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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이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한 번 읽어봐야지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도서관에 갈 기회가 있어서 '돈의 철학'을 찾아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책이라기보다 무슨 백과사전처럼 엄청난 두께의 책을 보고는 읽기를 포기하려는 순간, 그 옆에 있던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돈의 철학을 쓰면서 그 근간이 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고 하니, 이걸 읽으면 돈의 철학의 일부는 읽은 것이나 진배없겠다 하는 생각에 집에 빌려왔습니다.
그냥 돈이 '돈'이지 뭐 별 게 있겠어? 내지는 돈을 얘기하는데 이런 책까지 냈다고?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돈이란 주제를 가지고 심리학에서부터 사회학,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으로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인간이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은 기본적으로 1:1의 관계이고, 그 대상을 소유하거나 교환하는 것으로 욕망이 충족되는 것에 비해, 돈은 1:N 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정해지지 않은 모든 것들을 욕망하고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가 됩니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늘 돈, 돈하면서 돈을 추구하지만 실상은 그 돈이란 것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욕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교환이나 거래의 수단인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입니다. 굳이 대상이 되는 물건을 추구하지 않아도,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쉽게, 어느 부분은 어렵게 읽어나갔지만, 읽는 내내 머리에 떠오르는 건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였습니다. 가상화폐가 중앙집권적인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유통이 되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안정성이 보장된다고는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투기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불이 붙은 주식시장에 개미들이 몰려들 듯, 누군가 일확천금을 얻었다는 소문이 만들어내는 신기루에 너나 없이 뛰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주식시장이나 채권, 선물 역시도 투기판과 다름이 없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상화폐는 앞으로도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 크기도 하거니와 최근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해킹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자면 편리성보다 위험성이 더 크게 부각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집에 있는 PC에 있는 파일들이 랜섬웨어에 감염이 되고, 팝업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하지 않으면 파일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경고창이 떴던 걸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비트코인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고, 그걸 지급할 의사도 없었기에 그냥 PC를 포맷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돈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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