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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그림책의 표지를 보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두 부류일 것 같다. - 지금 '다 숨겨버릴 거야.'의 마음을 가진 사람 - 미로 그림이 뭘까 궁금한 사람 그런 의미에서 표지는 독자의 눈길을 끄는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 복잡한 MBTI가 아닌 3가지 유형만 있다는 단순한 전제 이 그림책에는 성향이 뚜렷한 3명의 캐릭터가 있다. 어제,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다. 어제는 오늘이의 하루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꼼꼼한 아이다. 내일이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까지 걱정한다. 반면에 오늘이는 지금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해야 하는 것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이를 보며 우리 집 어린이가 떠올랐다. 그런데 어린이만 그럴까? 추상적이면서 철학적인 개념인 어제, 오늘, 내일이를 눈에 보이는 캐릭터로 만들어놓으니 친근한 느낌이 든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유형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실제로 각 가정에, 우리의 일상 곳곳에는 어제, 오늘이, 내일이가 살고 있다. ✔️ '다 숨겨버리고 싶은' 마음 너무 하기 싫은 것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오늘이는 다 숨겨버리는 걸 선택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다운 마음이다. 그래서 웃음이 난다. 재밌다. 오죽했으면 숨겼을까? '다 숨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이해된다. ✔️ 왜 미로에 숨겼을까? 왜 다른 곳이 아닌 미로였을까? 미로는 복잡하고 찾기 어려운 곳이다. 절대로 찾지 못하는 곳에 다 숨기고 싶었던 오늘이의 마음을 작가가 미로로 표현한 것은 탁월했다. 그런데 한 군데에, 한꺼번에 숨기지 않고 여러 곳에 나누어 숨기는 오늘이의 모습에서 어제의 '꼼꼼함'과 내일이의 '걱정하는 마음'이 보인다. 만약 오늘이가 어제와 내일이의 아이라면 오늘이에게도 엄마 아빠를 닮은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프처럼 보이는 언덕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했을 때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언덕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것은 마치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을 때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곡선 그래프 같았다. ✔️갈등은 있지만 그래도 함께 오늘이와 내일이의 갈등 상황도 눈여겨볼 점이다. 엄마와 아이일 수도 있고 상사와 직원일 수도 있다. 타협과 균형이 필요한 모든 관계에 적용된다고 본다. 결국 오늘이와 내일이가 함께 숨긴 것들을 찾으러 가는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고양이도 따라간다. 독자의 시선도 따라간다. 다음 미로 장면에서는 독자도 어느새 함께 찾아보게 된다. ✔️중재자의 등장과 솔루션 그림책은 티격태격하는 오늘이와 내일이를 쭉 보여주다가 존재를 잊고 있었던 어제를 등장시킨다. 어제는, 오늘이와 내일이의 관계를 위한 중재자이자 이 그림책의 방향 키를 갖고 있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가 제시한 '시소처럼 균형 찾기' 방법은 사실 우리가 알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들이라면 아직 몰랐을 수도 있는 방법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의 균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솔루션이 직관적인 시소인 것이 좋았다. 그런데 구구절절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 글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캐릭터들의 표정,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분위기를 독자가 파악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깨달음'에 이르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 ✔️ 오늘이도 미래에는 내일이가 될지도?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교수는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어린이들이 미래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읽고 미래의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마시멜로 실험'에 비유해서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그림책의 오늘이는 하기 싫은 일을 다 숨겨버렸지만 하기 싫은 일을 없애는 방법은 사실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내일이가 주는 해야 할 일과 오늘이의 할 일 사이의 균형은 있어야 한다. 오늘이에게 미래를 읽는 힘이 생기면 내일이를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다 숨겨버릴 거야' 그 후에는... 이번 그림책에서는 오늘이가 주인공이었으니, 어제와 내일이의 이야기도 당연히 궁금해진다. 그런데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서인지 오늘이에게 사춘기가 오면 '다 숨겨버릴 거야'가 '난 숨어버릴 거야'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내일이에게 자기가 숨겼다고 실토하고 같이 찾고, 어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솔루션에도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사춘기가 오면 안 그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느 이야기가 다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