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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집『환상의 빛』은 표제작인 「환상의 빛」을 비롯해, 「밤 벚꽃」,「박쥐」,「침대차」총 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따져보면 사실 이들이 왜 한 소설집에 묶여있는지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소설 안으로 들어가보면, 각 소설 속에서 '기차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기차역에서 어딘가로 떠나거나 돌아옴으로써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소설을 떠나는 마음과 남겨진 마음을 다루고 있다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환상의 빛」 속 주인공 유미코는 두 명의 가족에 의해 남겨진다. 한 명은 어린 시절 국도에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할머니이고, 다른 한 명은 기찻길 위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을 한 남편이다. 이 두 인물이 마지막으로 목격되거나 죽음을 맞이한 공간은 국도와 기찻길이다. 장소들은 사람들이 떠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돌아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름답기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은 요코가 고향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소설 초중반부 이 장소들에는 ‘떠나는 모습’만이 부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유미코에게만큼은 이 장소들은 누군가가 떠나는 공간으로 각인된다. 또한 떠난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두려움이 동반된다. 이러한 두려움은 유미코가 재혼을 하기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 느끼는 두려움과 갈등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나 떠나는 행위가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돌아온다는 기약이 있다면, 그 떠남은 여행이 되거나 일시적인 이별이 될 수 있다. 유미코의 고통은 ‘귀환이 약속되지 않은 떠남’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이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귀환에 있다고 작가는 말해주는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유미코는 자신이 직접 고향으로 떠나고, 새 남편의 집으로 돌아오는 방법으로 귀환한다. 또한 도메네댁과의 일을 겪으며 이런 두려움을 극복한다. 그리고 소설은 서간체, 또는 대화체로 일관하면서 현재에서 과거로 떠나는데, 결말에 이르러 현재로 돌아오면서 우아한 귀환에 마침표를 찍는다. 일본의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은 <환상의 빛>이다. 데뷔 이후 근 30여 년 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를 훑어볼 때, 왜 미야모토 테루의「환상의 빛」을 데뷔작으로 선택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박쥐」역시 오사카에서 교토로 떠나는 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주요 소재로 작용하는 과거의 일도 다른 동네로 떠나는 일이다.「침대차」역시 출장으로 인해 침대차를 타고 떠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밤 벚꽃」은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 말고도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떠남과 돌아옴이 있다. 만남, 작별, 재회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쁨과 슬픔이 우리 인생의 전부라고도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뻔하디 뻔한 이런 이야기를 작가는 4편의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가슴에 와닿을 수 있는 것들은 작가의 유려하고도 섬세한 필치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환상의 빛」보다도 「밤 벚꽃」이 더 좋았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만난 덕분이었다.꽃은 봄빛과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89쪽) 아야코는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신기한 밤을, 벚꽃과 함께 깨어 있자고 마음 먹었다. (109쪽) 밤 벚꽃이 끊임없이 지고 있는 모습만이 마음에 스며들어, 뜨뜻미지근한 꽃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기분에 취해 있었다. (109쪽)네 편의 소설들을 차례로 읽고 나니, 떠나보냈던 누군가와 남겨졌던 마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돌아가던 마음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한없이 복잡한 인생을 간단하게 압축한 이 문구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위해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써야 했던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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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의 빚을 덜기 위하여 <환상의 빛>을 읽고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 뜻모를 이유로 잇따라 사람들이 죽는다. 궁극적 범인으로 소설 속 세계를 창조한 자를 지목한다면 작가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독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고자 꾸민 일일 테니 말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네 편 모두 사람이 죽는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으나, 결코 범죄 스릴러 장르는 아니다. 일본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은 표제작 「환상의 빛」과 함께 「밤 벚꽃」, 「박쥐」, 「침대차」라는 제목의 단편들을 한데 엮은 책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마다 저세상으로 영영 떠난 이와 이세상에 남겨진 자가 등장하고, 산 자가 죽은 자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닮아 있다. 자신에게 소중한 혹은 익숙한 무언가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안타까움과 허무함을 말로 표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잠시만 안녕이 아니라 영원한 이별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환상의 빛」의 '나'는 현재 재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전 남편이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어느 날 달려오는 전차에 몸을 던져 죽은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둘의 첫만남부터 사고 당일까지를 되짚어보나 마땅한 까닭을 찾을 수 없다. 죽음의 이유를 듣고 싶어도 들어줄 사람은 이미 가고 없으니 마음의 빚은 쉬이 덜어지지 않을 테다. 만일 독자가 그런 처지에 놓인다면 '환상의 빛'을 좇기는커녕 일종의 심리적 부채감, 곧 '환장의 빚'을 갚으려 전전긍긍하지 않았을까 싶다. 「밤 벚꽃」은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1주기를 마친 '나'가 진작에 자신을 떠났던 옛 남편과 오랫만에 조우하여 텅 빈 마음처럼 쓸쓸한 집에 하숙인을 들일 생각임을 알려준다. 못마땅해하는 그를 배웅하고 난 뒤, 하룻밤이라도 묵게 해달라고 청하는 젊은이의 방문 때문에 괜한 불안을 자초한다. 이윽고 저녁 무렵에 갓 혼인 신고를 마친 젊은이가 아내를 데리고 오자 나는 죽은 아들의 방을 내어주고 그들은 멋드러지게 핀 벚꽃을 바라보면서 첫날밤을 보낸다. 세대는 다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지나도 세상에서 만남과 이별 그리고 죽음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박쥐」 는 중년의 '나'가 불륜의 관계와 몰래 만나러 가는 길에 우연히 다른 친구에게서 중학생 시절에 같은 반 싸움짱이었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더운 여름날 성욕에 이끌린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한 소녀를 찾아간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지고 때마침 박쥐떼가 날아오르던 장면에서 어쩐지 그날의 친구와 오늘의 '나'가 시공간만 다를 뿐 겹쳐지는 동시에, 지금의 '나'가 빛을 피해 몰래 어두운 동굴로 향하는 박쥐처럼 보이기도 한다. 「침대차」의 '나'는 회의차 몸을 실은 도쿄행 밤기차에서 한 노인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한 친구와 그의 의사 할아버지를 소환한다. 어린 시절에 물놀이를 하다가 익사할 뻔한 후 서서히 소원해진 친구가 대학생이 되어 끝내 기차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으로 가서 할아버지를 만났던 것이다. 나와 달리 그는 부모의 부재라는 짐을 생전에 짊어지고 살았던 것다는 할아버지의 얘기가 또 하나의 죽음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그 옛날 익사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네 편 모두 작가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인 묘사가 인물의 감정과 사건 그리고 배경을 잘 그려낸 듯하다. 이런저런 소설적 장치를 활용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려하기보단 손에 잡히지 않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불확실함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마저 느껴진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삶과 죽을을 빛과 어둠에 각각 비유하곤 한다. 소설에서 죽음을 택한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로든 인생의 빛이 점점 꺼져가는 것처럼 느꼈고, 그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사람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라도 발견하고 싶어한 건 아니었을까. 바꿔 말하자면, 죽은 자는 어떻게든 삶의 이유를 찾으려 애썼고, 산 자는 그들의 죽음의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리라. "인간은 이 세계에 난무하는 (비)정형적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죽음을 거부하는 인간이 삶을 내려놓음으로써 죽음에 저항한다는 게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삶과 죽음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자 문제이다. 언제부턴가 산불 같이 걷잡을 수 없는 이 둘을 '삼불(三不)', 즉 불가지, 불가피, 불가해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고 실속 없이 힘 빼지 말고 되는대로 살다가 죽겠단 얘기는 단연코 아니다. 반대로 그러하기에 직간접적인 경험, 예컨대 <환상의 빛>과 같은 작품을 통해 조금 더 다듬어진 사유와 통찰을 얻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마지막으로 원제의 '환(幻)'에 대한 단상을 피웠다 다시 꺼뜨려본다. 여러 사전적 의미 가운데 '헛되다'라는 말이 내 가슴 안으로 스며든다. 저자 미야모토 테루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비롯한 일본 순수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알려져 있어서인지 몰라도, 야스나리가 쓴 『설국』의 주인공 시마무라가 말한 '아름다운 헛수고'와 연결지어 보면 조금이나마 마음 속 환장의 빚을 떨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는 인생에서 삶의 수고를 덜고자 하지만, 때로는 헛수고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모르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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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은 독자에게 적게 드러낸다. 인물, 사건, 배경의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다 설명하지 않음으로 읽는 이가 그것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도록 한다. 직접 품을 들여 짐작해보고 해석을 시도하다 보면, 뭔소리인가 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읽히고 글에 생기가 돈다. 따라서, 가끔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단편을 만나면, 속도를 늦춰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글 자체로 품위가 있다고 느꼈다. 번역자의 뛰어난 능력도 몫을 했다. 스토리가 잘 짜여진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문장과 묘사가 유려한 글을 읽는 것도 좋다.
아름다운 글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글을 쓰려면 부사를 걷어내야 한다는데, 내 어렸을 때 일기장을 들춰보면 부사만 난무한다. 너무, 매우, 진짜, 정말... 이런 것들. 좋은 글은 1%의 영감과 99%의 계획된 노력이라고 한다. 글을 읽고 생각하고 정교하게 쓰려다 보면, 나 자신도 정교하고 섬세한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나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을 향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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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투브로 추천도서 찾아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추천이라 구매해서 읽어봤어요…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책이고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었던 것 같아요… 영화로 먼저 나왔다던데 찾아보고 싶네요… 일본 소설 오랫만에 읽었는데 좋네요^^ 안 읽어보신 분들 휴가기간에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추천드려요^^ (가끔 유투브 추천도서 검색해서 구매해 읽을만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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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준 책이다. 누구에게나 깊은 슬픔이 찾아오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더 깊은 절망감이 찾아들곤 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슬픔을 치유해준 건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나와 매일을 함께 했던 나의 일상적이면서도 지루한 삶이었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때론 즐겁게 마음에 품자. 그리고 지루했던 우리의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음 한다. |
| 어쩌다가 반딧불 강을 읽고 홀딱 반해서 도서관마다 다니며 찾아 읽은 작가입니다..과작인듯해서 좀 아쉬웠고요..좀 다른 느낌의 소설도 더러 있는데 그쪽은 그리 동하진 않고 역시 흙탕물강부터 죽 이어지는 작가만의 섬세하고 아픈 서정성이 자꾸 맘을 맴돌게합니다..눈물 나게 하고요..금수도 좋고요..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마음에 오래 남는 책들 결국엔 구매하게 되는데 미야모토 테루는 몇권 안되네요..몇년전에 신간으로 떴던 꽃~은 안샀어요..환상의 빛은 예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막 찾아보진 않았어요..걸리면 보겠지만 이미 책으로도 충분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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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독서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구매하게 된 책인데 일 년이 다된 지금에서야 완독했다.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이 분량을 왜 이렇게도 미뤄왔던건지. 장편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단편소설을 조금 멀리한 까닭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의 호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네 가지 이야기 모두 다 좋았지만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밤 벚꽃이었던 듯. 흐르는 내용이 모두 아름다웠다. 영화로도 제작되어있는 줄 몰랐는데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추위가 완전 가시지 않은 봄에 꺼내읽으니 너무 좋았던 책이다. #책의날리뷰 |
| 나는 일본 영화도, 일본 소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일본 문학들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그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 한데.... 이 책 만큼은 정말 너무 좋아서 덥썩 구매해 버렸다. 독서 관련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단편이 여기 수록된 <침대 차>였는데, 정말 별거 아닌 이야기임에도 잔잔한 여운이 너무 깊에 남아서 책을 구입했다. 영화로까지 제작된 환상의 빛도 좋지만 다른 단편들도 다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다. 과장된 부분이 없음에도 마음에 깊게 남는 문장들. 장면들. |
| 일본 소설은 주로 상실과 죽음이란 키워드가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환상의 빛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책이다. 일본 소설은 하루키 책만 읽었던 나에게, 이 책은 미야모토 테루에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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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3월에 읽기 딱 좋은 얇은 책이지만, 무게감은 장편소설 못지 않다. 시공간이 넓게 펼쳐지고, 어릴 적 터널 주택, 신혼집 기차길, 소소기 바다 등 여러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조연급 인물에게도 스토리를 담아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한 씨, 도메노댁 캐릭터 완전 좋아!) 혼잣말 소설이기에 유미코의 목소리가 내내 들려오는 것 같고, 담백한 문장들은 행간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생각하게 하는 주제의식이 묵직하다. 1. '환상의 빛'은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를 현혹시키는 유혹의 빛이다. 갓 태어난 아들과 착한 아내를 두고 남편이 죽어버린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에, 혼이 빠져서 그 빛을 따라간 게 아닐까 하고 만들어낸 개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자꾸만 남편이 죽은 이유를 찾으려했다. 가난의 수렁에서 벗어날 희망이 안 보여서, 부자 동네에 갔다가 빈부격차를 느껴서, 회사에서 갑질을 당해서 등등 그날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지 않았을까?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남편은 그날 밤 죽으려 했던 게 아니라고. 다만 위태로운 경계선 위에서 잠시 중심을 잃었을 뿐이라고. 그 고비를 넘겼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을 사람이다. 죽음은 한 순간 그렇게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누구든 '환상의 빛'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2. 남편이 죽은 지 7년이 지났건만, 유미코는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왜 죽었는지 납득하지 못하기에 원망과 자책을 반복하고, 분함과 슬픔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그 감정으로 자신을 지탱하며 살아간다. 곧 죽을 것 같은 어떤 남자를 따라서 바닷가에 간 날, 그동안 꾹꾹 눌러온 슬픔이 격정적으로 폭발한다. 남편이 죽은 이유를 따지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고, 다만 '당신은 쓸쓸하고 불쌍한 사람이었다'고 인정하며 흐느끼는 장면이 눈물겨웠다. 우리가 죽은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주는 것 뿐이다. 이 날 이후로 유미코는 원망과 자책에서 벗어나 남편을 편히 놓아줄 수 있었으리라. 3. 미야모토 테루 작가가 그리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좋다. 다미오 씨의 투박한 듯 챙겨주는 면도 좋고, 새엄마에게 다정히 다가오는 도모코도 이쁘고, 할아버지 무릎에 순순히 앉는 유이치도 넘 귀엽다. 재혼 가정이 겪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때로는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고싶다. 착한 사람들이 뭉치면, 거기가 천국. 4. '밤 벚꽃'이라는 두 번째 단편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주인공이 갱년기 여성이라 그런가 친밀감 발동) '벚꽃 엔딩'하는 계절에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로 등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