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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묻다 - 나의 해파랑길 걷기』를 읽고
영남대학교 출판부 홍보대사 2기 송석주
예전에 나름의 곡절이 있었을 때, 너무 답답해 무작정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길을 걷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저의 머릿속에 옹골지게 자리했던 번뇌(煩惱)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사라지거나 옅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길을 걷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제 저에게 일종의 순례이자 고단한 인생의 돌파구와 같은 의미가 되었지요.
김영현 작가가 저술한 『길에서 길을 묻다 - 나의 해파랑길 걷기』에서 말하는 ‘걷는다는 것’의 의미는 제가 위에서 언급한 개인적인 사유(思惟)를 포괄하는 개념이 됩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당신이 걷고 있는 이 길에서 혹은 이 길을 통해 다다른 어떤 장소에서 과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영혼들이 숨 쉬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발자취를 여기서 다 소개할 수는 없고, 그중에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길을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 길은 바로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에 있는 이육사의 ‘청포도’ 시비(詩碑)가 있는 곳입니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을 돌아 나와 해파랑길에서 만난 이육사의 ‘청포도’ 시비 앞에서 그가 쓴 ‘청포도’를 읊조려 본다. 호미곶의 아름다운 영일만을 칠월에 걸어본 사람은 안다. 육사가 이 바닷가에서 왜 ‘청포도’란 시를 쓰고, 그 ‘청포도’가 왜 그리 아름다운 시인지를. ‘청포도’의 주제는 조국 광복만이 아니라 시인이 바라던 그 무엇임을.”
이육사가 ‘청포도’에서 말하고자 했던 주제가 조국 광복만이 아니라 또 다른 그 무엇이 있지 않겠느냐는 작가의 서글픈 짐작은, 그가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시인이기 이전에 자신의 꿈도 채 펼쳐보지 못하고 죽은 한 안타까운 젊은이였다는 사실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편치 않은 심정은 작가가 그 당시 영일만 바다를 떠다니는 돛단배를 바라보던 시인에 실제로 체화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비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작가의 세심함 덕분에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고 위로해야할 아픈 역사의 순간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걷기’가 우리 몸에 얼마나 이로운지는 곳곳에서 들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걷기는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체지방을 감소시켜 비만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이 책은 걷기의 효과뿐만 아니라 걷는 방법, 바른 걷기 자세, 걸을 때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 온몸의 감각을 시퍼렇게 일깨우고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의 정기(精氣)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자 할 때면, 내가 늘 걷던 길도, 늘 가던 장소도 그 순간만큼은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보입니다. 내가 무심코 지나쳐 알은체 하지 못 했던 꽃과 낙엽들의 흔들림이 일순간 눈앞에 아른거릴 때는 주체할 수 없는 설움이 일기도 하지요. 이 책은 ‘걷기’를 빌미로 독자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그 무엇을 찬찬히 일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돌덩이도 다 그 자리에 있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하물며 우리가 밟고 서있는 이 땅 위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숨 쉬고 있을까요. 작가의 발자취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걷기’를 해봄이 어떨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