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발난 상상력과 탄복할만한 재치로 여동생 롤라의 편식습관을 완벽하게 제압해 버렸던 찰리의 여동생 편식완전정복기,《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를 기억하십니까. 그 책에서 롤라는 당근을 일컬으며 토끼나 먹는 거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당근은 토끼가 먹는 것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 당근을 싫어하는 토끼씨가 있습니다. 토끼가 당근을 싫어하다니, 좀 생뚱스럽긴 하지만 이해 못 할 경우는 아니죠. 저 역시 하루 삼 세끼 밥 먹는 게 지겨울 때도 있으니깐요. 밥 먹는 게 지겨워진 인간이라면 4분 30초의 혁명, 라면을 끓여먹거나 햄버거류의 기타 대체식품들로 끼니를 대체할 테지만 토끼씨의 주방엔 당근 밖에 없었나 봅니다. 입 맛이 떨어진 토끼씨는 다른 친구들은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해 길을 떠나고 여로(旅路) 속에서 많은 동물 친구들을 만납니다. 파리를 먹는 개구리와 지렁이를 잡아 먹는 새 앞에서 예의없게 우웩거리고, 벌레를 먹고 사는 물고기와 잡식성 돼지 앞에서 시큰둥해 하는 토끼씨. 노란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원숭이를 부러워하고 고래가 먹고 산다는 플랑크톤을 궁금해하던 토끼씨는 붉은 여우에게도 물어봅니다. "저는 당신이 뭘 먹고 사는 지 궁금해요." 토끼씨의 순진한 말투에 능글맞은 미소로 답하는 여우의 한 마디. "난 토끼 먹고 살아." 아, 저는 두 눈을 감고 싶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굳이 넘기지 않아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주인공인 토끼씨는 아마도 어른토끼가 아닐 듯 싶습니다. 제 생각으론 엄마 토끼 몰래 집을 빠져나온 아기 토끼인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야 세상의 어느 토끼가 저리도 여우 앞에서 당당할 수가 있겠습니까. 각설하고, 저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토끼씨가 만일 여우에 의해 유명(遺命)을 달리했다면 슬프긴 하나 그 또한 거대한 자연생태계의 법칙인 것을, 순응할 수 밖에 없죠. 그러나 토끼씨는 나의 얄팍한 동정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우의 날카로운 발톱에서 벗어나 무사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정말 다행이예요. 한 가지 가슴 아픈 일이라면 토끼씨의 길쭉한 두 귀는 무사하지 못했다는 것, 여우에게 물어뜯기고 말았답니다. 목숨을 건져서 다행이긴 하나 토끼씨, 얼마나 두려울까요. 깊은 상심에 빠져서 울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된 저는 서둘러 다음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요. 토끼씨는 큰 솥 한 가득 당근 죽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당근죽을 먹으면 없어진 토끼 귀가 다시 자란다면서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상기된 얼굴로 당근 죽이 아주 맛있다고 하는군요. 토끼학계에 보고된, 검증된 자료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역시 하루빨리 토끼씨의 귀가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토끼씨 !! .......................................................................................................................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로렌 차일드의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와 같이 아이들의 편식타파기를 다룬 그림책이긴 하나 견줄만한 수준은 아닌 듯 싶습니다. 유명한 작가이긴 하나 추천하고 싶은 도움도서도 아니라는 개인적 생각. 여우에게 두 귀가 물어뜯기는 장면이 삽입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당근죽을 끓이던 모습에서 보여진 토끼의 남겨진 귀 부분은 너무 섬뜩해서 과연 작가가 몇 세 아이들의 편식습관을 염두하고 작업을 했는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귀의 끝부분만 살짝 뜯겨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다양한 동물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쉽게 인지시켜 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던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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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부종의 <맛있게 드세요! 토끼씨>입니다, 당근을 접시에 둔 토끼의 모습을 보고 먹기 싫어 투정을 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토끼 씨는 매일 먹는 당근이 이제 싫어졌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뭘 먹고 사나 보러 집을 나선답니다. 당근 말고 다른 걸 먹고 싶었던 토끼예요.
토끼 씨가 처음 만난 동물은 개구리입니다. 개구리에게 "넌 뭐 먹고 사니?"라고 물으니 개구리는 파리를 먹고 산다고 말해요. 토끼가 파리가 먹고 싶지는 않겠죠? 그래서 다른 동물을 만나러 간 토끼. 이번에는 새를 만난답니다. 새에게 또 물어요 "넌 뭐 먹고 사니?" 새는 지렁이를 먹고 산다고 말하네요, 지렁이 역시 토끼는 먹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으로 만난 동물은 물고기였답니다. 물고기에게 "넌 뭐 먹고 사니?"라고 물으니 벌레를 먹고 사네요. 토끼 씨는 "난 그런 거 안 먹는데."라고 말해요. 돼지는 토끼에게 아무 거나 막 먹는다고 말하고 그런 돼지에게 자신은 먹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는 토끼. 물 속에 사는 고래는 플랑크톤을 먹는다고 하는데 토끼는 플랑크톤이 뭔지도 모르는 것이었어요.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고 산다고 하는데 토끼의 집 마당에는 바나나 나무가 없네요.
그런데 토끼 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동물은 여우였어요. 다른 동물들에게 물었던 것처럼 토끼는 여우에게 "넌 뭐 먹고 사니?"라고 물으니 여우는 "난 토끼 먹고살아."라고 말했어요. 놀란 토끼는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여우를 피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귀가 조금 잘라 먹혔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잔혹하게도 느껴졌어요. 어쩌면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덜 잔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도 같은 느낌. 여우에게 두 귀를 조금 잘라먹힌 토끼의 귀는 기다란 모습이 아니라 잘린 모습 그대로예요. 그리고 당근이 먹기 싫어 다른 동물들이 무엇을 먹나 알아보러 갔던 토끼는 당근을 먹으면 귀가 다시 자란다고 해서 먹기 싫었던 당근으로 당근죽을 끓여요. 자신이 싫어했던 당근, 여우에게 잘린 귀를 다시 자라게 하기 위해 먹은 당근이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아 당근을 싫어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랍니다.
편식을 하고 음식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 같지만, 다소 결말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그런 책이네요. 먹는 것의 즐거움으로 편식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무서운 방식 접근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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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Boujon 글/그림, 원제 [Bon appetit! Monsieur Lapin (1985)]. 리뷰를 통해 토끼가 편식을 하지 않게 되는 교훈적 내용이라는 걸 알고 선물용으로 구입한 책이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보고 나서는 선물을 할 수가 없었다.
당근이 싫어진 토끼씨는 친구들은 무엇을 먹는 지 보러 집을 나서서 물어 보며 돌아다니는데 마지막으로 여우에게 물어 보니 여우는 "난 토끼 먹고 살아."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여우가 토끼를 잡아 먹으려다 귀를 뜯어 먹고 만다. 여기까지도 텍스트만 보면 "겨우 귀만 조금 잘라 먹었을 뿐이에요."라고 표현해 문제될 것은 없을 듯하다. 그리고 나서 다음 장을 펼치면 귀 끝만 조금 잘린 모습을 기대한 것과는 달리 두 귀가 왕창 뜯겨져 뿌리부분만 남은 토끼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귀가 다시 자라려면 당근죽이 좋다며 죽을 끓이는 모습이 나오고 마지막 장에서는 씩 웃으며 당근죽도 먹어 보니 맛있었다고 말한다.
모두들 좋다는 동화책이건만 여기서 엄청난 폭력성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책을 읽는 아이에게 '그러니 주는 것 먹어!'라고 겁을 주는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군다나 남의 애에게 선물할 수 있었겠는가.) 마지막 장에서 어색하게 씩 웃는 토끼의 모습에서는 복잡한 심리상태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림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즉 토끼 귀가 살짝만 잘려 나가는 설정이었더라면 '휴, 십년 감수했군.'하는 토끼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며 함께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처량한 모습에는 결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인상깊은구절] 토끼 씨는 이제 당근이 싫어졌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뭘 먹고 사나 보러 집을 나섰지요. 토끼 씨가 개구리에게 물었어요. "넌 뭘 먹고 사니?" 개구리가 대답했어요. "난 파리를 먹고 살아." 토끼 씨는 "에이!"하고 말았지요. 토끼 씨가 여우에게 물었어요. "넌 뭘 먹고 나니?" 여우가 대답했어요. "난 토끼 먹고 살아." 토끼 씨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으악, 토끼 살려!" 여우는 달려 들어 토끼 씨를 잡아먹으려 했지요. 하지만 겨우 귀를 조금 잘라 먹었을 뿐이에요. 토끼 씨는 벌벌 떨면서 얼른 자기 집으로 돌아갔어요. 당근을 먹으면 토끼 귀가 다시 자란다고 해서, 토끼 씨는 큰 솥 하나 가득 당근죽을 끓였어요.먹어 보니 아주 맛이 좋았어요. 맛있게 드세요! 토끼 씨. |
| 아이를 데리고 공원을 나가보면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데리고 온 강아지와 애완토끼 등을 열심히 따라다니다가 결국 강아지나 토끼처럼 네발로 뛰어다니곤 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토끼나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소리를 내고 흉내를 내곤 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자기가 토끼에게 풀을 뜯어 먹인 것 처럼 생전 먹지도 않던 야채도 먹고 당근도 맛있게 먹기도 합니다. 엄마, 토끼는 당근을 잘 먹지요! 하면서 말입니다. 그 말은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토끼는 당근을 먹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우 간결하고 반복적인 구성이 재미난 그림책입니다. 토끼말고도 초식동물들이 등장해서 각기 서로 다른 식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반복 되는데 그런 점은 매우 교육적인 면인 것 같습니다. 편식을 하는 아이들에게 교훈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
| 동화책을 읽어주는 주된 이유는 내 아이가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거기에 더해서 나쁜 습관까지 고칠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저 역시 음흉한 의도(?)를 품고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었습니다. 내용은 매일 먹는 당근이 지겨워진 토끼가 다른 친구들이 뭘 먹나 알아보다가 여우에게 귀를 뜯기고 돌아와 결국 당근을 왕창 먹는다는 아주아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다소 거칠고 성의없어 보이는 그림이 선뜻 책을 선택할 수 없게 했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그린 그림을 자신이 그린 그림처럼 동일시하고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단순하게 그 특징을 잡아 표현된 나머지 동물들도 귀엽구요. "넌 뭐 먹고사니?" 라는 구절이 계속 반복되면서 여러 동물들의 먹이가 소개되고 결국은 위험한 여우가 등장하면서 절정을 맞게 됩니다. 매일 식사할 때마다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녀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아이를 키우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아이에게 이 책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토끼와 자신을 비교하게 하였더니 조금은 효과가 있더군요. 물론 습관이 하루 아침에 고쳐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 토끼는 당근을 안먹어서 여우가 귀를 잡아먹었고 나는 밥을 잘 먹어서 귀가 안짤리지요?" 하며 심각하게 귀를 만지작 거리는 아이를 보며 온 식구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곤 합니다. 읽고나서 긴 여운이 남는 명작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즐거운 책입니다. 당근죽을 다 먹고나서 앞니를 드러내며 뿌듯하게 웃고 있는 귀가 잘린 토끼의 모습이 우습고 앙증맞고 측은합니다. 과연 토끼는 당근죽을 먹고 다시 귀가 자라날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