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환적이라기에는 조금 명랑하고, 생생하다고 하자면 너무 세련되었고. 감정의 폭발 따위는 하나 없는 이 96년도산 앨범은 어째서 지금 들어도 이렇게 사무치는가. 나온 지 8년이 넘었는데도 모든 곡이 촌스러운 맛 하나 없이 여전히 정갈하다니, 사기다 이건. 갑자기 생각나 먼지 툭툭 털고 다시 꺼낸 앨범은 또 다시 나를 중독시킨다. 절제되고 단정한 선율과 하나 흠잡을데 없는 서동욱과 김동율의 보컬. 거슬리지 않게 삽입한 재즈풍의 피아노와 첼로 반주는 튀지 않고 안온하게 뒤를 받쳐주고, 복잡하지 않은 가사까지 어울려 결국 듣는 이와 마주앉아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자그마한 재즈 바에 앉아 '응. 나는 이래요.'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나 조금은 낭만적으로 털어놓고는 또 다시 다음 길을 찾아 떠나는 듯이. '이방인'에서 그리 읊었듯이. 전람회는 3집까지 앨범을 내고 해체되었고, 김동률은 성공적으로 자기의 길을 가는 중이다. 그러나 그 지나온 세월 중에 보석이 하나 남았으니 바로 이 앨범이다. 화려하지 않은 듯한 겉모습에 숨은 내공이 막강하니, 언제 들어도 가슴 아릿해 한숨이 나온다.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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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전람회란 존재가 각인된 시점은 1994년 겨울.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 환영회에서였다. 시골에서 어영부영 공부하다가 뜻하지 않게 본고사까지 보고 들어오게 된 학교. 더욱이 살면서 지금까지도 후회하지 않은 결정이라 믿고 있는 국문과 진학을 하게 된 당시였다. 명목상 고3이었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의 자유로움은 이미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던 터. 환영회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
당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었다. 다들 치기어린 신고식과 주체못할 해방감에 엄청나게 술을 마셔댔다. 나도 그때 정신을 잃을 만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소주 대 여섯병을 마시고, 동동주에 맥주에... 암튼.
그때 선배들은 민중가요로 투쟁과 단결을 촉구하는 생뚱한 장면을 연출했고, 취기가 오른 우리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그중에 나보다 3살이나 많았던 여자 동기가 비장하게 마이크(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은)를 들고 한곡조를 뽑는다고 나선다. 그때 나온 노래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었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 내가 지금 이 서울이란 공간의, 한 대학교 앞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생경했던지. 그때부터였다. 전람회에 대한 나의 애착은...
술마신 후 여자들에게 불러주는 남자들의 노래. 18번이 취중진담이다. 여자들은 애인 있어요.라고 한다지만... 전람회의 2집은 거의 CD가 닳을 정도로 들었다. 무작정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길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모두가 흥겨워할때 여자친구와 몰래 빠져나와 듣던 MT에서도, 기형도의 '짧은 여행의 기록'을 따라 떠났던 여행에서도 내내 전람회의 노래는 나와 함께 했다.
사랑을 하면 철저한 낭만적 편집주의자가 된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하는 사람 중심으로 보이고, 예뻐 보이고... 이 뜻깊은 2009년 크리스마스 아침을 이 노래와 함께 시작한다. 어느새 소주 2병에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쉽게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전람회, 특히 김동률의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이다. sg워너비, 박효신, 환희 등의 매력적인 저음 보이스를 가진 친구들이 많긴 하지만, 김동률은 그들과는 좀 다르다. 노래 속에, 리듬 속에 삶을 담는다는 느낌이다. '너의 삶이 내 노래 속에 있어'라고 느끼게 하는 목소리다. 이래저래 반성할 궁리를 찾다가 술만 계속 들어간다. 우울한 크리스마스는 결코 만들지 않을테야. 다짐해본다. 그 많은 전람회의 명곡 중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는 '이방인'이다.
쉴 곳을 찾아서 결국 또 난 여기까지 왔지 내 몸 하나 가눌 수도 없는 벌거벗은 마음과 가난한 모습으로 네 삶의 의미는 나이기에 보내는 거라며 그 언젠가 내 꿈을 찾을 때 그때 다시 돌아올 날 믿겠다 했지 수많은 세월 헤매이다가 세상 끝에서 지쳐 쓰러져도 후회는 없을 거라고 너에게 말했지 뒤돌아보며 네 삶의 의미는 나이기에 보내느 거라며 그 언젠가 그 꿈을 찾을 때 그때 다시 돌아올 날 믿겠다 했지 수많은 세월 헤매이다가 험한 세상 끝에서 숨이 끊어질 때 그제야 나는 알게 될지 몰라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머물 곳은 너였음을.
- 전람회 2집 '이방인' 중에서 |
| 오래전 해체된 전람회이지만, 역시 그 시절 그 음악들을 들으면 마음이 아려온다. 처음 발매되었을때 구입했었으나 어쩌다보니 잃어버리게되었고, 다시 구입하게되었다. 요즘은 파일로도 쉽게 노래들을 편집하고 시디로 구워서 들을 수 있지만, 역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음반들은 뭔가 정성이 깃든 정품음반으로 가지고 있고 싶다고나할까. 전람회 시절의 풋풋한 김동률과 서동욱의 목소리도 그립고, 그 시절 그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였던 나의 그 시절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취중진담을 위시하여...전곡이 모두 괜찮은, 그래서 누구든 선물해주고싶은 음반이랄까. 김동률의 솔로앨범들이 나오고있지만, 솔로앨범만 들어본 분들이라면, 풋풋한 시절의 그의 음악을 꼭 다시들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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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람회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전람회 음반은 한 개다. 아니 사실 2개인데 테잎과 씨디 다 2집이다. -.- 여기엔.. 내가 좋아하는 곡이 많다. 사연도 많고 ^^ 노래방 애창곡--;;;인 '취중진담'... 삐삐를 가지고 있던 시절 멘트로 노래를 불러재꼈던 '새' --;;;;; '유서'도 좋아했는데... 이건 아마 표절시비에 휘말렸지.. 정말 비슷하긴 하더라.. '천공의 성 라퓨타'랑 난 김동률의 목소리가 좋다. 물론 음정은 좀 불안하고 느끼하달수도 있지만 멋있다.. 매력있는 목소리.. 부럽다. 난 목소리 좋은 사람이 부럽다. 키가 작지만 키보다도 더..^^ 그만큼 내 목소리가 맘에 안든다 특히 녹음해서 가끔 들리는 내 목소리는 경악이다.. 으윽... 자기가 말하는 거랑 녹음해서 듣는 거랑 다르다던데 정말 그렇더라.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우울한 곡이 있는 한편 'J's bar에서'같은 활발한 곡도 있다... 씨디를 산 후에.. 아.. 아니다. 이건 받은 거군.. ^^ 받은 후에 자주 듣진 않았는데.. 그래도 가끔 들을 때마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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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첫번째 데뷔앨범 1집을 통해 '전람회' 보다는 '김동률' 이라는 신인 뮤지션의 등장을 알렸다면 96년에 발표한 두번째 앨범은 멤버 '서동욱' 은 그냥 참여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김동률' 그만의 색깔이 짙게 배어져 있습니다. 재즈, 팝, 발라드 그리고 클래식 장르가 다채롭게 펼쳐졌던 데뷔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던 그들은 이번에도 역시 보다 심화된 느낌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마도 '전람회' 의 이름으로 발표한 세장의 앨범중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쓸쓸한 바닷가의 외로움이 짙게 드리워진 연주곡 "고해소에서" 로 출발합니다. 어쿠스틱 기타 인스토로에 이어 현악기와 프루겔 혼 그리고 '김동률' 의 허밍이 곁들여지면서 감동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지난 앨범의 대표곡 "기억의 습작" 에 이은 또 다른 '김동률' 표 발라드의 걸작 "이방인" 은 피아노 연주위로 흐르는 중저음의 보컬이 매력적인 마이너 발라드 곡 입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 속에 흐르는 처연한 슬픔의 정서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데 코러스에 참여한 '신해철' 의 색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J'S Bar에서" 는 스윙재즈 스타일의 곡으로서 피아노, 더블베이스, 브러쉬 드럼 그리고 트럼펫 등 쿼텟으로 구성된 리듬섹션의 연주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듣고 있으면 절로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흥이 담겨진 곡으로서 그야말로 재즈바의 느낌을 잘 살려낸 곡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백미로 추천해드리고 싶은 곡 "유서" 는 비장미가 넘치는 감추어진 명곡이라 할 수 있는데 처연한 슬픔이 고스란히 들려오는 듯한 '김세황' 의 일렉트릭 기타 스트로크와 더불어 담백하게 부르는 '김동률' 의 보컬이 무척 돋보였습니다. 특히 격정적인 하이라이트를 지나 감정의 폭이 깊어진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르간과 기타 연주의 조화는 가히 슬픔의 정서를 극대화시켜주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멤버 '서동욱' 이 작사와 어쿠스틱 기타연주에 참여한 포크풍의 곡 "마중가던 길" 은 담백하면서 덤덤하게 부르는 '서동욱' 의 보컬과 허밍으로 부른 '김동률' 의 코러스가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김동률' 의 또다른 매력은 웅장한 스타일의 클래시컬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지난 앨범의 수록곡 "하늘 높이" 와 같은 "새" 로 이어집니다.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통해 격정적인 멜로디위로 흐르는 '김동률' 의 보컬이 위로와 힐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Blue Christmas" 는 스탠다드 재즈곡으로서 브러쉬 드럼과 피아노 그리고 트럼펫 연주를 통해 슬픈 정서의 크리스마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앨범의 수록곡중에서 그의 대표곡이 된 "취중진담" 이 등장합니다.
대망의 엔딩을 장식하는 곡은 "10년의 약속" 입니다. 신디사이져 연주가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팝 발라드로서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 전개속에 마치 멤버 '서동욱' 과의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으로 들려옵니다. 앨범을 들은 느낌을 말하자면 "김동률표 감성이 폭발하다" 라고 하겠습니다. 그만이 가진 서정적이면서 슬픔이 짙게 드리워진 멜로디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들이 돋보이는 곡들을 통해 우린 공감과 위안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러한 감성들이 폭발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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