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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반하는 시간은 8.6초, 이 거짓말 같은 소리를 믿어야 하는거야? 의심이 가지만 윤성준이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만난 현온에게 반한 시간을 생각해보면 믿을 수 밖에 없다. 성준은 흑곰같은 끈기로 현온에게 끈임없이 대시해 오고 현온 곁에는 그녀와 같은 운명을 타고난 정현백이란 미남이 등장한다. 한 여자를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다툼? 아니 거기에 호랑이 기운을 타고난 한 남자를 더해야겠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텅 빈 유리병, 이것이 현온의 이미지라고.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깨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안고 있는 유리병. 고대로부터 내려온 신인 영등할망을 어미로 신분을 알수없는 인간 남자를 아비로 둔 현온, 현온의 이름인 '온'은 오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즉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라는 듯에서 지어진 이름일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텅 빈 그릇이기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보았어. 영웅이 되기위해 태어났다는 정현백, 그도 현온과 마찬가지로 반인반신의 존재다.
다만 온이 엄마의 사랑을 받아왔다면 현백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다르다. 현백의 엄마는 필요할시 어미가 아닌 신으로 현백에게 나타나 지시를 하곤 사라져 버리지. 그에 반해 그를 거둬주고 길러준 양엄마는 다정하지만 왠지 약간 거리감이 있어 그는 집에 정붙일 곳이 없는 시절을 지내왔단다. 현백은 온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그것이 사랑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아. 현백이 예언대로 영웅이 되었는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아. 그것은 주인공이 아닌 자의 비극이겠지.
맡은 역이 주연에 비견될만 하지만 결국 조연이니 말이야. 현온의 생부가 누구인지 왜 그녀가 한번도 보지 못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거기에는 너무나 슬픈 역사적 비밀이 숨겨져 있었어. 사실 난 무뚝뚝한 남자 성준보다 자상한 현백이 더 마음에 들어 온이 그와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연하라는 점도 마음에 들고 말이야^^; "어쩌면 누나를 신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게 아닐까요?" (p.294) 여신 중의 여신 마고 할미의 부름에 응한 온, 그녀를 마고할미에게로 인도한 이는 현백이다. "신이 마고를 만나는 날은 태어난 날과 죽는 날뿐이다." (p.119)
신이라고 누구나 자유롭게 마고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신들도 각기 계급이 있고 명령체계에 익숙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책속에는 우리나라 오악(백두산·금강산·묘향산·지리산·삼각산) 중 하나인 금강산의 산신 금강산신도 등장한다. 비록 소설속이나마 설화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등장이 반갑고도 반가웠다. 마고가 현온을 만난 이유는 온으로 하여금 '꽃상'을 잃어버린 되찾아오게 하려는 것, 누가 왜 꽃상을 훔쳐갔으며 꽃상은 어떤 신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병을 고치 약을 구하기 위해 멀고 먼 서천으로 떠나지.
온갖 고난 끝에 아버지를 구하게 되고 그 공을 인정받아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된다. 이것이 설화의 한 부분이다. 책을 반납하고 동화 <미녀와 야수>를 원판으로 하며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조수연의《무덤의 정원》을 빌려왔다. 누군가의 말처럼 어느 종류의 책에 한번 꼿히면 그방면으로 한동안 푹 빠져사는 것이 나야. 장점이라면 장점일수있고 단점이라면 단점일수도 있는 것이 그외에 다른 것을 하기 싫어하거든. 중세유럽으로 날아간 주인공 고고학도 유영은 저주에 걸린 왕자를 만나고 그에 걸린 저주를 풀어 줄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살던 현대로 무사히 돌아올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