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제니친'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적도, 그의 저작을 읽어본적도 없었지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작품명은 왠지 귀에 설지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성가신 역주(譯註)때문에 읽다가 그만둔 중편 분량의 '마뜨료나네 집'이라는 작품도 이 '솔제니친'이라는 작가가 쓴 것이었다. 솔제니친은 현대의 예언가로 불리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면모가 비슷한지, 제 2의 도스토예프스키로 불린다. 그는 러시아 저항문학의 최후의 기수로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였고, '이반 데니소 비치'라는, 수용소의 비참한 생활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 이 작품이 실렸던 잡지는 며칠만에 다 팔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상당히 독보적인 위치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치열함과 비참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파하면서도, 어떤 절규나 외침의 간섭은 철저히 배제하고 대신 침착하고 아주 담담하게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항문학에서 노출되고 있는 작가의 지나친 개입과 설교는 억누르고 주위의 처참한 환경과 '살아야 한다는 것' 이외의 다른 관심은 갖을수도, 생각할수도 없는 주인공 슈호프와 그를 에두른 수용소 동료 죄수들의 생활상과 모습 성격을 부담스럽지 않은 간결한 문체로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라게리(강제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대부분 억울한 사람들이다. 주이공 슈호프 역시 독소(獨蘇) 전쟁때 독일군 포로로 끌려 갔다가 탈출했지만 취조관으로 부터 '간첩'의 누명을 받고 이곳에 수용 되었다. 명백한 최조관의 오류였고 잘못이었다. 그리고 오해라면 오해였다. 또 부이 놉스키 라는 해군 중령은 영국 함대의 관계자에게 선물을 받았다고 하는 그 이유 하나로, 고프 치크라는 소년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인 벤데르파 사람들에게 단지 우유를 주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곳에 갇힌 신세가 되어 버렸다. 먹을것을 가진 사람 누구에게나 치근덕 거리는 게걸쟁이 페츄코프와 침례교 신자로 감옥 생활을 신앙의 힘으로 침착하게 이겨 나가는 기분좋은 사나이 '알료샤'. 이들은 모두 104반 작업반의 데니소비치 동료들 이다. 이반 슈호프 에게는 형기가 만료 되어도 집으로 돌아 갈수 없는 불안이 있다. 형기가 만료되어도 중아아시아 부근에서 거주 제한의 유형(流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반을 몹시도 서글프게 한다. 먹고, 자고, 말하고, 이것이 이들의 생활이며 모든 것들이 불완전하고 비인간적이다. 수용소 안에서도 힘의 질서와 차등적 관계가 형성된다. 모든 것들이 수용소 바깥에서의 자기의 위치와 권력과 힘의 논리 그리고 부력(富力)에 의해 좌우되고 곡괭이 에서 멀어진 자일수록 안락한 생활을 누린다. 수용소의 간수들과 죄수중에서 임명된 여러 작업의 장(長)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힘없는 죄수들의 음식과 사식(私食)을 빼앗아 간다. 견디어 내기 힘든, 아니 동물만도 못한 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니소비치. 그리고 그의 하루. 이 소설속의 하루는 그나마 그에게는 가장 유쾌한 하루 였다. 실수는 했지만 영창신세도 지지 않고, 사회주의 단지 건설 장(場)으로 전출되지도 않고, 부자 죄수인 체자리에게서 빵과 국을 얻고........이것이 그의 하루. 그것도 행복한 하루였던 것이다. 어떤 사회든 그것이 비 인간화를 조장하거나 비인간적 수단을 강구하거나 비인간적 행태를 좌시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내부의 종양으로 인해 붕괴, 파멸로 치달을 뿐이다. 수용소의 비인간적 모습들과 이반 데니소비치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행복하다.'라는 패러독스는 세상의 비인간적인 모습의 존재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우리 사회에도 이 소설속 라게리와 같은 비인간적인 모습과 행태가 존재 했었다. 우리에게도 인간을 동물 취급했던 뼈 아픈 과거가 무수히 많았다. 이반 슈호프가 말한 '행복'이 존재 했던 암울한 시대가 있었다. 그 암울했던 시대가 지나갔지만 여전히 그 시대의 잔영은 사회의 부분부분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이반 슈호프의 깎이고 깎여 더없이 작아진 '행복'은 존재 하지 않았으면 한다. 수용소 안의 행복은 수용소 바깥에서는 '죽음'과 '괴로움'이며 '처참함'임을 이 작품을 통해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