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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떻게 써지는가? 그들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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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 쓰는 자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다. 대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질문은 질문을 잘 하기로 소문난 전문가가 하고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름난 이야기꾼이 하고 있다. 조화가 잘 이루어져 얘기가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적절한 발문은 저자의 지식과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
"소설은 어떻게 써지는가? 그들의 대화." 내용보기

이 책은 소설 쓰는 자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다. 대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질문은 질문을 잘 하기로 소문난 전문가가 하고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름난 이야기꾼이 하고 있다. 조화가 잘 이루어져 얘기가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적절한 발문은 저자의 지식과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야기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등을 자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희대의 이야기꾼, <정유정의 이야기 세계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다가와 충분히 감흥을 준다.

 

정유정하면 오늘을 사는 독자들은 잘 안다. 요즘 그의 작품을 한두 편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책을 읽었다고 얘기할 수가 없을 듯할 정도로 그녀의 작품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그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의 기원, 28, 7년의 밤 등 그의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세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만큼 이야기꾼으로선 인정을 받은 작가란 뜻일 게다. 특히 그의 작품은 거의 영화화 되었다. 그래서 영화로 나올 것을 기대하며 쓴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자의 질문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는 영화가 먼저가 아니고 소설이 먼저라 한다. 문자언어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그의 생각이다. 그 중 ‘7년의 밤은 최근에 영화로 나온 줄 안다. 그것은 오늘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그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증거가 되기도 하리라.

 

나는 기본적으로 대중적 정서의 방향이 제시된 이야기에는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 행복이라든가, 평범한 일상이라든가, 아름다운 연인의 완벽한 사랑이라든가, 도덕적이고 고결한 삶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운명의 변덕에 휘둘린 불운한 인간, 최선을 두고도 파멸로 치달아버리는 어리석은 인간, 욕망에 눈멀어 자신을 내던지는 무모한 인간,.......(P63)

 

작가는 인간 본성의 어둠과 그에 저항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지닌다고 마음에 담으면서 그 어둠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 흐름을 지켜본다. 그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세하게 풀어준다. 그가 만든 작품 속의 인물들은 현실 세계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인물들이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 가져다주는 요인이 작용하는 듯하다. 그는 제도화된, 규격화된 인물에 관심이 적다. 무엇인가 특별하고 기이한 행적과 생각을 보이는 인물에게 다가간다. 그러기에 그의 인물들이 상식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물들의 세미한 마음까지 쫓아가면서 분석해 내는 작가의 솜씨는 놀랍다.

 

작가는 이야깃거리를 주로 사건에서 많이 얻고 있음을 본다. 신문 기사나 주변의 사건을 볼 때 영감을 얻고 그 일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도 숱한 노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찾고 기록하고 묻고 마음에 넣고 전체적인 모형을 그려보고, 구상과 집필의 과정이 예사롭진 않다. 이래서 작가가 되는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도록 한다. 그의 말은 그렇게 우리들을 몰입하도록 만들어 간다. 작품과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의 심리까지 독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도록 만들어 나간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에는 호소력이 있다.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다. 그리고 문학은 은유의 예술이다. 한 뼘 남짓한 인간의 머릿속에서부터 저 광활한 우주공간까지, 수만 년 전 사바나 시절부터 수백만 년 후의 미래까지, 인간과 삶, 세계와 운명을 한께 없이 은유해 내는 것, 그것이 문학이 품고 있는 원형적 힘이다. 온갖 영상매체가 현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 시대에 문학이 생존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다룰 수 있고 잘 다루고 싶은, 더 나아가 예술적으로 다룰 수 있기를 간절히 욕망하는 유일한 도구가 문자언어.(P52)

 

질문자는 많은 매체가 이야기를 전하는데, 특히 문자언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고 있다. 저자는 그것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한다. 문자언어만이 가지는 묘미가 있다고. 우리는 이미지를 본다. 그럴 때 피사체를 보면서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렇지만 그 이면의 의미를 읽지는 못한다. 생각은 해볼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 화면 밖에 있는 여러 물상들을. 그리고 찍는 사람의 공간을. 하지만 그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는 인식할 수 없다. 그런데 문자언어는 그렇지 않다. 이면을 보여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절정 부분에 숨겨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가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한다. 그럴 듯하다.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보거나 읽을 지라도 그 속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엮어 가는가? 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읽기는 무의미하다. 작가는 그 소리를 잡으라고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꾼이 된 과정과 이야기가 그에게 무엇인지를 듣는다. 또 이야기를 하는 작가 자신의 삶을 듣고 그의 이야기하는 방법을 듣는다.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 소재, 자료조사, 배경, 인물, 구상, 형식까지 그 실제를 경험으로 애기해 준다. 경험은 언어에 무게를 더한다. 그 무게로 인해 곳곳의 얘기가 활기를 얻고 있다. 많은 예화들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만들어 나가는 기능을 한다. 또 이야기는 경험에 의해 도출되는 것이기에 힘이 있다. 듣는 자들은 그 내용을 솔깃하게 마음에 담을 수 있고, 그것을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된다.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읽음이 되는 것을 느껴 볼 수가 있다.

 

질문자는 많은 질문을 해나간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미와 의미인가 

*문자언어로만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등단까지가 힘들었지 등단 후에는 꽤 순조롭게 풀린 편 아닌가 

*이야기에 미학적 감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작가는 자기 테마를 어떻게 발견하나? 쓰다 보면 자신의 성향을 알게 되는가 

*작가의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대해 얘기해 보자.

*소설을 쓰게 만드는 질문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가 

*전문가 얘기가 나왔으니 자료조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실제를 놔두고 굳이 실제 같은 가상공간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간 설정이 가장 힘들었던 소설은 무엇인가 

*정유정의 문장은 단문의 간결함과 속도감이 특징이다. 혹시 본인만의 문장 훈련법 같은 것이 있는가 

*질서정연하면서도 한눈에 보이도록 묘사하는 어떤 원칙이나 팁이 있나 

*탈고는 언제 하나, 저절로 시기를 알게 되나 

*다음 작품 계획은 

 

많은 질문이 있다. 이런 질문에 성실하게, 솔직 담백하게 얘기를 들려준다. 어떤 부분은 구체적인 설명으로 어떤 부분은 저자의 작품을 소재로 하여 보여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이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듯, 우리의 문자생활을 시원하게 만들어 나간다. 문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어나가면 무척 행복해 질 듯하다. 그 사람들의 세계가 더욱 넓어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들의 삶에 자양분이 될 듯한 언어들이다.

 

이 책은 이야기와 관련한 정유정의 모든 내용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강하게 만하고 있다. 진실만을 얘기해야 한다고. 그것이 작가로 사는 자신의 의무라고. 이야기꾼이 이야기의 개연성과 진실성을 잃었을 때, 그것은 우스개를 하는 사람으로만 머물게 된다. 많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하는 작품을 우스개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원치 않을 것이다. 웃음 속에서 진지함이 있고, 진지함 속에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바라는 세계가 아닐까? 정유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히 인다. 내 내면의 소리가 밖으로 나올 때, 그의 이 책은 나에게 진한 사랑을 전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j****3 2018.09.28. 신고 공감 24 댓글 34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국제책의날최우수리뷰선정]소설은 건축이다(이야기를이야기하다_정유정)
"[국제책의날최우수리뷰선정]소설은 건축이다(이야기를이야기하다_정유정)" 내용보기
이 책을 덮고 딱 든 생각"소설은 건축이다" 무너지지 않게,그리고 각 방에 불이 잘 들어오게 하려면 '설계'와 '장치'가 중요하니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무너지지 않게 꼼꼼히 설계를 하고,구석 구석 이야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를절묘하게 숨겨놓거나 일부러 보이게 놓는다.  나의 세계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이야기를 설계하고 장치를 심고,궁극적으로 독자
"[국제책의날최우수리뷰선정]소설은 건축이다(이야기를이야기하다_정유정)" 내용보기

 

이 책을 덮고 딱 든 생각

"소설은 건축이다"

 

무너지지 않게,

그리고 각 방에 불이 잘 들어오게 하려면

 '설계'와 '장치'가 중요하니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무너지지 않게 꼼꼼히 설계를 하고,

구석 구석 이야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를

절묘하게 숨겨놓거나 일부러 보이게 놓는다.

 

나의 세계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설계하고 장치를 심고,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변화를 선물할

멋진 건축가의 이야기를 보았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교과서가 되어줄 책이고,

작가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작가를 만나는 기분을 줄 책이다.

 

 


 

[나의 책 메모]

 

 

 


 

 

#1. 작가 정유정, 개인의 삶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그녀,

집안의 반대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고,

결혼 후 집만 사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전포고 한다.

 

집을 사는 날,

정말로 그만 두어 버리고,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첫 술은 우연히 출간에 성공했지만,

그 후 공모전에 열한 번 미끄러진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기지도 못하며 날려든다는 심사평을 보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눈보라 속에서 소주병을 든다.

중고서점 한켠에 쪼그려 앉아 책을 삼키며 무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내심장을 쏴라>>로 등단에 성공한다.

 

작가 개인의 삶은

작가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고,

작가의 심리 상태는

작품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작가 개인사와 인생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 초반에 적어둔 것은

(가정 경제권까지 -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해도 되나 싶었지만,)

 이후 책의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2. 정유정, 세계관을 말하다.

 

 

先 세계관, 後 이야기

 

작가에게 세계관은 작품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람을 보며

 이십대에 머릿속만 오십대가 되는'걸 느꼈다는 대목에서 진심으로 공감했다.

나도 중환자실 4년 근무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기에 말이다.

 

나를 타자로 해부하는 시각, 인간을 이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보는 자연주의적 세계관도 이 때 생겼다고 한다.

또 '생물학'을 좋아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미학적 정서적 관점을 배제하고

타자로서 자신을 해부하는 냉철한 시각을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작가의 소설을 보면, 인체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느껴지는데

간호학 전공과, 죽음과 삶에 대한 밀도 높은 경험 등 작가 자신의 삶이

소설 속 세계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느낀다.

그의 소설은 질질 끄는 감정선을 배제한 똑 떨어지는 문체이고,

싸이코패스마저 중립적인 시선에서 본다.

 인간을 도덕적 윤리적 옳고 그름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3. 작가 정유정의 메시지

 

그녀의 메시지는

인간 본성의 어둠에 저항하는 자유의지를

독자가 흠뻑 경험하고 그로 인한 내면의 확장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녀는 '인간 본성의 어둠'과 그에 저항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다.

 

질투, 시기, 분노, 증오, 혐오, 욕망, 쾌락, 공포, 절망, 폭력성 등

인간의 어두운 숲에 잠든 야수들이 그녀의 테마가 된다.

그녀의 소설의 주요 인물이 나와 먼 세계에 사는 개별적 악당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인 우리 안의 야수가 극단적으로 확장된 생명체라 말한다.

 

그녀는 이런 악의 언급이 독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함을 알고 있으나

이런 것들을 독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을 원한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격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버릴 만큼 극단의 감정을 경험하길 원한다.

분노, 절망, 슬픔, 비애, 사랑, 감동 등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 안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 겪는 감정경험들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길이를 만들어준다.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은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다.

 

 


 

#3. 작가 정유정의 소설 설계도

 

이토록 자세하게,

이토록 치열하게 설계할 줄이야,

이 장에서 느낀 점이다.

 

[개요 짜기]

소설을 시작할 때 여섯 가지 질문을 먼저 해아한다고 한다.

 

첫째, 등장인물은 어떤사람들인가

인물을 만들 때,  감정기복이 심한지 말수가 많은 지

질문한다는 글을 보고, 뜨악 했다.

단순히 나이와 사는 곳, 생김새 등 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를 만드는 것임을 보고 말이다.

 

둘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주인공의 '욕망'과

주인공의 '가치의 변화'가 있는 스스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에 둔다.

주인공이 의지를 갖고 행동함으로써 '변화'가 생김에 주목한다고 한다.

 

셋째,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욕망의 동기에 관한 것, 특히 내면적 욕망에 관한 것이다.

 

넷째,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질문이다.

 

다섯쨰,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대립, 갈등, 장애물에 대한 것이다.

 

여섯쨰,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사건과 변화에 관한 질문,

겉과 내면 두차원에 관한 것이다.

 

 

[자료조사]

 

기본 배경 지식 + 전문지식 + 보충취재

 

그녀는 7년의 밤을 쓰기 위해

잠수이론서, 잠수의학서, 스쿠버다이버 에세이를 공부했다.

관련 내용은 고리를 끼워 쓰는 카드노트에

손으로 직접 요약해 필기한다고 한다.

 

인맥을 총 동원해

잠수전문가, 범죄수사 전문가, 댐 전문가 등을 만나

취재는 물론 최종원고의 감수까지 받는다.

 

철저한 공부가 묘사의 정확성과 자세함을 만든 것 같다.

어찌보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면 소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몰입도까지 떨어지니

작가의 완벽성을 기하는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배경설정]

 

 

그녀가 직접 그려 본 소설 속 마을의 지도이다.

 

실제같은 묘사는

집안 구조나 인물의 동선, 깨진 유리창, 전조등 각도까지

전부 치밀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태어난다.

 

소설 속 공간은

이야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좋으며

작가는 이야기 속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간의 논리적 물리적 구조와

심연의 세계를 상징할 수 있는 은유적 세계가

정교하게 계산되어 설계되어야 이야기가 이야기되는 장소임을 역설하는 그녀를 보며,

아, 정말 이건 건축이구나,

무너지지 않게 이리도 처절한 노력을 해야하는구나 느꼈다. 

 

 

[형식과 등장인물]

 

일인칭, 이인칭, 삼인칭과,

서스펜스, 극적아이러니, 서프라이즈 등

극적 용어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이 부분은 전문 작가의 영역인 듯 해서 나와는 잠시 비껴 있겠다.

다만, 작가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점들을 고려한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의 적격 자격은

절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과

욕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자유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성격에 여러 겹이 있어야 한다는 것,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적대자와 체급이 비슷함으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어나가고,

주변 인물들에게도 각자 고유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한다.

 

마치, 신께서

사람들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하나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기분이 든다.

 

뜬금없지만,

세계관을 가지고 욕망과 자유의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메시지 전달을 해야하는 것은

작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초고 그리고 탈고에 관하여
 

초고에서 버리지 않는 부분이 시작과 결말이다.

이야기는 '변화'에 관한 것이며,

시작은 주인공이 열어야 하며,

결말은 주인공의 삶이

이야기가 시작될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어야 한다

 

소설을 만드는 구조물은 '문장'에서 기인한다.

그녀의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문장은

'필요한 것만 쓰기, 미학보다 정확을 우선하기'의 원칙에서 나온다고 한다.

 

동사는 내닫다, 치닫다 같은 튼튼한 걸 고르고

형용사는 독자가 알아서 느끼도록 절제한다.

부사는 항생제와 같아서 한두 번은 효과가 있지만

'너무' 같은 부사를 습관처럼 쓰면 문장에 내성이 생긴다고 말한다.

 

탈고는 뒤에서부터 읽어

내 글을 낯설게 해서 확인한다고 한다.

그녀의 소설은 처음부터 튼튼하게 지은 집이라

고칠 곳이 별로 없으리라는 것은 내 생각일까,

 


 

 

그녀의 소설은 정말 진짜같고,

자세하고, 정확하고,

악에 몸부림치게 하나

그 악을 미워할 수 없게 한다.

 

인간 본성의 어두움에 맞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독자가 흠뻑 경험하게 함으로써,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다시 살게 하는 것

 

 

정유정의 소설은

건축장인이 만든 건축물과도 같다는

나만의 결론이 났다.

 

은행나무길 숲 속 드라이브를 하다 발견한

저 멀리 산등성이의 눈을 뗄 수 없는 건물,

곳곳에 세계관을 녹인 철제 구조물로 튼튼한 뼈대를 만들고

햇빛이 들어오는 창마저 일몰과 각도를 고려했다.

전기배선과 스위치 하나조차 허투루 있지 않다.

완벽히 설계했지만, 다시한 번 꼼꼼히 살펴놓은 그 곳

머물다 보면 휴식이 되고, 사색과 새 삶을 주는 그 곳 말이다.


 

m********r 2018.09.27. 신고 공감 18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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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 [인터뷰 & 소설 작법]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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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소설 작법]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이 책은 소설을 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설을 쓰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말하고자 소설가 정유정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인용하면서(직접 소설을 쓴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나는 정유정의 광팬에 가깝다. 그녀가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과 그녀의 가치관에 거의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이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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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소설 작법]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이 책은 소설을 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설을 쓰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말하고자 소설가 정유정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인용하면서(직접 소설을 쓴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나는 정유정의 광팬에 가깝다. 그녀가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과 그녀의 가치관에 거의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이 책도 그렇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밑줄 긋고 싶은 심정으로 탐독하고 말았다.

 

정유정의 소설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인간의 내면(심연)에 숨어 있던 악한 본성이 어떻게 살아나는가를 잔인하리만큼 세밀하게 보여 준다. 배경, 상황, 심리, 갈등, 절정, 장면에 대한 묘사가 기가 막히다. 그렇게 묘사된 언어들이 실감나는 시각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런 점들이 그녀의 소설 종의 기원>, <7년의 밤>, <28> 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책에서는 그녀가 소설(이야기) 속에서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 인물의 내면, 서사의 핵심, 그리고 그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소설 쓰기를 소망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주 긴요한 책이다. 그녀의 영업 비밀(창작 기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녀가 지금껏 써 온 작품들을 예로 들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미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읽었던 작품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함께 작가의 해설까지 들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등단하기까지의 과정. 2부는 소설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의도, 세계, 가치관 등에 대한 이야기로 심도있게 다루었다. 3부에서 6부까지는 소설 작법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마지막은 에필로그와 참고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작가의 등단에 관한 이야기로, 언제부터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어떻게 등단하였는가, 가족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인터뷰 내용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재밌다.

 

내가 처음으로 내 집을 본 날이 그 집으로 이사하던 날이었으니 말 다했지. 왜 그랬느냐고? 집 보러 다니기가 귀찮았다. 나는 뭘 안 하는 걸 좋아하고 남편은 뭘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거다. (p.17)

 

2부에서는 이야기란 대체 무엇인가, 작가는 왜 그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심도 높은 답변이 기술되어 있다.

 

나는 이야기를 은유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p.38) 이야기의 대부분은 (가상적인) 누군가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가 아닌 타인의 문제다. 그런데도 현실 속 나의 문제처럼 강렬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공감능력 때문이다. (...)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우리 뇌의 거울 뉴런이고 이를 통해 이성적 공감과 감성적 공감이 작동한다. (...)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허구의 타자에게 공감하며 자기 자신을 그에게 이입시킨다. ‘거기에서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로 인식하고 실제처럼 반응하는 거다. (p.39)

 

인간은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의 활동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즉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듣는다. 타인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스스로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래서 타자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공간은 이야기의 홍수로 넘쳐 난다. 가히 이야기의 동물(호모픽투스)답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무대, 이야기의 극장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야기 그 자체인 소설은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거기에 언어의 미학적 감동까지 선사하니, 최고의 도구가 아닌가 말이다.

 

3부는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정유정 작가의 창작 기밀이 드러나 있다.

 

[소재 찾기]

영감이 오길 기다리지 마라. 끊임없이 질문하라.

소설적 질문들이 되풀이되다 보면, ‘어떤 질문이 턱, 걸린다. 그것이 소설을 시작하게 만든다.” (p.84) “<7년의 밤후반부에서 서원은 세령호에 갇힌 채 세령이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한다. 그 부분은 꿈을 통해 얻은 장면이다.” (p.99)

 

[개요 짜기]

소설을 시작하는 여섯 가지 질문으로 개요를 작성하라.

1. 등장인물은 어떤 사람들인가 (인물들의 기본적인 성격, 성향, 관계 파악)

2.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3.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4.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5.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6.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에 대한 것들은, 작가의 몇 작품을 상황에 맞게 인용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인용된 작품을 모두 읽은 사람들은 그 이해가 아주 수월했을 것이며, 읽었던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즐거움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실감이 났다.

 

 

[자료 조사]

아는 게 없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초고를 쓰기 전에 두 번째로 할 일이 자료조사다. 기본지식을 위해 필요한 서적, 자료 등을 찾아 읽고. 전문 지식을 위해 전문가 인터뷰, 기관 방문 등을 해야 한다. 방문 시에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질문 목록을 작성한다. 간단한 스케치 도구를 가져간다. 전문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문해야 한다 등의 조언도 아낌없이 기술되어 있다.

작가는 자기가 만드는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세계에선 파리 한 마리도 멋대로 날아다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p.112)

 

[배경 설정]

소설 속 시공간은 하나의 세계다. 자신이 잘 아는 곳(배경)을 쓴다. 필요한 공간만 설정한다. 필요하면 스케치를 꼼꼼하게 한다.

소설은 반드시 그들의 세계를 근거지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해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 속 세계는 곧장 내적 개연성과 결부되기 때문이다.” (p.122)

 

[형식; 장르, 시점, 구조, 내적 규칙]

이야기에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려는 장르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장르든 간에 필요한 장치와 문법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상황에 따라 독창적인 변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p.139) 정유정 작가의 소설들은 이렇다. <7년의 밤종의 기원은 범죄스릴러. <28>은 재난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모험소설. <내 심장을 쏴라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이다. (p.142)

서프라이즈(놀라움), 서스펜스(극적 긴장), 극적 아이러니, 시점 등에 대한 설명도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등장인물]

그들에게 고유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하라. 캐릭터를 구축하는 일이다.

주인공의 조건, 적대자의 조건, 주요인물과 주변인물의 분류, 배치 등등 재밌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그녀의 작품 중에서 소설가 기질이 뛰어난 캐릭터에 대한 답변, 사랑하는 캐릭터에 대한 답변도 재치가 넘친다.

 

4부로 넘어가 보자. 초고를 쓰는 일이다. 초고는 어차피 90프로를 버릴 원고라 여기며 일필휘지로 빨리 쓴단다. 초고에서 버리지 않는 부분이 시작과 결말이라면. 나머지는 주인공의 삶을 구축하면서 이야기의 진실과 작가가 전하려 하는 주제를 따져 보는 일이다. 자신의 직관을 믿고, 어떤 사건을 절정에 배치할까 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일이다.

 

주인공의 실패인가, 성공인가, 아니면 아이러니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주인공의 삶은 이야기가 시작될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어야 한다.” (p194)

 

5부에서는 1차 수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장면이 필요 없다면 과감히 지워라. 그 세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선택에 조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작성하는 이유. 서술에 대한 기본적인 창작법을 아낌없이 방출하고 있다.

 

이제 6부 탈고로 넘어가자. 이제 원고를 거꾸로 읽어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인데 생소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아주 좋은 방식인 것 같다. 떡밥 회수에도 유용하고. 깜박 잊어버린 인물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한다. 오타, 오문을 찾기에도 유용하다고 한다. ‘안 본 눈이 절실할 때 적절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이 책의 저자 지승호(인터뷰어)의 정유정 작가와 소설가에 대한 거의 찬양에 가까운 찬사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독자입장에서는 그의 찬사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유정은 정말 압도적인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263)에는 이 책에 인용된 참고도서 20여권의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n******6 2019.01.15. 신고 공감 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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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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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유정 작가의 책은 지금껏 딱 두 번 접해봤다. 《7년의 밤》, 《종의 기원》. 쉽게 손이 안가는 이유 중 하나가 읽는 동안 너무 감정적 소모가 큰 부분을 꼽을 수 있다. 너무 리얼해서 오히려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다 문득 악인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는 어떤 자세로 대중들을 만날 준비를 할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어려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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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유정 작가의 책은 지금껏 딱 두 번 접해봤다. 《7년의 밤》, 《종의 기원》. 

쉽게 손이 안가는 이유 중 하나가 읽는 동안 너무 감정적 소모가 큰 부분을 꼽을 수 있다. 너무 리얼해서 오히려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악인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는 어떤 자세로 대중들을 만날 준비를 할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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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이야기.


어려서부터 작가가 꿈이었다는 그녀.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나서야 비로소 습작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는 만 서른다섯. 그리고 마흔이 넘어 등단하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사실 6년이라는 시간이 짧고 긴지에 대한 가늠은 의미없다. 그보다 더 오랜세월 고통속에서 창작과 씨름하는 작가지망생들도 많을테니 그런 상대적인 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녀의 시간에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였다. 

간호사 시절의 죽음에 관한 경험은 그녀가 범죄 소설을 집필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원 시절 틈틈히 써왔던 소설은 그녀가 세상에 나오기 전 자만하지 말라는 따끔한 일침이 되어 돌아왔다.


첫 책 《열한 살 정은이》는 그녀가 정식으로 등단하기 전 이미 세상에 나왔다. 그때의 편집장님이 등단을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그후로도 끊임없는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하니, 좋은 귀인을 만나서 등단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나싶다.


내가 꿈꾸는 것은 힘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이야기꾼'으로 불리고 싶다  (p. 36)

우리말로 된 우리나라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말로 된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우리를 감동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그때 거기'의 '그'가 '지금 여기'의 '나'에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새벽'을 선물할 수도 있다. 그 감동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쉽사리 소멸하지 않는다. 시간을 견디고, 공간을 초월해 살아남은 고전은 대부분 이런 원형적 이야기다.  (p. 40)

 

그녀가 꿈꾸는 이야기는 이렇듯 '원형적 이야기' 라고 한다. 힘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이야기.


소설을 쓸 때 재미를 가장 우선시 한다는 그녀는 일단 재미가 있어야 독자를 홀려서 허구라는 세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상업주의적 작품을 뜻하지도, 무턱대고 단순한 자극이나 흥밋거리를 뜻하지도 않는다. 그저 의미 자체가 재미인 경우를 말한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격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버릴 만큼 극단의 감정을 경험하길 원한다. 분노, 절망, 슬픔, 비애, 사랑, 감동……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 안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 겪는 감정경험들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만들어주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또한, 독자가 주인공과 함께 절정까지 내달리기를 원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절정에는 이야기의 영혼, 즉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숨어 있다. "나는 세계를, 삶을, 인간을, 이렇게 바라본다"라고. 바꿔 말하면 작가는 이 메시지를 절정부에 숨겨놔야 한다.  (p. 53)


정말 그녀가 원하는대로 아마 '정유정' 이라는 작가의 책을 한권이라도 읽어 봤다면 이말을 십분 공감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앞서 말했듯 너무 힘들다. 읽는 동안도 힘들고 읽고 난 후도 힘들다. 그냥 힘들다. 온갖 풍파를 책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경험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주인공이 되어 바라보고 있어 힘들지도. 

고요함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격랑은 생각보다 훨씬 큰 후유증을 남기고 떠난다.

나는 책을 고를 때 특히, 로맨스소설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는데, 바로 '고구마구간이 얼마나 되냐' 이다. 소설에서 까지 힘든 연애를 보고싶지 않고, 허구니까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스런 연애를 보고싶기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의 책은 이런 내 기준에 빗대어 본다면 정반대의 책이다. 힘든 책이니까.

그런데 그녀는 확고하다.

소설은 그저 현실도피용 도구가 아니다. 낯선 삶,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는 삶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살아보게 하는 모험적 도구다.  (p. 64)

그래서 나도 조금의 여유를 두고 그녀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보려 한다.




■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법.


의외로 그녀는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이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소재가 되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개요(일종의 핵심 줄거리)를 쓰기 위해 또 한번 질문을 시작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그때 개요를 쓰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어떤 사람들인가 (개인사에 대한 질문. '인물의 카탈로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욕망에 대한 질문. 겉으로 드러난 욕망과 내제된 욕망)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욕망의 동기에 대한 질문. 앞서 말한 두 차원의 동기가 모두 필요)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행동과 선택에 대한 질문)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대립, 갈등, 장애들에 대한 질문)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사건과 변화에 대한 질문)


그 뒤, 본격적으로 자료조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녀도 글을 쓰기 전 수십권의 책과 자료조사를 통해 글을 쓴다.

그렇게 쌓인 책들을 바라보면 언제 보냐는 절망이 밀려들지만 제아무리 마음이 바빠도 지름길이 없단걸 상기한다. 첫걸음을 떼야 다음 걸음이 가능하다.

자료조사를 하고 난 뒤 2차로 전문가를 찾아나선다. 자료조사는 미리 예습을 하고 질문을 만들어 핵심적인 내용을 캐치하기 위한 기초학습인 셈이다. 

전문지식을 배우고 끝이 아니라 보충 취재에 나선다. 그들만의 은어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에피소드를 이때 찾아낸다.


이렇듯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완성된 이야기가 탈고되어 독자와 만날 때 얼마나 두려울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글을 쓰는 동안에 작가들에겐 '도 닦는 심정', '뼈를 깍아내는 고통'이 퍽이나 어울린다.



-


여전히 소설 쓰기가 두렵고 막막하다는 정유정 작가.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그녀에게는 글쓰기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이겨야한다. 두려움과 의심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펜을 놔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쓴다.


자신의 실수를 회피하지도 않고, 자신의 문장을 책임지는건 작가의 몫이라는 그녀의 생각이 참 멋있다. 당연한듯 한데 어려운 부분이지 않을까? 

마감을 코앞두고 엄청난 실수를 깨달았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봤다. 미친척하고 그냥 제출할까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한표를 던졌다. 그런데 그녀는 대공사를 감행했다.

실수를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을 용기가 그녀에겐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오타가 유난히 많은 책이 있다. 그런 책은 읽으면 재미도 반감되지만 '교정도 제대로 안하고 발간하는 거야 뭐야' 하고 반감이 생긴다. 

그런데 그 반감에 대해 생각해보니 고스란히 편집자가 떠 안더라. 

출판사에서 최종 확인을 제대로 안했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건 곤란한 태도로 자기 문장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정유정 작가. 이런 작가의 마인드로 인해 앞으로의 책이 더 기대되었다.


작가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는 책. 

사실 이책은 <이야기를 이야기 하는 법>이 주 된 내용을 차지하는 책인데, 나는 아무래도 작가지망생도 아니고,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여서 리뷰가 그녀의 작가론에 치중된 경향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이야기 하는 법'을 모두 전달하기 어렵기에 그런것 뿐이지 절대 그 부분이 내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자신의 출간작을 예로 들어 이 부분은 이러한 노하우를 통해 탄생되었다고 설명해주고 있어 다시 한번 의미를 깨닫기도 하여 굉장히 즐거웠다.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훔쳐본 기분이랄까.


이 책이 예비 작가나 습작 중인 이들에게 참고서로 활용되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등단을 꿈꾸는 모든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 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길 나 역시 바래본다.








e*******8 2018.09.28. 신고 공감 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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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정유정, 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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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저는 소설 쓰는 일이 늘 어렵고 두렵습니다.숱하게 좌절하고 초라한 재능에 슬퍼하면서'어찌 어찌' 써 나갑니다.아마도 이 책은 저처럼 어렵고 두려운 일을하면서 좌절하고 슬퍼하는 분들에게 드리는'어찌 어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모쪼록 포기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일'이 무엇이든자신이 욕망하는 일이라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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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저는 소설 쓰는 일이 늘 어렵고 두렵습니다.

숱하게 좌절하고 초라한 재능에 슬퍼하면서

'어찌 어찌' 써 나갑니다.

아마도 이 책은 저처럼 어렵고 두려운 일을

하면서 좌절하고 슬퍼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어찌 어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모쪼록 포기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이 욕망하는 일이라면.

 

                                         정 유 정

 

 

 

책을 펴면 푸른 색 면지에 검은 색 잉크로 쓴 저 글이 자필 사인과 함께 먼저 인사를 건넨다. 본문 내용을 한 자도 읽지 않았는데 뭉클하다. 아마도 내가 지금 '좌절하고 슬퍼하는' 중에 있는가 보다. '그 일'이 어렵고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자꾸 앞으로 나가기 보다는 뒷걸음질 하는 것 같아서 의기소침하고 있기는 하다. 명랑하게 웃고는 있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색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욕망했던 일이 자꾸만 현실의 편안함에 묻히면서 사라져간다는 생각에 나혼자 서러워하고 있던 중에 읽은 저 말이 참 좋았다. 나도 '모쪼록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쁘게 이 책을 읽었다. 전문 인터뷰어로 유명한 지승호의 질문에 소설가 정유정이 대답한 내용들이다.

 

지인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식당을 열기 전에 주 메뉴의 양념 레시피를 유명 요리사에게 전수 받았는데  그 금액이 생각보다 무척 컸다고 한다. 자신의 비법을 남에게 알려주는데 일정한 보상을 바라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생하며 알게 된 자신만의 방법을 선선히 풀어놓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 정유정의 자신감과 이타심이 버무려진 것 같다. 소설작법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바로 따라하기만 하면 꽤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만 같다. 이 책을 읽고 '유레카!'를 외치는 사람은 아무래도 소설가 지망생일 거이다. 소설의 이야기를 잡는 법과 초고를 쓰는 법에서 탈고까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있게 풀어놓았다. 인터뷰어 지승호가 말한 것처럼 "정유정의 창작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모든 욕망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욕망이라는 이름을 갖지 않는다. 정유정 작가에게도 등단하기까지 좌절과 절망 속에 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기 작가가 된 지금, 소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주 자세하게 소개되어있다. 대충 소금 한 줌 넣고, 가 아니라 소금 3g이라고 말해주니까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나쁘지 않은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 같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 초고를 쓰기 전에 개요를 쓰는데 보통 여섯 가지 질문과 답이 들어간다고 한다. 아래에 그 질문을 적어본다.

 

1. 등장인물은 어떤 사람들인가

2..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3.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4.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5.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6.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여기에 대해 답을 마련하면 비로소  자료조사를 하고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한다. 소설 속 공간을 설정하고 장르와 인칭을 구상한 뒤 인물을 만들어 낸 뒤에야 초고를 쓴다. 하지만 이렇게 쓴 초고의 90%는 버려진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문장은 확인하고 버리는 작업을 오래 한 끝에 소설 한 권이 탈고가 된다. 정유정 작가는 탈고 직전에 원고를 거꾸로 읽어보는데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오류를 찾기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설 쓰는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놓으면서 자신의 소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해놓았다.

 

 이 책은 소설지망가들에게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고, 독자들에게는 작가의 비밀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좀더 즐거운 독서시간을 줄 것이다. 또 어떤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실망의 대부분은 곧 찾아올 어떤 기쁨의 그림자라고 말하는 작가 정유정의 진심어린 말에 위로를 받을 것이다. 나처럼.

 

 

t******e 2018.09.30. 신고 공감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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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읽기, 소설 읽기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읽기, 소설 읽기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내용보기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본성에 가까워 보인다. _ p.41 우리에게 삶이란 바로 이야기다. 우리는 이야기로 삶을 이해한다. 대화도 이야기고, 매일 만나는 사건 사고도 이야기다. 일상이 이야기다. 말할 때 글을 쓸 때도,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한다. 글쓰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기법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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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본성에 가까워 보인다. _ p.41

 

우리에게 삶이란 바로 이야기다. 우리는 이야기로 삶을 이해한다. 대화도 이야기고, 매일 만나는 사건 사고도 이야기다. 일상이 이야기다. 말할 때 글을 쓸 때도,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한다. 글쓰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기법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열광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은 이유도 그랬다. 주목 받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글쓰기, 특히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열광할 책 같다. 솔직히 난 이 책 덕분에 정유정 작가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그녀가 어떤 내용의 소설을 썼는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알게 됐다. 인터뷰를 한 지승호 작가가 얘기했듯 정유정 작가 창작 비밀을 다 풀어놓은 책이기도 하다. 난 소설을 잘 읽지도 쓸 생각도 없는데, 이 책 대로만 하면 뭐라도 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소설 쓰기에 대한 메뉴얼 책 같다. 과연 프로 글쓰기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하는 책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이것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구성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정유정 작가를 모르는 독자라도 이 책 한 권으로 팬이 될 것 같다. 잘은 몰라도 책으로 만난 작가는 무척 인간적이며 친근감이 간다. 작가 책을 모두 사 읽고 싶어진다. 그래선지 이 책이 나온 목적 중 하나는 작가 책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작가의 책을 모두 사둘 것 같다. 속았다고 후회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의 종류를 크게 둘로 나눈다. 하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다른 하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 내 소설은 후자의 범주에 속한다.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_ p.55

 

이런 작가가 독자들을 이야기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연구한 뒤에 소설 한 편을 써냈을까.  저절로 책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책에서 다룬 책들이 이랬구나 하고 말이다. 소설에 푹 빠져 본 경험이 별로 없는 내게 무척이나 기대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글에 몰입하고 싶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해 보고도 싶다. 그러고 나면 모르긴 해도 내 글쓰기가 한 뼘 정도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작가의 글쓰기 비법도 배운다. 좋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 책들이 많지만, 정유정 작가가 말한 문장 원칙이 더 와 닿는다. 그냥 이러이러하게 쓰면 된다. 라는 말보다 나는 이렇게 쓴다. 라고 말한 부분이 무척 설득력 있다. 단어 선택과 문단 구성에도 프로 작가는 원칙이 있다. 동사, 형용사, 부사를 쓸 때도 원칙을 갖고 쓴다. 덕분에 그처럼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의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독자들이 읽어도 유익하다. 원고를 쓰는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팁들로 넘친다.

YES마니아 : 골드 l*****j 2018.06.30.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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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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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하반기였을거다. 작가의 소설 세 권을 정신 없이 내리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를 처음 접했을 때는 흥분해서 난리난리치며 친구에게 떠들어댔다. 그런데 <7년의 밤>에서 작가의 설정에 설득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술에 취해 차로 여자 아이를 치고 댐에 유기하는 부분말이다. "왜?" 하는 의문이 들었다. '뭐 어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잖아.'(225쪽) 나는 독자인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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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하반기였을거다. 작가의 소설 세 권을 정신 없이 내리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를 처음 접했을 때는 흥분해서 난리난리치며 친구에게 떠들어댔다. 그런데 <7년의 밤>에서 작가의 설정에 설득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술에 취해 차로 여자 아이를 치고 댐에 유기하는 부분말이다. "왜?" 하는 의문이 들었다. '뭐 어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잖아.'(225쪽) 나는 독자인 나를 설득하고 '뭐 어때. 재밌는 소설인걸!' 하고 읽어내려갔지만 그 후부터는 몰입이 그 전만큼 되지는 않았다. <28>은 이야기는 재밌는데 인수공통전염병으로 한 도시가 그렇게 멸망하고마는 이야기에 '에이, 그런게 어딨어!'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으니 정유정 작가와는 이제 작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으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다시 매료되어 어느새 책에 줄을 치며 읽고 있었고 쉬지 않고 내쳐 읽었다.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본성에 가까워보인다.'(41쪽)

작가 정유정은 공모전에 열한 번 떨어졌다고 한다. 열한 번을 떨어졌는데 계속 도전하게 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오랜시간 동안 열망해온 일이기 때문인데 그 가운데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의 어느 밤이 있다. 무섭고 두려운 밤에 만난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작가에게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독자에게 가슴 터질 듯한 새벽을 선선물하는 소설 ......'(60쪽)

이 책의 두번째 소제목 '이야기와 이야기하는 자'는 중의적인 뜻을 갖는다. 첫째는 '이야기'와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자' 두 가지를 나타내고, 두번째는 '이야기와 대화를 나누는 자'를 나타낸다. 정유정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엔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람과 이야기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다. 그리고 문학은 은유의 예술이다.'(52쪽)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재미를 우선순위로 두고 다음으로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절정에는 이야기의 영혼, 즉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숨겨 둔다고 한다.

소설은 크게 두 종류로 하나는 생각하게 하는 소설, 다른 하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로 나뉜다고 말한다. 작가는 후자의 범주에 속하며,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55쪽)

작가는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내면에는 심연이라는 어두운 숲을 가지 있으며 이 숲에 갇힌 야수가 어떤 힘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이 힘이 운명의 폭력성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연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자유의지로 극복할 수 있을까 ......'(62쪽) 는 의문을 오랫동안 품어왔다고 한다. 이러한 의문이 적절한 소재와 결합되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할 말이 없는 작가는 쓸 말도 없다. 할 말이 있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면 쓸 수 없다.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나 같다.'(68쪽) '작가에겐 '무엇을 쓸까'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쓸까'도 중요하다. '무엇'만 있고 '어떻게'가 없으면 글이 조악해진다. '무엇'은 없고, '어떻게'만 있으면 글이 허무해진다. '무엇'을 이야기로 쓰려면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방식도 준비되어야 한다. 말이 돼야 하는 거다. 그것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말이 돼야 한다. 스토리 텔링의 핵심이다.'(68쪽)

인터뷰어 지승호는 '첫 문장으로 출발하는 작가, 사건으로 출발하는 작가, 어떤 이미지 혹은 영감으로부터 출발하는 작가, 주제에서 출발하는 작가' 어느 쪽인가 하고 묻는다. 정유정 작가는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라면서 자신은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대답한다. 작가는 자신의 다섯 편의 소설을 예로 들며 자신의 영업 기밀인 작법론을 말하고 있다. 다섯 편의 소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만약 우리 인생에 스프링 캠프가 있다면?<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내 심장을 쏴라>

* 사실과 진실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7년의 밤>

* 만약 소나 돼지가 아닌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에 구제역보다 더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28>

* 마침내 내 인생 최고의 적을 만났는데, 그가 바로 나라면?<종의 기원>

작가는 이러한 질문들에서 시작해서 소설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료조사, 배경설정, 소설의 형식, 그리고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

작가는 주인공의 조건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 이야기의 주제를 구현해내기에 적절한 인물

* 욕망을 가진 결핍이 있는 인물

* 자유의지

* 독자가 동일시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질 것

* 몇 겹의 자아를 가진 인물

* 보편성

'결론은 주인공의 매력은 외면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가진 양면성과 그로 인한 갈등을 드러내고 해결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173쪽)'

작가는 인터뷰어가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법을 묻는 질문에 '본질적 성격은 보이거나 감지되는 특징 뒤편에 꼭꼭 숨어 있다. 요는 인물의 지옥버튼을 찾는 것이다.'(180쪽)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지옥버튼을 들려준다. 그건 아버지와의 불화였는데 둘의 성격이 똑같기 때문에 하게 된 싸움으로 작가가 대들면 아버지는 등짝을 때리며 "정신 차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한다. 직장생활(작가는 간호사였다.)을 할 때 어떤 동료가 무심코 똑같은 행동을 했고 작가는 그 동료를 한 대 칠뻔 했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이 곳에 모든 것을 털어 내놓았다.

이제 초고가 쓰여졌다면 초고에서 90프로는 버릴 원고라고 한다. 버려져야 하는 것과 남겨져야 하는 것을 알려주고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첫 문장의 요건 셋. 1. 소설의 줄거리나 분위기, 혹은 주제를 암시해야 한다. 2.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 3. 문장 자체로 강렬해야 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로서) 문장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라고. 하며 자신의 원칙을 알려준다. 첫째, 필요한 것만 쓴다. 둘째, 미학성보다 정확성을 우선한다. 동사는 견고한 것을 고르고, 형용사는 아껴 쓰며, 부사는 항생제이고, 단문을 좋아하고, 감탄사는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 그리고 묘사는 극화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비난이나 비판을 받더라고 '세상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251쪽)

작가의 탈고는 특이하다. 원고를 역순으로 읽는다고 한다. '낯설게 하기'로 틀린 곳이나 비어 있는 구멍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에필로그에서 지승호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을 유혹하지 못하는 자는,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 책에는 정유정이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혹은 구원하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지가 담겨 있습니다.(259쪽)

사실 이 책을 읽고 <종의 기원>과 앞으로 작가의 작품을 읽을 생각이 들었는가 하면 글세요...... . 이다. 하지만, 작가의 진정성을 알 수 있었고, 지승호의 말처럼 처절한 고민과 노력을 옅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영업 기밀을 탈탈 털어 내놓을만한 자신감과 솔직성을 존경하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에는 설득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작법론에는 충분히 설득되었다. 작가의 정진을 기원하고 언젠가는 다시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되는 날이 있을 줄로 믿는다.


o********o 2020.01.03.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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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과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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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줄은 압니다. 소설을 읽되 맛없게 읽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간 경제나 자기계발, 심리관련 책 등에 밀려 읽고 싶었던 고전 소설은 읽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힘과 위력을 알게 되었고 이야기의 힘과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궁금해졌습니다. 이야기를 잘 하는 작가와 그의 기법도 궁금했고요. 그러던차에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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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을 줄은 압니다. 소설을 읽되 맛없게 읽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간 경제나 자기계발, 심리

관련 책 등에 밀려 읽고 싶었던 고전 소설은 읽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스토리텔링, 이야기

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힘과 위력을 알게 되었고 이야기의 힘과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

궁금해졌습니다. 이야기를 잘 하는 작가와 그의 기법도 궁금했고요. 그러던차에 정유정 작가와 지승

호 인터뷰어의 이 책,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만났습니다. 홀리듯 읽었습니다.

 

  책의 기본구조는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이 책의 주를 이룹니다. 소재를 정하고, 개요를 쓰고, 자

료를 조사하고, 배경을 설정하고, 형식을 정하고, 등장인물을 창조해내고, 초고를 쓰고, 플롯을 짜고

1차 수정을 하고, 서술을 하고, 주제를 정하고, 탈고를 하고, 제목을 찾는, 정유정이 소설을 쓰는 모

든 과정에 대해서 정유정이 설명합니다."(259쪽)이렇게 간단하지만 저는 세 번을 읽고서 5가지로

범주를 나누어 정리해봤습니다.

 

  정유정이 싫어하는 것, 내가 더 알고 싶은 것, 기본, 정유정의 바람 또는 마음, 맛난 질문. 이렇게

5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럼 목차는 생략하고 이 책 속 내용을 제 멋대로 나눈 범주에 따라 읽

어보겠습니다.

 

  하나, 정유정이 싫어하는 것

1. 상투성은 형식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게으름이 만든다. 그 세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선가 봤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거다. 그래서 공부가 중요하다. 69쪽

2. 지나치게 복잡해서 종잡을 수 없거나 너무나 개성적인 주인공은 본질적 이야기를 삼켜버리기 십상

이다. "얜 원래 이렇게 또라이야"라는 말은 개연성은 없고 의외성만 있는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가장

게으른 변명이다. 173쪽

3. 지금까지도 "정신 차려!"라는 말을 싫어한다. 고백하자면,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꼭지가 홱 돈다.

...... 내 사회적 자아와 자기 통제력을 한 방에 고장내는 흑마술의 주문이 "정신 차려"인 셈이다. 181쪽

4. 손바닥만큼 발 디딜 땅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 부분이 철저하게 사실적이지 않으면, 즉 '옥에 티'

가 나오면, 자책감이 들고 부끄럽고 괴롭다. 185쪽 - 개에 대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에서 이어짐

5. 결말을 쓸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다. 우연을 이용한 결말이다. …… 원인으로 써먹을

수는 있어도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 223쪽

  정유정 작가는 "상투성을 만드는 게으름, 즉 공부 않는 것을 싫어하고 게으른 변명을 싫어하며, 개인

적으로는 "정신 차려!"라는 말 자체를 싫어한다. 거듭 공부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이야기의

결말이 우연을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믿는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두울, 내가 더 알고 싶은 것

1. 스티븐 킹은 인간 심연에 잠재하는 공포에 대해 일관되게 그려냈다. 나는 인간의 본성의 어둠과 그

에 저항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다. 61쪽

2. 독자들이 내 소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건,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면서 곧장 이 정체 모를 생명체와

정면을  맞닥뜨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낯설면서도 낯익은 존재라는 점에서 불안과 긴장,

경계심을 느끼게 되는 거다. 63쪽

3. 다만 그것이 소설적 진실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개연적 결말이 아닌 필연적 결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연성은 우리가 이러이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상황을 말한다. 필연성은 개연성과

      무관하게 이전의 사건에서 도출된 인과적 상황이다. <로버트 맥키> 151쪽

4. 레이먼 챈들러, 안녕 내사랑. 140쪽과 조용호 작가 232쪽

  내 본성 속의 어둠과 자유의지가 궁금해졌고 정유정 작가가 제시하는 낯설면서도 낯익은 불안을 더

알고 싶다. 내 인생의 필연적 결말은 무엇일까? 그리고 레이먼 챈들러와 조용호 작가의 글이 매우 궁

금해졌다.  

 

  세엣, 기본

1. 인간은 허구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나무열매와 나무그늘을 찾아다니던 사바나 촌놈의 땟물을 벗고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 우리는 서쪽 들판에서 태어난 그 아이

들의 후예다. 진화의 과정에서 우리 머리엔 그들이 이야기를 통해 공유한 실체 없는 것에 대한 '개념'이

유전자처럼 새겨졌다. 우리 몸에는 개념이 야기하는 신체 반응들이 프로그래밍되었다. → 어디 그뿐일

까 세계와 인간과 삶, 그 밖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내다본다.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원인과 결과가 명백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인간의 머리는 연대기적 구성과 인과성, 즉

이야기적 방식을 통하지 않고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 잘 조형된 허구의 이야기에서 삶의 어떤

모범, 삶의 방식에 대한 카탈로그를 포착해낸다. 무엇보다 미학적 감동을 얻는다. (48쪽) → 인간과 삶,

세계와 운명을 한계 없이 은유해내는 것, 그것이 문학이 품고 있는 원형적 힘이다. 52쪽 → 나는 모든 이

야기 예술의 본령은 문학이라고 믿는다. 이야기가 삶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을 총체적으로 규명해내는

작업이라면, 인간과 삶과 세계를 한계 없이 은유해낼 수 있는 장르는 문학뿐이다. 그리고 나는 문학을

한다. 영화를 향해 글을 쓰지는 않는다. 오직 독자를 향해 글을 쓴다. 59쪽

  정유정작가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주 설득력있게 이야기하는 타입이자 의외의 불

편함을 주는 관계로 호불호가 갈리는 타입의 작가라고 생각됩니다. "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를 통해 그

리고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우연한 기회에 책으로 만났는데 참 독특한 필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기억을 챙기고 있었기에 오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정유정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풀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매끄럽다고 생각되는데 다음 몇 가지 기본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2. 전쟁이나 재앙이 일어나면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이가 어린애와 여자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도, 생명 그 자체로도, 가장 약탈당하기 쉬운 대상이다. 그들이 천사처럼 착하다 해서, 백합처럼 순수하

다 해서 약탈 대상에서 배제될 순 없다.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알면서 '무사히 오래오래 살았다.'

라고 쓸 수는 없는 거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니까. 최소한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믿으

니까. 71쪽

3. 보충취재는 대개 초고를 쓴 다음에 이뤄진다. 필요한 취재 리스트를 만들고 차근차근 과제수행을

하듯 취재에 나선다 글이 막히거나, 상투적인 장면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땐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된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

  첫째 해가 지면 절대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둘째 비가 오면 절대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셋째 서 있는 시체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서 있는 시체는 물귀신이라 했다. 물귀신은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세워야만 하늘로 올라갈 수 있

고, 그러므로 물귀신을 건드리는 잠수부는 서 있던 시체의 다음 타자가 된다는 말씀. 나는 이 '알흠

다운' 이야기를 고스란히 소설에다 써먹었다. 118쪽

4. 이제 주인공은 어떤 경우에도 햇빛에 닿아서는 안 된다. 닿았다면 가차 없이 녹아야 한다. 만약

이야기의 한 지점에서 '주인공은 햇빛을 피할 수 없다'와 '주인공이 죽어선 안 된다'는 조건이 타협

불가능하게 충돌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이야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주인공을 바꾸거나, 이게

내적 규칙이다. 독자는 이를 근거로 이야기의 세계 안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인지, 할 수 없는

일인지 판단한다. 내적 개연성은 내적 규칙과 관계가 깊다. 162쪽

5. 차라리 세탁기 사용설명서가 유려할 지경이다. 초고를 썼다는 사실은 그냥 잊어버린다. 플롯을

건졌다면 초고의 임무는 끝난 거다. 211쪽

  주인공은 도저히 그럴 수밖에 없는, 다른 식의 행동은 상상할 수 없는 행동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

갈 수 없는, 중차대한 선택을 하게 된다. 돌이키거나 취소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절정이 아니다. 더하

여 절정에는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야 한다. 이 메시지는 '이야기

의 영혼'이다. …… 이 모든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상투적이지 않은 장면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

니다. 원고 중 가장 마지막까지 만지작거리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222쪽

6. 설명이 길면 지루하지만 묘사는 길어도 재미있을 때가 많다. 우리 뇌의 정보처리 방식 때문일 듯

싶다. 뇌는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지로 생각한다. 때문에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들까지

구체적으로 형상화돼야 한다. 독자가 막연하게 상상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모든 묘사는

극화되어야 한다. 그것도 선명하게.

  습작 시설, 시간과 노력을 가장 많이 쏟은 부분이 묘사연습이었다. 사소한 상황을 길고 의미 있게

묘사해보는 방식이었다. 가령, '바퀴벌레 한 마리가 침대 밑에서 나와 부엌 쪽으로 사라진다'는 한

문장을 A4 서너 장 분량으로 묘사한다면 어떨까. …… 그로 인한 감정의 미묘한 변화 등을 총동원

해야 한다. 날마다 이 짓을 하고 있으련 지겹고 괴로워 한숨이 날 때가 많았다. 소설만 잘 쓰면 되지

이따위 게 다 뭐야, 싶을 때도 있었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에야, 그 지겨운 훈련이

내게 무기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238쪽

  정유정 작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쓰는 작가라는 주장을 보았고, 보충 취재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허영만 화백/작자가 떠올랐다. 내적 규칙과 개연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에 대해 생각하다가 자신의 유약함도 떠올라 생각을 멈췄으며, 초고와 절정에 대한 정유정 작가의

생각을 읽고는 '이야기를 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묘사훈련이 무기가

되었다는 것은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일깨워주는 대목이었으며 정유정의 특별함의 하나라 하겠습

니다기본과 기초가 중요함을 아주 강하게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네엣, 정유정의 바람 또는 마음

1.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 혹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는 있

다고 믿는다. 64쪽

2.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독자에게 가슴 터질 듯한 새벽을 선물하는 소설, 그리하여 뜨겁게

오열하도록 만드는 소설을. 섬광기억처럼 날카롭게 새겨진 그날의 일은 ……67쪽

3. 재난 앞에서 흔들리고, 시험받는 인간의 존엄성과 야비하고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모두 드러내 보

이는 것이었다. 157쪽 (삼인칭 다중시점이자 근거리 시점을 택한 이유 중에서)

4. 알래스카 설원에 꽃삽 하나 들고, 그걸로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기분이다. 193쪽

5.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세계관을 정립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세계관이 아니라 자

신이 옳다고 믿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 그 입장이 편견이나 편향에 의한 것은 아닌지 검열도 해봐야

한다. 248쪽

  무수한 생각과 공부한 내용 그리고 주장들이 나오지만 제게 인상 깊었던 정유정 작가의 바람 또는

마음을 모은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섯, (지승호 인터뷰어의) 맛난 질문

1. 작가로서 필요한 고독의 시간을 깨뜨리기 위해서 취하는 방법 같은 것은 어떤 것이 있나.

  - 작가는 자신의 고독을 지켜줄 확실한 조치를 취하고, 그 다음에는 수많은 방법으로 그

고독을 허비합니다. …… 보르헤스의 사진을 봅니다. -돈 드릴로의 인터뷰 중에서- 75쪽

2. 정유정 소설의 특징은 실제 같은 가상공간이라고 위키백과에 나와 있더라. 궁금하다. 실제를

놔두고 굳이 실제 같은 가상공간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120쪽

3. 그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133쪽

4. 시작과 결말은 알겠는데 내적 규칙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161쪽

5. 무라카미 하루키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도 제 글쓰기의 이상은 챈들러와

도스토엡스키를 한 권에 집어넣는 거에요. 그게 제 목표랍니다."라고 했는데, '대중성은 강하나

문학성은 약하다'는 편견에 시달려왔던 정유정의 목표도 그것으로 보입니다. 261쪽

  좋은 질문, 본질을 꿰뚫고 작가 또는 인터뷰 대상에 대해 애정과 엄청난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만이 제대로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할 때 지승호 작가 겸 인터뷰어는 이 분야에서

일정 부분 이상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라고 생각됩니다. 책 곳곳의 질문은 정유정 작가의 속깊은

얘기를 이끌어내는데 많은 기여를 합니다

 

  특별하게 연결하여 생각해본 부분

  나는 단문을 좋아한다. 속도감 잇게 읽히고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니까. 문제가 있다면, 단문만

으로는 긴 문단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34쪽

  꿈에서 깨어 꿈길을 되짚고 있는 지금 여기는 베링 해가 아니었다. 손목시계의 나침반이 알리는

바, 유콘 강 북쪽 어디쯤 같았다. 이르아일랜드를 출발한 새벽의 기억마저 꿈이 아니라면 말이지만,

이제 선택해야 했다. 죽치고 앉아 쉬차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거나, 쉬차를 찾아 저 백색어둠 속으로

떠나는거다, 어느 쪽도 재회할 가망은 없어 보였다. 쉬차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달리기를 멈추고

자신이 찾아오길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한 가지 일만 하도록 훈련받은 존재였다. 앞으로,

앞으로, 계속 달리는 것.  <28>, 프롤로그에서. 219쪽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제 소설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스토리텔링 관련 공부도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으로는 보고서나 문제 상황 보고나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도 정유정 작가의

법칙들을 활용하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우엣든, 이제 제 눈 앞에 있는 소설을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j 2018.09.17.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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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도 이 정도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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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는 다작을 하지 않는다. 약 2년 마다 한 권씩 두꺼운 장편소설을 한 권씩 낸다.  그런데 그 소설은 정말 쫄깃쫄깃 읽는 재미가 좋아서, 책을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런 이야기,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정유정도 이렇게 생고생해서 글을 쓴다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학노트에 빽빽하게 메모를 하고, 셀프 강의를 하며 완벽하게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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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는 다작을 하지 않는다. 약 2년 마다 한 권씩 두꺼운 장편소설을 한 권씩 낸다. 

그런데 그 소설은 정말 쫄깃쫄깃 읽는 재미가 좋아서, 책을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런 이야기,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정유정도 이렇게 생고생해서 글을 쓴다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학노트에 빽빽하게 메모를 하고, 셀프 강의를 하며 완벽하게 이야기가 내 머리속에 잡히도록 하는 훈련이라들지....  엄청난 취재량하며....

정유정 같은 포지션에 오르고 싶다면... 정유정 만큼 노력해야 하고 고생해야 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p**7 2021.09.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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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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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재작년 여름일 거다. 정유정 작가의 책에 빠져 지낸 것이. 그때 사이코 패스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종의 기원>을 알게됐고, 이후 작가의 책들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래봐야 <7년의 밤> <28>까지. 아직 초기작 두 권은 보질 못했다. 작가의 작업론을 읽고 나면 늘 헛헛하다. 책으로 복싱을 배운 것 같다. 집필의 링 위에 올랐을 때 시간은 얼마나 더디게 흐르는지, 비로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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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재작년 여름일 거다. 정유정 작가의 책에 빠져 지낸 것이. 그때 사이코 패스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종의 기원>을 알게됐고, 이후 작가의 책들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래봐야 <7년의 밤> <28>까지. 아직 초기작 두 권은 보질 못했다. 


작가의 작업론을 읽고 나면 늘 헛헛하다. 책으로 복싱을 배운 것 같다. 집필의 링 위에 올랐을 때 시간은 얼마나 더디게 흐르는지, 비로소 완고를 내려놓을 수 있는 내면의 경종은 언제 울려야 하는지, 초고가 편집자나 제작자로부터 난도질을 당했을 때의 비참함은 어떻게 견디는지. 자신이 글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책의 글로서는 알 수가 없다. 역시 그건 그냥 작가가 겪고 견뎌야 하는 것. 


자신의 책에선 그토록 자기만의 묘사가 출중한 작가가 집필론에선 로버트 맥기의 얘기만 반복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를테면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썼듯이 퇴짜맞은 초고를 꽂아놓은 대못처럼, 신산한 초보작가의 고통을 그려주는 이미지가 없는 점이 이상하다. 아마도 <종의 기원>을 읽고 든 생각처럼 작가는 진짜 사이코패스이거나 천재(혹은 이 분야 수재)가 아닐까. 워낙에 술술 써져서 달리 고통을 증빙할 증거가 없는 게 아닐지. 


역시 맥기 영감이 스토리 분야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낀게 소득 하나. 그리고 집필엔 왕도랄게 없다는 뻔한 사실을 확인한 게 또 하나 소득이다. 

YES마니아 : 로얄 h*****z 2018.08.1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