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번스의 글은 사실 어렵다. 왜냐하면 에번스의 글은 대학에서 대학원생들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읽기 어려운 점은, 에번스의 글이 역사가의 역할을 중시한 카의 견해와 20세기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에 대해 비판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 논지 전개방식이 카와 폿그트모더니즘의 논의를 가져와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무엇이 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의견이고, 어느 것이 에번스의 견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에번스는 시종일곤 카의 유명한 책 '역사란 무엇인가'를 인용하고 있다. 그래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함께 읽으면서 비교해 보면 좋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책을 읽기가 수월하다. 카와 에번스의 글은 1,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해서 쓰인 책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카는 한참 마르크스주의가 성행하던 시절에 역사에서의 진보를 굳게 믿었다면, 에번스는 1,2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에 그러한 카의 믿음이 허상이었다고 공격하고 있다. 어쩌면 학자의 이론 또한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그렇게 무관하지 않은가 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의 테두리(그걸 패러다임이라 하든)안에서 자신도 세계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에번스가 카의 견해를 시종일관 경계(?)하고 있는 것은 카의 역사적 사실, 역사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극단으로 치우칠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관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번스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시종일관 '사실'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카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는 더 사려깊게, 더욱 완전하게 과거의 사실을 완성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관이 기족의 역사서술에서 소외되었던 부분. 즉 여성사, 소외된 사람들의 역사, 일상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도 있지만, 역사를 문학과 동일시함으로써 사실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 것을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의 해석에서만, 즉 역사에 대한 담론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며, 그러한 해석은 해석들 모두가 옳다고 볼 수 있다. 즉 객관적인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으면 오로지 해석 속에서만 -허구로-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역사와 문학을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문학과 역사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이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
| 역사에 대한 논의는 정말 어렵다는 말밖에 표현이 없을 것같다. 이런 나의 생각은 역사학을 위한 변론이란 책에서도 안타깝게도 완벽히 들어 맞았다. 기존의 역사학도들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대한 내용과 이를 넘어서서 그 이후의 논의까지도 정말 광범위하게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영웅주의 사관에서 사회사의 대두,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사까지 현재까지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논의가 다루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이 없게도 리처드 에번스의 한국어판 서문이었다. 한번 읽고 이 책의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는 욕심은 버리고 차분히 그리고 꾸준히 여러번 읽어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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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E.H.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문서처럼 인식되어 왔다. 왜냐하면 요즘 같은 '인문학의 위기' 시대와 함께, 공부하면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나 목적에 관해 의심하고 고민하는 자들에게는 정말 적절한 과제들이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책이 씌여진지도 이제 50년이 다 되어간다. 그 동안 역사도 역사에 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우리도 이제 우리시대의 역사 입문서를 하나쯤 갖을 때라고 본다.
그 책이 바로 리처드 에번스의 "역사학을 위한 변론"이라고 본다. 이 책은 목차부터 E.H.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의 흐름을 대충 따르고 있고 결론마져도 비슷하게 끝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요즘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에 위협받고 있는 정통 역사학자들을 대변하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예로 E.H.카와 같이 과거와 현재와의 상호작용도 중시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개인과 인간적 요소, 즉 위인중심에서 탈피해 미비한 개인이나 일상사 등도 수용하여 균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반스는 정통역사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 사이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수많은 이론 중 하나이므로 비판적 수용하자는 정도로 이 논란의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은 역사학은 사실을 정립하고 과거를 현재에 재창조하여 연쇄의 인과성 여부를 밝혀서, 절대적이진 않지만 진실성을 갖는 객관성으로 과거 실재를 쫓아야 한다는 소명을 역사학자들에게 남겨주고 있다. [인상깊은구절] 포스트모더니즘 때문에 역사가들은 이전과는 달리 그들 자신의 방법과 절차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좀 더 자기 비판적일 수 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