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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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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때문에 시의 주제는 항상 세계이며 궁극적으로는 항상 사람이다. 시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매서운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철학을 무기로 모순과 부조리의 세상을 준열히 비판한다. 하지만 시인은 또 섬세한 눈길을 가지고 있다. 시인이 아파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괴테가 평생을 사랑 속에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오세영 시인은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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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때문에 시의 주제는 항상 세계이며 궁극적으로는 항상 사람이다. 시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매서운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철학을 무기로 모순과 부조리의 세상을 준열히 비판한다. 하지만 시인은 또 섬세한 눈길을 가지고 있다. 시인이 아파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괴테가 평생을 사랑 속에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오세영 시인은 철학적 사유의 방식으로서 시를 계속 써 왔지만, 이번만은 거기에서 자유롭게 사랑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테마로 돌아온다. 문학 중에서 시가 가장 아름답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 때로는 만해의 목소리로 때로는 소월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시인의 님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인의 님은 바로 읽는 이의 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의 님이 누구인가는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내안의 당신="">>이라는 시에서는 <당신>을 찾다가 <당신>인줄 알고 쳐다봤는데, <당신>이 아니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들은 <당신>이 아니라 <스승>, <제자>, <아내>였다. 그러나 진정 시인이 원하는 당신은 바로 그들 <스승>, <제자>, <아내>이다. 시인은 자신 안에서 그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당신이 내="" 안에="" 들어="" 있음을="" 나는/이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라는 표현에서 그는 자신 안에서 스승과 제자와 아내를 발견했다는, 그러니까 그들이 바로 그가 찾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스승이나 제자는 그와 함께 시를 공부하던 사람일 것이다. 그의 아내는 자신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시를 누구보다 잘 읽어내는 사람일 것이다. 오세영 시인의 님은 이렇듯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시를 읽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에 준열한 심판을 하듯 시인 자신의 모순에도 준열한 심판을 시도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세영 시인도 세계와 자신을 둘러싼 것들의 모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는 방법을 달리 취하였다. 준열한 심판이 아니라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들을 부른다. 마치 시인이 세상에 채찍을 가하는 것이 그들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임을 밝히기라도 하듯이...

[인상깊은구절]
먼 후일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데서나 쉬어야겠다. 동백꽃 없어도 좋으리, 해당화 없어도 좋으리. 흐린 수평선 너머 아득한 봄하늘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나와 그리움 풀어야겠다. 갈매기 없어도 좋으리, 동박새 없어도 좋으리. 은빛 가물거리는 파도 너머 지는 노을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가까운 포구가 아니라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먼 후일 먼 하늘에 배를 대듯이.
s******z 2001.04.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