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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전쟁을 교과서의 숫자나 박물관의 박제로 기억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승수 작가의 실화 소설 『생과 사』를 읽다 보면, 그 전쟁이 얼마나 뜨겁고 비린내 나는 '현실'이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1937년생, 춘천 봉의동에서 자란 소년이 목격한 6·25는 우리가 알던 영웅담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1. "살아남은 소년의 눈에 비친 생지옥"이 소설의 힘은 '현장감'에 있습니다. 작가는 75년 전 춘천 3일 전투의 한복판을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둑 주변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 비에 씻겨 내려가는 핏자국, 칠흑 같은 밤에 머리카락을 만져보며 아군과 적군을 구별해야 했던 육박전의 공포까지. 42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노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서슬 퍼런 문장으로 전쟁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2. 이름 없는 용사들을 향한 뒤늦은 헌사책 속에는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박노원 소대장이나 김명규 대령 같은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희생들을 기록으로 붙잡아둡니다. 탄약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내가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성경 구절을 되뇌며 돌격했던 병사들의 절박함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3. 다시 찾은 고향, 그리고 남겨진 숙제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원한의 38선'에서 시작해 '구걸하는 피란생활'을 거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마지막 장인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에 이를 때쯤이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생'과 '사'를 맞바꾼 결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마치며자극적인 재미를 찾는 분들보다는, 우리 땅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비극의 진실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80대 작가가 평생 가슴에 묻어두었던 트라우마를 꺼내어 우리 세대에게 건네는 이 묵직한 경고는, 오늘날 우리가 왜 평화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