방 한 구석을 차지하며 늘어져있는 건 아닌지 걱정과 염려를 담아 아저씨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그려보게 된다.

 

반갑게도, 이야기는 다시 일어서서 솜바지를 입고 달려 나가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끝맺는다. 지키고 보살피며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아저씨를 다시 달리게 한다. 솜바지가 닳아서 구멍이 날 때까지, 여름 더위에 땀띠가 나도, 거친 손이 갈라져도 계속 달릴 것임을, 간절한 그 눈빛이 아저씨의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게 할 것임을 안다. 그게 아저씨에게 주어진 유일한 방법이며 최선임을 믿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길을 달려 나간 아저씨의 걸음이 조금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물먹은 솜'이 아니라 뽀송뽀송 잘 마른 솜이 아저씨의 바지를 채우고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지금도 재래시장에 가면 이런 솜바지를 종종 본다. 주로 겨울에 바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자주 사간다는데, 나는 택배 아저씨들이 이런 바지 착용한 걸 보곤 했다. 이 추위에, 이른 새벽부터 나서는 그 길에서 마주치는 바람이 얼마나 칼날 같을까. 그 사람들에게서 우리네 부모의 모습을 보게 하는 저자의 기억보따리는 서글프면서도 짠하다. 늙어가는 육체에 기력이 떨어지고, 총기도 흐려져 뭘 하기에 주저하면서 지나간 세월의 안타까움을 얘기하는 엄마를 봤다. 아주 오래전 엄마의 몸빼바지(일바지) 차림도 기억났다. 정장바지나 예쁜 치마 한 번 제대로 입어보지 못하고 일하기에 편하다면서 주구장창 입었던 그 항아리 같은 바지. 지금도 엄마랑 옷사러갈 때면, 편하다면서 그런 스타일의 바지를 엄마가 손에 들면 나는 질색한다. 너무 보기 싫다. 그건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하기 싫은 어떤 시간의 편린들 때문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느라, 자식들 키우느라 얼굴에 화장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멋스러운 바지 한 번 선뜻 고르지 못했던 시간의 아픔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다. 지금 우리 집엔 그런 바지가 단 한 벌도 없다. 어떤 추억거리도 되지 못한다. 기억에서 잊힌 지 오래였는데,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를 보니 자연스레 생각났다. 원더우먼 같았던 엄마가 솜바지 아저씨와 겹쳐 보였다. 저자는 솜바지 아저씨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아버지를 보게 했지만, 부모에게 향하는 더 애틋한 마음을 심어주었지만, 딱 그만큼의 아픈 기억도 떠올리게 했다. 따뜻하면서도 괜히, 더 추워진 듯하다.

 

 

n******i 2015.01.02. 신고 공감 4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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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시리다 못해 매섭기까지 한 이겨울 시장에 가면 눈에 띄게 볼수 있는 솜바지 입은 아저씨들 바쁘게 짐을 내리고 또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기도 하는 일상 속의 아저씨들   그분들이 한가정의 가장 아이들의 아빠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추워서 입었겠거니   그렇겠거니   이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생각들이 든다 그분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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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시리다 못해 매섭기까지 한

이겨울

시장에 가면 눈에 띄게 볼수 있는 솜바지 입은 아저씨들

바쁘게 짐을 내리고 또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기도 하는

일상 속의 아저씨들

 

그분들이 한가정의 가장

아이들의 아빠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추워서 입었겠거니

 

그렇겠거니

 

이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생각들이 든다

그분들의 입고 계신 솜바지가

그냥 그저 그런 솜바지 아니였구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총

의사에게는 청진기와 같은

느낌

 

단순히 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전부가 아닌

생존의 그것이었으리라는

 

오늘 문득 병원에 누워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건 칼바람 속을 솜바지 하나로

치열하게 살아오신 우리들의 아버지들

그분들의 묵묵함에 성실함에 경외심을 표하고픈 마음이리라

c*******o 2015.01.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일상을 들어 올리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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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짐을 번쩍 번쩍 들어 올리는 힘쎄고 씩씩한 솜바지 아저씨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자기도 들 수 있다며 장난감 박스를 번쩍 들어 올리고선 자기도 솜바지 아저씨 같이 힘이 쎄다고 좋아합니다. 뭐 들어다 옮겨 줄 것 없느냐고도 하네요. 오래간만에 아이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줄도 모르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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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짐을 번쩍 번쩍 들어 올리는 힘쎄고 씩씩한

솜바지 아저씨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자기도 들 수 있다며 장난감 박스를 번쩍 들어 올리고선

자기도 솜바지 아저씨 같이 힘이 쎄다고 좋아합니다.

뭐 들어다 옮겨 줄 것 없느냐고도 하네요.

오래간만에 아이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줄도 모르고

새가 웃고 우는 줄도 모르고'

 

번쩍 번쩍 들어 올리는 아저씨의 매일매일은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솟아오른 힘이었습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 힘을 쏟지만 좌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주먹을 불꾼 쥐고 일어서게 만드는 힘 또한

소중한 존재를 위하는 마음으로 부터 일겁니다.

 

씩씩한 솜바지 아저씨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었지만

저는 그 씩씩함을 매일 발휘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아이 역시 솜바지 아저씨를 보고 또 봤을 때

그런 '마음'을 읽어내길 바란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솜바지 아저씨 같은 매일을 보내시면서 부모의 역할을 하시느라

나이 드시는 줄 모르고 지금껏 달려 오신 저의 부모님께

새삼 뜨거운 감사를 보냅니다.

작은 논과 밭을 솜바지 아저씨처럼 일궈오신 부모님께도

이 책을 보여드려야겠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같이 오래도록 볼 수 있는 고마운 책 입니다.

 

 

 

 

 

 

 

 

f******o 2014.12.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묵묵한 솜바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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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제목부터 어감이 좋아서 솜바지 솜바지~ 하고 입안에서 솜솜거렸는데 정작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솜바지의 '솜'이 솜사탕의 '솜'이 주는 어감과는 전혀 다른 묵직함을 전해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일상의 달콤한 즐거움이나 즐거운 환상의 상상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른 그림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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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제목부터 어감이 좋아서

솜바지 솜바지~ 하고 입안에서 솜솜거렸는데

정작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솜바지의 '솜'이 솜사탕의 '솜'이 주는 어감과는

전혀 다른 묵직함을 전해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일상의 달콤한 즐거움이나 즐거운 환상의 상상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른 그림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 동네, 우리 이웃, 우리 아버지,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일(노동)의 가치, 그 땀방울의 소중함에 대해

잔잔하면서 깊은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은 주인공 솜바지 아저씨처럼 시장에서 일생 일하셨던

작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시장의 풍경이라든가 솜바지 아저씨가 짐을 나를 때의 동작,

그 현장을 묘사하는 글의 표현 등에서

단순한 관찰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 이상의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꼭 선물해 주고 싶어서 구매했는데

주변에도 적극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소비하고 버리는 일이 너무나 손쉬워진 세상,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물질의 진정한 가치가 훼손된 사회,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우리 주변 수많은 것들의 이면에

자신의 안위를 돌볼 여유조차 없이 묵묵히 움직이는, 땀흘리는 손들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무심히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

 늘 같은 곳에서 늘 같은 일을 하고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묵묵한 사람.

바로 솜바지 아저씨였지.

..."

 

마지막 부분에서 힘겹게 짐더미를 들어올리는

솜바지 아저씨의 굳은살 잡힌 투박힌 손이

그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덥썩 잡아드리고픈 충동이 일었습니다.

이 마음으로,

제 주변 동료들, 가족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네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

 

 

 

 

 

 

 

 

 

 

 

 

 

 

YES마니아 : 골드 m******n 2014.12.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