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너브라더스 사를 넷플릭스가 인수하네 마네로 한참 시끄러웠다. DC를 비롯한 유명 영화의 IP를 거대 기업이 독점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지만, 나 혼자 엉뚱한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장사가 안 돼서 빚 갚으려고 파는 건데 그걸 큰돈 주고 사서 다시 장사를 한다고? 물론 워너브라더스의 빚은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 적자 탓이고, 넷플릭스는 멀겋게 우려먹어도 손해보는 플랫폼은 아니다. 그런데 막판에 파라마운트가 인수에 성공하면서 나의 무식한 의문은 다시 고개를 든다. 성공한 줄 알았던 DC 영화의 제작비가 사실은 축소돼서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는 소문도 있고, 개봉 예정인 영화의 북미 개봉 주말 흥행 전망치도 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과연 IP라는 것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모든 것이 콘텐츠다>의 저자는 디지털 환경에서 방송사나 플랫폼의 경계가 약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아하는 IP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른바 '액체 미디어' 시대다.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도 전에 서문에서 액체 미디어라는 말을 쓰길래 그런 말이 있었나 찾아 보니 이 책과 저자에 관련된 기사만 뜬다. 다른 사람의 개념에서 빌려왔다고 하는데, 저자 혼자 밀고 있는 모양이다.) 한때 유행했던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은 책이면 책, 만화면 만화, 뮤지컬이면 뮤지컬 등 각 미디어에 머무르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그런 경계가 약해져서 팬덤 문화를 타고 확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팬덤의 체험과 원작 존중을 강조한다.(전지적독자시점 개봉 직후에 나온 책이어서 언급은 없지만.) 계약을 잘못해서 원작자가 수익을 거의 가져가지 못했던 <구름빵>, 국내에서 투자 받지 못하다가 네플릭스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히트 쳤지만 권리는 넘겨줘버린 <오징어 게임> 등의 사례를 통해 법적인 부분도 짚는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자본력과 노하우, 중소 제작사의 창의성, 이 둘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좋은 파트너를 찾으라는 조언은 꽤나 막연해 보인다. 적당히 베껴서 만들어도 흥행하던 버릇을 아직도 못 고친 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밀 리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쪽은 그 버릇 때문에 연달아 망하면서 사업을 접는 상황이고. 이렇게 대기업도 한 순간에 휘청이게 만드는데 IP 확장에 투자한다는 것은 복불복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왕과 사는 남자>처럼 이렇게 흥행할 줄 모르고 감독이 수익 배분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저자는 작은 실패를 해보라고 조언하지만 일단 성공을 하고 나서 세울 수 있는 성공 전략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케데헌을 말하는 동시에 펭수를 언급하길래 든 생각은 '펭수 요즘에도 하나?'였다. 하긴 마블도 더 이상 맥을 못 추고 디즈니는 인원을 감축하는 지경이니 IP의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선 유명 작품의 속편이나 스핀오프라도 만들어야겠지만 콘텐츠 소비자들은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고 떠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의 분석은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그런 부분의 전략은 팬덤 중시 말고는 부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