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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시대 한 중류 귀족 여성의 인생 회고록
"헤이안 시대 한 중류 귀족 여성의 인생 회고록" 내용보기
사라시나 일기/다카스에의 딸/전순분, 김효숙/지만지/2012글이 남을 만한 집안의 사람이 쓴 글이라 남는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 남는 법. 이 책을 쓴 이는 스가와라노 다카스에의 딸로 그 어머니는 바로 청령 일기의 저자와 이복 자매 간 이라고. 말하자면 청령일기 쓴 이의 조카 뻘 되는 사람이다. 중류 귀족 계급으로 9-10세 무렵 아버지가 지방관으로 임관
"헤이안 시대 한 중류 귀족 여성의 인생 회고록" 내용보기
사라시나 일기/다카스에의 딸/전순분, 김효숙/지만지/2012
글이 남을 만한 집안의 사람이 쓴 글이라 남는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 남는 법. 이 책을 쓴 이는 스가와라노 다카스에의 딸로 그 어머니는 바로 청령 일기의 저자와 이복 자매 간 이라고. 말하자면 청령일기 쓴 이의 조카 뻘 되는 사람이다. 
중류 귀족 계급으로 9-10세 무렵 아버지가 지방관으로 임관된 동부 가즈사에 다른 식구들과 함께 내려갔다가 따분한 시골 생활을 보내고 13세가 되어 다시 헤이안 교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내려 갈 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지라 뭘 잘 몰랐을 듯 하나, 가즈사에서 새어머니(아버지의 다른 부인)의 소개로 모노가타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탐독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여러 명승고적을 직접 보고 감회를 서술하고 있는데 절에 참배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긴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던 시기에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이 충만한 소녀가 쓴 글이라 그런지 문장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헤이안 교에 돌아와서도 모노가타리에 빠져서 지내지만 정답게 지내던 유모가 세상을 뜨고, 동복 언니가 아이를 낳고 사망하고, 자신이 열심히 서체의 본을 받으려 했던 고관대작의 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돈독하게 지내던 새어머니가 떠나기도 하는 등 여러 일을 겪기도 한다. 모노가타리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지 못했던 탓인지 결혼은 하지 않고 조카를 돌보고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등 지내다가 노년에 이른 부모님이 걱정이 되어서 인지 결국 비슷한 신분의 중류 귀족의 후처로 시집을 보낸다. 
이로서 저자의 꿈에 가득한 인생은 끝이 나고 현실적인 삶을 마주하게 되는데, 남편이라는 자가 풍류라고는 전혀 모르는 남자였던 것. 그러나 비록 만족스러운 신랑은 아니었다 해도 저자의 글 속에 어쩌다 등장하는 남편은 비교적 관대한 인품으로 보이며 저자 역시 아이들을 키우고, 언니 대신 키운 조카를 출사시키고, 본인도 파트 타임으로 여방으로 조정에서 일을 하기도 하는 등 무난한 장년기를 보낸다. 저자의 말대로 모노가타리 따위는 신경 쓸 시간도 없는 시간이었던 것. 그럼에도 여방으로서 열심히 일을 하지는 않았고 참배도 한참 뒤에서나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은 뜻밖에도 남편의 죽음이었는데, 경제적 안정을 주었고 부인이 무엇을 한다해도 그리 타박하지 않았던 이가 그렇게 죽고 나니 그렇게 삶이 허망할 수가 없었던 것. 젊은 시절 모노가타리에 빠진 채 현실에 천착하여 열심히 살지도 그렇다고 내세에 공덕을 쌓기 위해 참배를 열심히 하지도 않은 채 노년을 맞이한 것을 후회하면서 앞으로는 아미타불을 따르리라 하면서 끝을 맺는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열 셋 어린 나이에 그런 진귀한 구경을 하고, 그 당시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을 모노가타리를 여러 권 읽은 여성이 평범한 삶을 꿈꾸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더구나 철없이 지냈다 해도 조카들을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고 서른 셋 만혼에 아이들을 낳아 키운 인생이 게으르게 산 것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청령일기를 쓴 이는 남편의 작위가 점점 올라 하늘까지 치솟아 가는데 자신은 초라해 지는 듯 한 느낌을 가졌지만, 저자는 그런 일도 없었으며 특별히 다른 부인들에 대한 언급도 없이 자신이 살아 온 것데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실은 상당히 성숙한 이가 아닌가 싶기도.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진심 저자가 성불했기를 기원하게 되더라는. 
r*******n 2025.07.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