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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진 종교도 없는데다 종교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종교와 관련이 있을법한 미술이나 조각 등 예술작품에도 그다지 지식이 없다. 하지만 어릴 적 어디선가 성경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네, 살면서 한 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네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읽어보려 시도한 적은 있었다. 미농지처럼 얇은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쓰인 두꺼운 성경책이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창세기를 채 끝내지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모르는 집안의 족보를 읽는 듯, 줄줄이 등장하는 낯선 발음의 사람 이름에 질려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는 성경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생기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나 성경의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이에게 전도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걸 다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알리기까지 하려고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감탄을 하기도 했다. 주변의 누군가가 선물로 주는 바람에 손에 쥐게 된 이 책, <성경을 보다> 시리즈는 그래서 들춰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선물로 받은 책이니 읽어보기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마음의 알러지를 먼저 달랜 후에야 간신히 첫 장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기억 속 성경과 이 책은 조금 달랐다. 깨알 같은 글자 속에 숨어있던 인물들이 소설 속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곁들인 사진자료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캡쳐 이미지 같은 역할을 했다. 배경지식 없이 봤다면 ‘왜 헐벗은 남자들이 저러고 있지?’, ‘여자가 한 액세서리가 예쁘구만’ 하는 정도의 감상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의 얄팍한 느낌만으로 보고 지나쳤을 명화들을, 어느새 ‘이 사람은 노아고 이 사람은 홍수가 난 마을의 사람인가 보네’, ‘이 여자가 보디발의 와이프구만. 예뻐서 속아 넘어갈 만도 하네’ 하는 생각을 하며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성경을 보다>는 세 권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아마 이미지 자료가 많아서인듯? 한 번 다 읽고 나니 그 동안 엄청난 거리감을 느껴왔던 성경과 한 발 짝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몇몇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호기심까지 생겨났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거부 반응 없이 접할 수 있는 입문서 중 하나인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