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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삶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공감하는 나는 그들의 반항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프랑스 혁명을 높이 산다. 비록 그 과정이 다소 잔혹해지고 피를 불렀다고 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그간 당해온 온갖 핍박과 설움이 그러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불행한 삶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미의 안타까움이 든다. 그냥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 오스트리아에서 계속 자랐다면, 아니, 프랑스의 왕비만 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천수를 누리고 어쩌면 행복한 삶을 살다 갔을지도 모른다. 정략결혼에 의해 열네 살이란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와서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남편 루이16세만을 바라보고 살기에는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고, 도도하고 거만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와는 달리 루이16세보다 명민하고 그동안의 왕들의 정부나 왕비들보다 소박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혁명의 정중앙에 놓였던 그녀가 살았던 삶과, 그 삶을 살아온 그녀의 감정에 무척이나 호기심이 든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이었던 스웨덴 귀족 페르센은 튈르리 궁에 갇힌 왕가 사람들의 탈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루이16세는 자꾸만 거사일을 미뤄 계획은 무려 세 번이나 연기된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설득해 보지만 루이16세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생 클루 궁으로의 피서가 차단당하자 마침내 결행일은 6월 20일로 정해진다. 그들은 무사히 파리를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루이16세는 도중에 페르센을 일행에서 내치고 만다. 그리고 속도를 늦추지 말고 마차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페르센의 당부를 어긴다. 목적지인 몽메디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 페르센이 마련해 둔 역참에서 마차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들판에서 휴식을 취하며 피크닉을 하자는 등 전혀 도망가는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다. 결국 그들이 몽메디를 목전에 둔 바렌에 도착했을 때는 페르센이 맞춰놓은 일정보다 무려 다섯 시간이나 늦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보호할 군대와도 합류하지 못하고 라파예트 장군의 전령에 의해 발각되고 만다. 번역자도 번역 후기에 쓰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라곤 루이16세의 머리를 한 대 세게 쳐서 화풀이를 하던가 혹은 명치를 세게 쳐서 기절시켜 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그가 기절해 있으면 함께 있던 여자들은 최대한 빨리 목적지를 향했을 테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11시 12분 빌메종에 도착─루이는 분 단위로 기록을 했다. 앞서 말한 대로 오늘날의 시계로 보자면 정오를 막 지난 시각이다. 기온이 높아질 참이다. 마차를 타고 움직이느라 안 그래도 피곤한 와중에 더위에 의한 체력 소모도 더해질 지경이다. 루이는 또 20분간 쉬자고 하고는, 용변을 보기 위해 왕태자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왕태자가 마차 안에서 소변을 볼 때는 루이가 손수 돼지의 방광을 잡아주었다). 마부 역할을 맡았던 무스티에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마차에서 내린 것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쉬도록' 해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여성들이 속옷을 갈아입거나 하는 막간의 휴식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도중에 얼마든지 마차를 멈추고 쉴 수도 있었을 텐데 부러 사람들의 눈이 많은 역참에서 왕이 얼굴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왕태자는 소녀의 행색이었다. 완전히 해이해져서 위험할 정도로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도 발각되지 않자 자신이 생긴 루이는 더욱 대담하게 굴었다. 한 시간 뒤 역참에서 루이는 또 마차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왕비가 내리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오후 0시 42분, 프로망티에르에 도착해서, 오가는 사람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는 풍년이 될 거라는 말도 들었다.' (루이의 메모) (p. 155) 그해 풍년이 들었기에 루이16세는 분노에 찼던 백성들의 마음이 누그러져 다시 바르세유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인이 신성을 이어받은 왕임을 밝히면 백성들도 경의를 표하게 될 거라고 단순히 믿었다. 탈출 계획을 계속해서 미룬 거나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으로 보면 우유부단한 데다 생각까지 짧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탈출하는 도중에 페르센을 떨쳐내고 안일하게 모습을 드러내거나 휴식을 취한 것을 보아도 답답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결국 그가 세 번이나 계획을 연기한 전력이 있는 데다 일정에 비해 무려 다섯시간이 늦어지자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역참마다 대기하던 군인들은 또다시 계획이 미뤄졌다고 판단하고는 해산하고 만다. 거짓말을 한 양치기 소년이 맞이한 결과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한 나라의 왕이 아니라 평범한 백성으로 태어났다면 더욱 좋았을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 그의 인생도 안타깝다. 물론 그의 멍청한 행동과 판단으로 인해 가족이 맞이한 파국을 보면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인물이지만. 루이16세가 계획을 모두 세운 자신의 연인 페르센을 물리치거나, 급박한 상황인데도 자꾸 시간을 끌 때, 정체가 발각된 바렌에서의 마지막 탈출 기회를 무너뜨렸을 때도 앙투아네트는 그를 설득하다가 곧 얌전히 그의 말을 따른다. 한 나라의 왕비이자 국왕의 아내다운 강인하고 믿음직스런 태도이다. 또 가족들이 시간차를 두고 튈르리 궁을 나오면서는 앙투아네트가 용기 있게 마지막으로 나가기로 한다. 게다가 도주 계획 가운데 자신과 왕태자만 도주하는 계획은 그녀가 반대했다고 한다. 왕과 왕태자만 도주한다면 그들은 살 수 있지만 자신은 죽게 될 테니 차라리 왕과 왕태자가 도주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분명 이 탈출 계획에서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루이16세에 비해 강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모든 걸 왕비의 탓으로 돌렸다. 국고가 텅 비게 된 것은 사치스러운 왕비의 탓, 궁정의 풍기가 문란한 것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상대한다는 색정광인 왕비의 탓, 국제관계가 악화된 것도 모국 오스트리아를 편드는 왕비의 탓이었다. 후사가 좀처럼 태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 왕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까지, 왕비가 좋지 못한 의견을 불어넣어 왕을 어지럽히기 때문이었다. 왕비는 무죄라고 증명된 '목걸이 사건'도 실은 보석광인 왕비가 꾸민 일로, 식물은 아직 그녀가 갖고 있는 게 틀림없다. 모든 재액은 전부, 그 '머리 빈' '오스트리아의 암캐' 앙투아네트에게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중략) 필연적으로 왕비가 대역이 되었다. 어느 시대가 되었건 남자보다 여자에 대한 반감이 과격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앙투아네트는 특히 안성맞춤이었다. 과거에 적국이었던 오스트리아 출신이고, 궁정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눈에 띄고, 오만하고 드센데다, 놀기 좋아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만 등용했다(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의 걱정은 모조리 적중했다). 적의 입장에서 보면 앙투아네트에 대한 증오를 부채질하여 집중 공격하는 쪽이 왕정의 한 귀퉁이를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p. 111) 책을 읽다 보니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말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염려한 앙투아네트의 성격이 그렇잖아도 반감이 높은 프랑스 백성들 사이에 더욱 부정적인 소문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루이16세의 우유부단한 성격은 수많은 기회를 계속해서 차낸 끝에 자신과 가족들의 운명을 단두대의 밑으로 몰아넣고 만 것이다. 보통은 단두대 밑쪽에 턱을 대고 땅바닥을 본 채로 처형되는데, 앙투아네트는 어찌나 미움을 받았는지 죽는 순간까지 공포심을 느끼도록 위에 달린 칼날을 바라보는 자세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연했다고 하니 왕가의 핏줄, 왕비라는 위치가 주는 긍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이 책은 튈르리 궁에서 탈출계획 상의 바렌에 이르기까지의 경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 이전의 그들의 삶은 볼 수 없다. 머잖아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어린 나이에 홀로 낯선 곳에 오게 된 소녀의 운명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읽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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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 한, 한 왕비가 있다. 사치스럽고, 그녀의 정치관이 맘에 들지 않았던 국민들은 무능한 왕은 눈 감아 줄 수 있었어도, 그 무능한 왕의 아내는 절대 가만둘 수 없었다. 왕의 잘못조차 모두 왕비 탓으로 여긴 국민들은 결국 그녀를 단두대에 끌어 올렸다. 물론, 왕비가 너무 국민의 어려움에대해 무관심했던 것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버려서 그녀가 잘못한 일이 아닌 목걸이 사건조차 아무도 믿지 못하고 여전히 그녀의 잘못이라 여긴 국민들이었다. 너무 왕비의 삶에만 치중하다보니, 왕비의 책임에 대해서는 무신경했던 고귀하게만 살고자 했던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결국 프랑스를 도망치기로 결심하고만다. 베르사이유에서도 쫓겨나, 감시 아래의 궁핍한 삶을 살게 된 튈르리 궁에서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페르센의 도움으로 국경을 넘어 망명을 시도하는 운명의 그 밤을 맞이 하게 된다. 오로지 철저히 페르센의 작전 지휘 아래 이루어진 탈출의 그 밤, 아내의 애인에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이 탈출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루이는 결국 궁을 빠져나오자 페르센의 인도를 받기를 거부하고 만다. 국경까지 무사히 가기 위해서는 아직 수많은 길이 남아 있었음에도 루이는 돌발상황에도 자신있다며 페르센을 보내버리고 만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센, 그들의 사랑은 몇 십 년을 쌓아온 견고한 사랑이었나 보다. 한 여인을 위해 목숨조차 두렵지 않게 버릴 각오를 하고 있던 페르센은 위험천만한 왕과 왕비의 탈출을 주도하게 하게 되니 말이다. 또한 그 만만찮은 비용조차 사비를 들여 이루어내고 있었음에도 그 루이는 페르센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물론 왕에대한 충심이 아니라 왕비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였지만.... 페르센이 있어야 했다. 그가 끝까지 왕과 왕비의 탈출을 마무리했어야 했다. 어리석고 무능하기짝이 없는 루이, 자신있다고 말만 크게 소리쳐댄 루이는 결국 그 자신의 탓으로 단두대의 이슬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절대 마차에서 나오지 말며, 쉬지 않고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페르센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쉬엄쉬엄 탈출을 하며, 마차에서 나와 얼굴을 드러내는 바람에 왕을 알아본 역장에 의해 왕과 왕비의 탈출이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약속시간보다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이 모두 철수하게 만든 조심성 없고 어리석은 루이때문에 왕과 왕비의 가족들이 감행한 이 탈출은 무산되고 결국 왕과 왕비가 단두대의 이슬이 되는 역사를 맞이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역사의 한 순간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16세의 망명을 시도하며 프랑스를 탈출하려 했던 그 급박한 순간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탈출은 이미 정해진 운명 앞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탈출의 날짜를 몇 번이나 연기하면서 이루어진 운명의 날이었지만, 그들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역사의 심판 앞에 어찌 그들이 탈출을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나라가 어찌되든 말든 정치에 상관 없이 사냥이나 열쇠 만드는 일에만 치중했던 무능한 왕과 국고를 바닥낼 정도로 낭비벽이 심했던 그래서 국민들이 배를 곪고 있던 말든 상관하지 않았던 왕비의 최후는 이 운명의 날에 정해지고 말았고, 이 책을 통해 그 역사의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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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는 내게 있어 언제나 신비한 존재였다. 세계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이자 비운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 참으로 가련한 여인으로 뒷날 숱한 이야깃거리도 많이 남기었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고 귀족들이 모두 외국으로 망명하던 그 시기에 루이 16세 일가의 파리 탈출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기술되어 있다. 결과는 이미 역사적으로 나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탈출 과정에서부터 붙잡히기까지의 이야기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천신만고 끝에 바렌까지 와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그들의 운명이 무척 애처롭게 느껴지는 한편, 고집 세고 바보스럽기까지 한 루이 16세가 너무나 밉고 분통을 터지게 만들었다.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왕비까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 버리게 한 무능함이 어떠한 말로도 변호할 수 없을 정도다. 인간적으로 본다면야 순수하고 착한 그였지만 그 유약함이 결국 비운의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이 책은 재미와 함께 내게 역사적 지식도 많이 알려주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루이 일가의 탈출 사건이 너무나 명료하게 각인되어서 누군가와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생긴다면 책에서 얻은 지식을 쏟아낼 자신감에 마음마저 뿌듯해진다. 놀라웠던 것은 그 당시 프랑스 국민의 삶이 그 정도로 피폐할지는 알지 못했다. 프랑스라고 하면 문화와 예술의 나라여서 귀족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어느 정도의 수준 있는 생활을 영위할 줄 알았는데 책에서 묘사된 그들의 삶은 거의 걸인과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의복이라든가 음식 등이 부족해서 행색이 남루한 것은 물론이고, 위생과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 온갖 질병에 빠른 노화 등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강도 높은 부역으로 인해 그야말로 인생의 즐거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생활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바로 이런 대다수 국민들의 궁지에 몰린 삶과도 같은 불만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으니 한 번 붙은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고 절대왕정의 붕괴까지 가져 온 것이 아니겠는가. 왕족과 귀족들이 국민들의 이런 속사정을 좀 더 헤아릴 줄 알았더라면 그런 비참한 최후는 맞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기만 하다. 루이 일가가 도주하는 과정을 보면서 답답하다 못해 체념이라는 마음을 먹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그들은 왜 도망이라는 그 단순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그 와중에도 체면과 여유를 부린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오로지 도망에만 온 힘과 정신을 집중하여 달렸더라면 그들은 충분히 위험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망각한 나머지 결국은 시간이 지체되어 잡혀버리고 만 것이 아니겠는가. 나도 처음에는 그들의 도주에 응원을 보내며 마음을 졸였지만 그들의 이해 못할 행동을 보면서 그 응원의 끈을 놓아버렸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혁명의 바람이 불던 프랑스에서 그들과 함께 달려보니 그 때의 긴박함을 실제로 느끼는듯했다.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연약하고 철없는 여인이 아닌 강인하고 속이 깊은 여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모진 운명 때문에 적국인 프랑스에 시집와서 슬픈 최후를 맞이한 그 가련한 여인에 대한 연민의 정 또한 더욱 깊어만 간다. 재미있는 역사의 한 부분을 이야기로 접해 본 이 시간이 매우 뜻 깊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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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완벽하게 구성된 한 편의 소설, 혹은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바렌 도주 사건_1791년 6월 20일 밤, 왕의 가족이 파리의 튈르리 궁을 탈출하여 프랑스 북동부 국경 부근의 몽메디로 가던 도중 작은 시골 마을 바렌에서 혁명파에게 붙잡힌 사건_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낸 이 작품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했음에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나의 눈을 마지막까지 잡아끌었다. 글의 분위기는 대체로 여성적이고 부드러우면서 섬세한 느낌을 주지만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그 흐름 속에서 프랑스 혁명기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내용, 관련 인물들의 특성과 관계 등을 간결하면서 입체적으로 설명하여 사건을 바라보는 눈을 확장해준다. 02. 이미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접한 뒤였기에 이 작품은 마리 앙투아네트보다는 루이 16세와 페르센, 매우 대조적인 이 두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고 읽을 수 있었다. (츠바이크의 작품만큼 한 인물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 아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망자와 추격자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 못지않게 루이 16세와 페르센의 대비가 보여주는 그것 또한 상당하다. 그들 사이엔 앙투아네트라는 갈등이 존재하고 있었다. 앙투아네트의 연인이었던 스웨덴의 귀족 페르센은 이 도주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한 인물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앙투아네트에 대한 사랑이었고, 프랑스 왕비로서의 그녀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였으리라. 이야기는 19년이 지난 후 페르센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사랑뿐만 아니라 비극적 운명까지 그들을 관통하고 있음이 그때부터 느껴졌다. "애초에 페르센은 자신의 영예나 이익을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앙투아네트를 위해, 그녀를 프랑스의 비천한 무리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선이라 믿는 길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녀의 생명이 걸려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뭐하러 이처럼 뭔가에 홀린 듯이 움직이고 있겠는가." p. 102 마리 앙투아네트의 남편이자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는 이 도주가 실패하게
된 주된 원인_계획을 벗어난 지나친 시간의 지체를 불러온 장본인이다. 그의 우유부단함, 고집스러움, 지나친 낙관주의는 좁은 범위에서 도주의
실패라는 결말을 가져왔고, 이후 단두대에서의 죽음과 왕정의 붕괴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루이 16세의 이러한 성향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일들은 아닐 것이기에,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으리라. 그가 이렇게 했더라면… 끝없는 아쉬움을 남게 하는
인물이다.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지만 어딘지 현실감을 결여한 방심, 근거 없는 낙관, 그리고 거듭 결단을 미루었던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녀까지 단두대로 끌려갈 날을 기다리는 처지로 만들어버렸다." p.305 03.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혁명기를 거치면서 사치스럽고 방탕한
왕비에서 가족의 안위가 최우선인 강한 정신력을 소유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혁명은 그녀를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들었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가진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인지하게 되었다. 궁지에 몰렸을때 비로소 나타나는 인간의 진면목.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와 페르센의 운명을 비극으로 결정지은 24시간의 짧은 사건속에는 이들의 진짜 모습이 함축되어 있다. "왕비는 폐위당한 것과 마찬가지 처지가 되어 비로소 진정한 왕비가 되었다. 내몰리고 절망하고, 그럴수록 더욱 왕권을 위해 싸우려는 결의를 다지고, 아이를 지키는 강한 어머니로서, 사랑에 설레는 여성으로서, 마음과 정신에, 몇 겹이나 되는 미묘한 뉘앙스의 주름을 겹쳐, 깊은 매력을 자아내고 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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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왕을 섬기며 살아온 프랑스인들에게는 국가재정파탄과 피폐해진 삶에 대한 화살을 왕에게 돌릴 수 없었다. 그래서 적국에서 시집온 거기다 화려하고 섬세한 그래서 일장춘몽 같은 로코코문화의 정점에 서있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분노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그녀가 자초한 면도 많지만, 실제로 그녀의 이미지를 더욱 저속하게 만들고자 하는 조작이 계속 이루어졌고, 그녀 역시 일정부분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희생양의 역할에 순응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상사에 기민하지 못했고, 철이 들지 않았던 것이 그녀의 잘못이 아닐까 하던…… 이번에 읽은 <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은 1791년 6월 20일 프랑스 왕실 도주사건을 한편의 소설처럼 다루고 있다. 그녀가 '불행해지고 나서야 비로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꽤나 의연한 모습과 부르봉 왕비로서의 긍지를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루이 16세의 요즘 같았으면 결정장애가 아니냐는 소리를 충분히 들었을 법한 우유부단함과 국부인 자신에 대한 사랑과 왕권에 대한 민중의 경의가 계속되리라는 착각은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이 모든 탈출작전을 총괄한 것은 마리 앙투와네트의 연인 페르센이었다. 그는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1200억원정도의 돈을 모아 작전을 세밀하고 빈틈없이 계획했지만, 루이 16세는 그 모든 것을 망치기에 충분한 인물이었다. 의지가 강해야 운도 따른다고 했던가? 정략결혼으로 각자 애인을 갖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로코코시대지만, 루이 16세가 페르센에게 보인 자세는 분명 ‘질투’였다. 하기사 자신의 부인의 정인에게 자신의 가족의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미리 페르센에게 언질을 주었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작전은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루이 16세의 밑도 끝도 없는 낙관주의는 그들의 도주를 납치로 정의한 라파예트의 묘수는 결국 모든 것을 파탄으로 이끌게 된다. 사실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이들의 도주가 실패로 끝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결론을 알고 읽어나가고 있었음에도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되고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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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인물이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철부지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다소 자유분방하고 감성이 여린 사람으로 나오는데, 아마도 이건 대(大)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태어나서 아버지인 프란츠 슈테판의 영향을 받아 구김살 없이 자유로운 시절을 보냈던 것이 프랑스 왕가에서 살게 되면서 서로 맞지 않았던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한 나라의 왕비에서 처형되기까지 너무나 극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에 대해서는 후대에는 마치 세상 물정을 모르고 냉정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가 먹을 것이 없어하는 사람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일화(라고 알려진)만 봐도 그녀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런 그녀에 대해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와 왕가 사람들이 혁명을 피해서 달아났던 단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그녀가 어딘가로 도망쳤다가 정체가 발각되어서 결국 다시 잡혀와서 처형되었다고는 알고 있지만 도주 과정이나 잡히게 된 상황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도주와 발각, 그리고 처형으로 이러지는 커다란 맥락만 알아왔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바로 그 하루를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비록 단 하루, 24시간을 담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극적인 사건이기에 참으로 오랜 시간을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때는 1791년 6월 20일 늦은 밤 한 마차가 여섯 사람을 태우고 파리에 있는 튈르리 궁에서 빠져나갔는데, 처음 알려지기로 이 마차는 러시아의 귀족인 코르프 남작부인의 마차이며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속에 변장을 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페르센 백작을 포함한 16세 일가가 탈출을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실로 엄청나게 위험한 순간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도주 사건은 시골마을인 바렌에서 발각되고 결국 파리로 잡혀오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바렌 도주 사건’인 것이다. 책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마치 파노라마로 보여주듯 그녀와 그녀가 겪은 일들을 그려 놓은 그림을 싣고 있는데, 그속을 보면 루이 16세 일가가 잡히는 순간이 그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도주 루트에서부터 도주의 목적지(오스트리아령 벨기에에 가까운 요새 몽메디가 거점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혁명 당시의 파리 지도, 등장인물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먼저 이 부분을 이해 한 다음 읽는다면 ‘바렌 도주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기억하고 좋아했던 사람이나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싶어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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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로의 탈출을 노리다가 루이 16세 일가가 바렌에서 잡힌 사건은 프랑스 대혁명의 향방을 비꿔 놓았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은 여전히 왕실에 우호적인 여론을 유지하는 축도 있었으나(p111), 이 사건을 계기로 부르봉 왕실은 혁명과 국가의 적이라는 쪽으로 바람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왕실을 위해서나 역사의 온건한 진행을 위해서나 이 사건은 대단히 비극이었음이 틀림없는데요. 과연 그 운명의 2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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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의 신작이 하나 번역이 되어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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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의 장미를 정말 재미나게 봤었다. 그런데 그 만화속에 등장했던 왕비와는 전혀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를 알게 되었을때 그 허망함이란. 어찌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너무 편협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너무 무심했던 것이다. 한나라의 왕비라면 적어도 그 나라의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알려 노력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너무 부족함 없이 자랐기에, 그리고 그냥 마땅히 왕비로서의 삶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궁밖의 사람들의 원성을 들으려고도,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았던것이 화를 불러온것이다. 루이16세와 마리앙투아네트는 그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비운의 왕족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들이 그 긴박한 상황속에서 도주를 시도했고, 어찌보면 성공했을수도 있었다라는 단하루의 시나리오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운명적인 날 궁을 빠져나가는 마차가 있었다. 그 안에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싣고 목숨을 걸고 마부 역할을 자처한 페르센 백작. 마리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으면 그 엄청난 탈출을 기획했고, 엄청난 사비를 들여가면서까지 그녀를 구하려 애썼을까. 루이 16세가 끝까지 페르센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어설픈 내가 왕이로소이다라는 장담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쩜 대세는 역적될수도, 아니... 적어도 반전의 기회를 노려볼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스트리아 황실의 공주로 태어났던 그녀가 나라의 운명때문에 다른나라의 왕비가 되어야 했고, 그 나라의 정서를 몰랐기에, 우유부단한 남편을 두었기에 그의 잘못도 모두 그녀의 잘못으로 치부되어야 했던 어찌보면 비운해질수밖에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선입견이 무섭다라는 것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과 행동에 대해 누명을 뒤집어써야 했고, 그래서 결코 남에게 이해받을수 없었다. 왕족들을 보면 아주 어렸을때부터 왕족다운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끔 교육을 수없이 받는다는데, 루이 16세는 왜 그렇게도 우유부단했던것일까. 조금만 결정력이 있었더라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 운명의 밤만이라도 오롯이 페르센을 믿어주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