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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으로의 봄소풍…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초등학교시절의 소풍을 생각한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선왕조의 능원(陵園)이 있어서 봄,가을로 늘 소풍을 가곤 했다. 하늘을 찌르는 적송(赤松)이 울창하게 도열한 사이로 붉은색 홍살문이 가로막고,소박한 박돌이 깔린 신도(神道)를 지나면 주칠(朱漆)한 기둥이 엄숙한 정자각(丁字閣)이 마중한다. 그 뒤로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의 푸른색 사초지(莎草地)가 이어지고 그 머리끝에 봉분이 자리한다.
그 봉분 앞에는 색깔도 알맞게 흰 화강석의 석등과 석인, 석수 두어 쌍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푸른 잔디와 붉은 홍살문, 그리고 파란하늘과 흰 석조물들…이 자연과 인공(人工)의 완벽한 합일(合一) 앞에서 잠시 어리둥절한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감춰 놓은 몇 개의 보물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소풍의 하일라이트 보.물.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어린시절 왕릉에서 보물찾기를 하던 그 심정으로 이 책을 펼쳐 든다.
웨난(岳南)의 <<황릉의 비밀>>이다. 그 결과 나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느낀다. 성공은 어린시절의 보물찾기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역사적 크기와 인간사의 깊이에서 얻은 것이었고, 실패는 소박하고 자연과 합일되어 있었던 우리능원에서 느꼈던 감흥이 거대한 명 십삼릉의 이질감(異質感) 앞에서 깨어지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이 책은 크게 보면 3개의 중요한 축선(軸線)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하나는 고고학적 발굴기이다. 명13릉, 그 중에서 만력제의 정릉을 발굴하는 흥미로운 과정을 빠짐없이 담아 내고 있다. 우리식으로 보면 비석자리에 해당하는 명루(明樓)를 기준으로 하고 봉분에 해당되는 보정(寶頂)을 축으로해서 그를 둘러싼 보성의 일지점을 선택해서 봉분을 파고 일종의 지하담인 금강장을 열고 현실(玄室)격인 지하궁전에 도달해서 전전(前殿)을 열고 중전(中殿)을 열고 마침내 후전(後殿)에 도달한다. 수많은 보화들을 수습하고 그 쓰임새를 규명한다. 그래서 수백년을 숨 죽여 잠들어 있던 지하궁전에 생기를 불어 넣고 현재를 숨쉬게 하는 것이다.
즐겁고 흥미로운 보물찾기 게임과도 같다.
두번째 축(軸)은 명나라 역사에 관한 서술이다. 명나라라고 하면 떠돌이 중이었던 주원장이 군사를 일으키고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황제독재체재를 완성했고, 3대황제인 영락대제는 연약한 자기조카를 군사력으로 몰아내고 제위를 찬탈한 어찌 보면 세조와 단종의 경우와 유사한 정도의 짧은 지식밖에 없던 나에게 13대 황제인 만력제에 대한 인간적 풍모를 알게 해 준다. 어린나이에 제위에 오르나 모후와 명재상 장거정의 엄격한 교육에 진저리를 치고 평생을 우유부단과 사치로 일관하여 마침내 왕조를 쇠락의 벼랑으로 몰고 간 당시의 역사를 서슴없이 묘사한다.
세번째 축은 발굴자들을 둘러싼 중국의 현대사의 소용돌이다. 문화대혁명기의 정치적 파고는 이들의 삶을 여지 없이 강타하고 죽음으로 파멸로 이끌고 만다. 몇 몇은 사인방에게 인민의 적으로 몰려 죽음에 이르르고 나머지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은 농촌으로,공장으로 하방(下放)을 떠나서 이후 수년간 형극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 비참한 역사 속에서 인간의 갈등과 좌절을 읽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만의 매력이다.
이 세개의 중요한 축(軸)은 마치 삼인사각(三人四脚)의 경주처럼호흡을 같이 하여 전혀 부조화스럽지 않고, 마치 이웃한 톱니처럼 나란히 물려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은 일반적인 역사소설과 다르고 다소 딱딱한 고적 발굴기와도 격(格)을 달리한다. 즐겁고 흥미롭지만 그 안에 인간의 땀과 눈물이 느껴지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이 신비한 고대의 대지 위에 역사와 현실, 과거와 미래의 흔적이 살아 숨쉬고 있다... 유리처마와 소나무, 백양나무로 어우러진 역사의 회랑을 지나면서 우리들의 마음은 다시 착찹해졌다. 천하를 호령하고 사회변혁을 꾀하던 제국이 결국은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한쪽 귀퉁이에 서 있는 우리가 울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또한 이 때문이기도 했다. 장릉,정릉,소릉 이외의 다른 능들은 당시의 찬란했던 전당과 명루, 그리고 붉은 담장에 이르기까지 만신창이가 되어 옛 영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영원한 진리였다. 황혼이 물러가도 밤이 찾아 왔다. 우리는 능묘 지역의 시골마을을 돌아가며 방문했다.... 가을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그 소리는 밤 하늘에 끝없이 퍼져나갔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슬픔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
| 중국은 아직도 우리에게 신비한 나라로 남아있다. 실제로 나도 중국에 다녀오고 나서 그 엄청난 문물들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그러한 벅찬 감동을 책으로 느낄수 있다면 당연 웨난의 발굴물 시리즈 일것이다. 내가 웨난을 처음 접한것도 바로 황릉의 비밀을 통해서이다. 이 책을 보고 나도 만력황제의 능에 갈것을 소망하게 되었고 마침내 작년에 그 원을 풀었다. 이 책을 읽으면 단순히 발굴과정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까지 알 수 있어서 일석이조이다. 더군다나 중국인 특유의 과장법으로 때때로 입가에 웃음이 묻어나기도 한다. 이 책의 또하나의 강점은 자세한 묘사이다. 그러나 하가지 흠은 지나치게 한자어가 많아 이해가 부족해서 잘 상상이 않간다는 것이다. 만약 개정판이 난다면 한자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그러나 중간에 있는 원색화보는 그러한 아쉬움을 조금 달래주기도 한다. 이것을 통해서 화려한 중국문물들을 간접적으로 나마 접해본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수 없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고고학도 더욱 벌존 할 수 있다면 좋겠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상호 이해에도 한 역활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으며 중국에도 우리나라의 발굴기를 책으로 역어내 우리나라의 역사를 중국인민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
| 요즘 중국에 대한 책들이 무지하게 많이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끌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중국의 잠재력이 그 많큼 많이 있다는 것에 모두들 공감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나의 흥미와 책보는 재미를 더욱 높여주는 책 중에 웨난이 쓴 책들은 그런 나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법문사의 비밀', '마왕퇴의 귀부인', '구룡배의 전설', '황릉의 비밀'의 시리즈가 그런 내용이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오랑캐의 지하궁전', '부활하는 군단'은 앞으로 읽기 위해 사놓은 책들이다. 실재 원본은 단행본의 책으로 번안된 책은 2~3권으로 묶여 출간되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개중에는 800여 쪽이 넘는 책도 있다. 결코 짧은 내용의 책은 아님은 분명하다. 허나 책의 내용이 한번 눈길을 주면 지리하다는 느낌 없이 계속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듯 하다. 무엇이 그런 흥미를 느끼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일단 작가 웨난의 현실에 입각한 하나하나의 사실을 현장에 있는 듯한 문체로 써나간 이야기 일 것이다. 마치 읽는 사람이 그 고고발굴 현장에서 유물 발굴 작업을 하듯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 전개가 생동감이 있게 만든다. 막연하게 느끼는 고고학의 발굴현장은 기나긴 세월과의 싸움이며, 자기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 당하는 현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그려내는 이야기는 눈길을 끌만하다. 작업하는 학자들의 애환과 고통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계절이 변하고 날씨가 변하는 상황 속에서 2, 3년을 무덤 주변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앞도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고곡학자의 모습은 왠만한 인내심과 끈지기 없이는 이루어내지 못하는 작업일 것이다. 또 다른 흥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발굴현장과 접목되어 끌어내는 역사 현장의 모습이다. '황릉의 비밀'에서 그려내는 명나라 시대의 모습과 한 왕조의 개국과 몰락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숫한 일화와 일어 낫을듯 한 상황설명은 역사 현장을 토대로 한 작가의 상상력의 결과라 할 것이다. 중국 명왕조 13대 황제인 만력의 일대에서 부터 정릉의 건설과정, 사후에 매장되는 과정과 명왕조의 몰락해 가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려내는 내용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텔레비젼의 역사극의 재미를 뛰어넘는다. 궁중에서 일어나는 암투와 황제의 권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정치 암투를 웨난은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중국의 고고학에 대한 학계의 소식과 문화혁명 기간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중국 고고학계에 대한 암시를 계속하여 주는 내용이 나오더니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의 현실 설명이 이어 진다. 문화혁명에 대한 내용이나 정치 상황에 대한 얘기는 쉽게 중국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거론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되나 그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모택동의 문화혁명에 대한 내용은 간략하게 거론 하고 넘어 가나 한때 중국을 시끄럽게 했던 사인방의 얘기, 그로 인한 여러 문화유산의 유실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속에서 한 평생을 고고학에 바친 학자들의 고통과 고난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업무와 관련하여 중국을 알고자 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한 중국관련 여러 서적들을 보아 왔지만 한마디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국인들이 느끼는 자신의 문화에 대해 느끼는 자긍심은 어느 민족보다도 높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한때 '죽의 장막'의 국가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로 발전하고 있고 발전해 가는 중국을 만들어 온 저력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 있어 웨난의 책들은 역사적 유물--왕릉, 지하 묘지 등 겉보기에 밝고 좋아 보이는 내용이 아닌 발굴 현장이지만--을 통해 흥미와 재미를 덧붙여 우리에게 중국역사를 들려 주고 있다. |
| 정릉는 어마어마한 지하릉이다. 이건 단순한 발굴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이나 정황들을 소설형식으로 풀어가며 독자를 조용히 이끄는 작자의 글솜씨는 정말로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그림한장 무덤에서 떼어내는 것도 스릴있게 조마조마 하다...그리고 황제의 유물중에는 동양미술사에 획기적인 동제나 청동재가 많다.. 그 글 속에 살아 숨쉬는 현대 중국의 고고학계의 거두들의 삶과 그가 사랑하는 중국의 현대사가 유물들로 대표되는 고대사와 교차되며 펼쳐지는 과정은 매우 신비스럽고 막연함만을 느꼈다. 하지만 장거정의 실각은 눈물나도록 슬퍼지게 했다. 그와는 또 다른 아쉬움으로 다가온 것은 아무래도 정릉에 대한 것을 주제로 쓰다보니 정릉의 주인인 만력제에 대해 폭군은 아니지만 성군도 아니고 정릉을 조성하느라 무고한 백성을 수탈한 것에 씁쓸하게 여기고 있음이 드러난다. 만력제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해더라면....... |
| '황릉의 비밀'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는 매우 신비스럽고 막연함만을 느꼈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런 막연한 신비감과는 다른 또다른 무언가가 내 가슴에 다가왔다. 명말의 암울하고 슬픈 기운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주위에 엄습해왔고 그 시대와 맞물려 중국 현대사에 있어서 또다른 암흑기인 문화대혁명의 몰염치함은 눈물나도록 슬퍼지게했다. 그와는 또다른 아쉬움으로 다가온 것은 아무래도 정릉에 대한 것을 주제로 쓰다보니 정릉의 주인인 만력제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란 것이 강자, 살아남은 자 위주로 씌여지고 남는 것에 씁쓸하게 여기지만 만력제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냉정히 집고 넘어가야할 것이다.(물론 웨난도 이점을 지적하고는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는 어떻게 그 아련한 심정에 딱 맞는 문체로 글을 썼는지 감동적이었다.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흘러나오는데 명나라 시대나 정릉 발굴대나 다들 생동감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우리 역사에서도 떼어놀 수 없는 인물인 만력제와 치열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목숨을 걸만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애착을 가진 우리 이전세대의 중국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