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길 위에서 읽은 책
"길 위에서 읽은 책" 내용보기
나는 먹는 것도 그런 편이지만, 책은 더욱 잡식성이다. 닥치는 대로 읽는 편. 책을 읽으며 연관되는 책들을 찾아 미로 찾듯 읽어나가지만 때로는 공부하듯 나와 다른 세계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기도 한다. 이래저래 내 책상은 읽던 책으로 어지럽혀 있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내게 어떤 책을 가장 맛있게 읽느냐고 묻는다면, 여행서다.   나는 본시 보헤미안이었던 것 같다. 바람
"길 위에서 읽은 책" 내용보기

나는 먹는 것도 그런 편이지만, 책은 더욱 잡식성이다.

닥치는 대로 읽는 편. 책을 읽으며 연관되는 책들을 찾아 미로 찾듯 읽어나가지만

때로는 공부하듯 나와 다른 세계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기도 한다. 이래저래 내 책상은 읽던 책으로 어지럽혀 있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내게 어떤 책을 가장 맛있게 읽느냐고 묻는다면, 여행서다.

 

나는 본시 보헤미안이었던 것 같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눈이 오면 눈발을 맞고 싶어서, 비가 오면 젖고 싶어서 어딘가 떠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날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울타리 안에 갇혀 살려니 속은 늘 활화산이다. 그 때 필요한 것이 누군가 나 대신 남겨놓은 흔적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남들이 풍광 좋고, 솔냄새 나는 숲길을 걸으며,  쓴 글과 사진이 실린 책들을 읽고 있으면, 숨이 트인다.

 

그렇게 해서 최근에 읽은 여행서만 해도 서 너 권은 된다. 그 중 며칠 전 나온 김택근 님의 '사람의 길' 은 오랜만에 나를 숙연케 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 더욱 관심이 갔던 건, 해외여행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나라의 흙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도법스님 생명평화 순례기' 라는 표지의 글과 '사람의 길'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왠지 종교 냄새가 짙었다. 그런데 웬걸. 경향신문 논설위원이자 이미 '아침글밭'이라는 컬럼에서 보여 준 빛나는 필체의 김택근 시인이 썼기에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헉, 하고 숨 막히는 문장들이 마음을 잡아끌었다.

 

걷다보면 가진 것이 무겁습니다.

짐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보따리만 무거운 것이 아닙니다

내 안의 아픔도, 걱정도 무겁습니다.

모두 덜어내야 합니다.

걸음은 그래서 비움입니다.

 

나에게 왜 걷느냐고 물으면, 역시 버리기 위해서. 나를 비운 뒤 채우기 위해서 걷는다고 말한다. 일치되는 문장이다. 내 마음과.  가슴이 뛴다. 다음장이 기대가 되었다. 이렇듯  김 시인님은 도법과 걸으며 나눈 대화를 심오하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었다.

 

길의 끝은 어디일까요.

길 떠난 많은 사람들

어디서 멈추었을까요

우리는 걷습니다.

걸을수록 작아집니다.

언젠가는 그 작음이 씨앗이 될 것입니다.

생명 평화의 씨앗.

 

여기까지 읽으면 도대체 도법 스님이 어떤 분일까 어설피 알았던 자신이 부끄럽다. 다시 앞장으로 넘어간다.

도법은 18세에 출가해서 봉암사와 송광사 등 제방선원에서 10년 넘게 수행했으며, 불교결사체인 '선우도량'을 만들어 청정불교운동을 이끄셨다.

2004년 3월 실상사 주지를 내놓고 생명평화 탁발순례길에 올라 아직도 길 위에 있다고 한다.

언젠가 한번 멀리 뵌 도법 스님은 소년 같았다. 하지만 눈매가 몹시 날카로웠으며 자연 속에서 금방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도법 스님은 걷는 동안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길을 나섰다.

욕하면 욕을 먹고, 밥을 주면 밥을 먹고, 도시로 떠난 사람들 때문에 텅 빈 시골교회의 목사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그렇게 걷고 걸었다.

고속철도가 천성산의 심장부를 관통할 것이라고 했을 때의 일이다. 산이 도와 달라는 소리를 들은 스님은 도와 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고향이자 학살의 땅이었던 제주의 흙을 밟으며 도법은 설렘도 있었지만 두렵기조차 했다. 유년시절 겪은 4.3항쟁의 아픔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는 길 위의 스님의 모습. 가슴이 징하다.

 

책을 덮고 뒷표지를 보니.

'길 위에서 길을 묻다'

라는 문구가 보인다.

 

우리는 어쩌면 늘 길 위에 서서 길을 묻고 사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아 늘 길 위에 서성이는 것은 아닌지.

 

갈피갈피마다 도법과 시인이 걸은 산야가 그림처럼 단아하게 담겨져 있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다. 그 안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다. 아련하면서도 가슴을 아련하게 해 주는 글과 사진들. 좋다. 

 

이 책을 읽고 난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할 것만 같았다.

유년 시절 산과 들로 돌아치며(?) 동네 악동들과 잡았던 뱀과

도로에 널브러져 있던 다람쥐들의 시신을 그냥 지나쳐 간 일 등등이 떠올라서....

부끄럽다.

 

  난 너무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 채 살아왔던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6 2008.01.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내용보기
올해를 시작하며 가장 깊고 잔잔하게 내 것이 된 책입니다. 한줄 한줄 놓치기 아까워 줄을 그어가며 마음에 새기고 다짐해야 할것을 따로 적어봤습니다. 다 읽고는 초판1쇄 발행 1월21일의 뜨끈한 책과 빨리 인연맺을수 있음을 감사했습니다. "길의 끝은 어디일까요.  길 떠난 많은 사람들  어디서 멈추었을까요.  우리는 걷습니다.  걸을수록 작아집니다.  언젠가는 그 작
"길에서 길을 묻다" 내용보기

올해를 시작하며

가장 깊고 잔잔하게

내 것이 된 책입니다.

한줄 한줄 놓치기 아까워 줄을 그어가며

마음에 새기고

다짐해야 할것을 따로 적어봤습니다.

다 읽고는 초판1쇄 발행 1월21일의 뜨끈한 책과

빨리 인연맺을수 있음을 감사했습니다.

"길의 끝은 어디일까요.

 길 떠난 많은 사람들

 어디서 멈추었을까요.

 우리는 걷습니다.

 걸을수록 작아집니다.

 언젠가는 그 작음이 씨앗이 될 것입니다."

 

k****i 2008.01.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