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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암도 정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새 부터인가 암이 너무나 우리들 생활 가까이 와 있는 질병이 된 것이다. 자궁암에 걸려 수술과 치료를 하는 시간에 관해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브 엔슬러의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솔직히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이브 엔슬러가 누구인지 몰랐다. 여성 바이블이란 말을 듣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저자로 세상 밖으로 들어내어 말하기 껄끄러워 하는 여성의 성.. 특히 질에 대해 적나라한 이야기를 담아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켜 많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분이란 걸 알았다.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말도 안 되는 여성들의 끔찍한 현실이 종종 나온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강제로 시집가야 하는 열 살 소녀, 신랑을 거부하고 도망쳤다고 친형제들에게 맞아 죽은 여성, 야만적인 남성의 욕구에 능욕을 당하는 여성들 이외에도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들.. 이브 엔슬러는 콩고로 떠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성들의 치욕스럽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억울한 성적 학대 속에 노출되어 있는 모습을 접하고 그녀들을 돕기 위해서 힘을 쓴다. 헌데 생각지도 못한 암이 자궁에서 발견되면서 자신에게 닥인 종말을 보았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그 어떠한 범죄보다 힘없는 여성이나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여성들의 성과 삶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성적인 학대가 발단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나... 자신의 친딸을 어떻게... 우리나라에도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근래 뉴스를 타고 나왔는데 파렴치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이 가지게 되는 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떠할지 마음이 아플 뿐이다. 여러 번의 수술을 하고도 건강한 어머니,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동생 루가 저자의 병실을 찾으며 그녀에 대한 이야기, 제임스 등등 다양한 인물들은 물론이고 콩고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암으로 고통스런 그녀의 병상 시간 속에 담겨 있다. 병실을 나와 그녀가 다시 찾은 콩고... 내가 만약 저자처럼 암에 걸리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 아무리 콩고의 여인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 고해도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녀는 콩고에서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강인한 의지의 여인이 콩고 여인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될지 생각만 해도 감동이 느껴진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노래가 있다. 맞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지만 내 인생을 어떤 식으로 쓰느냐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나는 가족 옆에서 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이 더 큰 위안으로 다가오고 좋지만 지구 저 멀리 같은 여자지만 엄청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더불어 사는 사회... 난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고 적은 금액이나마 콩고의 여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콩고 여인들의 슬픔을 경험하고 그들을 곁에서 힘을 보태주는 저자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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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원제 - In the Body of the World: A Memoir of Cancer and Connection, 2014 저자 - 이브 엔슬러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어지간한 고어 영화나 호러 소설을 통해 웬만한 잔혹한 장면 묘사에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이 책은 어쩐지 읽는 게 힘겨웠다. 영화나 소설은 가짜라는 걸 나도 모르게 알고 있어서, 아무리 고통스럽고 잔인해도 ‘풋’하면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이건 현실이고 이 지구상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아, 세상에나……. 저자가 암에 걸려서 고통 받고 치료하는 과정 서술도 괴로웠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저자가 콩고에서 만나고 도우려했던 여성들이 겪은 일이었다.
이 책의 원래 목적은 콩고 여성을 돕는 활동을 하던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암에 걸려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저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삶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 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저자가 중간 중간에 떠올리는 콩고 여성들이 겪은 일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숲을 보라고 했는데, 나무만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같은 사람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콩고 남자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자를 강간하는 것도 모자라, 아가들을 요리해서 엄마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했다는 대목에서는 책을 덮어버렸다. 이런 XX해서 XXX하고 XXX할 XX들!
거기다 저자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겪어야했던 성적학대 역시 마음을 무겁게 했다. 왜 세상에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를 붙이기도 아까운 XX가 숨을 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그 트라우마로 청소년기는 되는대로 살면서 허비했지만, 겨우 정신을 차려 글로 이름을 알리면서 주위의 어려운 여성들을 돕고 사는데 덜컥 암에 걸리다니……. 참 세상 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절망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쓰러지면 누가 콩고의 여성을 돕겠냐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할 여유를 갖는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간혹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하고 다른 길에 들어서기도 했지만, 결국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한 인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옆으로 빠지고 싶은 유혹을 어떻게 견뎌내고,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왔는지,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처절한 길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걸어왔는지, 무엇에 맞서 싸웠고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투쟁 기록이다. 아니, 생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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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에 생명이 살기 시작하면서 잔혹함은 인간이 진화함에 따라 같이 자라났다. 누군가는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가지만 다른 이는 하루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이브 엔슬러'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알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다.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들이 겪은 고통을 오로지 이 한 사람에게 짊어진 것처럼 이브의 삶은 감히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거친 길을 걸어왔다. 첫 장에서 시작되는 이브의 이야기. 참으로 충격적이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함이 아니라 더 나아가 친부에게는 성폭력을 친모에게서는 외면을 겪어야만 했다. 이로 인한 충격에 마약과 섹스 등 자신의 인생을 철저하게 망가뜨렸다. 하지만 , 이브 엔슬러를 탓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방황했던 그 시간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테니깐. 그런 이브에게 어느 날 암이 찾아왔다.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안기다>는 저자가 암이 발견되고 투병 생활까지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날 이브가 만난 콩고 여성들. 오래전 tv 에서 알게 된 나라이고 분쟁이 잦은 곳임을 알았다. 딱,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삶은 바닥 그 이하이다. 지옥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읽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전쟁에서는 아이와 여성이 피해자이며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갖는다. 콩고에서는 강간은 기본이고 이물질로 여성의 질을 난도질을 한다. 이로 인한 종양이 생기기도 한다. 끔찍하다 인간으로서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이브는 자신이 겪은 것 보다 더한 삶을 산 이들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빠른 시간으로 이들에게 매료가 되어 버리니다. 자신의 몸 마저 힘든데도 다른 여성을 돌보는 콩고 여인들. 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오히려 이브에게 힘을 되어준 사람들은 콩고 여성들이다. 처음 이브는 힘들었다. 자신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암을 인정할 수 없었고, 특히 검진을 받을 때 남자 의사에게 자신의 질을 보여줘야 함이 수치스럽고 두렵고 힘들었다. 그 순간 의사는 말한다. "시작하기 전에 , 당신이 여성들을 위해 해온 일과 당신이 쓴 모든 글, 그리고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해온 일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을 치료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말을 든 순간 이브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해야 이브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학대받는 아이와 여성들을 구하고 싶어하고 그 안에는 특히, 콩고 여성이 겪는 고통 또한 포함 되어있다. 아픈 자만이 아픈 사람을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이브 엔슬러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하려고 그렇게 큰 고통을 준 것일까? 타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나 이브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처럼 겉 모습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약한자를 찾아가고 보호해주면 이들을 이해해주는 저자 '이브 엔슬러'를 만나고 싶다. 독자로서가 아닌 여성 대 여성으로 말이다. "빼앗아 가려거든 뺏아라 가라 하자. 그 대신 우리의 고통을 힘으로, 우리의 희생을 타오르는 불로, 우리의 자기혐오를 행동으로, 우리의 자기강박증을 봉사로, 불로, 바람으로 바꾸자. 바람. 바람. 바람처럼 투명해지고 , 바람처럼 무자비하고 위험하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앞으로 밀어내는 힘이 되자.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시작되어 계속 솟아오를 수밖에 없는 이 분자 무리의 일부가 되자. 솟아오르는, 솟아오르는, 솟아오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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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당한 성폭력, 어머니의 무관심 등으로 상처받았던 이브 엔슬러. 그녀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난잡한 성생활, 마약 등에 휩싸이며 스스로를 학대하고 파괴해갔다. 이후 자신의 몸과 여성의 질에 집착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끌어냈고, 그러면서 세상의 수많은 여성들 또한 자신의 몸으로부터 추방되어 폭력과 고통에 휩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려 했던 것일까. 자신과 같은 여성들이 세상에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나만의 아픔이 아니었다고, 그들을 위로하면서 스스로도 함께 치유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진정한 치유는 그녀가 암에 걸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자궁 내 암세포가 발견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협받게 되면서, 그녀는 드디어 자신의 몸과 화해하고 자신의 몸을 강렬하게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게 된다. 지독한 고통과 마주하게 되면서 오히려 스스로의 인식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니, 한편 그녀는 처절하게 외로웠던 것은 아닐까 싶은 가여움도 일었다. 투쟁적이고 치열하게 살아냈지만 자신과는 결코 화해할 수 없었던 삶, 그래서 오히려 자신보다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입은 여성들을 위해 그렇게 살아내려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암에 걸리게 되면서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되고, 암세포를 떨쳐내면서 지난 과거의 상처들도 함께 이겨내게 된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그녀의 암 투병기가 아니었던 것은 그녀가 <버자이너 모놀로그>라는 작가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여성 운동가로 일해 왔던 배경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신의 병을 콩고의 수많은 여성들의 성폭력 후 외상 증상과 동일시하고, 강간과 폭력, 전쟁과 파괴, 인간의 이기심으로 무너지고 있는 세상의 아픔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말 지독하게 참혹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이라 저절로 마음이 아려오게 된다. UN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명에 1명, 대략 10억 명이나 되는 여성이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다고 하니 그 엄청난 수치 또한 안타깝게 다가온다. 수술을 통해 암을 이겨내는 과정 역시 세계의 회복과 연결 짓는 그녀. 그녀는 생을 위해 강렬하게 몸부림치는 강인한 여성이자 강한 회복력과 생명력으로 세상의 모든 폭력에 대해 항의하며 치열하게 세상을 향해 싸우는 전사이다. 전쟁의 무자비한 참상과 강간범 등에 이어 인간의 탐욕과 산업이라는 파괴자로 이어지는 그녀의 경고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실로 이는 우리의 미래와 무관하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나 역시 자연과 인류에 있어 약탈자가 되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책,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솔직하고 용기 있는 그녀의 삶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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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는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강간과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들을 도와주는 바로 그 일에 힘쓰고 있었던 이브 엔슬러는 힘든 여성들의 힘이 되고자 마음과 몸을 다하던 여성이었다. 그런 강인한 그녀에게 암이라는 무서운 병이 들어왔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힘들어한다지만, 그녀에게조차 그 암이라는 것이 찾아올 줄이야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술을 끊은지 34년이 되었고, 담배를 하지 않은지도 20년으로 채식주의자이면서 사회 활동가로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던 그녀에게 몸 속에 있다는 암 덩어리는 그녀를 절망 속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차라리 콩고로 가고 싶었다. 수술 후, 엄습하는 통증에 눌러대는 버튼은 진통제를 달라는 호소였다. 자궁과 난소, 자궁경관, 나팔관,림프절과 림프관, 질의 윗부분과 자궁경관을 둘러싸고 있던 골반강의 조직과 아기를 낳는 모든 부분을 제거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신경증상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히스테리 속에서 그녀는 콩고의 성흔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자궁내막의 암세포가 질과 창자 사이에 종양을 만들어냈고 직장에 누공을 형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강간때문에 수천 명의 콩고 여성에게 생기는 증상이 그녀에게도 생겨난 것이다. 콩고에서는 강간때문에 누공이 생긴다고 한다. 누공 수술 후, 깨어났을 때는 몇 년동안 만난 적이 없던 동생 루가 침대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만히 손을 만져주는 동생, 아픈 사람에게 그 따스한 손길은 한 모금의 생명수와도 같은 시간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병이 들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을 때,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바로 환자가 된다는 것에 있다. 그녀 역시 의사로부터 환자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환자이기를 거부했지만 이제 그녀는 스스로 환자임을 받아들임으로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인공물을 떼어내고 주머니를 없앤지 3주가 지나서 그녀는 다시 콩고로 갔다. 암 진단을 받은 지 7개월이 지나고, 장기와 엄마를 잃고 아버지마저 잃었다. 이젠 죽음이 그다지 두렵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그녀이다. 강간을 당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던 콩고 여성들을 위하며 살았던 그녀, 강간 당한 콩고 여성처럼 그녀 역시 누공을 경험하기도 했고, 암이라는 병으로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다시 일어서는 그 과정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을 읽는다. 콩고 여성들이 참혹함 속에서도 힘과 아름다움 그리고 환희 덕분에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녀.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것은 선함이고, 유일한 탈출구는 배려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멈추지 않는 열정의 용기를 만나는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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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이야기 2015-010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이브 앤슬러 / 자음과모음 1. “아기의 몸이 맞닿은 엄마의 몸에 장소가 생겨난다. 당신이 여기에 있음을 말해주는 장소다. 이렇게 당신의 몸에 맞닿은 몸이 없다면 장소도 없다. 나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혹은 어떤 장소를 그리워하거나 가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내 몸에 맞닿은 몸이 없었으므로 내게는 어떤 간극, 구멍, 허기가 생겨났다. 이 허기가 내 삶을 결정지었다.” 이렇게 시작한다. 따뜻한 듯 시리다. 채워지는 듯 빈 공간이 보인다. 2. 희극 작품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200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여성들을 인터뷰하여 만든 작품이다. 나이든 여성, 젊은 여성, 기혼녀, 미혼녀, 레즈비언, 대학교수, 배우, 전문직 회사원, 창녀,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미국인, 미국 원주민, 코카서스인, 유대인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 그들은 말하기를 주저했다. 다소 부끄러움도 탔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결코 그들 스스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와 함께 성폭행당한 여성의 절규, 남편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여성의 질(膣),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 여성의 자위행위, 여성의 성을 찾아내는 워크샵, 그리고 여성의 출산 등 여성의 질(膣)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3. 이 책의 저자 이브 앤슬러의 작품으로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외에 〈필요한 목표물〉, 〈굿 바디〉, 정치적 회고록으로 『마침내 불안정한』과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 등이 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였던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 는 이후 〈감정적 동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이브 앤슬러는 여성과 여자아이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운동인 ‘브이데이’를 창설, 지역 조직과 활동가들을 위해 9천만 달러를 모금했다. 또한 ‘10억 여성이 일어나’라는 세계적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4. 이브 앤슬러의 빈 공간 또는 허기에 자리 잡은 존재가 있었다. 암(癌)이었다. 이 책은 암 판정을 받고 난 후 7개월 동안 겪은 고통의 기록이다. 덧붙여 그녀의 암울했던 성장기와 술과 마약과 섹스에 젖어서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던 청년기와 그 후의 삶을 역시 모놀로그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생부에 의한 성폭행과 구타 너머엔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생모가 있었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자연스럽게 같은 처지의 다른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콩고의 상황은 진짜 사람이 한 짓인가 의심스럽다. 처음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녀의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보스니아에서였다고 한다. 광장으로 끌려 나가 남편과 가족,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강간당했던 여성들에 관한 수백 개의 이야기. 노예처럼 며칠이고 붙잡힌 채, 정신병자 군인들에게 계속해서 때로는 한 번에 예닐곱 번씩 몸을 유린당한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 몇몇 경우에 세르비아인을 포함해 보스니아인과 이슬람교도, 크로아티아인을 인종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계획된 전술로 강간이 사용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이야기들. 그 외에도 수없이 가슴이 막혀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녀는 행동가가 된다. 전사(戰士)가 된다. “당신이 이겨낼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자연의 힘입니다. 아무것도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겨낼 거예요. 이브, 당신은 전사잖아요.” 5. 누구나 암(癌)진단을 받으면 ‘왜 하필 내가?’ 한다. 그 다음에 조금 마음이 진정되면 ‘내가 어쩌다 암에 걸렸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녀 역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강간 암이라는 게 있을까?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그 때문에 심리적 외상이 생기거나 강간을 당하면 생기게 되는 암. 당한 그 순간에 생겼으나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맞게 된 심리적 외상의 순간에 순환하는 혈액 속으로 배출되는 강간 암세포가 있을까?” 자신이 건강할 때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여인들의 자궁에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부었던 그녀에게 자궁암이 생긴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브 앤슬러. 이 여인의 대단함은 그 생각과 행동에 있다. 암치료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상처받은 여인들, 진행형 고통 속에 있는 여인들을 잊지 않는다. 그녀의 병든 몸을 통해 역시 병들어가는 세상을 생각한다. 그 세상을 떠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더욱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 성적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다른 여인들의 몸, 자궁과 이웃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곧 그것은 치유가 필요한 세계 구석구석에 새 생명을 주어야 한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그린다. 이브 엔슬러의 주 활동의 하나인 ‘10억 여성이 일어나’의 10억이란, 전 세계에서 세 명에 한 명, 대략 10억 명의 여성이 일생에서 적어도 한 번은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다는 유엔 통계를 근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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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격렬하면서도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작가 이브 엔슬러는 여성의 성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며 세상을 도발한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필요한 목표물] [굿 바디] 등의 희극 작품,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와 [마침내 불안정한] 등의 정치적 회고록을 남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오비 상Obie Awards 등을 수상한 극작가라고 한다. [뉴스위크]의 ‘세계를 바꾼 150명의 여성’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여성과 여자아이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운동인 '브이데이'를 창설, 지역 조직과 활동가들을 위해 9천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10억 여성이 일어나'라는 세계적 운동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한 인물이었다. 내게는 다소 낯선 작가였지만, 고통스러웠던 7개월간의 자궁암 투병을 토대로 한 회고록인 이 작품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을 통해 나는 그녀와 친숙해진 느낌이었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여성의 고통에 대한 생생한 체험을 통해 이 세계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책임감같은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도 했다.
나는 내 몸으로부터 추방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 거기서 튕겨져 나왔고, 길을 잃었다. 아기를 낳지 않았고 나무를 두려워했다. 대지가 나의 적이라고 느꼈다. 숲 속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하늘도 노을도 별도 볼 수 없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살았다. 나는 엔진의 속도로 움직였는데 그건 내 호흡보다도 빨랐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과 대지의 리듬과 동떨어져 살았다. 그렇게 이질적인 정체성을 극대화하고 검은 옷을 입고는 우쭐해했다. 내 몸은 짐이었다. 그것은 내가 운 나쁘게도 지고 가야 하는 어떤 것이었다. 몸의 요구를 견딜 수가 없었다. (본문 13,14p)
이브 엔슬러는 인생 초반의 많은 부분을 비몽사몽 상태에서 보냈다. 한밤중에 아빠가 자신의 침대로 찾아올 때마다 시달렸고, 엄마를 배신했다는 뒤틀린 고통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고 강간하고 학대한다는, 그 말도 안되는 미친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암의 초기 징후에 대해 그녀는 수동적이었다. 암 진단은 그녀에게 너무나 뜬금없었을 뿐만 아니라 충격적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최면 상태에 빠져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7개월 동안 수술과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몸으로부터 추방되었다고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에 환희가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는 이렇게 이브 엔슬러가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투병생활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콩고에서 일어나고 수많은 여성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거의 13년 동안 극심한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콩고는 8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었고 여성 수십만 명이 강간과 고문에 시달렸다. 콩고인들의 것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약탈해간 광물을 두고 벌어지는 경제 전쟁이었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강간하고, 남편과 아들을 협박해 딸과 누이를 강간하게 만드는 등 르완다와 부른디, 우간다 등의 지역 민병대와 외국 민병대는 학살을 일삼고 있었는 것이다. 이브 엔슬러는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전염병을 충분히 목격했지만, 콩고는 몸의 종말, 인류의 종말, 세계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군대와 기업은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학살, 조직적 강간, 고문, 여성과 여자아이 말살을 전술로 이용하고 있었다. 여성 수천 수만 명이 자신의 몸으로부터 추방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과 몸의 기능, 몸의 미래가 형편없이 망가졌다. 자궁과 질이 영원히 파괴된 것이다. (본문 18p)
사실 이 작품을 읽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투병기에 관한 용기와 희망, 그리고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몸, 구멍 등 이브 엔슬러 자신만의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웠다. 아마 이런 표현들은 저자가 지금까지 겪었던 삶의 고통들이 스며있는 탓일게다. 그녀의 고통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녀를 통해 세계 곳곳의 여성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콩고의 문제가 단순히 그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낄 수는 있었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고, 책임져야할 부분은 아닐까? 이에 독자에 따라 난해하게 느낄 수 있으나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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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엔슬러의『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는 자음과모음 4기 서평단에서 여덟 번째로 받은 책이다. 저자나 책에 대해서는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책을 펼칠 때의 마음은 가벼웠다. 이 책은 저자의 투병기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제목에서 암시되고 있지 않은가?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라면, 저자는 병마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생명을 찾았다는 인간승리 또는 과학의 승리를 담은 책일 것이다. 나는 적당히 감동을 받을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과연 그런 감동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예상외로 난해한 책이었다. 예상외라기보다는 ‘난해하다’라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병마에서 승리한 인간 승리!’이런 스토리에서 어려울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병에 걸렸고, 의사는 불치에 가까운 무서운 병이라는 진단을 내렸으며, 많은 사람이 가망이 없다고 했으나 저자 또는 가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초인적인 투병생활로 새로운 광명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인 투병기가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은 그 과정이 혼란스러웠다. 저자가 왜 그 병이 걸렸는지도 금방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고, 생뚱맞게 저자의 과거의 불행이나 콩고 난민들의 처참한 현실은 왜 소개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글쎄 적당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2년 전에 읽은 철학 인문서 『우울할 땐 니체』가 떠올랐다. 나는 그 책을 펼치면서 답답할 때 읽으면 시원해질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멀쩡하던 사람도 머리가 혼란해질 책이었다. 그러나 니체야 원래 어려운 사람이 아니던가? 암과의 투병기인 이 책이 왜 이리 어려워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둘째, 완독을 하고 나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겪은 과정을 시간적으로 구성하면 이런 형태이다.
- 저자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근친상간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반성은커녕 철저하게 세상을 기만했다. 죽을 때까지도 반성을 하지 않았다. - 어머니는 그 과정에서 외면했거나 아버지의 편을 들었다. 저자가 암이 걸려서 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까지도 어머니는 아버지 편이었다. - 저자는 청소년 시절과 젊은 시절에 방황을 했다. 마약을 하기도 하고 문란한 생활도 했다. - 콩고에서 여성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환경에 처한 콩고 여성들의 현실을 목격하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기도 했다. - 힘들게 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여동생인 루가 와서 곁을 지켰다. - 저자는 투병 생활에서도 심적인 갈등을 겪었으나 그 과정을 극복하고 암을 치유했다.
어려울 것이 없는 스토리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절반을 넘길 때까지도 저자가 겪은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저자가 정말 그런 것을 겪은 것인지,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상상인지 판단이 안 선 것이다.
셋째, 책장을 덮으면서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그렇게 사랑했던 부친은 저자와 근친관계를 맺은 뒤 오랜 세월 동안 되풀이 했다. 그 과정에서 아무도 저자를 이해하지 않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저자는 많은 방황을 거듭했다. 마약과 대학에 다닐 때는 그 대학의 대부분의 교수와 성관계를 맺는 등 난잡한 생활을 하기도 했고, 세 명의 남자와 만났다가 모두 헤어지기도 했다.
저자가 콩고에서 목격한 진실은 너무도 처참했다. 반군은 점령지의 가정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아들에게 어머니를, 아버지에게 딸과 관계를 맺기를 강요했고, 강간으로 인해 임신한 소녀들을 다시 짓밟는 것도 부족해서 배를 가르고 태아를 끌어냈다. 그 핏덩이를 냄비에 삶은 뒤 먹기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그런 과정을 겪거나 본 저자가 어찌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투병기는 저자의 겪은 그 과정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구성이 아니라 투병 과정에서 불규칙적으로 드러나는 입체적 구성으로 표현되었다. 그것도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 같은 심리적 묘사가 대부분이다. 독자로서는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의 삶 자체가 보통 사람의 삶이 아니었으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이 책만은 잘 모르겠다. 투병기라고 할 수도 없고, 비윤리적은 현장을 고발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도 없다. 최소한 중고생들에게는 권하기 힘든 책인 듯하다. 혹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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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막상 뜻하지 않은 중병을 앓거나 누군가를 통해 건강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마련이다. 건강을 잃는 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그동안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며, 그와 더불어 안타까운 것은 죽음에 임박했다는 두려움에 절망과 좌절에 실의에 빠져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는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완벽하게 고칠 수 없는 질병이 존재하고 또한 새로운 형태의 병이 등장하기도 한다. 질환으로 인해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마련이다. 하나는 그것을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더 이상의 고통을 잊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질병과 마주하여 용기와 의지로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전환기로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각한 질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는 오랜 치료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있지만, 반대로 살아갈 수 희망을 토대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신념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건강을 되찾고 이전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7개월간의 처절한 죽음과의 사투에서 겪게 된 고통의 과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담아냈는데, 그 이면에 지금 이 시간에도 외부로부터의 갖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하는 아프리카 콩고 여성들의 현실을 결부시켜 공동체 방식의 치유라는 색다른 이야기를 더하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저자는 암으로 인해 자신의 장기 일부 훼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병원에서 침울하고 암담한 입원생활을 해야 했는데, 그 치료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가정에서의 견디기 힘든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어머니의 자유방임적인 양육을 받으면서 이후 젊은 시절 마약과 방탕하고 문란한 생활과 그리고 이후 전 세계를 돌며 가난하고 힘없는 여성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의 여정을 보낸 다양한 이야기들과 연관하여, 결국 자신의 몸과 세상의 몸은 이질적인 것이 아님을 역설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확대된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것을 말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그녀가 암 판정을 받고 병을 치료하기까지의 생생한 과정들이 추보적인 방식으로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의미 있게 여겨지는 것은,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자신이 오래전 겪어야만 했던 뜻하지 않은 여러 사건들을 중첩시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압에 억눌린 여성들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생명력으로 결코 무너지지 않는 자생의 힘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이브 앤슬러는 여성의 내면에 간직되어 있는 은밀한 부분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성에 대한 고백서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발표함으로써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가슴 가득 느껴보기 위해서는 그녀가 펴낸 저서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여성 200여명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여성의 몸 가운데서도 가장 억압받고 금기시 되어왔던 여성 성기를 둘러싼 그녀들의 고민과 남성 폭력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성 보고서이다. 위트가 넘치면서도 신랄하게 여성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이 책은 여성성의 본질과 여성의 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하고자하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녀의 저서에서 보듯 이 책의 역시도 겉으로는 암에 걸린 환자가 이를 극복하는 치료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상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몸체 덩어리에 구멍을 내고 파괴하는 인간의 욕망에 의한 탐욕스런 부조리의 일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기도 하며, 이러한 예로 강간과 폭력, 전쟁으로 점철된 아프리카 콩고의 여성들의 삶이 피력되어 있어 그 실체를 독자들에게 알리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이 책의 내용에서 자신이 의학적인 도움으로 암을 극복해 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폭력과 억압으로 굴종된 삶을 살아가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콩고 여성들의 용기와 도전과도 다르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 자신의 치부를 솔직담백하게 밝히면서도 암과의 투병을 통해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함을 강조한 이 책에서 많은 독자들이 색다른 감흥의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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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처음 보고는 꽤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극작가 이브 엔슬러가 20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해서 마든 작품으로 성폭력, 동성애, 오르가슴, 출산 등 여성이 겪는 모든 상황에 대해 거침없이 다루는 연극이다. 특히나 금기시되어왔던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삼아 공연함으로써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주로 '여성의 억압된 성을 말하며 세계를 도발한 작가'로 기억되는데, 그런 그녀가 쓴 7개월간의 자궁암 투병을 토대로 한 회고록이라고 해서 이번 작품은 읽기도 전부터 기대감을 주었다.
나는 내 몸으로부터 추방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 거기서 튕겨져 나왔고,길을 잃었다. 아기를 낳지 않았고 나무를 두려워했다. 대지가 나의 적이라고 느꼈다. 숲 속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하늘도 노을도 별도 볼 수 없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살았다. 나는 엔진의 속도로 움직였는데 그건 내 호흡보다도 빨랐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과 대지의 리듬과 동떨어져 살았다. 그렇게 이질적인 정체성을 극대화하고 검은 옷을 입고는 우쭐해 했다. 내 몸은 짐이었다. 그것은 내가 운 나쁘게도 지고 가야 하는 어떤 것이었다. 몸의 요구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빠와의 나쁜 기억 때문에 자신의 몸에 대해 평범하게 느끼며 살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여성들에게 그들의 몸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태어난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세계 6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잠자리에서 들볶이는 여성, 부르카를 입은 채 매질 당하는 여성, 부엌에서 산을 뒤집어쓴 여성, 죽은 줄 알고 주차장에 내팽개쳐진 여성들의 이야기들. 난민 촌의 불 타버린 건물과 마당에서 그녀들은 온몸에 생긴 칼과 담뱃불 자국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콩고에 갔고, 그곳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산산 조각 낼 만한 이야기를 듣는다. 거의 13년 동안 극심한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그곳에서 여성 수십만 명이 강간과 고문에 시달렸고, 민병대들은 마을에 들어와 학살을 일삼았다. 그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전염병을 그렇게 목격한다. 몸의 종말, 인류의 종말, 세계의 종말.
우연한 사건은 없다. 혹은 모두가 우연한 사건인지도 모른다. 내 친구 폴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네가 콩고 성흔을 갖게 된 것 같아."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당연하지만, 이브, 놀랍지도 않아. 최근 수년 동안 들은 그 많은 강간 이야기라니. 그 여성들이 네 안에 들어간 거야."
어쩌면 친구 폴의 말대로 콩고와 그곳 여성들이 겪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그녀를 집어삼켜 암을 얻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렇게 그녀의 자궁에서 커다란 암세포가 발견된다. 나는 어쩌다 암에 걸렸을까를 무의미하게 생각하며 분노하고 거부하는 그녀에게 의사가 말한다. 당신은 아주 많은 일을 해왔지만, 환자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이제 환자가 되는 법을 배우셔야 한다고. 이런 상황이 일종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법을 알게 될 거라고' 말이다. 의사의 말은 그녀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이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외면해왔던 과거와 마주서고, 이겨내서, 극복해내야 하는 그런 순간 말이다. "이제는 삶을 바꿔야 해요.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더 이상 몰아대서는 안 돼요. '이 망할 자식아', '두고 봐' 같은 반발로 살 수는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병이 든 거예요. 당신의 병이라는 게 바로 그거예요. 몸을, 신경체계를 혹사시킨 것,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항상 상상의 적을 몰아내고 항상 자신을 압박하고 몰아친 것, 압박하고 싸우고 몰아댄 것 말이에요." 그녀가 자신이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야, 아빠의 높아지는 목소리를 들었던 이후 처음으로 그녀 몸 한 가운데에서 뭔가 긴장이 풀렸고, 진정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그녀는 7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수술과 치료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토록 부인해왔던 자신의 '몸'을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과 세상의 몸과의 완전한 연결을 경험하게 된다. "빼앗아 가려거든 빼앗아 가라 하자. 그 대신 우리의 고통을 힘으로, 우리의 희생을 타오르는 불로, 우리의 자기혐오를 행동으로, 우리의 자기 강박 증을 봉사로, 불로, 바람으로 바꾸자. 바람. 바람. 바람처럼 투명해지고, 바람처럼 무자비하고 위험하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자." 워낙 세상과 투쟁하듯 살아온 그녀라 암을 치유하며 써 내려간 투병기 또한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바람처럼 무자비하고 위험하게 살아온 그녀의 인생을 지지하고, 결국 병을 이겨내 보고자 하는 용기를 보여준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