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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나는 가구 배치를 다시 하는 상상을 했다. 얼마 전 안방 가구 재배치에 이어 아이들 방도 전면적으로 가구 재배치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방이 직사각형이 아니라 묘한 사다리꼴이라서 상상하는 것처럼 좋은 각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수십 번은 재배치 하지만 쉽지 않다. 만약 이런 상상 없이 가구를 끄집어냈다가는 재배치는커녕, 다시 제자리 찾기에 급급할 것 같다. 인간이 인간일수 있고, 고통도 나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이렇듯 스스로 하는 재미있는 상상 아닐까? 그런데 머지않아, 아니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서 그런 상상을 법으로 금지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2322년 미래의 사회. 이곳은 URAZIL(우라질)이다. 이곳은 연합공화국 체제로 로텍이라는 기업이 중심에 있다. 모래 폭파 실험으로 모래 폭풍이 우라질을 뒤덮고 사람들은 전쟁과 테러로부터 불안하다. 그래서 나온 법이 ‘범죄완화특별조치법’. 살인이외의 죄를 지은 자들은 전부 석방하는 것. 이 법이 나오고부터 모든 종류의 범죄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그로 인해 교도소가 고급 호텔식 쇼핑몰처럼 된 것. 범죄란 언제나 일상의 평온함을 깨부수고자 하는 상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로텍파 의원들. 그로 인해 그들은 말한다. 로텍법 제 1조 1항, 상상은 범죄 행위다. 그리하여 우라질에서는 상상이 금지된다. 연극배우 기요철은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상대 배우가 자꾸 엉뚱한 대사를 한다. 그래서 스스로 연출을 해 볼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 여배우와 입 맞추는 상상도 하고, 꿈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한 여자를 살려내기도 한다. 인공호흡을 하던 중 여자와 진한 섹스를 상상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기요철은 상상범으로 체포가 되는데... 생각해 봤다. 나는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상상하고, 생각하는지... 어제는 잠자기 전 침대에서 그런 상상을 했다. 딱 10억만 있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집 올 수리(ㅋㅋ) 하고, 나머지는 조그만 아파트 하나 사서 세 놓고, 그래도 조금 돈이 남으면 유럽 여행 다녀오고...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조금 우울해진다. 하지만 그런 상상의 자유 덕분에 힘들어도 열심히 사는 것 아닐까? 만약 상상이 법으로 금지 된다면 우리 같은 서민들의 삶은 더 퍽퍽하지 않을까?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상상으로 즐거울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모두 금지 된다면 얼마나 힘든 세상이 될까? 이런 미래의 세상은 결코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기 전 기대를 많이 했다.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온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를 끌고 소재 자체가 참신했으니까. 하지만 기대가 커서일까? 아니면 우라질이라는 미래의 세계에 대한 공감이 없어서 일까? 읽는 내내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글자를 읽고 있지만 이거다 하는 감동은 없다고나 할까? 그리고 중간 중간 삽입된 재판 형태나 판결문까지. 그게 참신하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장면들이 말장난 같아 아쉬웠다. 어떤 작품이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상상이 금지 되는, 상상이 죄가 되는 그런 세상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상상으로 인해 이 세상이 그나마 버틸 만 한 건데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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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상상을 했다고 범죄자가 되는 디스토피아 미래가 존재한다니... 기존의 소설에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는 많이 보아왔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거나, 우주 저 너머 생명체에 의해 지구가 지배를 당하거나, 아님 인간들 스스로 전쟁과 식량부족 등을 이유로 인한 어둡고 암울한 세상 등등 참으로 많은 디스토피아 세계가 존재했지만 권리 작가의 '상상범'은 2322년의 미래가 무대로 환태평양에 발생한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생긴 초대륙에 세워진 사회가 URAZIL이다. 이름도 참 우라질 이라니... 이 작가의 남다른 작명에 책의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URAZIL은 연합정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숫자는 인간을 안전하게 한다.'는 표어를 내건 URAZIL... URAZIL을 이끄는 유일한 흑자 기업 로텍은 거대 교도소 체인 기업이다. 죄를 사고 형(形)을 파는 범죄의 백화점이다. 작년 2321년에 '범죄완화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키며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공약은 기업 로텍에 사실상 연합공화국 URAZIL은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라 로텍파 의원들에 의해 반대에 부딪힌다. 사실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안이 통과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살인을 해도 증명되지 않는다면 범죄자가 아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렇듯 모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게 이 법이 실효화되면서 범죄자가 줄어들고 연합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실정이다. 차츰 URAZIL이 안정을 찾아가지만 교도소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던 기업 로텍은 심한 타격을 받는다.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법이 로텍법이 만들어지는데 범죄를 원천봉쇄 한다는 이름아래 상상은 범죄 행위란 말도 안 되는 법안이 통과된다. 이 법은 열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인 연쇄살인마를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며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이 법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상이 금지된 사회 URAZIL... 연극배우 기요철은 자꾸만 틀리는 상대 여배우로 인해 짜증이 난다. 그녀에게 질린 요철은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으로 상대여배우는 포효하게 만들어버린다. 공연은 엉망이 되고 무대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평소 자신의 꿈과는 다른 방향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요철.. 간단히 도망을 친 그는 새로운 공연장을 찾아 오아시스 마을로 간다.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간 그는 가방 속에 담겨진 형사법 위반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발견하지만 요철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 차있다. 그의 운명의 상대.. 아니 요철과 비슷한 호르몬 구조를 가진 여자를 찾기 원하고 한 명 발견한다. 오아시스 마을에서 지낸지 한 달이 된 어느 날 요철은 카페 여자화장실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과 같은 여인을 보게 되고 그녀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는데.. 이런 급박한 와중에도 요철의 머리속에는 상대 여성과의 은밀하고 자극적인 상상이 꽉 차 있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되어 상대방과 함께 공유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무섭고 두렵다. 상상이 죄가 되어 교도소에 갇히는 요철과 요철의 모습이 자꾸만 꿈속에 등장하는 율리.. 여기에 전처들의 아이들을 이유로 내세워 교도소장에 취임하는 남자와의 이상한 연결고리...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율리가 선택한 방법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이라도 모든 연결 고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무섭다. 아니 상상을 범죄로 인정하는 미래가 존재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오는 좌절감, 허탈함 등을 상상으로나마 채우면서 힘을 내고 있는 현실이 암울해질 거 같다. 여자보다는 자극적인 상상을 많이 하는 남자들에게 있어 상상범은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법이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세상은 늘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더 많이 갖는 것에는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허나 모든 것을 넘어서는 그릇된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개인, 가족 때문이라면 문제가 있다. 상상의 자유까지 금지당한 미래사회... 상상을 통해 인간에게 이로운 것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났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상상으로 인해 어두운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면...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상상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보니 솔직히 두렵다. 우리는 상상은 자유라고 말한다. 허나 상상범 속의 세계에서는 상상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다. URAZIL이란 사회가 정한 규범 안에는 개인의 상상마저도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실정은 달리 보면 자유를 억압한다는 말과 상통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상범'은 상상이 범죄가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상상이 주는 범죄로 인해 궁지로 몰린 사람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낸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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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증명을 희소함으로 하려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카메라를 사도 캐논이 아니라 소니나 펜탁스 혹은 후지를 선택했고. 대학 갈 때도 굳이 취직 안 되는 인문학이었고. 학부에서 전공 진입할 때도 가장 사람들이 안 가는 종교학이었다. 음악도 메탈, 그 중에서도 멜로딕 스피드 메탈과 고딕(당시는 림프 비즈킷, 콘, 링킨 파크 같은 아해들이 유행할 때였다)을 좋아했다. 어쩌다 보니 차도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쉐보레를...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런 나의 취향이 굉장히 옳은 거라 믿었다. 마케팅에 밀려서 그렇지, 알려지기만 하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도 좋아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멜로딕스피드 메탈에 미쳤을 때는, 한국에 미제국주의 영향만 없었다면 멜로딕스피드메탈이 가장 인기가 많은 음악 장르일 거로 확신했다. 소나타 아티카가 하드코어 디스하며 쓰레기라 했을 때 쾌감을 느꼈지. 그런데, 아니었다. 주변 사람에게 열렬히 멜쓰메를 전파하고 다녔으나, 단 한 명도 동의해주지 않았다. 아, 15명 중에 1명 정도는 마지못해 괜찮다고 해줬나.... 그 뒤로는 내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를 포기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은 소수라고 생각하며 사는 시대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조건이 료타르가 거대서사의 종말이라고 말했듯, 대세는 사라졌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소수 취향, 이게 시대정신이 되었다. 대세를 추구하는 건, 아마 저널리즘 정도나 아닐까 싶다. 거기서는 어쨌든 영웅이 필요하니까. 마이너 취향은 소설도 마찬가지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영하, 김연수 같은 작가는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인기가 많아서. 특히나 하루키 소설이 왜 대단한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김영하의 『검은 꽃』이나 김연수의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괜찮은 작품임에도 그 작가들이 좋아질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황석영이라기보다는 박상륭이었고 김영하나 김연수가 아니라 최민석, 박상 그리고 권리였다. 권리. 내가 권리를 얼마나 좋아하느냐 하면, 일생동안 전작주의를 추구했던 사람이 딱 세 사람인데 그게 주성치와 도스토예프스키와 권리였고. 전작주의를 완료한 사람은 유일하게 권리 한 명이다. (주성치는 절반 정도 봤고, 도스토예프스키는 1/3 정도 읽은 듯하다) 그의 데뷔작 『싸이코는 뜬다』를 비롯해서 『왼손잡이 미스터리』, 『눈 오는 아프리카』 등 장편소설은 다 읽었으며 『암보스 문도스』도 섭렵했다. 그중에 『싸이코는 뜬다』와 『왼손잡이 미스터리』는 나란히 두 번씩 읽었다. 이 작품 모두 사서 보관 중이며, 무려 싸인도 받았다!!!! 권리 작품은 대담하다. 『싸이코는 뜬다』에서 독자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인공을 죽여버렸고. 『왼손잡이 미스터리』는 난해한 여러 장치를 동원해서 '이런 어려운 책을 읽는 내가 대단하지'라는 생각을 독자가 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눈오는 아프리카』가 전형적인 소설에 가까운 스토리텔링. 편하게 읽혀야 할 에세이 『암보스 문도스』마저 글 안에 가득한 블랙 코미디와 작가 특유의 섬세한 통찰력을 집어넣음으로써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여기서 불쾌함이란 의미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지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권리 작품에 관해 쓸 때는,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 시점이 종종 오곤 한다. 이는 권리라는 소설가가 문제적 작가이고 그녀의 작품이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내가 권리 작품에 관한 리뷰를 보면 대부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다. 권리가 쓴 글이 좋긴 한데, 왜 좋은지 나도 모르는 상황. 권리는 이런 묘한 매력을 지닌 작가다. 그리고 『상상범』. 『눈 오는 아프리카』 이후 무려 6년 만에 나온 장편이며, 『암보스 문도스』로부터도 4년 만에 나온 책이다. 기대보다는 반가움이 앞서며 냉큼 결재했다. 심호흡으로 심신을 정결히 하고 책장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과연, 으음! 펑. 첫 3장을 읽으며 직감했다. 아, 권리가 돌아왔구나. 그것도 제대로. 잠깐 시작을 보자. 역시 블랙코미디, 쩐다. S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321년 정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URAZIL(United Repulblic of Asian Z-land) 정부는 작년에 세 가지 위대한 일을 했다. 첫째,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이 되는 음식물쓰레기에 의한 환경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의 식사를 하루 한 끼로 줄이는 운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그 한 끼를 미래의 식량난을 예방할 수 있는 고단백 곤충식으로 할 것을 권장했다.) 둘째, 소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자동차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는 이유로 소의 사육을 중지하고 힌두교도의 소 신격화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셋째, 첫째와 둘째 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반려했다. (12쪽) 권리의 이전 작품이 현실에 환상적 요소를 적절히 넣었다면, 신작 『상상범』은 처음부터 끝까지가 환상이다. 시공간적 배경은 미래. 이름부터 웃긴 우라질(United Republic of Asian Z-Land) 정부에서 벌어진 촌극을 그렸다. 우라질 랜드에는 범죄가 없다. 국민이 착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모든 범죄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우라질 사회가 피폐해지면서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비용이 증가했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란다. 우라질 사회를 움직이는 실체는 로텍(lawtech)이라는 기업이다. 로텍의 수익 모델은 범죄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있다. 모든 범죄가 없어지면 로텍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단 하나의 범죄를 남겨놓는다. 바로 상상이다. 재현적 상상은 허용하지만, 창조적 상상은 처벌 대상이다.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안이었다. 즉, 강간, 살인 청부, 사기, 상해, 인명 피해가 없는 테러 행위 등을 자행한 자는 무고한 시민이 될 자격이 있었다. 이 법은 범죄자 처벌 및 감금에 연간 80조 우라(ura)가 넘게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중략) 로텍파 의원들은 범죄에 대한 희귀하고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았다. 그들은 범죄란 언제나 일상의 평온함을 깨부수고자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14~15쪽) 창조적 상상을 했다는 이유로 주인공인 요철(凹凸)은 기소된다. 연극 배우인 그는 상대 여배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상상을 했고, 작품 속 또다른 주인공인 이율리와 섹스를 머릿속에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 이런 상상만으로 범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요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침, 우라질에서는 대규모 스캔들이 터졌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요철을 스캔들의 진범으로 몰아가려는 공작이 진행된다. 공작을 주도한 정의철은 요철에게 접근해, 이 상황은 연극일 뿐이니 연기를 계속 하라고 지시한다. 요철이 연극이라 생각한 상황은 실제로는 재판이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죽음을 향해 저도 모르게 다가간다. 거대 구조 안에서 한 개인이 '개죽음' 당하는 이야기를 그린 『상상범』은 실제 사건이 모티브였다고 한다. 이제는 많은 사람에게 잊힌 '미네르바'. '미네르바 사건'은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논객 미네르바를 검찰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 기소했지만 재판에서 무죄로 판명난 사건이다. 이후 전기통신위반법 47조 1항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UN 인권이사회에서는 한국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사건으로 미네르바 사건을 꼽기도 했다. 비록 미네르바가 무죄 석방됐고, 관련 법안도 위헌 판결을 받긴 했지만 미네르바 사건 이후 인터넷에서 표현 수위는 상당히 경직되었다. 특히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발언을 쉽게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상상범』은 이런 문제 제기를 문학으로 한 작품이다. 현실 비판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전작 『왼손잡이 미스터리』와 톤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왼손잡이 미스터리』와 『상상범』이 비슷한 점은 주제만이 아니라 서사 전개도 그러한데, 두 작품 모두 크게 보자면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여러 인물이 사건을 만들어간다. 참고로 『싸이코가 뜬다』나 『눈 오는 아프리카』는 주인공 한 사람이 이끌어가는 편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초반에는 흡입력이 강하지만, 법정 공방으로 넘어가는 대목이 다소 지루하다. 법정 드라마가 아주 잘 만들지 않는 한, 지루해지기 십상인 이유와 비슷한데, 법정 장면 자체가 재미 없다. 그런 면에서 소재를 법 쪽으로 한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장면은 요철이 죽어가는 방식이다. 전기의자나 단두대였다면 의미 전달은 명확했겠으나, 미묘한 울림은 떨어졌을 텐데 환상적인 방식으로 주인공을 죽여버린 권리 작가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하나 마음에 든 장면은 아래 부분인데, 요즘 한국소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광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심문관'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인데, 듣기로는 요즘 편집자들은 이런 대목이 나오면 과감하게 쳐내자고 한단다. 하긴, 지금 시대정신은 이런 글을 반기지 않지. --- 인생은 광기 어린 반복적 행동의 무한 집합이지. 매일 이를 닦고 밥을 먹고, 회사를 가고 집에 와서 발을 씻고 잠을 자다 죽는 게 인간이야. 이렇게 삼십 년 근속을 하면 표창을 받지. 반복에 대해 이렇게 관대한 종은 아마 인간이 유일할 거야. 상상도 마찬가지야. (163쪽) 죄로 인정되기 이전에 저지른 죄를 죄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지요. 그것은 양심의 문제로 이어져서, 나아게 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판단이 기준이 됩니다. (중략) 자유의지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요? 한 인간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 즉 욕망입니다. 물을 마시고 싶은 욕망, 구토하고 싶은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 이런 것들이 내 안에서 나왔을까요? 이 욕망의 기원을 찾아 계속 올라가다보면 그 욕망이야말로 텅 비어있다는 우스운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중략) 법과 신의 세계는 사실 간단해요.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상을 받죠. 그럼 그 착하고 나쁨, 옳고 그름의 기준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그건 좋고 싫음의 확장에 불과한 거예요. 좋은 것이 옳은 거이 되고, 싫은 것이 그릇된 것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신일까요? 그게 누구죠? 아, 모든 사정을 다 알고도 모른 체하거나 바쁜 체하는 그 인간성 없는 신 말입니까? 사람들은 매주 봉헌함에 돈을 넣고 나서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도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그 오해란 신에게 어떤 '생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건 위험한 일이지요. (172~174쪽) --- 현재 한국 소설 상황이 좋지 않고, 『상상범』도 판매지수를 보면 그렇게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한 듯한데, 그래도 권리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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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싸이코가 뜬다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을 정말 제대로 해줬던, (비꼬아줬던)그녀가 신작을 발표했다.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소설들을 물론 많지만 그녀만큼 신랄하게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전작이 훌륭했기에 이번 신작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마구 들었다. 더군다나 6년만의 신작이라니! 이 소설은 SF의 형식을 빌려왔다. 지금으로부터 한참 세월이 지난 2321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인 상상범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이 시대에서는 상상을 하는 것이 크나큰 범죄가 되는 시대이다. 이미 수없이 출간되거나 영화화된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많이 있어왔고 (물론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SF를 좋아하는 독자이다)상상을 하는 것이 범죄가 된다는 것이랑 유사한 사례들도 분명 있었다. 이퀄리브리엄이 그 예인데 애초에 자유로운 생각이나 상상을 할 수 없게 모든 것이 통제되어 있는 암울한 미래가 배경이다. 매트릭스도 실상 유사한 설정이라고 하려면 할 수도 있겠다. 한참동안이나 디스토피아의 SF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이 사실이기에, (오시이 마모루는 지하철을 타고 가며 밖을 내다보면서 모든 것이 폐허가 되어있는 바깥 풍경을 상상하면서 좋아했다고 하니...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런 예술인들이 대단한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여전히 블랙코미디를 잊지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율리와 요철은 분명 근미래에서 삶을 이어가는 존재이면서도 현시대에서도 충분히 존재할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소설의 설정상 말도 안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미래나 과거를 조망하고 떠올리면서 현실에 대해서 말했던가.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실현된 미래를 살아가게 된다면 끔찍하기 이루말할 수 없겠지만, 현실이라고 해서 녹록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지 않은가. 상상하면 범죄가 된다고?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사람은 뭔가를 알게되면 충분히 상상도 하게 되었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주변에서 시기해도 결국 그들은 포기하지않고 상상을 사유로, 사유를 실천으로 옮겨왔다. 그러기에 인류의 역사를 과거보다 조금씩 더 진보될 수 있었다. 권리의 디스토피아. 이는 분명 형태를 달리하지만 현재에도 존재하는 세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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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가 진실을 압도해 버리는 시대가 오다니 두려워진다...
![]() ![]() ![]() 2322년이 배경인 미래소설... 상상을 하는 것이 살인보다 더 큰 죄가 되는...말도 안되는 처벌의 사회... 그럼에도 별로 미래같지도 않고 마치 조금 있으면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공연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많은 영화들이 오버랩되어 부정적인 미래를 자꾸만 생각난다. 과거가 현재를 투영하듯이 현재의 모습이 미래를 유추해보는 것이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는것 같다. 소설은 생각보다 휠씬 재밌어서 읽는데 하루,반나절이면 충분하게 읽어버린다. 정말 한번 잡으니 기효철과 이율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했고 또 다른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읽다말고 다른 것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정의철은 어떻게 될까했는데. 현재의 우리 삶과 현실이 늘 그러하듯이 가진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잘 이용해서 참 잘 지킨다는 것을 한번더 각인 시켜주는 것 같다. 꿈을 꾸기에 현재의 고단한 삶도 잘 버티어 낸다고 생각하고 상상을 통해서 수많은 창작물들이 등장할 수도 있는것인데... 그것이 이토록 통제당한다면 정말이지 나조차도 이율리처럼 자살충동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아주 사적인 상상마저도 알아내고 공개되는 것은 참 무섭고 불안할 것 같다... 일본영화"사토라레"부터 트루먼쇼,매트릭스,가다카,마이너리티리포트등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니 관음증을 꼬집는 영화나 미래를 배경이지만 암울함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들이 자꾸 떠오르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듯한 스토리면서 액자소설처럼 소설속 영화는 또하나의 복선이 되기도 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에 법정소설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를 비꼬는 블랙코메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예상하고 그걸 처벌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무죄원칙에 위배되고 더구나 진짜로 나쁜짓을 한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관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는 현실에 가끔 분노하면서 소설속에서는 더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죄를 묻지도 않고 심지어 그들이 심판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것이 미래의 일이 아님을 작가는 보여 주려는 것이다..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을 알고있다. '권리'라는 작가를 잘 몰랐다. 이 소설 "상상범"을 통해 알게 되어 기쁘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또다른 새로운 소설을 기대하게 만들고 더욱 작가의 새작품과 이전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권리 작가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해본다!! 소설 <상상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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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범 허구가 진실을 압도하는 시대, 상상이 범죄가 되는 낯선 디스토피아를 만나다! 정상과 비정상, 상상과 비상상, 환상과 리얼리즘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설이다. 상상하는게 범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상상과 비상상 어느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무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로텍파 의원들은 범죄에 대한 희귀하고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았다. 그들에게 범죄란 언제나 일상의 평온함을 깨부수고자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상상이 범죄가 된 배경은 이러하다. 범죄자의 증가로 더이상 교도소에 범죄자를 수용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범죄인정의 범위를 수정하기로한다. 그렇게 설정된 범죄가 상상범이다. 상상을 통한 환상에 대한 욕심이 범죄의 원인이므로 상상하는 이가 범죄자다! 그리고 상상범으로 체포된 이가 있다. 요철이다. 극단의 배우였던 요철은 상상하기를 즐긴다. 열악한 상황을 따뜻한 공간으로 상상하며 이겨내던 요철은 자신이 왜 상상범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상상했다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데 왜? 그리고 그 상황은 즉흥극으로 캐스팅 된 것이라 믿기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상상범의 본질은 우리 사회를 그대로 담 아있다. 다를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우리 사회는 그런 모습을 하고있다. 비참한 현실.. 정상과 비정상, 상상과 비상상, 환상과 리얼리즘 사이에서 묘한 기장감을 잘표헌한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어떤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정상이기도하고 비정상이기도 하고, 상상의 글이기도 하고 비상상의 글이기도 하고... 한번은 꼭 읽어볼만한 이야기! 상상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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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 '호모도미난스'와 같은 이력을 내세운 책이기에 신청해서 봤는데, 내용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거 같다... 암튼 '현대소설'을 기대하며 읽었다. 1. 추천 독자 : 삶이 지루하고 식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권리의 상상- 그 속에 날카롭게 담긴 현실이 당신을 일상에서 혼란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줄 것이다.
2. 핵심 메시지 - 돈이 전부인 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책은 수백년 후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새로 생긴 나라, URAZIL(우라질). 그곳에선 변호사, 검사, 판사 뒤에 더 이상 '사'자를 붙이지 않는다. 상인을 뜻하는 '상'을 붙여 변호상, 검상, 재판상이라고 부른다. - ??? 사실 이 책은 너무 어렵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 쓰는 내내 지워버리려고 애썼던 이름'을 언급하는데 거기엔 '조지 오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크리스토퍼 놀란' 등이 있다. 보면 알겠지만 파격적인 상상의 대가들이다. 작가는 아마 그들을 뛰어넘고자 수도 없이 잊기 위해 노력했던 거 같다. 인셉션이나 100년 동안의 고독이 한 번 보고 모든 걸 알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처럼,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적어도 한 번은 더 읽어봐야 좀 감이 잡힐 거 같다. 그러나 내게는 해야할 일이 쌓여있기에 두 번째 핵심메시지를 ???로 남겨둔다. - 상상은 ㅁㅁ다. 감상을 쓰다보니 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라질 나라는 상상하는 것을 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그나마 제정신으로 보이는 여주인공과 수사신부 간에 논쟁이 나온다. 우리 상식에서야 당연히 상상은 죄가 될 수 없는 것이지만, '상상'이 과연 좋은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해준다. 누구나 상상을 해봤겠지만, 사실 작가나 예술 계열이 아닌 사람에게 상상은 각박한 세상을 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낭비가 많다. 쓸데없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뭔가 나쁜 생각을 하게 되면 죄의식을 일으킨다. 사람을 갈등하게 만들고 내 안에 악이 있는지 고민하게 만들고... 도대체 상상엔 어떤 기능이나 역할이 있는 걸까? 작가는 분명 '상상은 ㅁㅁ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난 아직 이해를 못했다. 3. 감상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은 한마디로 기묘한 이야기다. 주인공 기요철은 (凹凸) 이라는 한자를 쓴다. 섹스를 나타내는 거 같지만 작가는 굳이 사랑을 의미한다고 썼다. 요철은 연극 배우다. 그의 이런 직업이 우라질 나라에서 벌어지는 우라질 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요철과 달리 여주인공 이율리는 그 이름에 어떤 특별한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율리와 요철은 NCS라는 어떤 기술로 인해 서로 꿈이 연결되있다. 그들은 같이 여러 번 관계를 갖지만, 그것이 꿈에서 한 것인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율리는 우리의 관념에서 볼 때 제정신인 인물이다. 소설은 '범죄완화특별법'을 제정하여 살인 이하의 모든 죄를 저지른 사람을 풀어준다. 대신 상상하는 것을 죄로 규정하고 상상범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이율리와 수사신부는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을 하면서, 상상하는 것이 죄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논쟁은 내 관점에서 볼 때, 이 소설의 꽤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이율리는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뇌가 있으므로 신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수사신부는 당신이 말한 자유가 고작 그런 단백질 덩어리에서 나오는 전자 신호냐, 라는 식으로 응대한다. (이 외에 선악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내가 지금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신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이 소설은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도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면서 '상상'하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다. 상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 상상들이 도통 머리속에 잘 박히지 않았다. 여유를 갖고 읽지도 못했다. 다른 고전들처럼 책장에 꽂아두고, 어느 날 문득 어떤 내용이었더라? 하며 다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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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가고자 죄를 팔고 형을 사는 사람은 끝없이 증가하자 우라질공화국은 그런 교도소에 퍼붓는 세금을 줄이고자 살인 이하의 죄는 모조리 무죄라는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발표하지만 희한하게도 상상을 범죄행위로 간주하는 비현실적인 법안을 통과하면서 또다른 죄수들을 양성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부도덕하고 횡포한 권력층의 꼼수가 있음은 물론이며 상상범으로 기소된 기요철은 권력가에 복수하려는 이율리의 반대세력에 이용된다.
<상상범>은 전체적으로 초현실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꿈과 현실이 버무러진 채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책에만 등장할리 없는 우라질공화국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게 상상은 스위치처럼 차단할 수 없는 본능이거늘 미래로 연결짓는 증거로 보아 실체적인 죄수 대신 감옥에 수감한다. 언뜻 판타지적 요소로만 보이지만 실제로 오랫동안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공익(지배층의 명분)을 거스른다는 명목으로 자유를 잃었다. 어느 누가 어떤 의도로 무슨 상상을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음에도 도리어 그럴 것이라 측정(상상)하여 죄를 주는 우라질공화국이야말로 상상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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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처음 접하게 된 권리 작가의 소설, <상상범>이다. 상상이 유일한 범죄인 24세기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저 표지, 그냥 저렇게 정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돌아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그림이다.
첫 페이지부터 빵 터졌다. 진지하고 심각해보이는 활자들, URAZIL이라고 써 있다. 영어라면 일단 안 읽고 보는 사람이라면 이 의미를 놓칠 수 있다. 반드시 발음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먼저 이 정부의 세 가지 "위대한" 일부터 이야기하는데, 세 번째로 말하자면, 첫째와 둘째 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며 제도 도입을 반려했다는 것이다. 우라질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 비꼼,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몇 페이지 안 가 또 입이 딱 벌어지는 공식 하나, F=u*c/K 여주인공 율리는 이것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다. * URAZIL은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인해 생겨난 초대륙에 세워진 연합공화국이다. 자연환경도 황폐화되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이 곳에서 각 연합정부의 지도자들은 유신헌법을 만들고 언어를 통일시켰다. 가장 큰 과업은 수치화 정책의 수립으로,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와 관념조차도 수치화하여 불필요한 논쟁을 막는 것이다. 인간성 측정 단위라는 것도 있어서 양심, 도덕성, 배려심, 자존감, 수치심, 심지어 죄책감도 수치로 나타낼 정도. 그런 와중에도 날로 범죄율이 높아짐에 따라 URAZIL 대통령은 범죄자 처벌 및 감금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건데, 이 때문에 교도소 체인인 로텍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곳은 수감자들이 쇼핑하듯 재판 받고 숙박하듯 수감되게 하는 범죄의 백화점. 이런 업종 변경으로 인해 재판과 관련된 모든 직업명 뒤에 더이상 '사'자 대신 '상(商)'을 붙이게 된 판이니. 당신의 죄가 좋은 값에 거래될 거라고 기대되는 사회이니. 그래서 로텍파 의원들은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게 된다. 범죄란 언제나 일상의 평온함을 깨부수고자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개별적인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상상은 범죄 행위라고 로텍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런 상상의 토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기요철은 상상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된다. 판결문은 저렇다. 형식적인 내용을 위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냉소하는 건가 했더니 저게 복선
기요철은 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즉흥극의 배우로 캐스팅 것으로 받아들이며 충실히 연기하려 한다. 그게 너무 어이 없다. 그렇게나마 이 현실을 살지 않으면 이해될 수 없는 세상과 법인 것이다. 그러다가도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니 그제서야 질문한다. "헌데, 2막이 되도록 어떻게 대본이 없어요? 러닝타임도 모르겠고." 그런데 일단 기요철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자기의 죄를 덮기로 한 검상은 맞어, 연극이야, 근데 니가 연출을 잘 하니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해, 하며 계속 그를 기만한다. 일단 그를 상상범으로 처리하자는 것, 유력한 정치인 2백명을 무작위로 뽑아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 편지를 보냈더니, 백육십명 가량이 얼마를 원하냐는 답변을 보내왔다는 것, 거기에 법무부와, 기억 안 납니다, 얘기까지 말 다 했다.
이런 현실이 답답하고, 무한히 순환하는 사전처럼 실마리는 찾을 수 없고, 그렇게 느껴지고 현실이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저 멍하게 '세트라'를 먹어서는 안 되고, 두통을 느끼더라도 '살아가야' 한다. 현실감 없는 현실을 가상이 대신하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지요. 가상이 현실을 가리고 압도하는 시대 말입니다. 하지만 가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억압하고 심지어 왜곡한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재판 장면이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세태를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점점 녹아 사라진 기요철을 대상으로 끝끝내 마지막 판결을 하는 것은 정말 사명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누가 만든 가상인지, 과연 그게 정당한지, 그 가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는 서로 존중하며 즐거이 살아갈 수 있는 그 세상을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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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디스토피아> 며칠전 100년 후의 세상을 그린 '강철무지개'를 읽었는데 이번엔 300년 후의 세상을 그린 '상상범'이다. 역시나 또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켜켜이 쌓여 미래가 되는 것일 터, 과거와 현재가 디스토피아였으니 역시 미래 또한 그러리라 예상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 소설의 배경인 2322년은 환태평양 지진대 부근에서 일어난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인해 전세계가 하나의 대륙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 소설의 무대는 그곳의 중심부인 URAZIL이라는 연합공화국이다.
<상상이 범죄가 된다.> 이 URAZIL 연합공화국은 날로 늘어만 가는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시행하여 살인 이하의 조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해 버린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범죄자들의 수가 격감하자, URAZIL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던 교도소 체인 로텍(Lawtech)의 생산량 또한 격감하여 위기를 맞게 된다. 하여 독특한 타개책을 내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상상을 법으로 금하는 것이다. 모든 범죄의 시작은 상상이기에 이 상상을 원천 봉쇄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 획기적 법안은 불참석한 1명의 의원을 제외한 모든 국회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만다. 참으로 말도 안되는 설정인 반면 또한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역설적 공포를 느꼈다.
<음모론> 이 말도 안되는 법안으로 주인공인 배우 기요철은 재판을 받고 로텍에 수감된다. 요철은 도저히 이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가 겪고 있는 이 현실을 모두 연극이라고 생각하게된다. 그리고 이런 요철의 생각을 역이용하려는 음모가 있다. 왜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갖은 고초를 겪는 것이 실상은 윗분들의 음모라는 그런 설정 말이다. 그런 음모들을 접할때면 내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혐오감과 공포스러움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지금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을 음모들을 전부 까발려버리는 것 같아서 시원하기도 하여 음모론은 항상 흥미를 끄는 소재이다.
<풍자와 조롱, 블랙코미디> 처음 책을 펼쳐들고 URAZIL(United Republic of Asian Z-land)이란 단어를........우리 말로 옮겨 보았을 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라질! 정부라니......!! 이 얼마나 통쾌한가 말이다. 이처럼 이 작품 속 곳곳엔 이런 식의 풍자와 조롱이 가득하다. '숫자는 인간을 완전하게 한다.'라는 표어라든가, 율리가 발견한 공식(F=u*c/k)이라든가, 판사, 검사, 변호사에 붙는 사(事, 士)는 떼버리고 ‘상’(商)을 붙여 부르는 것 등. 평소 이런 식의 풍자를 좋아했던지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내게는 이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풍자나 블랙코미디의 웃음 끝에 오는 뒷맛은 역시 쓰디쓰기만 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지금이 과연 21세기인지 1970_80년대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이 소설에서 그린 것처럼 개인의 '상상' 마저도 법으로 금해버리는 날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리라. 옛일들을 생각하니 무섭고, 현재를 생각하니 답답하고, 앞으로를 생각하니 깜깜하기만 하다. 이런! 나는 방금 우라질 공화국의 기준으로 중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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