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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서고의 고요 속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시집, <와온의 저녁>
"보존서고의 고요 속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시집, <와온의 저녁>" 내용보기
유재영 시인의 <달항아리 어머니>를 먼저 접하고 깊은 울림을 받았던 터라, 시인의 다른 시집이 궁금해 도서관 보존서고에 잠들어 있던 <와온의 저녁>을 꺼내어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너무나 깨끗한 주홍빛 표지를 마주했을 때, 이렇게 아름다운 시집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시집을 채우고 있는 문장들은 그야말로 자연의 온기로 가득
"보존서고의 고요 속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시집, <와온의 저녁>" 내용보기

유재영 시인의 <달항아리 어머니>를 먼저 접하고 깊은 울림을 받았던 터라, 시인의 다른 시집이 궁금해 도서관 보존서고에 잠들어 있던 <와온의 저녁>을 꺼내어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너무나 깨끗한 주홍빛 표지를 마주했을 때, 이렇게 아름다운 시집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시집을 채우고 있는 문장들은 그야말로 자연의 온기로 가득합니다. 시인의 말처럼 곤충과 식물, 이 땅의 햇빛과 바람, 물소리가 시의 피와 살이 되어 흐릅니다.

특히 1부부터 3부까지 이어지는 짧은 산문시들은 한번 읽고 휙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절제되고 벼려진 문장 속에 깊은 여운이 담겨 있어, 입안에 오래 머금고 곱씹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 "누가 나에게 우리나라 가을을 실제 크기로 그리라고 한다면 나는 항아리에 물을 붓고 기다리겠습니다 저 푸른 하늘이 다 잠길 때까지." (물로 그린 그림)

  • "녹두만한 심장을 할딱이며 청개구리가 갈댓잎으로 뛰어오르자 허공이 반쯤 휘어집니다" (하늘호수)

  • "젊은 쇠똥구리 부부가 온 힘을 다하여 굴리며 갑니다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태안반도 물살들이 움찔움찔 물러납니다" (쇠똥구리는 힘이 세다)

유재영 시인의 시 세계에서는 작디작은 미물 하나가 기척을 내면 온 우주가 들썩입니다. 자벌레 한 마리가 고개를 들 때 나뭇잎이 떨어지며 가을이라는 천수경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세상의 모든 보잘것없는 존재조차 이 거대한 우주와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밭은 숨을 쉬는 날, 혹은 스스로가 보잘것없게 느껴질 때 이 시집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긴 한숨이나 작은 웃음소리조차 지구 어느 한곳을 살짝 건드리는 다정한 떨림이 될 수 있다는 경건한 위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지친 하루 끝 머리맡에 두고 오래도록 꺼내 읽고 싶은 소중한 시집입니다.

s****1 2026.08.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