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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 그리고 퀘스트》 하드 SF의 현대적 부활!
"《사랑과 혁명 그리고 퀘스트》 하드 SF의 현대적 부활!" 내용보기
스피어에 뛰어들자마자 하랑과 포니아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우주의 진짜 모습이었다. 토야와 지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과 물질을 경험했다. 작은 것과 큰 것, 가까운 것과 먼 것,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하나의 특이점 속으로 섞여 버릴 것만 같은 감각이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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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에 뛰어들자마자 하랑과 포니아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우주의 진짜 모습이었다. 토야와 지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과 물질을 경험했다. 작은 것과 큰 것, 가까운 것과 먼 것,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하나의 특이점 속으로 섞여 버릴 것만 같은 감각이 몸을 휘감았다. 하랑과 모니아는 우주복 너머로 전해지는 서로의 감각에 의존해 어떻게든 의식을 붙잡았다. 입은 있었지만 소리는 지르지 못했다. 쏟아져 들어오는 모든 경이와 경외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걸 기억 속에 담았다.             - 해도연, '거대한 화구' 중에서, p.151

책과 서점에 관한 SF, 팬데믹 시대의 로맨스, 귀신날 호러, 고전 SF오마주, 판소리 SF 등 다양한 장르소설 앤솔러지를 선보이고 있는 구픽의 앤솔러지 신작이다. 이번에는 '하드SF 단편선'으로 여섯 명의 장르 소설 작가들이 각자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하드 SF'라 하면 과학 이론이나 개념 자체를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이지만, 이 책은 그러한 편견을 가뿐하게 넘어 선다. 하드 SF 장르를 그리 어렵게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 현실에 기반한 소프트 SF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과학적 개연성이 우선시되거나, 과학 기술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부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니 굉장히 신선했고, 읽는 내내 지적 자극으로 머리를 쓰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야기들이었다. 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에 무게를 두고, 탄탄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다루고 있는 정보의 양이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에티올? 조금만 더 가면 엔딩이에요."
그 손을 꼭 붙잡자 세상이 세피아 빛으로 물들었다. 살아생전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렇구나, 이 뒤의 일은 분명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야.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이야기야. 끝난 게임의 후속작을 위해 억지로 급조된 이야기가 아니라,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할 이야기야. 그 당연한 미래를 상상하며 나는 작게 입을 열어, 앞서 나아가는 프리베에게만 간신히 들리도록, 속삭였다.
"고마웠어, 프리베. 끝까지."        
"저야말로 고마웠어요, 에티올!"              - 이산화, '마법사 에티올의 트루 엔딩 퀘스트' 중에서, p.377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남세오 작가의 <벨의 고리>였다. 수록된 여섯 편의 작품 중에 분량은 가장 짧은 데 비해 과학적 정보의 양은 가장 많았는데, 그럼에도 아주 흥미진진했다. 노벨상 시상식 도중에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날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역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그 수상자들을 정면으로 공격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시위 피켓을 들고 누군가 나타난 것이다. 그 문장은 양자역학의 확률적 측면을 인정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의 대표적인 말이었다. 시상식을 영상으로 지켜보던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일하는 길상우는 그 문구 아래 적혀 있던 숫자와 피켓을 들고 있던 사람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상상도 못했던 위험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양자 얽힘 현상이니, 양자적 특성이 어쩌니 하는 물리학 이야기가 잔뜩 등장하지만 예상외로 술술 잘 읽혔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웬만한 스릴러 못지 않게 긴장감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위래 작가의 <마젠타 C. 세레스의 사랑과 혁명>, 해도연 작가의 <거대한 화구>, 이하진 작가의 <지오의 의지>, 최의택 작가의 <아니디우스 레푼도>, 이산화 작가의 <마법사 에티올의 트루 엔딩 퀘스트>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 세기 후 우주 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도 있고, 현재 시점으로 스위스 입자물리연구소를 배경으로 양자역학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도 있으며, 떠돌이 행성인들이 2만 년 동안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우주선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있다. 제3차 대전 이후 지구를 말살하려는 달 지배 시스템도 등장하며, 인간의 두려움 속에 탄생한 기후조절 생명체와 게임 속 등장인물에게도 생물학적 원리가 작동한다는 흥미로운 가설도 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선보이는 작품들이라 어느 작품을 골라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엄밀하면서도 재미있는 SF 소설'이 궁금하다면, 하드 SF의 현대적 부활을 꿈꾸는 여섯 작가의 도전을 함께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4.08.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랑과 사상은 한끗차이라, 기어코 혁명이 되고 한계는 부서질 것이니.
"사랑과 사상은 한끗차이라, 기어코 혁명이 되고 한계는 부서질 것이니." 내용보기
사랑과 사상은 한 끗 차이다. 아니다. 그 둘은 한 몸이다. 아니다. 그 둘은 뒤섞여 있다. 아니다. 평행선이다. 아니다. 감히 말해질 수 없는 것과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될 것이다. 아니다. 전부 아니다. 세계를 부수고 뒤집어 엎어야만 간신히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아니다. 아니라고 말해진다.알지 못하는 것은 말해질 수 없는가? 모른다는 사실마저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는
"사랑과 사상은 한끗차이라, 기어코 혁명이 되고 한계는 부서질 것이니." 내용보기
사랑과 사상은 한 끗 차이다. 아니다. 그 둘은 한 몸이다. 아니다. 그 둘은 뒤섞여 있다. 아니다. 평행선이다. 아니다. 감히 말해질 수 없는 것과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될 것이다. 아니다. 전부 아니다. 세계를 부수고 뒤집어 엎어야만 간신히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아니다. 아니라고 말해진다.

알지 못하는 것은 말해질 수 없는가? 모른다는 사실마저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이른바 "하드 SF"와 "소프트 SF"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숱하게 이어져왔다. "SF 장르의 팬"을 자처하는 이로서 감히 확신하건대, 그것은 모조리 실패, 또다시 실패, 어김없는 실패였다. 그 누구도 차지한 적 없는 왕좌, 자리하기 무섭게 냅다 밀쳐지고 밀려나는, 영겁의 난장판이라고 봐도 좋을만큼.

p.66 "감각수용체가 남아 있는 이상, 류진의 몸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따라서 키메라 당신도 나를 사랑하게 되는 거야. 류진의 기억과 의식이 사라져도 혹여나 류진이 다른 무엇이라 하더라도 류진의 몸이 사랑하는 것이 나라는 건 바뀌지 않는 거야."


이 끝 모를 논쟁은 필연히 다음과 같은 의문에 뿌리내리고 있다. "도대체 SF는 무엇이란 말이냐". 이 또한 말 꺼내기 무섭게 전자 못지않은 설전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답하기를 포기한다. 그러므로 단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틀을 만들어내려는 우리의 시도는 모조리 실패했다고, 적어도 이 문제에서는,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따라가면 반드시 끝을 알 수 있다는 미로의 해법은 먹히지 않는다고.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는 출구와 입구가 정해진 미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p.243 그렇다면 이번은 과연 몇 번째일까. 역사는 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까지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될까. 과연 더 나은 선택지가 존재할까.

p.306 네 말대로 시설에 들어갔다 치자. 그래서 시스템에 등록되면 이 아이도 너처럼 살 수 있나? (...) 하고 싶은 일하면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냐고. (...) 하지만 이 애는 시스템 바닥에서 겨우 목숨만 연명하며 살 거야. (...) 당장 죽지 않게 해 주는 거, 물론 고마운 일이지. 근데 그거면 되나? 사람이라는 게 정말 그거면 되는 거냐고. 먹고 싸고 자고…


작가가 그려내는, 그들과 독자가 살아가는 세계는 입구로 밀어넣어져 출구를 향하도록 생겨먹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밑도 끝도 모르는 채 덜렁 던져져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넓은 우주에, 초라한 행성에. 인간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죽기 때문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한계에 직면한다. 절멸에, 인간성에, 굴종에, 우연한 호기심에, 밀려나고 좁아지는 세계에. 그것은 각기의 이유로 현재와 다르지 않다. 줄곧 말해왔듯, 상상은 현실에 뿌리를 두기 때문에, 상상만큼 현실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p.154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신앙은 영혼 없는 인형에 불과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신성을 모독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p.206 아니다. 과학은 신학이 결코 아니었고 그리 될 수도 없었으며 하물며 신이 되고자 하는 학문도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인류는 이제 과학을 이용해 신이 되고자 하고 있었다. 악을 규정하고, 처단하는 심판자가.


그들은 좌절한다. 고민하고 부서지고 파괴된다. 수없이, 몇번이고, 난관에 빠지며.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필연히 실패한다. 깨진 것은 부서질 수 있는 것. 울부짖는 인간은 일어서는 인간이다. 의심하는 인간, 유한한 존재. 그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사랑은 혁명이 되고, 넘을 수 없는 벽에는 부서질 곳이 생긴다.

풀 수 없는 미로에도 필승의 해법이 있으니. 단 하나, 벽을 뚫고 나가는 것뿐이다. 탈출은 가둬진 자의 숙명이요, 길이니, 절망은 필연적으로 희망의 가능성을 담지한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가? 독자는 거대한 절망에 눈을 감는가? 주저하는 인간, 벽 너머를 가리키는 손. 이 책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폐허에서 도망치지 않는.

p.254 인간에게 역사는 바꿀 수 없이 반복된다고 체감되어 왔지만 그렇게 시나브로 변화해 왔던 것이었다. 매번 시간을 되돌리며 반복을 의심하고, 그에 쌓인 죄책감을 가늠하고,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결국 돌아가는 길을 선택할지라도 그 미세한 흐름이 모여 충분한 가치를 지닌 파랑이 되도록. 그날을 고대하며.

p.333 "자아, 얘기도 좋지만 우선 배부터 채울까요? 생물학적 원리든 뭐든, 밥을 안 먹으면 사람은 확실히 죽는다고요."


*도서 제공: 구픽(GUFIC)
s*****7 2024.07.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랑과 혁명 그리고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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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문학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6편의 작품집-SF에도 하드란 장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고민들, 미래의 앞 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성격의 글들이 포진해 있다.책과 서점, 팬데믹 외에도 로맨스물, 호러, 여기에 한국적인 판소리 SF라는 설정을 통해 고학기술과 접목해 그린 내용들은 정보의 많은 양과 그 양을 어떻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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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문학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6편의 작품집-



SF에도 하드란 장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고민들, 미래의 앞 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성격의 글들이 포진해 있다.



책과 서점, 팬데믹 외에도 로맨스물, 호러, 여기에 한국적인 판소리 SF라는 설정을 통해 고학기술과 접목해 그린 내용들은 정보의 많은 양과 그 양을 어떻게 소화하면서 실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느껴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우선 표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 또한 짚어볼 수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들을 읽고 나면 그림에 담겨 있는 의미들까지 엿볼 수 있고 모든 작품들마다 저자들이 그리고자 한 부분들이 근 미래의 가까운 실현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작품들이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해도연 작가가 쓴 '거대한 화구'다.

아직도 깊은 바닷속에 대한 미처 풀어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작품에서 그린 배경들은 바다에 대한 궁금증이 우주에 관한 것 못지않게 다가온 작품이다.



이외에도 작가들마다 특색이 두드러진 내용들을 통해 예상의 빈도를 벗어난 참신한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것과 이런 작가들의 도전 정신이 SF라는 장르를 이용해 더욱 활발한 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기대를 품어보게 한다.



SF장르 중에서도 하드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만족을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m*******n 2024.08.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